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2년 1월 22일 (토요일) 사 설 오피니언 A8 류요한 (애틀랜타한인교회) 내마음의시 겨울에 부는 바람 눈꽃 여백 첫눈이 내렸다. 세상이 눈부시 다. 흰 눈이 만상을 덮기 시작하 자빈가지마다소복소복눈이쌓 인 풍경들이 프레임 가득 생경하 고 거대한 산수화를 그려내고 있 다. 온마을풍경이그림엽서모델 이 되기도 한다. 하염없이 거침없 이 내린다. 궁창을 맴돌다 허공에 서 머뭇거리며 나목 곁에 서성이 다 못내 덧없음을 떨쳐버리지 못 하고 몸부림처럼 들판으로 나뭇 가지위로내려앉는다. 만상위에 발을 내딛는 순간 형체없이 녹아 내려 발에 채이기도 하고 대지에 스며드는부질없는흐름이두려웠 을까. 사박사박 뽀드득 뽀드득 눈 밟히는소리가아픈신음이었나보 다. 지인을 떠나보낸 회의감과 절 절한 아쉬움이 다스려지지 않는 내마음처럼. 눈이내려앉는소리없는울림이 처연한 그리움 자락이 되어 내려 앉고 있다. 애석함에 마음을 두게 되고 잊혀지지 않는 사념들이 눈 송이처럼흩날린다. 한치앞도볼 수 없는 게 인생이라지만 그렇게 덧없이가실줄은몰랐다. 신년특별새벽기도회기간첫날 성전을 찾아 나서다가 심한 두통 으로 다시 집으로 돌아가시는 그 길로 중환자 실에서 의식과 무의 식의격렬한경계에서혼수상태로 며칠을 보내다 하나님 부르심을 받고 홀연히 우리들 곁을 떠나셨 다. 남은자의몫이아무리애닯다 한들사랑하는가족들을남겨두 고 떠나시는 권사님의 마음은 어 떠하셨을까. 그토록아득하고험했던길저너 머에 비로소 안식의 땅에서 이렇 듯 눈꽃이 피어나는 추억의 동산 을내려다보고있으시리라. 권사님‘수첩 가득 채워져 있던 간곡한 기도제목들에는 이제 더 는 연연하지 않으셔도 되겠습니 다. 따님들이 독실한 믿음 그대 로 간직하셨다가 훗날 천국에서 어머님 뵈올 때 부끄럼 없는 만남 을 저랑 약속했거든요. 멀지 않은 Crowell Brothers Cemetery 권 사님누우신자리위에도하얀눈 이 쌓였겠네요. 톱 연주가로 활동 하시면서구성지고은혜로운찬송 가를연주해주셨던아버님께선조 선의 독립을 위해 생애를 바쳐오 신독립운동가의딸로태어나믿 음 깊은 신앙을 키워오시면서 세 따님의 아버지를 만나시고 이민 길에 오르시면서 애틀랜타에 정 착하신 계기로 우리들과의 만남 이 시작되었고 딸만 키운다는 공 통점으로 하여 삼십 년을 넘기는 인연을이어왔던게지요. 그날카페에서커피타임을가진 것이 어찌 마지막 시간일 줄 알았 을까요. 성가대에서 짝궁 자리를 오래도록 지켜왔던 일들도 이젠 햇살이다사롭거나비가내린다는 사유로순간순간떠올려지는추억 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을 끝내시고 이별 연 습도없이, 아직은이르다싶은날 에홀연히천국으로삶을옮겨가 시면서이별식을치루었네요. 혹한을견뎌내고냉랭한추위속 에서 삶의 잔해들을 추억이라는 미명으로 곱게 덧입혀주는 하얀 눈이, 못다한 온정으로 은혜롭고 성스러운위로를건네주고있습니 다. 천지간온갖슬픔과서러움, 오 욕까지도포근하게덮어주고있기 에 비애감보다 조금 앞서가신 서 운함만동그마니남겨지기를기도 드리게 된답니다. 눈꽃이 만개한 뜨락에 서서 아직도 생생한 님의 모습이 와이드 앵글 콘티처럼 겨 울 들판에 가없이 하염없이 맴돌 고있답니다. 눈꽃을피워낸여백들을이방인 으로 살아내야 하는 질척이고 무 거웠던 삶에 눈부신 조명이 되어 고단했던 삶 구석구석을 쓰다듬 어 주는 시간으로 받아들이려 합 니다. 순백의 포근한 눈송이가 창공 을 가르며 하늘 특사처럼 뭇 인생 들에 실어 나르는 전언을 듣습니 다. 영생의 언약을 기억하며 마지 막 떠남을 준비하는 남은 날들로 채워가라는 하늘 전언이 이토록 명징하게 가슴을 울릴까요. 유독 분주했던 것도 아닌데 무수한 날 들동안아직은때가아니라며외 면해왔던부끄럼이님과의이별을 나누면서 얻게 된 뒤늦은 깨달음 까지도 하얀 눈꽃의 호의로 용납 해주고싶어집니다. 하늘에소망을둔성도의반열에 서 실격에 가까웠던 아웃사이더 적 행위들을 님이 소천하신 아픔 앞에서 하늘가는 밝은 길을 흔들 림없이흐트러짐없이반듯한걸 음으로집중하며준비해가려합니 다. 천체의 광년에 비하면 찰나같 은시간을보내고우린곧만나질 테지 하는 소망이 투명하게 피어 나는눈내리는날입니다. 하얀눈 은 님이 계신 새로운 세상에 대한 경건의 마음이라 여겨집니다. 다 른계절이가질수없는눈꽃여백 을품으며소망을향한겨울꿈이 익어가고 있습니다. 천국 소망을 품을수있는헤어짐으로우린서 로이별을나누었기에’. 