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1년 10월 22일 (금요일) 오피니언 A8 줄이고줄이고또줄여라 황금비 종우(宗愚) 이한기 (군사평론가·애틀랜타문학회회원) 독자 기고 필자가게으른사람이라는것 은 오래전부터 정평이 나있었 다. 어쩌다방에들른학생들은 이렇게말한다.“교수님연구실 에오면꼭헌책방온것같아서 좋아요.” 필자는 이 말이 아첨이라는 걸 안다. 그래도 기분 좋다. 나 이 들수록 아첨에 길들여지나 보다. 객관적 사실은 아마도“ 전혀 정리 정돈이 돼있지 않아 서어지러워요”가아닐까. 2~3년마다 자리를 옮겨야하 는 검사나 판사 생활을 했다면 아마도 나처럼 방만하게 연구 실을 운영하지는 않았을 것이 다. 늘옮겨야하기때문에여러 가지 용품을 간소화했으리라. 대학에 들어왔을 때부터 30년 가까이 같은 장소에서 평생 근 무할 것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 문에게으르게사는것이용납 됐던것이다. 그러다 문득‘청소란 무엇인 가’라는질문이머리에떠오르 면서 청소의 철학에 대해 생각 해보게됐다. 청소는세가지요소로이뤄진 다. 청결하게하고정리정돈하 는것이다. 그런데핵심은쓸데 없는 것을 버리는 것이다. 청소 를잘하는사람은잘버리는사 람이다. 잘버리기위해서는더 이상필요없게된것과여전히 필요한것을구분할줄아는지 혜가있어야한다. 요즘중고마켓에서물건을사 는재미에푹빠져산다. 그런데 문제가하나있다. 사기만하지 팔지를못하는것이다. ‘나는도대체왜이럴까’라고 생각해본결과‘나는욕심이많 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좋은 물건을싼가격에사게되면짜 릿한쾌락이온다. 문제는그쾌 락이 우리를 노예로 만든다는 사실이다. 욕심이 많을수록 모 셔야할 주인이 점점 더 많아지 는 것이다.‘무언가를 자꾸 더 해나가야 점점 더 완전해진다’ 고생각하는것은착각이다. “더이상뺄수없을때까지뺐 을 때 완벽해진다.”앙투안 드 생텍쥐페리가한말이다. 이말 을진작알았더라면훨씬더단 순한삶을살았을텐데. 과거를 후회하지 말자. 지금부터라도 그것을실천하면된다. 전문가수준의사진을찍는지 인이언젠가이렇게물었다. “교수님, 사진은 언제 제대로 배우는지아시나요.” “잘 모르기는 하지만 빛에 대 한철학을가지고있을때아닌 가요. 조리개와 셔터의 오묘한 조합을 이해하고 난 후에 구도 를 잘 잡을 수 있으면 된 것 같 은데요.” 돌아온대답은“사진을다찍 고나서편집할때제일많이배 웠습니다. 간직할것과버릴것 을구분할줄알게되면서사진 을배웠죠.지우는게배우는겁 니다.”뒤통수를 한 방 제대로 맞았다. 글쓰는것도마찬가지다.초고 에써놓은것을많이지울수록 글은 좋아진다. 학생들 논문을 지도해보면 초고에서 점점 줄 여나갈수록좋은논문이나온 다. 강연도 마찬가지다. 준비한 것의80%만말할때최고의성 과가나온다. 선배교수한테들 은 조언 중 하나가“어떤 명강 의도시간을넘겨서는안된다” 였다. 최고경영자(CEO) 대상 강연 에서“1년에책몇권을읽으셨 나요”라고 물어보면 대답하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여론조사 하겠다고 하면 노골적으로 대 드는사람들이있다. “교수님은 몇 권을 읽으셨나 요.”이쯤에서 휴전하는 것이 낫다. 더 밀어붙이면 분위기가 험악해지기 때문이다. 대개들 많이 못 읽는 것 같은 눈치다. 그래서 이유를 물어보면 하루 하루 관심가지고 지켜보고 시 켜야 할 현안들이 너무도 많다 는 것이다. 그래서“도대체 몇 개나 되느냐. 구체적으로 적어 봐달라”고 물었다. 