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1년 9월 24일 (금요일) 오피니언 A8 한국일보 www.HiGoodDay.com 조미정 이효숙 박요셉 이인기 백운섭 최성봉 대 표 · 발 행 인 총 괄 국 장 편 집 국 장 미디어총괄/상 무 I T 총 괄 광고총괄/부사장 320 Maltbie Industrial DR. Lawrenceville, GA 30046 (770)622-9600 (770)622-9605 대표 전화 팩 스 주 소 edit.ekoreatimes@gmail.com ad.ekoreatimes@gmail.com ekoreatimes@gmail.com 이메일 : 편집국 광고국 대 표 꼭 필요한 때만 나서라 유난히도비가많이왔던여름 이었다. 그날도 초저녁부터 비 가줄기차게내린다.“우르릉탕 탕 꽈르릉”천둥과 번개가 번갈 아 가면서 때린다.“콰광”하는 소리가 새벽에 들린다. 영감은 불길한 예감에 벌떡 일어나 마 당으로 뛰쳐나갔다. 아니나 다 를까 옆집 담장이 무너져 내린 것이다. 이웃집 젊은이는 자기 집담장이무너졌는데도태평하 게 자고 있다.“여보게, 자네 집 담장이 무너졌어. 빨리 고쳐 보 게.” 잠에서막깬이웃은귀찮다는 듯이“내일 아침에 손 볼게요” 하고대꾸한다.“아니, 그러다가 밤새 도둑이 들면 어떡하려고 그래. 빨리 고치는 게 좋을걸.” 그다음날아침정말도둑이들 어다훔쳐갔다. 2,500년전중국의철학서‘한 비자’에 나오는 에피소드다. 여 러분이 그 젊은이라면 도둑이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제일 먼 저 옆집 영감이 떠오르지 않는 가. 얼마 전 지방에 갔다. 그날 강 연도 평소같이 우레와 같은 박 수로잘마쳤다. 다시집으로가 려고기차역에도착하자마자바 로화장실로갔다. 먼길을떠나 기전에늘가는것이습관이됐 다. 그런데 변기 위에 신용카드와 신분증이 한 30장 정도 가지런 히 놓여있는 게 아닌가. 직감적 으로‘이건소매치기다’라는생 각에 일을 끝내자마자 바로 안 내 센터로 갔다.“손님, 혹시 지 갑은 없었나요.” “없었는데요. 카드들만 덜렁 있었어요. 그런 데 그건 왜 물어보세요.” “주인 이 이런 경우에 꼭 지갑이 없었 냐고꼭물어보니까요.” “아, 그 래요. 어쨌거나주인꼭좀찾아 주세요.애타게찾고있을텐데.” “경찰에신고해드릴게요. 참, 휴 대폰 번호와 이름을 여기에 적 어주세요.” 이후 필자는 기차에 몸을 실 었다. 새벽부터 움직인 탓에 바 로 잠이 들었는데 전화가 왔다. “지갑을 잃어버린 사람입니다. 우선 고맙다는 말씀을 드립니 다. 혹시지갑은없었나요.” “역 시 안내 센터 사람들이 경험치 가 많구먼. 없었는데요.” “어디 서찾았나요.” “역구내화장실 이요.” “몇번째칸이죠.” “으음, 세번째아니면네번째요.” 이윽고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제가모든가능성을다열어놓 고 물어보겠습니다. 그 지갑 가 져가신 건 아닌가요.” “아닙니 다.” “어제어디에있었습니까.” “성남이요.”마지막으로 더욱 떨리는목소리로“이거추적조 사하면 다 나오는데 거짓말하 시는 건 아니시죠.”라고 한다. “거짓말하지 않습니다.” “다음 에또연락드릴게요.”통화는이 렇게끝났다. 갑자기 지갑 주인에게‘취조’ 당하고난뒤30여분동안영기 분이 좋지 않았다. 이때 경찰관 에게 전화가 왔다. 기회다. 세상 에지갑훔쳐간사람이카드되 돌려주면서전화번호까지남기 는경우를본적있는가. 착한일 하려다가 이게 무슨 꼴인가. 전 화번호를 알려주는 게 아니었 다. 따질것을따져야지. 지갑을 보지도 못한 사람한테 그처럼 물어보는가. 경찰관에게 마구 퍼부었다. 경찰관은 웃으면서 주인이 젊은 사람인데 지갑이 꽤 비싼 것이라고 말하더란다. 이런봉변당하고나서다음에도 신고해야할까. 아니, 그래도신 고해야지. 최근제주에서특강이있었다. 비대면이지만 현장 스튜디오에 와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특강 을 마치고 부산으로 가려고 공 항에서 줄을 서 있었다. 그런데 앞 사람의 백팩이 활짝 열려있 다.안쪽에지갑도보인다.‘이걸 어쩌지. 말할까말까.’고민하다 가말했다. 그랬더니“알고 있어요”라는 퉁명스러운 대답이 돌아왔다. 다행이다. 알고 있었다니 위기 대처 능력이 있는가 보다. 