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1년 10월 28일 (목요일) A6 제6회 애틀랜타 신인문학상 어느 새끼오리의 죽음 강창오 - 영국유학 - BBC방송국,Personnel, Journalist Training and Occupational Health Depts. -The British Library, Oriental and Indian Office Collections -재직시The Poetry Society(London) 회원 -현재은퇴(Aman of leisure) -앤도버, 매사추세츠/영국런던거주 어느 한적한 오후, 오랜만에 고개 내민 햇살을즐기려고옆동네공원을찾았다. 주말이고화창해서그런지생각보다많은 인원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일부러 조용 하고꾸불꾸불한구석길을따라공원의 정점인연못가를찾았다. 각종오리떼들 이 산만하게 움직이며 산책 나온 사람들 을 맞아주었고 꽥꽥하는 합창소리는 더 욱정취를풍겨주었다. 잠시 피곤한 다리를 쉬려고 근처의 벤 치에 앉아있는데 맞은쪽 연못 끝자락에 초등학교학생아이들이우르르좌르르 움직이는 작은 소동이 눈에 띄었다. 전 에보지못했던의아스런광경이라도대 체 무슨 일인가 하고 가까이 다가가 보 았다. 갓난오리한마리가물에서땅으로올 라오려고안쓰럽게발버둥거리는모습이 얼른눈에잡혔다. 그모습이애처로웠는 지 아이들이 작은 가지로 막으며 애걸하 다시피“엄마한테 가 가”하며 소리쳤다. 오리가 계속 자리를 옮기며 올라오려고 안간힘을 쓰자 아이들도 따라다니면서 한사코물안쪽으로밀었다. 오리새끼한마리가왜혼자구석에남 아곤경을겪는지궁금해서연못안을여 기저기살폈다. 놀랍게도이한마리외에 다른새끼들도두마리세마리씩짝을지 어안타깝게삐약거리며여기저기로우왕 좌왕하고있었다. 어미에게무슨일이생 겼을까?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새끼들을 돌봐야 할 어미가 없어져 방황하고 있는 광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마음이 짠해 왔다. 아마도나뿐만이아니고곁에서지 켜보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이 한결같았 으리라! 많은오리들이주위에군집해있었지만 어느 오리도 여기에 대해 아랑곳하지 않 았다. 가끔암놈하나가다가올때마다다 같이“야엄마다”하고소리쳤지만오히려 새끼들을 쪼으며 못살게 구는 것을 보아 금방어미가아님을알수있었다. 이러한 모습을지켜보면서다시한번냉정한동 물의세계,즉그것은인간의손이닿을수 없는영역임을절실히느꼈다. 다시시선을돌렸다. 아직도땅으로올 라오려는새끼오리와막는아이들의실랑 이가 은근히 걱정되었다. 저러다가 곧 지 쳐오래버티지못할수있다는생각이앞 섰다.“저 오리가 너무 지친것 같다. 잠시 라도땅에올라와좀쉬게하렴”하고넌지 시아이들에게말을던졌다. 그랬더니정 말 아이들이 손에 들었던 나뭇가지들을 내려놓고물끄러미서서지켜보기시작했 다. 하지만올라온오리는앉아서쉬기보 다는급하게숲속으로향했다. 숲이있는 곳에는 돌아다니는 고양이나 개 그리고 까치까마귀같은거친새들이많아서더 위험했다. 이 모습을 함께 지켜보던 어느 아이 엄 마가“거긴 안돼”하면서 느닷없이 오리 를덮석집어들었다. 그러자근처에있던 노인들이 왜 오리를 잡고 있느냐고 걱정 스럽게 물었다. 그 엄마는 처음에“오리 어미가나타날때까지보호할거예요”하 며한참을서있었다. 하지만 결국은포기 하더니다른오리들이많이붐비는쪽에 다놓아주고는자리를떠났다. 