많게는 40 개, 적어도15개는써낸다. 평균 25개다.“그중에서 가장 중요 한 것 다섯 개만 골라 달라”고 요구한다. 그리고는“바로 그 나머지 20개가 여러분이 가장 중요하게생각하는 5개에집중 하는 것을 방해하는 중입니다. 그 20개다잊어버리세요”라고 조언한다. 현안을 다 끌어안고 있는 리더는 아무것에도 집중 하지않고있는중이라는사실 조차모르고있다. 줄여야몰입 한다. 멀쩡한 노트북에서 키보드를 빼버렸다. 그랬더니 훨씬 휴대 하기가 편해졌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만든 아이패드 의탄생스토리다. 태블릿은정 보와 지식을 소비하는 데 최적 화돼있다. 반면에정보와지식 을 생성하려면 아무래도 노트 북이필요하다. 키보드가꼭있 어야할 필요 없는 새로운 카테 고리가탄생한것이다. 완벽은뺄셈의미학에서나온 다. 빼고또빼고더이상뺄수 없을때까지빼면서살아라. 각 자의마음속에있는탐욕도이 제는줄일줄알아야한다. 우리는일상생활에서황금연휴, 황 금시대, 황금률, 황금빛, 황금박쥐, 황금수란말을들어본다. 황금은우 아한광채, 희소성, 불변성등여러가 지특성을갖고있어사람들이갖고 싶어하는욕망이일어난다. 또다른황금이란이름을갖고있는 황금비(黃金比: Golden Ratio)에 대 해살펴본다. 은행 대출과 예금 이율, 연체율, 크 고작음의비교, 많고적음의비교등 을 나타낼 때 비(比)를 사용한다. 무 한하게 존재하는 비들 중 세상에서 가장조화롭고아름다운비, 수학적 으로 가장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비 를황금비라한다. 어떤수(x+y)를 큰수(x), 작은수(y) 로 분할할 때 큰수:작은수=(큰수+ 작은수):큰수라는식을만족하면황 금분할 되었다하며 큰수와 작은수 의비를황금비라정의하고있다. 즉 x:y=(x+y):x 이비례식을풀면 x:y는 약(約) 1.618:1이된다. 정확한황금비 는2:(√5-1)이다. 기하학에서는 작도하여 정확한 황 금비를눈으로확인할수있다. 우리들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유명 예술품, 조각상, 건축물, A4용지, 신용카드, 명함, WIDE TV, 컴퓨터모니터,우리인간의DNA에서 도황금비에가까운비율을갖고있 다. 이탈리아 수학자 피보나치의 수 열(數 列)은 제1항(項)이 1, 제 2항도1, 제3항부터는 앞 에 두 항의 합과 같은 수열이다. 즉 1.1.2.3.4.8.13.21.34.55.89.144, …………. 제6항부터는 어떤항의 수를 바로 앞의항의수로나누면황금비에가 까운값이나오는것도흥미롭다. 아 무리 셈하여도 공평하다고 할 수 없 는황금비1:1아닌1.618:1.그럼에도 황금이라이름하다니… 모든 것이 공평한 세상이 있을까? 삶의터전이자스승인대자연과삶의 주변에서주의깊게살펴보아도공평 한 것을 찾아보기 힘들다. 불공평한 것끼리아우러져멋진멋진조화로움 과아름다움을보여준다. 스승인대자연의가르침,즉불공평 도조화롭고아름다울수있다는것 을받아들일수밖에… 공평하지않다는불평불만해보았 자생활에무슨도움이되겠는가! 불공평속에서도꼭필요한것은공 평을 추구하는 마음을 갖는다면 우 리의삶은더여유롭지않을까? 시사만평 데이브그랜 런드작 케이글USA 본사특약 연방의회도 물류대란 하역 못하고 밀려있는 화물들 여기도 많네... 계류중인법안들 김형철의 철학경영 전연세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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