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1년 9월 18일 (토요일) D9 연중기획 2021년9월18일토요일 금메달처럼여기는 세상 사람들의 시선에 ‘그건아니다’라고 말하고 싶었죠. 그래서우리뒤에올 엄마들에게레퍼런스(참고)가 되고 싶었어요. ‘우리가 입을 열면, 다른 누군가도 말할 용기가 생길 거야. 이런 사소한 서사들이많아져야 해’라는 생각으로 말이죠. 임신과 출산, 육아책의주어는 모두 아기인 현실에반기를 드는 의미도있었어요. 우리는 엄마의시점으로, 엄마가 중심이돼얘기하고 싶었죠. 임신을어떻게생각했는지, 출산은 어땠는지, 자연분만에실패하면 이른바 ‘루저’인지, 나를 좌절하게 만드는 출산 전후 내몸의변화는 뭔지, ‘모유양성소’ 같은 산후조리원의 현실, 수면교육의허상, ‘반반육아’를 하는 방법같은 것들이죠. 엄마들이 보면 좋을 책과 영화를 골라여성주의 관점에서리뷰도 썼고요. 우리의글은 많은 엄마들의관심을 받았어요. 브런치조회수가 모두 합해 200만 건을 넘어섰죠. 이걸 책으로 만들자고 제안한 출판사 기획자도 ‘마더티브’의독자였어요. 그렇게나온 책이 ‘엄마는 누가 돌봐주죠?’(푸른향기)예요. 우리는 전지적엄마 시점으로 쓴 ‘엄마 발달 백과’라고 부르죠. 엄마들의얘기가 왜필요하냐고요? 육아휴직을 끝내고 복직했을 때, 회사의여러 ‘워킹맘’ 선배들을 보면서 감히이런생각을 한 적이있어요. ‘워킹맘 선배들은 왜그렇게힘들어 보일까. 나는 저렇게버티고 싶지 않은데. 롤모델이없구나.’ 그런데 알고 보니내가 생각한 롤모델이란 건 일도, 육아도 완벽하게하는, 존재할 수 없는이상향 같은 거였어요. 그 선배들이내소중한 레퍼런스였다는 걸 깨달은 건나중의일이었죠. ‘마더티브’를 하면서그런 살아있는 레퍼런스를 발굴해연결하고 싶었던 거예요. 일과 육아 사이의갈림길에섰던 워킹맘 10명을인터뷰한 책 ‘내일을 지키고 싶은 엄마를 위한 안내서’도 그래서썼죠. 많은 엄마가 ‘일아니면 전업주부’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다양한 선택지가 있고 그런 새로운 길을 개척한 엄마들이있다는 걸 말해주고 싶었어요. 졶컿픎캫뫊킮 ? 엄마가 되기전 나도 ‘내게모성이 있을까’ 의문스러웠어요. 두렵기도 했죠. 실제아이를 키우면서늘 두 감정이병립했어요. 아이는 정말 소중하지만, 나도 소중하다는 것. 아이는 사랑스럽지만, 육아 때문에 내가 사라져버리는 듯한 느낌은 정말 싫었어요. 흔히 ‘모성’ 하면, 헌신이나 희생, 사랑 같은 긍정적인감정을 떠올리기 마련이잖아요. 우리사회가 만든 ‘모성신화’예요. 모성은 그렇게 납작하지않아요. 감정의결이여러 가지죠. 아이를 키우는일은 행복하면서도 힘들고, 아이는 사랑스러우면서도 미워요. 그런데 우리사회는 마치부정적인감정을 거론하면 ‘나쁜 엄마’ 혹은 ‘비정상 엄마’인것처럼재단하는 분위기가 있죠. 그러니엄마들이자기감정을 부인하게되고, 그게결 국 죄 책감으로 이어지죠. 지금 그 때문에힘든 엄마들이 있다면 자연스러운 감정이라 말해주고 싶어요. 힘든 게 너무 나 당 연하거든요. 아이 둘 을이른바 ‘독 박 육아’로 키운 친 구가 있어요. 정말 대 단한 친 구고 완벽한 엄마처럼 여 겼 었죠. 그런데어느 날 그 친 구가 그러더라고요. 자기도 아이를 진짜 베 란다 밖 으로 던지고 싶은 순간 이 있었다고. 우리모두는 그래요. 완벽한 사람이아니라는 걸 잘 알면서 왜엄마가 되면 완벽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이렇게해야 좋은 엄마’라 며 압박 하는 시선도 한 몫 하죠. 모유 수유가 대표 적이잖아요. 아이가 아 플 때마다 ‘내가 모유를 안 먹 여서 면 역력 이 떨 어지는 건가’ 같은 죄 의 식 을 갖 는 엄마들이많을 거예요. 저만 해도 ‘아이는 남편 과 함께 만들었는데, 죄 책감은 왜나만 느 껴 야 하는 거지’ 싶었죠. 