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2년 1월 25일 (화요일) D6 기획 사회 10 2022년1월25일화요일 “이젠고층건물을볼때마다 ‘외견상 멀쩡해도 언제무너질지모른다’는 생 각부터들어요. 노이로제에걸릴지경입 니다.” 광주광역시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 크 붕괴현장을 취재하다가 만난 시민 의호소다.지난해6월철거도중무너진 건물이버스를덮쳐17명이죽거나다친 동구학동참사를겪은지불과반년만 에 39층짜리신축 건물 상층부가 내려 앉아 6명이숨지거나 실종되는 사태를 맞았으니,광주시민들이건물안전에집 단적불안을 겪더라도이상할 게없는 판이다. 더구나이번사고는 그 불안이 특정지역만의것이아닐수있다는점을 여실히보여준다. 모든건축물은설계, 시공, 감리를거 쳐완성된다. 그러나 붕괴당일인 11일 부터시작된현장취재에서분명히확인 한것은, 화정아이파크공사는이세가 지핵심절차 모두에심각한 하자가있 다는점이다. 또다른자명한사실은이 런흠결이국내건설현장에깊숙이뿌리 박은작업관행과문화에서비롯한다는 점이다. 설계는건축물의밑그림을그리는과 정이다. 사고건물은설계과정에서‘안 전성’보다 ‘분양수익’에신경쓴흔적이 역력했다. 보 ( 슬래브를 떠받치는 구조 물 ) 가없는무량판구조로택한점이대 표적이다.이방식은보가차지하는만큼 건물층고를낮출수있다.층당10㎝만 높이를낮춰도 30층건물에선3m를확 보할수있어그만큼집을더지을수있 다.다만보가없으니충격에취약할수밖 에없고,이를보완하려면철근으로바닥 ( 슬래브 ) 과벽체를보다단단히연결하 는구조설계가뒤따라야한다.그럼에도 사고가일어난201동의내력벽 ( 수직하중 과수평하중을구조물기초로전달하는 벽 ) 엔큰창문이여러개설치돼철근이정 착할공간이부족했고,결국무너지는슬 래브를붙잡지못했다. 시공상 문제도 심각했다. 콘크리트 양생 ( 굳힘 ) ,동바리 ( 콘크리트타설부위 지지대 ) 제거,불량레미콘사용등부실 시공정황이여럿드러 났 는 데 ,업계에선 ‘선 ( 先 ) 분양 후 ( 後 ) 시공’ 제도에기반한 ‘ 빨 리 빨 리 짓 기’문화에서흔하게 벌 어지 는일이라는 반 응 이다. 특히사고 현장 에선시공과정에설계가 변 경되는일이 반 복됐 는 데 , 사고의1차 원 인으로지 목 되는 덱플 레이트방식을 39층바닥 피 트층 ( 설비 와배 관이지나는층 ) 타설작 업때 채 택한 것도 현장 판단으로설계 가 바 뀐 결과 였 다. 전문가들은 시공의 편 의성때문에설계를 변 경했을것으로 보고있다. 피 트층은층고가 1. 5 m정도 여서동바리설치가 쉽 지 않 은상황에서, 일체 형강 판거 푸 집이라동바리를설치 하지 않 아도되는 덱플 레이트를선택한 것아니 냐 는 것이다. 하지만 경 찰 안 팎 에선 덱플 레이트가하중을떠받치기힘 들만큼콘크리트가과하게타설되면서 결국 덱플 레이트가연 쇄 붕괴의시 발 점 이 됐 다는관 측 이나 오 고있다. 설계 와 시공의파수 꾼 이돼야 할 감 리또한 엉망 이 었 다. 사고 현장에서감 리는준공 허 가를받으려관공서에제출 할 서 류 에도장을 찍 는역할로 전 락 했 다.한국일보가 김형 동국민의힘의 원 실 을 통 해입수한 2019년2분기 ~ 2021년 4 분기화정아이파크공사감리보고서엔 “공정관리, 시공관리, 품 질관리,안전관 리등이보 통 이상으로양호하다고 사 료 된다”는평가가적 혔 다.