세찬겨울바람이불어와 한점남아있던낙엽마저날리며 나무가지를아프게흔든다 잎새무성한나무를찾아오던 새들은둥지에서움추리고 백발의노인은꿈을꾼다 사랑하는님과함께손잡고 거닐던하얗게눈이쌓인길 어릴적동무들과뛰놀던겨울 오늘도찾아오는이없고 바람만불어와창문을흔드니 이제는불어오는바람도반갑다 김정자 (시인·수필가) 행복한아침 미국인아버지둔혼혈한인도복수국적에발목 홍준표법’이라불리는한국국 적법의‘선천적복수국적’관련 조항에따른한인2세들의피해 가끊임없이이어지고있다. 이번에는 미국인 아버지와 한 인어머니를둔미국태생2세청 년저스틴(가명)이미해군의요 직에 발탁되고도 자신도 모르 게 부여된 이중국적에 발목을 잡힌사례가문제가되고있다. 선천적 복수국적법이 문제가 되는 것은 기본적으로 두 가지 때문이다. 첫째는 본인도 모르 는 사이 복수 국적자가 된다는 사실이다. 미국에서 백인을 아 버지로 태어나 한국에는 가본 적이 없는 사람도 법적으로는 한국국적자가될수있다. 미국 에서 태어났어도 출생 당시 부 모중한사람이한국국적자(영 주권자)이면 자동적으로 한국 국적을 갖게 하는 선천적 복수 국적법때문이다. 둘째는 국적이탈 기간의 제한 이다. 한국 국적을 이탈하고 싶 어도아무때나할수있는게아 니다. 남성의 경우 18세가 되는 해3월까지이탈하지않으면30 대 후반이 되기 전에는 국적을 이탈할 수 없다. 이처럼 불합리 한 국적법이 제정된 이유는 이 른바원정출산자들이미국국적 을 핑계 삼아 병역의무를 회피 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 때문에 무고한 한인 2세들에게까지 터무니없는 족 쇄가채워진것이다. 대부분 한인 2세들은 국적이 탈 규정은커녕 자신에게 한국 국적이주어졌다는사실자체도 모르는 것이 현실이다. 가장 큰 문제는저스틴의사례처럼선천 적복수국적이사실상이중국적 으로취급돼미국내공직과정 보및군요직등에진출하는데 걸림돌이된다는것이다. 이같은불합리를해결할수있 는 방법은 명약관화하다. 국적 법을합리적으로개정하면되는 것이다. 특히 국적법 중 병역준 비역에편입된선천적복수국적 자의국적이탈을제한하는조항 은 2020년 한국 헌법재판소의 헌법 불합치 판결이 내려졌기 때문에 반드시 고쳐져야하는 사안이다. 올해 9월30일까지 개선 입법 이 이뤄지지 않으면 10월1일부 터이조항은효력을잃게된다. 한국국회는이를더이상외면 하지 말고 하루 속히 개정법을 발의,통과시켜야한다. 혼자죽어가는사람들…독거노인에관심을 새해 첫 주부터 비극적인 뉴 스가 전해졌다. 저소득층 아파 트에혼자거주하던 80대한인 노인이숨진지2주가지나서야 발견됐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다.작년성탄절연휴즈음에지 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 는그노인은자녀가수차례전 화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고, 결국시신으로발견됐다. 코로나 팬데믹 3년차에 접어 들면서 다들 지치고 힘들지만 가장고립된계층이노인,그중 에서도 혼자 살고 있는 독거노 인들이다. 그러잖아도 외로움 이 깊은 노인들은 팬데믹 이후 지금껏 시행되고 있는 격리와 거리두기로 인해 갈수록 고립 되어가고있다. 특히건강이좋 지 않아 면역체계가 약한 고령 자들은감염의위험때문에외 출이 어렵고, 가족과 지인들조 차자주만날수가없기때문에 외부와 단절된 채 소외된 삶을 이어가고있다. 고립은모든연령층에해롭지 만 노인들에게는 특히 건강의 적이다. 우울증 등 정신질환은 물론치매, 심장질환, 뇌졸중등 육체적 질환의 위험도 높이는 것으로 많은 연구 결과 나타났 다. 최근 유럽과 아시아 7개국의 12개 연구에 포함된 2만1,666 명의데이터를연구한결과, 혼 자사는55세이상의사람들은 치매에걸릴확률이30%더높 다는 결과도 나왔다. 미주지역 한인노인들은특히나언어장벽 과문화등또다른외부조건이 더해져고충이더욱심하다. 일차적으로가족과이웃의따 뜻한관심과배려가필수다. 전 화안부나방문, 정기적인식사 와 모임을 갖는 것이 독거노인 들에게는 일종의 생명줄이 될 수있다. 홀로사는노부모는물론고령 의 친지들에게 자주 전화해 안 부를 묻고 방문해서 약품이나 식품구입등필요한도움을제 공하는 성의가 필요하다. 그런 소통이 상호유대감을 높임으 로써 노인은 물론 자신의 정신 건강에도도움이될것이다. 가족의관심뿐아니라커뮤니 티 차원에서도 독거노인들을 위한대책이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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