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1년 10월 14일 (목요일) A6 제6회 애틀랜타 신인문학상 뉴스ㆍ속보 서비스 www.HiGoodDay.com 수필 부문 최우수상 벅차오르는기쁨 2013년 12월 26일은잊을수없는특별 한날이다. 순간의실수로인해재판정에출 두하여 지옥과 천국을 함께 맛보았기 때문 이다. 한 시간가량 다른 피의자들이 판결받 는것을바라보며차례를기다리는동안반 이넘는사람들이빠져나가재판정은비어가 기시작했다. 언제까지기다려야하나? 혼잣 말로중얼거리고있을때재판정가운데복 도로5~6명의경찰관이우르르몰려들어왔 다. 그리고 판사와 무엇인가를 조용히 이야 기하고는다시돌아나갔다.무슨일일까?궁 금했다.그러자갑자기판사가일어나서모든 사람에게조용히하라고했다. 나는초조하 게그의입만바라볼수밖에없었다.그순간 “여기에남아있는여러분, 축하합니다! 아까 들어왔던경찰관들이크리스마스선물이라 며여러분의케이스를모두‘경고’로처리해 달라고 부탁해 왔습니다. 나는 모든 케이스 를‘경고’로판결합니다. 메리크리스마스!” 하는것이아닌가.아!...갑자기두눈에눈물 이그득해오며뛸듯한기쁨으로가슴이떨 렸다. 내생일인 4개월전 2013년 8월 28일이었 다.아침부터온종일구름한점없이맑아햇 빛은내연한살갗을태울듯따가웠다. 마이 애미에서영성세미나참석차올라온지인으 로부터 둘루스까지 라이드를 해달라는 부 탁을받았다. 그리고그들을만나기위해아 내와 함께 편도로 51마일이나 떨어져 있는 애틀랜타남쪽의캘빈센터에내려갔다.오후 2시경에그들을픽업하여 I-75 고속도로를 지나 I-85로 갈아타고 올라오는 길이었다. 시간이일러아직교통이정체되지는않았지 만먼길을편안히달리기위해‘HOV(High Occupancy Vehicle -Carpool) 레인’을달 렸다. 그들은6개월전에떠나온마이애미의 궁금했던최근소식을들려주었다.오랜만에 맛보는화기애애한대화로분위기가점점무 르익어갔다.그렇게한참을평온하게운전하 며I-285교차로에거의이르렀을때였다.곧 ‘피치익스프레스레인’이시작된다는안내 판이나왔다.‘피치패스’가없었던나는차 선을 바꾸기 위해서 옆에서 달리는 차 앞으 로들어가려고속도를약간높였다. 그순간 뒤에서파란불을번쩍이며유령처럼따라오 는경찰차가백미러에보였다. 고속도로의바깥쪽으로나가차를세우려 고했다. 그러나제일안쪽차선에서바깥쪽 으로차를몰고나간다는것은쉬운일이아 니었다.할수없이HOV레인안쪽의중앙분 리대가까이에겨우차를세웠다. 이때경찰 관이손짓으로분리대쪽으로더바짝옮기 라고했다. 잠시후운전석옆으로다가온그 에게 운전면허증을 내어주며 물었다.“내가 무슨잘못을했나요?”사실나는다른차들 과비슷하게달리고있었고차선을바꾸려고 순간적으로 속도를 약간 높였을 뿐이었다. “당신은규정을어기고조금과속했을뿐입 니다.”라고알려주었다. 잠시후경찰관이한움큼의티켓을건네주 었다. 처음엔그가별로대수롭지않게반응 해서 단순한 과속 티켓으로만 생각했다. 그 리고운전을계속하여지인들을쇼핑센터에 먼저 내려주고 집으로 돌아와 자세히 살펴 보았다. 그것은두장의티켓과빨간색긴카 드였다. 그중에하나는55마일속도제한도 로에서 무려 87마일이나 달렸다는 말도 안 되는 과속 티켓이었다. 다른 하나는 정차위 반티켓으로정차명령에얼떨결에HOV 레 인에 차를 세웠기 때문이다. 순간적인 판단 착오였다. 그리고 빨강‘슈퍼 스피더 카드’ 도덤으로받았다. 특히‘슈퍼스피더’는운 전자에게는‘레드카드’와같다고한다.방어 운전 교육 때 강사가 귀가 따갑도록 강조하 며절대로위반해서는안된다고했는데…벌 금을살펴보니과속이450달러,정차위반이 117달러, 여기에보너스(?)