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1년 10월 30일 (토요일) 발언대 오피니언 A8 김정자 (시인·수필가) 행복한 아침 먼저 나에게 친밀하자 숨어버린 젊음 완연한 가을이 들어서기에는 가 을걸음이더딘것같다. 설익은가 을날에 돌아본 인생길은 잠시 잠 깐의 꿈결같은 여행이었다. 젊음 이 팽팽했던 그날들이 엊그제 같 은데 조만간 종착 역에 내릴 준비 를 서둘러야 한다. 유일한 여행의 기회였고 아무런 연습없이 생방 송으로 시작해서 그야말로 생방 송으로 막을 내린다. 시작부터 죽 음을 숙고하며 여행길에 올랐던 것이라서 마지막 무대에 서서 후 회없는소풍길이었다고거리낌없 이 떳떳하게 말하고 떠날 수 있으 려나. 예고 없이 갑자기 노년으로 들어선 것 같은 현실과 친밀해지 기까지에는달리던시속과의타협 과 수정이 요구되듯 향방과 가치 를재조정해야하는시간이필요했 다. 거부감 없는 부담감으로 한동 안을서성거렸으니까. 빈둥지증후 군에서 겨우 벗어나면서 더 이상 의 경제활동을 하지 않아도 된다 는 책임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자유가편안하게받아들여지기까 지 숱한 관점과 자아의 언덕들이 들판처럼되어가는과정을거쳐야 했다. 유능한부모로살지못했음에대 한 면구스러움과 죄책감이 불쑥 불쑥치밀어오르고, 마치잃어버 린시간을다시찾은것같은황당 함이 노년을 보채고 흔들어대고 부추기기도 하더니만, 지금부터 다, 늦지않았다며귓속에맴돌만 큼 들쑤셔댄다. 은근히 기다려왔 던 Retire를 환영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느지막 황혼 녘 자유를 귀한 기회로 받아들이 며 누려보자는 다그침과는 달리 여상스런흐름의일부로단정하고 수용하기가잡도리하듯되조른다. 허허롭다는 속삭임으로. 육신의 생채 구조와 기능이 쇠퇴되고 시 대에반영되는생각까지겪어보지 못한생소함에직면하면서낯가림 이 시작되고 매사 속도감이 떨어 지고 세상과 맞서던 기력도 줄어 들고 방치된 것 같은 서글픔까지 끼어든다. 노년에 접어들면 젊은층과의 대 화 기회는 당연히 줄어든다. 초라 함을 드러내는 것 같아 뒷걸음질 하기도 하고‘내 나이가 어때서’ 를되뇌이며뻔순이로일관해보기 도 한다. 나이를 일상에서 밀어내 자고 작정하고부터는 반죽이 좋 아졌다. 예민해질 만큼 심각한 일 인데도 그럴 수도 있지가 쉬워지 고 왜라는 의문부호가 성가스럽 다. 자기표현에미숙한경향이있 지만주책이라치부받더라도저질 러보자는마음이슬금슬금앞지 르기시작한다. 움츠러들지 말자고 낯선 환경도 즐기듯쉽게다가서자고밀어붙이 기 처신을 수행하기로 했다. 거울 을 보며 눈동자를 굴려가며 헤죽 헤죽 웃기도하고 개구진 표정을 만들어 보기도 한다. 그러노라면 한껏 즐거워지고 은연 중 자신감 이솔솔주변을맴돌기도한다. 필 요 충족의 분위기를 감지하고도 쭈뼛거리며 나서지 못하는 나를 사랑하자고부추겨본다. 노구를 인정하고 자신에게 먼저 친밀해지는 습관을 붙들어 보자 고 귓속말로 전갈을 건네준다. 나 이 든다는 것과 전면전 치르듯 나 를 극복하는 계기의 시작으로 여 태껏 살아보지 못했던 새로움에 도전하는 용기 발산이 요구되는 시점이라종용하듯들쑤셔보기도 한다. 내면의 평화로움을 지닌 노 년기로 다듬어 가기 위해 시간을 넉넉하게열어놓기로했다. 태평양을 건너온 이후의 치열했 던 삶의 흔적들이 퇴행성 관절염 처럼묵은통증이되어켜켜에먼 지처럼 쌓여있다. 진통제로 풀어 질 고질도 아니지만 아름답게 잘 살았노라고 훈장 하나쯤 얻은 마 음으로 걸어온 통로를 가려(佳麗) 함으로승화시켜보자. 그러노라면남은날들이더욱이 아름다울 수 있을 것이라는 충동 질로 미묘한 회한들이 마법처럼 심성을 추켜세워준다. 살아온 날 들이 남은 날들의 스케치를 획책 하듯북돋우어준다. 흔적의잔재 나 결과의 귀추에는 진원의 몰입 을두지말며삶을느끼고새롭듯 조명해보는 일에 집중하자. 은은 한 순리로 받아들이며 운둔해 버 릴뻔했던 나를 풀어주자. 쉼 없이 치열해야한다고다그치며채찍질 해오지 않았던가. 종착역이 얼마 남지 않은 간이역에서 허리끈도 조금 느슨하게 풀어주며 초조하 게 달려왔던 나에게 친밀하게 다 가서자. 긴여정동안견디어온숭 고한 순간들이 고유의 심유한 깊 은향내가되어남은날동안에라 도 충만을 맛보게 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붙들자고 두 손을 깍지 끼어본다. 