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1년 5월 22일 (토요일) D10 책과 세상 18 책과세상 2021년4월23일금요일 숲은 고요하지않다. 바람마저그친 순간에도 온갖 신호가 나무들 사이를 달리고있다. 인간이감지하지못할 뿐 이다. 포유류처럼머리에눈과 귀, 입이 달려있어야보고듣고말한다는생각은 오해다.인간적사고를 한 꺼풀 벗겨내 면심지어나무도 ‘본다’는사실을깨닫 는다고행동생물학자는이야기한다.모 든생명이각자의방법으로정보를발신 하고수신하는것,그것이바이오커뮤니 케이션 ( biocommunication ) 이다. 생명은 왜소통할까? 생존하려면꼭 필요한활동이기때문이다.위험을피하 고, 먹이를 구하고, 자손을 퍼뜨리려면 외부세계를인식해야한다.그리고외부 에영향을 미쳐야 한다. 정보를 받아들 이고 또 내보내야 한다는이야기다. 새 는 춤을 춰서교미를 원한다는정보를 발신한다.어떤동물들은짖어서위험을 알린다. 상대가그소리를듣고교미하 거나 도망가기를 바라는 것모두정보 를주고받는소통이다. 조류나포유류가아닌생명체도소통 한다.인간에게익숙하지않은방식이다. 정적인생물의대명사인식물도본다.인 간의눈이빛을감지하는기관인점을생 각하면어쩌면식물은가장 잘 보는생 물일지도모른다.식물은태양으로부터 쏟아지는빛을감지하는수많은수용체 를가졌다.잎과 꽃에있는화학색소로 전자기에너지를 붙잡는다. 이색소는 가시광선의빨강과 파랑 영역을 흡수 한다.해가떠서질때까지빨강과파랑 이얼마나흡수됐는지를토대로식물은 해가떠있는시간을측정한다.정오무 렵태양이머리위에왔을때나뭇잎이몸 을돌려해를피할수있는것도이때문 이다. 실베스트리스 꽃담배같은 장일 식물은낮의길이가 11시간이상일때만 꽃을피운다. 이처럼생명체는 각자의환경에서저 마다 가능하고 필요한 방식으로 정보 를접수한다. 예컨대물고기도 듣는다. 물속에서도 소리는 유용한 정보 전달 수단이다.물고기의귓속에는석회로만 들어진작은돌이있어서소리의압력파 가속귀에닿으면,이작은돌이아주천 천히파동에반응한다. 돌이구르면서 청각세포의위치가바뀌고이러한 움직 임은전기자극으로변형돼물고기의뇌 에전달된다.어떤뱀은혀를날 름 거리 며 정말로 냄 새를 ‘ 핥 는다’. 갈 라진혀로 허 공 에서화학물질을 포 착 한 다 음 ,인 후 에있는기관에혀를 닦 는다. 혀를청소 하 며냄 새를 맡 고 맛 을보는 셈 이다. 가장단순하고정적인동물로 여 겨지 는단세포생물과나무가소통하는사 례 도있다. 식물의 성 장에는질소가 필 요한 데 식물은 공 기 중 의질소를 낚 아 챌 수 없 다. 반면 뿌 리 혹박테 리아는 공 중 에서질소를 얻 어내식물이이용할수 있는 형태로 공급 할 능력이있다. 그 래 서이들은소통한다. 콩뿌 리는화학신 호를보내 뿌 리 혹박테 리아를유인한다. 박테 리아세포가식물세포 와 화학적으 로일치하면 박테 리아는 뿌 리 안 에자리 잡고 뿌 리의식물세포는 박테 리아를감 싸안 는다. 뿌 리 혹박테 리아는식물에게 질소를 제공 하고식물은 그 대가로 뿌 리 혹박테 리아 앞 까지식 량 을배달한다. 어떤동물들은 똥 무 더 기를통해서정 보를 나 누 기도 한다. 유 럽굴 토 끼 들은 서로 떨 어 져살 지만 한 곳 에 똥 과 오 줌 을배 설 한다.이 런 화장실을 ‘ 공중 변소’ 라고 부르는 데집 단생활을 하는 여 러 포유동물의의사소통수단이다. 똥 의온 도로 누 가 언제 떠 났 는지정보를나 누 기 도한다.동물들의 페 이스 북 인 셈 이다. 그러니숲은 고요하지않다. 생명은 저마다생존을위해서시 끄럽 게떠들어 댄 다. 박테 리아 와 버섯 부터나무 와 꽃 까지각자할 말이있다.아 우성 에귀를 기 울 이는순간,지구는인간만떠들어대 는 황 무지가아 님 을또한 번 알게된다. 