지난해12월 인근 203동 39층에서도콘크리트타설 부위20 ㎡ 가붕괴 됐 지만감리보고서엔 기재되지 않 았다.감리업체가지난달 피 트층안전관리를철 저 히하라고지시해 놓 고 조치내용을 확인하지 않 은 점은 사고를 막 을 마지 막 기 회 마 저날린형 국이라특히 뼈 아 프 다. 이번 사고는 부실설계 - 부실시공 - 부 실감리의 삼 박자가 빚 어 낸 결과다. 3불 ( 不 ) 의고리를 끊 지 않 는다면참사는언 제든재 발 할수있다. “고층건물만 봐도 붕괴노이로제” 광주만의심정이아니다 김도형 사회부기자 기자의눈 충격고려않고분양세대늘리기 ‘빨리빨리시공’에잦은설계변경 ‘파수꾼’감리는도장찍기바빠 부실설계^시공^감리‘3不’끊어야 오는 27일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 은우리사회안전수준을한차원높이 는전환점이될거란여론의기대를받고 있다. 하지만이법을피부로 맞닥뜨릴 기업과 노동계의시각은 좀 더복잡하 다.‘처벌수위를높여사고를예방하자’ 는이상과별개로,현실에선예기치못한 ‘나비효과’가의외의부작용을 낳을 수 있어서다.법앞에경직된기업의반사행 동이되레노동자의고통을 키울 거란 우려도나온다.중대재해법시행이후면 밀한보완이지속적으로이뤄져야한다 는목소리가높은이유이기도하다. 쭖킲컿핂숞엲풂믾펓슲 24일관련업계에따르면,기업들이가 장우려하는문제는중대재해의법적책 임을 물을 대상이모호하다는 점이다. 중대재해법은형사처벌대상을 ‘사업주 나 경영책임자’로 규정했지만 과연 경 영책임자가 누구냐는 게여전히 논란 거리다. 당장 ‘광주아파트붕괴사고’만봐도, HDC현대산업개발의처벌대상이오너 인정몽규회장인지,유병규·하원기대표 이사인지, 새로 도입될최고안전책임자 ( CSO ) 인지불명확하다.이정회변호사 ( 법무법인솔루스 ) 는 “중대재해법에는 책임자의개념이추상적이고, 책임자가 어느정도개입했는지판단할구체적인 가이드라인도 거의없다”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는“경영책임자가안전보건 의무를이행했다면중대재해가 발생해 도 처벌받지않는다”고 했지만여전히 ‘의무’가 명확하지않다는게대다수의 지적이다. 처벌에이르는과정에서도나비효과는 발생한다.안전사고에대한기소후최종 판결까지는상당한시간이걸리는데,이 과정에서불필요한사회적혼란과갈등 이커질수있다.임우택한국경영자총협 회안전보건본부장은“통상안전사고관 련대법판결까지는 2년이상걸린다”며 “검찰이나법원도사안별로판단이다를 수있어,어느정도판례가누적돼사회적 판단기준이확립될때까지는갑론을박 이불가피할것”이라고우려했다. 이런혼란덕에법조계는 ‘특수’를 맞 았다. CEO 처벌을 우려한기업들의자 문 의뢰가 쇄도하고 있어서다. 김앤장 은기존태스크포스 ( TF ) 를확대개편해 ‘중대재해대응그룹’을 운영중이다. 경 찰 출신변호사부터고용부, 산업안전 보건공단출신등 100명이상이일하고 있다. 광장역시60명규모의‘산업안전· 중대재해팀’을운영하면서,최근신인재 전산업안전보건교 육 원장을영입했다. 태 평양 은중대재해대응본부를 4, 5 개팀 으로나 눠휴 일에상관없이24시간상 황 실을가동한다는계 획 이다. 핞 뽆솧핞펞쭎젢앟쇮쿦솒 중대재해법의나비효과는역 설 적으로 현장근로자를 옥죌 수있다는지적도적 지않다.대표적인것이장기소 송 전 와 중 의이중피해다.사고책임을어 떻 게 든 면 하려는기업이대법원까지소 송 전을 끌 고갈경우,근로자개인으로선 막 대한비 용과시간을 감 당하기 쉽 지않다. 