로슈퍼스피더가 200달러였다. 그리고법원에반드시출두해 재판을받아야하며정규드라이빙스쿨과 정의이수가필수라고한다.“아!이런…오늘 이바로내생일인데, 선물(?)치고는너무잔 인것이아닌가?”... 한숨이저절로나왔다. 이로인해포인트와자동차보험이오를것 을 생각하니 머리가 터질 것 같이 지끈지끈 아파졌다. 작년플로리다주마이애미에서은퇴후정 착할곳을찾다가이곳애틀랜타로결정했었 다. 그리고올해 2월말에이사를하였고모 든준비와이주과정이 물흐르듯순조로웠 다. 그래서은퇴후삶의여정을이끌어주시 는 하나님의 은혜라고 생각했다. 둘루스 지 역에는한인업소가많다. 특히대형한국식 품점과 식당이 가까운 거리에 모여 있어서 모든 것이 편리하다. 기후가 좋고 허리케인 같은천재지변도없어서은퇴후살기에는최 적지로이곳에오기를아주잘했다고생각했 다. 이렇게 새로운 삶에 만족해하며 애틀랜 타에대한아주좋은이미지를갖게되었다. 기회가있을때마다마이애미의지인들에게 은퇴후이곳에서함께살자고말하곤했다. 그런데교통법규위반으로티켓과벌금을무 더기로받게되었다. 이로인해그동안좋았 던애틀랜타에대한이미지가한꺼번에모두 깨지는 것 같았다. 처음 6개월 동안의 정착 과정은매우순조로웠는데이제부터시련이 시작되는것인가?갑자기우울해지고긴장되 었다. 사실전에도취직문제로마이애미를떠나 친형이살던캘리포니아의산호세로두번이 나이주하려고했었다. 1983년봄에는직장 을찾던중에뜻하지않게Racal-Milgo라는 영국계의큰회사에미케니컬엔지니어겸산 업 디자이너로 취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1991년에는 그 회사를 그만두고 다시 떠나 보려고했지만괜찮은개인비즈니스를할기 회가생겨포기한적이있었다.이두번의사 건모두기대했던것보다너무나좋은기회였 다. 그래서하나님이내게더좋은것을주시 고 떠나지 못하게 붙드시는구나! 생각되어 다시 마이애미에 눌러살게 되었다. 그리고 2013년에애틀랜타로이주를준비할때에도 만약여건이허락되지않는다면그냥머물러 살겠다는 각오를 했었다. 그런데 모든 것이 너무나수월하게진행되어이것또한그의인 도하심이라생각하고감사했다. 출두하라는날시간에맞춰법원에찾아갔 다. 그리고마음을졸이며한시간쯤기다렸 다. 그때 행정직원이 불러서 앞으로 나갔더 니 재판 날짜가 연기되었다며 새 일정은 메 일로통보해준다고했다. 참어이가없고분 통이터졌다. 만사를제쳐두고먼거리를운 전하고내려와이토록오래기다렸는데헛걸 음을했단말인가!할수없이허탈하고불쾌 한마음을꾹누르고집으로돌아왔다. 그리 고한달남짓후에출두명령이메일로날아 왔다. 봉투를뜯어보니‘2013년 12월 26일 오전10시’에법정에출두하라는것이다. 아 니! 크리스마스바로다음날이아닌가?“젠 장, 이사람들은연휴도없나!”속으로투덜 거렸다.그러나생각해보니은퇴한나에게는 하루하루가 연휴인데…“히히히”, 이런 순 간에도계면쩍은실소가절로터져나왔다. 크리스마스의열기가채가시지도않은12 월26일아침. 온몸이저절로웅크려지며으 스스하고 추웠다. 그리고 다시 재판정에 도 착했을때는이미100여명이나되는많은사 람이 모여 웅성거리고 있었다. 어떤 사람들 은앞에있는행정직원으로부터순서를받고 판사의판결에따라하나, 둘재판정을빠져 나갔다. 나도그직원에게케이스번호를알 려주고재판을빨리받을수있는지물어보 았다. 그러나그는내케이스는반드시판사 의 판결을 받아야 하니 기다리라고만 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입안이 바싹바싹 마 르기 시작했다. 아마 슈퍼 스피더는 고위험 군의 운전자로 특별취급인가 보다. 마음을 졸이며 한참을 딱딱한 의자에 앉아 있으려 니불쌍한엉덩이만아프고저려왔다. 