비록겉은후패하고낡아지고보 잘 것 없지만 생애를 바친 껍데기 의 빈 충만이라도 아름답기를 바 램해 보는게 떠나는 길손의 여린 바램이요 순리요 질서가 아닐까. 얼마남지않은선물같은시간앞 에 한아함을 어떻게 누려야할지 당혹스럽기도하지만남겨질흔적 들의 초라함과 고인 울음을 펴놓 을 자리가 깊고 그윽했으면 좋으 련만. 이도저도쉽지않음이라서먼저 나에게라도 친밀하자고 물수제비 뜨듯 잔물결 파문처럼 생을 일구 자며화이팅을외쳐본다. 브루스플랜트작 케이글 USA 본사특약 시사만평 핼로윈 장난 백신 맞기 거부하는 저 아저씨 우리가 엄청 겁먹게 했지. 여기, 우리 홍역 발진난 것처럼 점을 더 찍어야 할까봐. 공연장에 모인 100명 중 4명 은 소시오패스다. 그 중엔 1명 의사이코패스도들어있다. 어젯밤 넷플릭스에서 본 으스 스한 살인마 이야기가 아니다. 유병률 각각 4%, 1%로 밝혀진 소시오패스, 사이코패스 스토 리다. 내 주변에 멀쩡하게 걸어다니 는소시오패스. 어쩌면오늘아 침나의굿모닝!인사를못본체 지나간 이웃, 직장 동료일 수도 있다. 이들이싫어하는건필요없을 때 찾아와서 친절하게 구는 사 람들이다. 이들에게‘관계’란 자기 쪽에서 써먹을 일이 있으 면찾고필요없을땐차갑게잘 라버린다. 소시오패스 연구의 대가로 꼽 히는하버드대학정신과스타우 트교수의저서‘내이웃의소시 오패스’에는 다양한 환자사례 가 소개되어있다. 똑똑하고 잘 생긴청년스킵은어린시절, 산 개구리 입안에 폭약을 쑤셔 넣 고폭발시켰던장면을짜릿하게 기억한다. 그 희열감을 잊을 수 가없다. 그는화려한학벌과외 모덕에사회적으로성공가도를 달리고있다. 또다른직장인도린은자기보 다예쁘거나더빨리출세한동 료들을 골탕 먹일 생각으로 하 루를보낸다. 몇건은교묘히성 공! 더잔혹한방식을떠올리느 라머릿속은늘바쁘다. 그런가 하면, 덕망 높은 고교 교장인 한 남성은 가면 뒤에서 학생제자와 성관계를 갖고 마 약에손대며살인을범한다. 환 자들은 비상한 머리로 남을 곤 경에빠뜨렸다가자신이불리하 게되면약한척동정을유발하 는일도능하다. 소시오패스는 공식진단명은 아니다. 대신 반사회적 인격장 애(ASPD)안에서설명된다. 진단은 적어도 18세 이상, 15 세 이전에 품행장애 전력이 있 다. 폭력적, 공격적, 충동적이 고 법과 규율을 무시하며 거짓 말을 일삼는다. 행동이나 성격 적스펙트럼이너무도다양해서 ASPD 중에도 한쪽 끝엔 소시 오패스, 다른쪽끝엔사이코패 스가 있다. 자기 생각과 행동은 늘옳다.남을속이고,범죄를저 질러도죄책감따윈없다. 빗나간야망을채우기위해착 취하고피해자의고통엔공감하 지 않는다. 감정이 오르락내리 락 기복이 심한 정신적 장애를 겪는다. 생각, 인지, 감정을조절 하는 전두엽의 기능은 약 15% 수준. 감정 고통에 무감각하고 양심 가책이나 윤리 개념도 없 다. 아이오와 카버의대 정신과 의도널드박사는“이들의삶은 평생 빗나간 행위로 이어진다” 고말한다. 요즘 한국 미디어에 소시오패 스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본래는 정신병질(psychopathy) 성향이 높은 범죄자를 가리키 는 개념이지만, 정치인이나 유 명인사를 향한 공격용 단어로 도마구쓰이는모양. 실제정신 의학에서 사용되는 개념과는 거리가있다. 한국경찰연구학회에서는 살 인범, 성범죄자를 미디어에서 사이코/소시오패스로 부적절 하게 부르는 것에 대해 우려한 다(2013년 연구). 범인이 후회 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거나 죄 책감 표현이 없을 경우,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느끼지 않을 때 흔히 사이코/소시오로 언급하 고 있지만 이것은 전체 진단기 준의일부일뿐,이를‘별종인간 ’으로분류하고“소시오패스니 까그런거지. 이제알겠네. 문제 해결!”이라기엔설명이너무안 이하다. 전문가가대면진료없이공인 의진단명을미디어에공표하는 것을 금하는 골드워터 룰. 타인 의 위험 예방에 필수적이라면 비밀보장규칙을깨고폭로를해 야한다는테라소프법규. 이둘 의상충은분명딜레마이다. 더 중요한건, 저 인간 소시오 패스! 걔는 우울증! 넌 ADHD! 제멋대로갖다붙인병명은‘레 이블’이되어서한인간을더이 상 깊이 있게 이해해볼 통로가 막힌다는사실. 나에겐그게영 안타깝다. 김케이 임상심리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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