관행적인기업의우선보상도 약 해질 우려가있다. 사고 피해자에대한 선제 적보상이 곧 ,‘책임인정’으로비 칠 까기 업이도의적책임차원의보상에조차인 색 해질거란 얘 기다.제조업계관계자는 “ 평 소 사고책임 증 거수 집 을위해생산 현장에 폐 쇄회로 ( CC ) T V 등 감 시 설 비를 대 폭늘 리면서인 권침 해논란을 빚 을수 도있다”고 말 했다. 기업들은 중대재해법이 취약층 근로 자의고용을 줄 일가 능성 도 경고한다. 가 령 기 저 질환에의한사 망 도현장에서 발생한다면중대재해로처벌받을수있 기때문에,점차고 령 자,기 저 질환자의 취 업문이 좁 아질수있다는것이다.대형건 설 사 관계자는 “그동안에는가 벼 운 감 기나질병이있어도고용하는 분 위기 였 지만,앞으로는 달 라질가 능성 이있다” 고 말 했다. 특히일용직을 많 이 쓰 는건 설 현장에서 취약 계 층 이생계를 위협받 을수있는 셈 이다. 또 사고예방을 명 분 으로 채 용전건 강 검 진 을 강화 해이를 채 용거부사유로 삼 을가 능성 도거론된다.이에대해 강성 규가 천 대교수는 “업무상재해로인정 받은모 든 질병이중대산업재해에해당 하지않는 만 큼 인과관계확인이중요 하다”고 말 했다. 건 설 사들은일용직근로자가 급감 할 경우, 지 금 보다 공사기간 ( 공기 ) 이 늘 어 날 것을 우려한다. 하지만 국 토 교통부 관계자는 “ 충분 한 공사기간을 줘 도시 공사가 비용 절감 을 위해공기를 줄 이 려는경우도있고, 시공사가 하도 급 업 자한 테빨 리 끝내 라고할수도있다”며 “앞으로는모 든 주체가공기보다안전 이 먼저 라는인 식 을가져야한다”고 강 조했다. 김지섭^안아람^신지후기자 오는 27일부터시행되는 중대재해처 벌법이 성 공적으로연 착륙 하려면무 엇 보다모호한법규정을명확히하고,산 업안전 분 야전문인 력 과행정인 프 라도 함께육성 해야한다고전문가들은입을 모은다. 노동계 측 인사인 김광일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24일“경영책임 자규정이모호한것은중대재해법도입 을 반기는 노조 측 에서도인정하는 부 분 ”이라며“ 향 후처벌주체를상법상대 표이사로단 순화 하는보완입법이필요 하다”고지적했다. 기업을 대표하 는 임우택 한국 경영자총협회 안 전보건본부장도 “사고 예방을 위 해 형사처벌을 꺼 냈 는데 그 근거 법 률 에 체계 성 이 없다”며 “결국 법 적용을 놓 고 소 송 전이 빈 발할 수 밖 에 없어 이런 불 확실 성 해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 했다. 법제정만으로는 채 울 수없는 안전 인 프 라 구 축 도 시 급 한 과제로 꼽힌 다. 우선중대재해법시행으로산업안전 분 야전문인 력 수요가 급증 할전 망 이어서, 관련인 력양성 대책이조속히 뒤 따라야 한다는지적이높다. 여기에대기업보다여건이 열악 한 중 소기업은아예관련인 력 을 구할 수없 는부 익 부 빈익빈 현상도우려돼적 절 한 지원대책도필요하다. 권승길 대한산업 안전협회안전지원본부장은 “중소기업 현장에서안전업무를 담 당하 던 인 력 이 최근대기업경 력 직으로이동하는현상 이 심 해지고있다”고전했다.그는“대 학 의산업안전관련 학 과가 많 이사라 졌 는데앞으로는전문인 력양성 기관이 마 련돼야한다”고 강 조했다. 중대재해법의 원 활 한 적용을 도울 행정인 프 라도 크게 부 족 하다는 지적 이 나온다. 