우리의서사, 우리의책을 읽 으면서 엄마들이 ‘ 꼭 그렇게하지않아도 되는구나’ 안심했으면 좋 겠 어요. 일과 육아를 병행하다 보니, 너무 힘들고 지치죠? 아이는 왜 갑 자기아 픈 지, 수 족 구 같은 전 염 병에라도 걸리면 어 린 이 집 에일주일정도 못 가는데 그럼아이는 누가 돌 볼 지 걱 정이 태 산이죠. 아이를 키우면서생기는 여러변수 때문에회사 일을 예전처럼 해내지 못 하는 나에게화가 나고요. 아이하원 시 간 에 늦 지않으 려 고 화 장 실도 안 가고 열심히일하는데도 말이에요. 아예회사를 그만두고 아이 옆 에 붙 어있어야 하는 건아 닌 지그때 고 민 이시작돼요. 그럼내 경력 은 어떻게되나 불 안이엄 습 할 거예요. 그런 분들에게 꼭 양자택일만 있는 건아니라고 말하고 싶어요. 반드시 지금 선택하지않아도 된 다는 것, 처마 밑 에서 잠 시비를 피 하는 것처럼 쉬 어가도 된 다는 것을요. 나는일과 육아 모두를 잘 하 려 다 고 꾸 라 진 것 아 닌 가 생각이들거든요. ‘마더티브’를 창간 한 뒤에, ‘ 창 고살 롱 ’까지만들고 나서 무 척힘들었어요. ‘ 창 고살 롱 ’은 지 속 가 능 한 일과 삶 을 만들고 싶은 여성들을 위한 커뮤 니티죠. ‘마더티브’ 와 ‘ 창 고살 롱 ’의업 무 형태 는 유연했지만, 창 업을 했으니 일은 훨씬 많아 졌 어요. 마치나를 갈아 넣 듯일에 몰 두했죠. 어 린 이 집 하원 시 간 이다가 오 는 게두 려울 정도였죠. 아이가 와 도 제 대 로 신 경 써 주 질 못 했고요. 남편 이나 아이만 아니면 내가 좀 더자유 롭 게일할 수 있을 것같다는 생각까지들었어요. 걸림돌처럼여 겨진 거죠. ‘나는 아이를 키 울 자 격 이없는 거아 닌 가’ 싶었어요. 뺂멚솒펒잖많핖펖힎 그러다 지 난 해결 국 ‘ 번 아 웃 ’이 왔 죠. 그때다행히주위에 “괜찮 다 ” 고 말해주는 사람들이있었어요. 그래서 견딜 수있었죠. 스스로 상 황 이 달라 졌 다는 걸인정하고, 그런 처지에서이게 최 선이라고 마인드 컨트 롤하 려 고 노력 했어요. 얼 마 전생일에엄마가 케 이 크와 함께 이런 메시지를 보내 왔 어요. “너무 열심히하지마. 세상에 너 보다 중요한 건없어. ” 지금 생각해도 눈물 이나요. 나는 늘 엄마에게서독립적인 인 격체 라고 생각했고, 나 잘난 줄 알고 혼 자서도 잘 한다고 믿 었거든요. 그런데그 메시지를 보고서 ‘아, 나한 테 도 엄마가 있었구나’ 싶었어요. 아이를 키우면서엄마 생각을 많이 했어요. 내가 어 릴 때엄마도 이 랬겠 구나 싶어서요. 우리엄마는 전 형 적인엄마, 그러니까 헌신적이고 희생적인엄마 와 는 거리가 멀 었어요. 어 릴 때나 와 잘 놀 아주고 잘 보 듬 어주는 엄마도 아니었죠. 그런데 제가 그렇더라고요. 남편 은 아이 와 참 잘 놀 아주거든요. 그런데저는 그 시 간 에다른일을 하고 싶어했죠. 어른이아이 와 노 는 게재미있을 리가 없잖아요. ‘내엄마도 그래서 그 랬 구나’ 하는 생각이드는 거예요. 엄마가 되고 나서 ‘세상이내맘 대 로 안 되는구나’라는 걸절실하게 느 껴 요. 그 전에는 그래도 ‘열심히 하면 된 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육아는 그렇지않아요. 아이가 내 맘 대 로 크 는 것도 아니고요. 그런데 나는 그 간 육아도 일처럼해 오 지 않았나 싶어요. 마치완수해야 할 업 무 처럼, 성과를 꼭 내야 하는 일처럼. 그런데깨달았어요. 엄마에는 최 고가 없다는 걸, 그저 최 선을 다할 뿐 이라는 걸요. 그래서내뒤에올 엄마들에게 말하고 싶어요. 너무 애쓰 지마세요. 나를 지키고, 내일을 지키 려 고 너무 애 를 써 보니까 알 겠 더라고요. 그게 오 히 려 나를 힘들게했어요. 자신을 지지해 줄 사람도 필요하죠. 가 깝 게는 남편 부터부모, 친 구가 있을 거예요. 