그런 데 모기만 한 목소리로“남이 야”라는말이들렸다.이런핀잔 을들을줄알았으면말하지말 걸그랬나. 내려서집으로가는전철을탔 다. 자리를잡고앉았다. 그런데 건너편 자리에 앉은 노인 한 분 이손에휴대폰을든채꾸벅꾸 벅졸고있다. 그핸드폰은바닥 을 향해 미끄러져 내려가고 있 다. 이런정도는말하지않는것 이상책이다.떨어지더라도깨지 지도 않을 것이며 돈이 들어있 는 것도 아니고 빤히 쳐다보고 있으니 누가 가져갈 리도 없다. 꼭필요할때만나서라. 시도때 도없이나서지말고. 종우(宗愚) 이한기 (군사평론가·애틀랜타문학회회원) 독자 기고 금선탈각(金蟬脫殼) Garage 뒤, Drive way 건너 넒은 뜰에 벚꽃나무 두 그루 옆에불청객처럼멀뚱히서있 는배롱나무한그루, 시도때 도 없이 허물을 벗는 나목(裸 木)이다. 아침해 오르기전, 더덕더덕 누더기같은허물을벗겨매끈 하게몸단장시켜주는것으로 나의일상은시작된다. 여느 때처럼 오늘도 몸단장 시켜 주는데 노오란 매미 한 마리가배롱나무를부둥켜안 고있는게아닌가! 웬 매미가 겁도 없이 날아가 지도않을까. 살금살금 눈을 가까이 하니 노오란투명매미다. 누가 볼까 부끄러워 아마도 캄캄한어둠속에서허물을벗 고비상(飛上)한흔적,아금선 탈각이다. 애벌레(굼벵이)로 땅 속에 서 7년을 넘는 인고의 세월 을 보내고 탈각한 후에 수컷 은여름정취더하는울음울 어 사랑을 나눈 후, 암컷은 알을낳은후각각흙으로귀 향한다. 참으로묘한삶의여정이네! 나는 74년을땅위에서인고 의세월을보냈건만아직도때 묻어 찌든 허물 뒤집어 쓰고 있으니… 어느때일런가? 때묻어찌든 허물벗어버리고비상할날이. 그런 후 잠시 더 머물다 금선 처럼 이몸은 태초의 본향, 흙 으로돌아가리라. 삼라만상, 조견요온개공(照 見五蘊皆空)이라. 전연세대교수 김형철의 철학경영 만파식적 쉬자인 정민정 / 서울경제논설위원 2017년 10월‘중국판 포브스’ 로 불리는 후룬리포트에 흥미로 운 뉴스가 실렸다.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인 헝다(恒大)그룹 쉬자 인(許家印) 회장이알리바바의마 윈과 텐센트의 마화텅을 제치고 중국 최고 부호에 올랐다는 것이 다. 쉬자인은1958년허난성저우커 우시에서태어났다. 그가두살때 어머니는패혈증에걸렸지만병원 에갈돈이없어서치료도받지못 하고세상을떠났다. 고교 졸업 후 근근이 생계를 이 어가던 그는 대학 시험 부활 이후 공부에 매진해 1978년 우한강철 학원야금학과에입학했다. 국가가 매달 제공하는 보조금에 의지해 간신히 대학을 졸업한 뒤 우양강철공사에입사해단기간에 주임으로승진했다. 그 뒤 광둥성 선전 부동산 개발 업체인 중다 그룹으로 이 직해 말단 사 원에서 시작 해 중역으로 발탁됐다. 처음 맡은 대형프로젝트에서성공을거두며 1억 위안 이상의 이익을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그의 월급은 3,000 위안에 불과했다. 회장을 만나 10 만 위안의 연봉을 달라는 담판을 벌였지만 일언지하에 거절당하자 창업을결심한다. 1996년직원 7명을데리고헝다 부동산을차렸다. 대규모건설에집중한기존업체 들과 차별화해‘작은 면적, 낮은 가격’전략을 구사했는데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현재중국내240여개도시에서 700개가넘는건설프로젝트를수 행하고있다. 하지만 355조 원의 빚을 떠안고 도 대출이자도 제대로 갚지 못해 파산설에휩싸였다. 과도한 차입 경영과 전기차·생 수·테마파크·헬스케어 등으로 뻗은문어발식사업확장이독(毒) 이된것이다. 당장 23일 8,300만달러의이자 를 상환하지 못하면 파산에 직면 할수있다. 일부에서는‘공동 부유’를 내건 중국정부의부동산시장통제과 정에서 벌어진 일이므로 최악 상 황으로 치닫지 않을 것이라는 전 망도 있지만‘중국판 리먼 사태’ 가 될 수 있다는 비관론도 제기된 다. 이를계기로급팽창한국내의기 업·가계·정부부채에도우려의시 선이쏠리고있다. 중국발‘회색 코뿔소(지속적 경 고로 예상할 수 있지만 쉽게 간과 하는 위험 요인)’위기에다 국내 부채 폭탄까지 터지면 경제 충격 파가 커지는 만큼 서둘러 안전핀 을마련해야할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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