김민호기자 나무도말한다,시끄러운인간세상이듣지못할뿐 때론카타르시스의강물,고통이꼭나쁜가요 팝스타스위프트음반이많이팔린비결은 무심코누른‘좋아요’가 당신을탈탈털고영혼마저앗아간다 “뭐 야, 어 떻 게알 았 지? ” 소 셜 미 디 어 ( SNS ) 사용자라면 게시 글 사이 중 간 중 간 뜨는 ‘ 맞 춤형광고’에한 번씩놀 라본경험이있을거다. 내머리속에들 어 갔 다 온 것처럼원하는 품목 만 쏙쏙 띄워 주는 게신기하다가도, 누 가 나를 꿰뚫 어보나 싶 어 께름칙 한 기 분 이들 기마 련 . 독 심 술 을 부리는 능력자는알 고리 즘 이다. 성별· 나이 · 주소 · 직장 ·결혼 여 부 등 민 감한 개 인정보는 물 론 검 색 어기 록 , 방문 사이트 이력, SNS 구 독 채널 과 광고영상 클릭여 부, 머무는시 간까지 종합 수 집 해나의경험과 취 향 을 고려한 밥 상을 차 려 숟 가 락 으로 떠 주니 혹 할 수 밖 에.어떤이들은필요한 정보를 시간 절약 하 며얻 을 수있으니 좋 은거아니 냐 고 편 을 들 수도있 겠 지 만, 과 연 이 책 을 읽 고도그 런 말이 쉽 게 나 올 까. 미 국 의 사회학자이자 하 버드 경영 대학의 명예교수인 쇼샤 나 주보 프 의 ‘감시자본주의의 시대 ( The Age o f S u rve i ll anc e C a p ita l i s m ) ’가미 국 에서 출 간된지 2년 만에 번 역돼나왔다. 주보 프 는이 책 에서인간의경험을 공짜 로 원자 재삼 아 상 품 과 서 비 스를 만들 어수익을 내는경 제 를 가리 켜 ‘감시자 본주의’ 란 말을처 음 만들 었 다. 디 지 털 자본의은 밀 한 수 탈 과정과 수익 창출 원리를구조적으로 규 명해 냈 다는점에 서 출 간 당 시부터 2 1세기‘자본 론 ’이 란 찬 사가학계 와언론 에서쏟아졌는 데 , 깊 은 통 찰 만 큼 이나 흡인력있는 문장의 매 력도 크 다. 감시자본주의의 핵 심은 잉여 행동 데 이터를얼마나대 량 으로수 집 하 느냐 에 달려있다. 기존 상 품 과 서 비 스를 개 선 하는 목 적을 넘 어 닥 치는 대로 감시의 덫 을 깔 아 놓 고수많은 클릭 , 검 색,위치 기 록등 을이용해 우 리의내면과본 성 을 ‘ 채굴 ’하는게 첫번째 작 업 .그 렇 게 긁 어 모은 디 지 털 발자 국 을기 업 에 팔 아 넘 겨 우 리가 지 금 , 그리고 미 래 에무 엇 을 할 지예측하는 상 품 을 만들어내수익을 얻 는구조다.감시자본주의의선구자인 구 글 을시작으로 페 이스 북 ,마이 크 로소 프 트 등빅테크 기 업 들의실리 콘제국 은 이 렇 게 완성 됐다. 문 제 는 수 탈 을 넘 어선 말 살 이다. 단 순히정보를 교 묘 히 빼 내는 걸 넘 어미 래 시점에서 우 리의행동을 유도하고 통 제 하고, 조 종 하고, 조 건 화하는 ‘도구 주의 권 력’의 등 장이다. 산업 자본주의 가자 연 과 노 동을 착취했 다면, 감시자 본주의는 인간의본 성 을 뜯 어내고 탈 취 해간다. 예측 가능한 사이 클 에서 우 리는 주체 성 을 잃 어 버 린 채 타 인의이 익을 위해이용 당 하는 꼭두각시로 전 락 하고야 만다. 구 글 을 검 색하 던 주체 에서 검 색대상이돼 버 리고, 오 늘 의‘ 좋 아요’가내일의‘ 좋 아요’를 옭 아 매 는역 설 이다. 이는 비 단경 제 영역에만그치지않는 다.주체로서의생명을 잃 은 개 인들이많 아질수 록민 주주의의 뿌 리도 흔 들 릴 수 밖 에 없 다. 감시자본주의를 지 탱 하는 건 ,‘극단적무관심’이다.