주위의사 람들도 모두 반신반의했지만 도저히 다 른 방법이 없으니까 곧이어 흩어져 버렸 다. 나도 다시 산책길에 올랐다. 조금 더 돌 다가집에갈생각으로아까소동이있었 던그연못자락을도는중이었다. 아뿔싸! 새끼오리가 내 앞쪽으로 다시 헤엄쳐 오 고있지않는가?순간적으로내눈을의심 하면서 자세히 보니 오리의 모습이 심상 치않았다. 다가오던동작이점점느려지 더니 숨을 힘겹게 쉬며 허우적거렸다. 급 기야눈깜짝할사이에아등바등하던동 작마저 멈추고는 훌러덩 뒤집어졌다. 참 으로순식간의일이었다. 전에는사람의 죽음도 봤지만 이런 작은 미물의 죽음을 앞에놓고은근히밀려오는죄아닌죄책 감으로 마음이 저렸다. 아울러 혼자만의 목격으로후회아닌후회가앞서바삐주 변을살폈다. 저만치에서있는아까그아 이들이금방눈에잡혔다. 아이들을향해 “이 오리가 이상하다”하고 소리치자 모 두들쪼르르몰려왔다. 아이들은 약속이나 한듯 일렬로 서서 동작없이떠있는오리를보며“어떡해어 떡해”를연발했다. 그리고는한참동안이 나서운한표정들로움직일줄몰랐다. 그 렇게 엄마 곁으로 가라고 애태우며 도와 주려했던아이들인데… 작은일이긴하지만그냥넘기기에는서 운한새끼오리의최후였다. 그래서내아 이폰에 담아 가족과 지인들에게 보냈더 니한결같이서운해하는답장을보내왔 다. 이렇게새끼오리의죽음을본사람들 의 마음이 너나 나나 다 같았던 모양이 다. 그런데비디오에비친오리의주검옆에 잔잔한물결의흔적이눈길을끌었다. 마 치 모나리자 형태의 우아한 여인이 애절 한 모습으로 죽은 새끼오리를 지키고 있 는듯했다. 그렇게어미를애타게찾다저 세상으로 홀로 떠나는 오리를 품에 안고 동행하고자내려온가디언인양! ■ 수상소감 당선 소식을 듣자 불현듯 중학교 2학년 때의 일이 생각났다. 하루는 국어선생님 이2학년전체학생에게선생님자신에대 해서 작문을 해보라는 과제를 내주었다. 욕을써넣어도좋으니있는감정을그대 로 표현하는 작품이어야 한다고 강조했 다. 용기를내어욕도좀섞어서나름대로 작문을제출했다. 며칠 후 종례시간에 느닷없이 우리 담 임선생님이내작품을받아가지고들어 와서낭독하시는것이아닌가?왜담임선 생님에게 까지 내 작품이 전달됐는지 의 아해하던차에, 장래의유명한작가가될 것이라며반전체에게선포(?) 아닌선포 를해서기분이매우좋았던기억이새롭 다. 그후로작가되기를지향하지는않았지 만기회가될때마다나름대로시와수필 을 써서 여기저기 작은 단체에 기고하곤 했다. 은퇴 후 시간적 여유가 많아지면서 좀더심혈을기울여글을쓰기시작했고 나아가 몇몇 문학회에 가입을 하게 되었 다. 그러던 몇 년 전 어느 날 갑자기 혼란스 러워지는 세상의 현실에 싫증을 느껴 문 학적 표현들 자체가 사치하다는 생각이 들며글쓰는의미를상실해버렸다. 하지 만세살버릇여든까지간다는말처럼글 쓰기의 멈춤은 오래가지 않았고 머릿속 을 맴도는 생각들이 계속 손을 간질이자 급기야 다시 펜을 들어 긁적이기 시작했 다. 기대하지 않았던 제 6회 애틀랜타 신인 문학상 당선 소식을 접하고 보니 중학교 담임선생님의 유명한 작가 선포의 말씀 이 떠올랐고 늦게나마 그 선생님의 예고 를실현(?)한것같아기쁜마음이앞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한 때 중단했던 글쓰 기를 다시 시작했고 그것으로 인한 작은 열매라는생각이들어감사하다. 나의작은관찰과소고를읽어주시고좋 게평가해주신심사위원들과신인상공모 를 준비하신 관계자분들께 진심으로 감 사를 드리며 아울러 애틀랜타 문학회의 무궁한발전을기원한다. 강창오 수필 부문 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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