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1년 8월 20일(금)~ 8월 26일(목) A8 골프 케빈코스트너가주연한‘틴컵(TINCUP)’은드물게 골프를주제로한영화다. 텍사스주시골의레슨프로 인주인공이우여곡절끝에US오픈에출전,목전에둔 우승을놓치면서도자신만의플레이를펼친다. 공동선두를달리고있던US오픈마지막라운드 18 홀에서주인공의드라이브샷은그린까지 237야드를 남겨두고있었다. 우드로 2온이가능한거리였으나 그린앞연못이있어대부분의선수들은 3온의안전 한길을택했다. 주인공은지난 3라운드내내이곳에서 2온을시도했 다가모두공을물에빠뜨렸다. 동반자는안전하게 아이언으로호수에못미치게볼을보냈다. 그의캐 디는안전하게 3온을권하며 7번아이언을뽑았다. 그러나주인공은 3번우드를선택했다. 주인공이 3번우드로날린볼은그린에떨어지긴했 지만백스핀이심하게걸려뒤로구르더니연못에빠 졌다. 아직파의기회는남아있었다. 상대선수가버 디를하지못하면플레이오프에나갈수있었다. 그 러나그는모두의예상을깨고그자리에서다시볼 을드롭해 4타째를쳤다. 볼은다시연못에빠졌다. 그의성격을잘아는여자친구의“당신스타일대 로하라!”는말에그는 3번우드를휘둘러모두 5개 의볼을연못에수장시켰다. 그러고도그자리에서 여섯번째로볼을날렸다. 12타째였다. 갤러리들의시선에쫓기듯허공을뚫고날아간볼은 그린위핀바로앞에떨어져 2m정도를구르더니 홀로사라졌다. 갤러리들은환호성을멈출줄몰랐고 아나운서와해설자는두번다시볼수없는장면을 설명하느라법석을떨었다. 홀에서볼을꺼낸주인공은다섯개의볼을삼킨연 못으로던져버리곤갤러리들의환호에손을흔들며 그린을벗어났다. 여자친구가주인공에게다가가안 기며말한다. “잘해냈어요. US오픈우승자는 5년 만지나면다잊혀지지만당신은영원히잊혀지지않 을거예요.” 이영화와비슷한상황이 1999년스코틀랜드의커 누스티골프코스에서열린디오픈마지막라운드 마지막홀에서벌어졌다. 18번홀티잉그라운드에 선프랑스의장반드벨드(55)는 2위와는 3타차로 선두를지키고있었다. 아무도그의우승을의심하지않았다. 좁은페어웨이때문에굳이드라이버를잡을필요가 없는데도그는드라이버로티샷을했다. 볼은러프 로날아갔다. 그러나우승하는데장애가되지않는 상황이었다. 개울을건너핀까지의거리는 235야드. 개울을피해아이언을잡으면안전하게 3온이가능 했다. 3온에실패하더라도더블보기로막으면우승 은그의차지였다. 그러나그는 2온을시도했다. 그의두번째로친볼 은개울을건넜지만그린옆관람대를맞고튀어깊 은러프로들어갔다. 러프에서친볼은물로들어가 고, 1벌타후날린볼은벙커로들어갔다. 결과는트 리플보기. 그는결국연장전에서스코틀랜드의무명 선수폴로리에게우승을헌납했다. 언론들은일약스타가될기회를놓쳤다며그의만 용에가까운무모함을꾸짖었다. 대회가끝난후그는“18번홀에서의소극적플레 이는골프정신에맞지않고프랑스정신에도맞지 않는다”고말했다. 언론들은‘그가소극적플레이 로우승했다한들누가골프정신운운할것인가’라 며명분과만용을구분못하는그를비웃었다.김시 우(26)가지난 8월 9일(한국시간) 미국테네시주멤 피스근교 TPC사우스윈드(파70)에서열린특급대 회월드골프챔피언십(WGC) 페덱스세인트주드인 비테이셔널마지막라운드에서한홀에서만무려 10 오버파를치는초대형사고를쳤다.155야드의비교 적짧은파3 홀인 11번홀에서김시우는 13타로홀 아웃했다. 기준타수보다무려 10타를더쳐이름도 생소한데큐플(decuple) 보기를기록했다. 그린을에 워싼워터해저드의마법에걸린것이다. 핀은그린 오른쪽에꽂혀있어중앙을보고티샷을하면온이 무난했으나그는핀을바로노렸다. 연속해서공을물에빠뜨리고도핀을노리는바람 에다섯개공을수장시켰다. 여섯번째공을 11타 만에온시킨김시우는결국 10오버파 13타로홀아 웃했다. 우승컵은멕시코의애브라함앤서(30)의품으로돌 아갔다. 일본의마쓰야마히데키(29), 미국의샘번스 (25)와함께연장전에돌입, 2차연장에서버디를잡 아우승했다. 2013년프로로전향해 PGA투어 121 번째경기만에거둔첫승이다. 김시우의스코어는 최종합계 13오버파 293타. 66명이참가해 1명이기 권한가운데꼴찌는그의몫이었다. 김시우의파3홀 13타를어떻게볼것인가. 영화‘틴컵’의주인공이나장방드벨드처럼선 수개인의소신과철학으로볼수도있고케빈나처 럼분노의불길에휩싸여냉정을잃은것으로볼수 도있다. 근거없는만용이거나자포자기로볼수도 있다. 1980년마스터스에서톰와이스코프(79)가 12번홀 (파4)에서공을 5차례나물에빠뜨리며데큐플보기 를한적이있다. 케빈나는 2010년 4월발레로텍사 스오픈첫라운드 9번홀(파4)에서무려 12오버파를 쳐분노의화신임을증명했다. 연장전에나선세선수는물론단독선두로나가다 경쟁에서밀려난해리스잉글리시(미국)나도전을좋 아하는브라이스디섐보(미국) 등상위권에오른선 수들모두가출렁이는마음을다스리며경기를펼치 는모습이었던것을감안하면김시우의데큐플보기 는쉬납득이되지않는다. 그날그시간에김시우의 마음속에무슨일이일어났는지궁금할뿐이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국문학을전공했고, 한국일보에입사해 30여년간언론인으로활동했다. 30대후반골프와 조우, 밀림같은골프의무궁무진한세계를탐험하 며다양한골프책을집필했다. 그에게골프와얽힌 세월은구도의길이자인생을관통하는철학을찾는 항해로인식된다. ※본칼럼은칼럼니스트개인의의견으로주 간한국의의견과다를수있음을밝힙니다. 어떻게봐야하나…김시우의파3홀13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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