주보 프 는극단 적관심으로 타 인을세뇌하고강 제 하려 했던 ‘ 빅브 러 더 ’ 와 반대로, 감시자본주 의는인간을 ‘ 타 자화’한다는점에서‘ 빅 아 더 ( B i g O t her ) ’라고 비 유한다. 그러 면서 제6 의 멸종 ( 인류의 멸종 을 말 함 ) 보다 더끔찍 하다는 점에서 ‘ 제7 의 멸 종 ’ ( 인간본 성 의 절멸 을말 함 ) 이라고까 지 표현 한다. 감시자본주의가이토 록흥 한 데 는 빅 테크 기 업 과 공 조해온정치 권 력의든든 한 뒷 배도있 었 다. 저자는 워싱턴 과 실 리 콘밸 리사이의회전문인사를 꼬집 으 며 , 감시자본가들과 정치 권 력자들의 공 생을 폭 로한다. 정부의기 업규제 를 압 제 로 규 정하는신자유주의물 결 , 9· 11 테 러이 후 강화된정부의감시 권 력은시 대적호 재였 다.지식과 권 력의 비 대 칭성 도 문 제 다. 구 글 등빅테크 기 업 의리 더 들은 디 지 털 기 술 과자본이인류의미 래 를 유토피아로 만들어 줄 거라고 틈 만 나면 디 지 털복음 주의를 설 파하고있지 만, 정작 내부 운영원리에대해선 철 저 하게 비밀 주의를고 집 한다. 감시자본주의는인간을향한 쿠데타 이다.‘ 누 가아는가? 누 가 결 정하는가? 누 가 결 정하는지를 누 가 결 정하는가?’ 문명의질서를지 탱 하는이 핵 심질문 앞 에서 우 리 개 인과 사회는어떤 답 을 할 수있 느냐 고 주보 프 는 되묻 는다. 결국 디 지 털 자본의 쿠데타 를저지하는 힘 은 인간에게서나온다. 디 지 털 세상이 우 리 의미 래 라면, 그 미 래 를 만 드 는 주체는 인간이돼야한다. 산업 자본주의의 착취 대상은자 연 이 었 지만,감시자본주의의 희 생양은 함께목 소리를 낼 수있는인 간이 란 게그나마 다행스 럽 다. 당 장이 책 을 읽 고 우 리의본 성 을지 킬권 리에대 해의문을 품 는것부터저 항 의시작일지 모른다. 강윤주기자 ‘왜 우 리는 삶 에서고통을 추 방하는 가’라는 책 의부 제 는 첫페 이지에서구 체화한다. ‘인간에게는 몸의모든 느 낌 들가운 데 고통만이배를 타 고운행 할수있는강,인간을바다로이 끌 어 주는마르지않는물을지닌강과같 다.’ ( 독 일 철 학자발터 벤 야 민 ) 책 은 ‘고통 공 포’가 만 연 한 사회에 대한 성찰 의 결 과물이다.저서‘피로사 회’로 유명한 재독 철 학자 한 병철 이 썼 다.이 번 에는고통의의미 와 필요 성 을두고대담한 통 찰 을소 개 한다. 한 병철 에게고통이 란 ‘사회를이해하는 열쇠 가 담겨있는 암 호’로 기능한다. 이때문에고통의부 재 는 건 강한 사 회 비판 을 불 가능하게만들고,정치의 발전을저해한다.예 술 의속 성 이 창 조 를통해기존의가치에익숙해 져 있 던 이들에게 불편함 을주는것으로이해 한다면고통의상실은예 술 의 결핍 을 뜻 한다. 하지만 오 늘 날 고통이 란 ‘부정 성 그 자체’이 며 , 퇴 치해야 할 대상이다. 어 느 새사회전반에자리잡은 ‘ 긍 정 심리학’의영향이 컸 다. 행 복 과 낙 관 만이 최우 선 가치로 각광받는다는 것이다. 실 제 로 사회관계망서 비 스 ( SNS ) 에서 개 인은 ‘ 좋 아요 ( L i k e ) ’라 는 진통 제 를 강요받고, 데 이트 포 털 사이트는 “ 아 픔 없 이사랑에 빠 지는 것은 전혀어렵지않다 ” 고 광고하 며 사랑이라는감정에서조 차 고통을배 제 하고있다. 고통이때 론결 속을 강 화하 며 , 카 타 르시스를 통해정화의 작용을 한다는 사실은 잊힌 다고 저 자는 꼬집 는다. 팬 데 믹 시대에도 고통의의미는적 지않다. 고통에대한 공 포는 궁 극적 으로 죽 음 에 대한 공 포라는 점에서 생존의 가치가 극대화된다. 생존을 위해신 앙 을 희 생하고,이 웃 은 잠 재 적 인바이러스운반자로 취급 된다. 