김광일 본부장은 “현장의 안전을위한 사업에서는 산업안전보건 공단과 고용노동부가 협업해야 하는 데여전히관계정립이안돼있고, 순 환 보직제인 정부 관 료 들도 안전에 대한 전문 성 이부 족 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현실을 보완하려면 새정부에서 산업안전보건 청 신 설 이필요하다”고 강 조했다. 안전에 대한 국 민 적인 의 식 개선 노 력 도 중요하다. 이준원 숭 실대안전보 건 융합 공 학 과 교수는 “ 초 등 학 교 때 배 우는 안전문 화 는 교통안전 정도인 데이제는 산업안전 문 화 까지 넓힐 수 있어야 한다”며“정부 와 고용부, 산업 안전보건공단 이 나서 산업 안전 문 화 정 착 을 위한 제 도적 투 자에 나서야 한다” 고 조 언 했다. 법 적용이 2 년간 유예된 5 0인 미 만 사 업장에 대한 산업재해 예방사업에 정 부 지원이 크게 늘 어야 할 필요 성 도 있다. 산업재해의 대부 분 이 발생하는 5 0인 미 만 중소기업이스스로 산업안 전 체계를 구 축 하는 데는 한계가 있 어서다. 임우택본부장은“현재100 억 원에불 과한정부의산업안전예방사업예산을 노사정 합 의에따라 2,000 억 원까지 늘 리기로 했지만 지 켜 지지않고 있다”며 “우선이것부터실행에 옮겨 야하다”고 말 했다. 김광일 본부장은 “ 5 인 미 만 사업장 은 아예 법적용에서 배 제되면서여기 선 사 람 이 죽 어도 괜찮 다는 죽음 의 차별 화 가 발생했다”며 “법의 사각지 대에대한 정부의적 극 적인안전 투 자 가 절 실하다”고 요 청 했다. 김현우기자 현실이된 중대재해법 <하>준비없인안전도없다 <상>공포만가득한현장 <하>준비없인안전도없다 글실은순서 대표이사? CSO?책임자개념모호 처벌피하려노동자과실따질듯 소송최소 2년걸려노동자부담↑ 기저질환자등고용위축가능성 일용직많은취약계층생계위협 건설사는“인력난에공기지연될라” “중대재해법지속적보완을”목소리 전문가 ‘중대재해법연착륙’ 제언 “모호한법률규정정립”한목소리 대기업^중기‘산업안전양극화’우려 전문인력양성대책마련도시급 사각지대‘50인미만’지원늘려야 중대재해소송전비화 땐 노동자 피해$ “로펌배만 불릴라” 우려 “처벌주체대표이사로단순화 산업안전보건청신설도필요” 광주서구화정동신축아파트붕괴사고2주째인 24일구조대가 22층에소형굴착기를 투입해잔 해를 제거하고있다. 구조당국은이날부터수색· 구조작업을24시간체제로전환했다. 광주=연합뉴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후예상되는나비효과 1. 중대재해책임자규정모호로인한혼란 2. 처벌피하려는기업,근로자간법적다툼 3. 판례쌓일때까지사회적혼란지속 4. 소송장기화때노동자측부담가중 5. 소송빈발속로펌만 ‘특수’ 전망 6. 고령·기저질환자채용기피로고용위축 7. 일용직건강검사강화로건설공사기간지연 기업이답한 중대재해처벌법시행 애로사항 ● < 자료 전국경제인연합회 > 모호한법조항 (해석어려움) 43.2 % 경영책임자 과도한부담 25.7 % 행정·경제적 부담(비용등) 21.6 % 처벌불안에따른 사업위축 8.1 % 기타 1.4 % 광주아파트구조대, 굴착기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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