잠시후에일어날것을상상도못한채초 조하게기다리기만하던나에게재판장은놀 랍게도‘경고’의 판결을 내려주었다. 아!... 꿈에도생각하지못한기적이일어난것이다. 놀라서열린입을다물수가없었다. 단순한 속도위반은몰라도슈퍼스피더인나에게까 지경고처분이라니...믿어지지않았다.혹시 꿈이아닌가?얼굴을살짝꼬집어보았다.아 팠다. 역시꿈은아니었다. 아! 나같은큰죄 인이이렇게하나님의사랑을또받는구나! 내생일에지은죄가아기예수의생일로온 전히탕감받아기록도남지않게되었다. 이 로써십자가의보혈로구원받은은혜를새삼 감사하게되었고깨어질뻔했던애틀랜타의 좋은이미지도다시온전히회복되었다.이것 이야말로 내 생애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 이아닌가!... 뛸듯한기쁨과감격으로목이 메어왔다. 그리고조용히외쳤다.“메리크리 스마스!메리크리스마스!!!” ■ 수상소감 김철호 1946-서울출생 1967-서울고등학교졸업 1975-서울대학교응용미술과(공업디자인전공)졸업 1980-주재원으로도미 (LA,캘리포니아) 1981-마이애미,플로리다거주 2013-애틀랜타,조지아거주 2020-연합시니어행복대학3대학장 김철호 전화벨이울렸다.“김철호씨맞 으시지요? 애틀랜타문학회인데 요, 응모하신수필이당선작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축하합니다!” 하는 것이 아닌가! 머리를 몽둥 이로두들겨맞는것같이멍했다. 전혀기대하지않고습작수준의 작품을공부의한과정으로생각 하고출품해본것인데….더욱열 심히글을쓰라는채찍이라생각 하고부족한글을당선작으로선 정해 주신 심사위원들께 감사를 드린다. 코로나19사태로집에만있으 려니그동안보이지않던푸르른 숲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또이리저리날아다니는온갖새 들과제각기아름다움을자랑하 는 울긋불긋한 꽃들도 그제서 야보이기시작했다.그리고자연 을통해‘기다림’을배웠고아름 다운자연과창조의질서속에서 나자신을되돌아보는시간을갖 게되었다. 그동안해보지못한부족한부 분을채워보자는생각을하게되 었다.평생해보지못했던글쓰기 에 한 번 도전해보고 싶었다. 그 래서내가섬기고있는행복대학 의 문예 창작반인 글여울 반에 등록하게되었다. 난생처음 시와 수필을 쓰며 글 자와씨름하기시작했다. 강의를 열심히듣고배우며걸음마하듯 써나가는글들이내가보기에도 하루가다르게발전해나가는것 을보며기쁨과즐거움도있었다. 사실 나는 학창 시절 글짓기 숙 제를 한 번도 제출해 본 적이 없 었다.그리고이것은나와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으로만 생각했었 다. 교회의 제직이 된 후에 기도 문작성하는것이유일한글쓰기 였었다. 글쓰기를 하며 정말로 많은 것 을 배워가고 있다. 글을 쓰고 나 서도 좋은 글이 되도록 무수한 퇴고의과정을거쳐야정제된순 금같은작품이될수있다는것 도 배웠다. 글을 쓰며 느끼게 된 것은 비록 아직 초보의 수준이 지만새로운자존감을찾은것이 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우물물 이퍼낼수록계속솟아오르는것 처럼잊혔던지난날의일들도더 듬어 갈수록 내 기억 안으로 새 롭게솟아난다는것이다. 그래서 이제부터라도 잊고 지낸 과거의 기억을 되짚어보는 여행을 시작 하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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