그리고 ‘마더티브’의선배엄마들이 기 댈언덕 이돼 줄 게요. 엄마가 된 다는 건 확 실히힘든 일이에요. 그래서임신부들을 보면 ‘그 일들을 다 겪 어야 되다니’ 하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힘들기만 한 일도 아니죠. 새로운 행복이있으니까요. 하루 중 내가 정말 순 수하게 웃 을 수 있는 순간 은 아이 와 있을 때거든요. 아이 덕 분에내안에여유 와 사랑이 생 겼 어요. 육아를 하면서나도 몰랐 던 나를 발 견 했고, 내 밑 바 닥 까지가보는 경험 도 했죠. ‘내가이정도 밖 에안 되는인 간 이었나’ 싶은 순간 이한두 번 이아니었어요. 그런데, 그래서좋은 건 삶 을 더 깊 고 넓 게 볼 수있게 됐 다는 거죠. 인생의끝과 끝을 경험 해보게되니까. ‘ 펒잖 ’ 펞헣샃픎펔펂푢 흔히엄마가 아이를 키운다고 믿 지만, 실은 아이를 키우면서나도 함께 자라는 걸알 겠 어요. 한 번 은 이런일이있었어요. 아이가 다니는 공동 육아 어 린 이 집 에서생일 잔 치때 아이들이 축 하 카 드를 그 려 서 주고받거든요. 받고 싶은 친 구한 테 카 드를 달라고 하는 거예요. 그런데 아이가 좀 속 상해하는 거예요. 좋아하는 친 구가 생일인데자기한 테 카 드를 달라고 하지않는다고. 제가 “ 그 친 구한 테 결 국 카 드를 못 주게 되면어 떡 하지? ” 라고 했더니아이가 “괜찮 아. 나도 맨날 마 음 이변해 ” 하는 거예요. 놀랐 죠. 아이는 내가 생각하는 대 로 자 랄 거라고여 겼 는데, 아니더라고요. ‘나는 아이를 모르는구나. 내가 피와 살로 키운 존재지만, 어 디 로 갈지알 수 없구나. 내 멋대 로 아이의 삶 을 재단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들었죠. 그런걸 깨 닫 고 나면 겸 허해져요. 마 음 이가 볍 고 편 해지죠. 앞날 이 기 대 도 되고요. 나는 아이를 가 진 순간 부터뒤처지면안 될 것처럼 정 답 을 향해달 렸 는데, 알고 보니 정 답 은 없을 뿐 더러 노력 한다고 해도 내마 음대 로 되지않더라고요. ‘마더티브’를 채널 로 그런이야기를 하는이유, 바로 내뒤에올 엄마들이 나 같은 전 철 을 밟 지않도 록 , 나 같은 감정의터 널 을 지나지않도 록 하고 싶어서예요. 엄마가 될 걸 생각하면, 두렵고 걱 정도 될 거예요. 하지만 누구나 엄마는 처 음 이에요. 아이가 둘째 든, 셋째 든. 모든 아이는 다 다른 법이니까요. 그러면 좀 위로가 될 까요. ‘마더티브’의 포 스 트 에는이런 댓 글이많이달 려 요. “ 이글을 왜이제서야 봤 을까요. ” “ 나만 그런게아니어서다행이에요. ” “ 내얘기같아서 울 면서 읽 었어요. ” 엄마가 된 다는 걸 생각하면, 두 려움 이 크 지만 너무 두 려 워하지 마세요. 먼 저엄마가 된 여성들의 이야기가 힘이돼 줄 거예요. 그래서 우리가 우리의얘기를 해야 하죠. 그 속 에서 대 안을 찾 고, 만들어가길 바라요. 우리는 서로의 레퍼런스니까요. 김지은인스플로러랩장 그는 “아이를키우면서나도아이에게영향을 받으며함께자란다는걸느낀다”고말했다. 사진은올해6월제주도,5월순천으로떠난 가족여행에서. ● 홍현진제공 그는아이를가졌을때 ‘모성애라는게안생기면어떡하지’ 같은두려움이들었다고했다.실제아이를 낳고나서느낀모성은사랑만있는감정이아니었다. ● 이한호기자 웹매거진 ‘마더티브’의에디터홍현진씨를13일서울중구한국일보사에서만났다.그가양손에든책은전지적엄마 시점에서임신과출산,육아경험을기록한책 ‘엄마는누가돌봐주죠?’와새길을개척한 ‘워킹맘’들을인터뷰한책 ‘내 일을지키고싶은엄마를위한안내서’다. ‘마더티브’ 에디터들과공동으로썼다. ● 이한호기자 희생^헌신강조한 모성애신화 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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