재 택 근 무가 보 편 화하면서 집 은 “ 팬 데 믹 시대의신자유주의적강 제노 동수용 소 ” 가된다.생존사회는 좋 은 삶 에대 한감각을 완 전히거세 했 다. 장재진기자 마케 팅 천 재 라 불 리는미 국 팝 스 타 테 일러스위 프 트는 음 반 판매량 을 끌 어 올 리기위해 2 0 1 7년 ‘ 레퓨 테 이션’발 매 3 주 후 스트리 밍 서 비 스에 음 원을 올 렸 다. 공연 티켓 도 한꺼 번 에 판매 하지않고오 랫 동 안 조 금씩판매 하는 방식으로 티켓 을 비싸 게 되 파는행위 를 크 게 줄 이고 판매 수익도 늘 렸 다. 상위1 % 에해 당 하는 톱 스 타 이기때문 에가능한일이 었 지만 음 악 산업 의경 제 학원리를 누 구보다잘이해하기에 시도할수있는 혁 신이 었 다. 음 악 은 우 리 삶 의 중 요한 부 분 이 지만경 제 학 관점에서 음 악 은 엔 터 테 인 먼 트내부에서도무 척 작은 산업 이 다. 2 0 1 7년 전세계의 음 악 부문지 출 은지구상의 GDP 합 계의 0 . 0 6 % 에 불 과 했 다. 투 명하게 속 사정이 공개되 지않기때문에내부자가아니고선이 해하기어려운 산업 이기도하다. 공연 수익의대부 분 을가수가 차 지한다고 오해하는 사람은 톱 스 타 한 명의 콘 서트 티켓 가 격 이왜수 십팀 이온 종 일 공연 하는 페 스 티벌티켓 가 격 과 비 슷 한지이해하지못할것이다. 버락 오바마전미 국 대통 령 의경 제 교사로 유명한 저자는 콘 텐츠 산업 가운 데 가장 큰 변화를 맞 고있는 음 악 업 계의주요이 슈 들을경 제 학적관 점에서 살 핀 다. 책 상에 앉 아다른 연 구 자의내용을가 져와짜 깁 기하는게아 니라직접 현 장을 뛰 어수 집 한실 제 사 례 를 중 심으로 풀어간다. 음 악 가들 이어 떻 게새로운 음 악 을만들고 팔 아 수익을내 며 , 홍 보 와 마케 팅 은어 떻 게 하는지, 콘 서트 와 상 품 기 획 은어 떻 게 하 며 수익배 분 은어 떻 게하는지 등 전 문가가아니고선알기어려운사 항 을 구체적 데 이터 와 수치를통해 밝힌 다. 팝 음 악애 호가라면 누 구나 흥 미 롭 게 읽 을수있는 책 이지만무 엇 보다 음 악 가나 음 악 가를 꿈꾸 는이들을위한 책 이다.스위 프 트같은 훌륭 한‘경영자’ 가 되 진못하 더 라도 최 소한 빌 리조 엘 이나스 팅 처럼고생해서 번 돈 을사기 꾼 매 니저에게 헌납 하는실수를 범 하 진않아야할 테 니말이다. 고경석기자 고통없는사회 한병철지음 이재영옮김 김영사발행 112쪽|1만2,800원 로코노믹스 앨런크루거지음 안세민옮김 비씽크발행 380쪽|1만8,000원 감시자본주의시대 쇼샤나주보프지음 김보영옮김·노동욱감수 문학사상발행 888쪽|3만2,000원 검색주체에서어느새 검색대상이돼버린존재 인간본성마저절멸시키는 SNS 감시자본앞에선우리 디지털기술과자본은인류에게유토피아를안겨줄거라속삭이지만현실은뒤집히고있다.인간의경험을수탈하는것으로경제적수익을내며주체성까지앗 아가는 ‘감시자본주의’의도래는닥쳐올디스토피아의징조다. 게티이미지뱅크 ‘숲은고요하지않다’ 마들렌치게지음 배명자옮김 최재천감수 흐름출판발행 320쪽|1만8,000원 전화통화 모형에따른의사소통. 발신자(왼쪽수컷지빠귀)가 자신의발신기를이용해신호(교미울음) 를수신자(암컷지빠귀)에게전송한다. 수신자는자신의수신기를이용해신호에압축된정보를풀수있 지만다른생명체는신호를접수하기만할뿐이다. 흐름출판제공 ‘감시자본주의시대’ 저자 쇼샤나주보프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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