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2년 2월 5일 (토요일) 믿어 보자 오피니언 A8 세상을살아가는데는엄격한규 제도있지만은밀한약속들도존재 한다. 각종 신호, 경계 표시, 문자, 숫자를비롯해서법,돈,시간,계량, 윤리, 도덕, 신용등이인간사에존 재하는 막강한 약속인데 과학이 세상을 이끌어 가고 있다는 사실 을 결정적으로 믿을 수 밖에 없는 세상으로가고있다. 팬데믹은 과 학에 기존한 의학을 믿고 따라야 생존이보장된다는담론을정설로 자리잡아가도록길을내주었으니 말이다. 예술은 상상력에 실려 비상하고 경제는 우주로 까지 손을 뻗치고 디지털 4차산업혁명은미래전반 에 걸쳐 문화를 장악하겠다고 기 염을토하며끝없이발전을거듭하 고있지만믿음이가는, 믿을수있 는 세상 풍조나 정의로움과는 거 리가멀어져가고있다. 이러한시 대흐름에동승하지못할바엔차 라리 정체성에 귀의하 듯 현대 문 명 답습을 보류하는 모드도 있기 에조용히세상과의교류에여지를 두고올곧은정체성만은지켜내며 진리에이르는사유활동방식을택 하는 길이 열려 있음에 깊은 감사 를하게된다. 윤리,도덕은인간의삶을존속시 키는데필요한것들인데세상은불 신으로 가득하고 서로를 향한 믿 음이 갈수록 손쉽게 버려지고 묵 언으로 지켜져야 할 약속들에 도 리어 인간이 볼모가 된 느낌이 드 는것은나만의착각일까. 세상사 조는 믿을 수 없는 세상이란 부유 물만 떠오를 뿐 소심의 쟁취는 행 방 묘연이다. 요컨대 세상을 믿을 수 없다는 불편함과 모호한 섭섭 함을 상쇄해보고 싶다는 전제하 에 벌어진 발상이라 무조건 믿어 보자는 것에는 문답무용이다. 전 개될세상흐름을궤도수정까지는 아니더라도상상력에맡겨보는것 도 조금은 숨통이 트일 듯도 해서 상상력에대한논지들을찾아보았 다. 상상력은 원시적 신화적 발상 체계를거쳐예술로승화되고문화 적 돔을 구축해가며 드디어는 경 제와과학에까지승부수를던지고 있다. 상상력이 이루어 놓은 과학 발전이나예술과문화생성과인간 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마치 원시 사회보다문명화된현대사회가월 등하다고우기는가설을이미지화 시켜버린진부한논리가정설로버 티고 있다 한다. 세상은 설득력이 미심쩍은 믿기 힘든 가설을 우격 다짐으로들이대는일들이다반사 다. 짜증같은반발심에불을지피 고 있는 세상 흐름 또한 밀어내고 싶지만 철벽 같이 강압적으로 버 티고있는터라가끔은외면하거나 잠적해버리고싶은심정이되기도 한다. 돈키호테 같은 웃픈 대담성 의 강심장이 아니라면 묵묵히 세 상조류에떠밀려가는수밖에없 음도개탄스럽다. 재미난한자풀이가있다.믿을신 (信) 은사람(人) 과말씀(言)’이합 성된 글자로 믿음이라는 뜻을 가 진다.사람이전하는말,서신즉편 지, 정보라는뜻으로송신수신통 신등으로풀이되기도한다. 사람 의말이곧믿음이라는뜻으로믿 을수있는말만해야만한다는가 르침을시사하고있다. 사람이자 기가한말을지키게되면그사람 은 다음에도 자기의 말을 지킬 것 이라는믿음이가게된다. 일터나 크고작은모임이나단체에서관계 를 지속해 가려면 일단은 믿음이 가야하는것인데그게그리쉽지 가 않다는 게 난관이다. 아이러니 하게도서로믿지못하는분위기가 만연하고 있는데도 서로 믿지 못 하면 종내 세상이 어찌 제대로 돌 아갈 수 있으랴 싶은 기우가 앞서 니말이다. 서로를향한, 정부와국 민 간에, 단체와 대표 사이에서도 믿음이없이는인간관계도사회도 국가도존립하기가어렵다.작금의 세상이불신이팽배하고기만과눈 가림 식의 배임이 난무하는 것도 신의, 즉 믿음과 의리가 없기 때문 이다. 역사를거슬러보면서로믿지못 하는난제를안게될때국가나민 족의 제도가 붕괴되고 이를 틈타 이웃들이침략해서영토를넓혀가 는 일을 반복해온 것이 인류의 역 사가 아닐까. 이러함에도 사람을 믿고단체를믿고, 국가를믿고살 아가야 하는 것인지 통분한 질문 을던지게된다. 세상이헛바퀴돌 듯 돌아가고 믿을 만한 일이 드문 세상이다. 거짓말이 덧없이 뿌려 지고, 아무 말이나 내뱉고도 아님 말고 식에 낯부끄러운 줄 모르고 거기에언론의자유까지들이댄다. 세상을 정부를 기업을 공동체를 향한 신뢰가 갈수록 신빙성이 훼 손되고부정적시선이늘어나고있 다. 사람의말을얼마나믿고계십니 까. 또한당신의말은얼마나믿을 만한가요, 길을막고물어보고싶 다. 이즈음 같이 너 나 할 것 없이 마음껏 날개를 펼쳐보지 못하는 암울하고허망한팬데믹시기라서 더욱이믿어보고싶고믿음으로서 로를바라보는세상에서살고싶어 진다. 사람과사람사이에믿음으로결 속된 세상을 꿈꾸어도 될까. 과연 그러한 세상이 도래하게 될까. 차 라리 세상을 사회를 주변을 무조 건믿어보자. 믿고뒤통수맞고속 임 당하는 일이 생기더라도 일단 믿어 보자. 아쉬움에 마음을 조이 더라도 작은 일치점 하나라도 찾 아보자. 과연정답을얻을수있을 까. 서글프지만 이 길만이 세상을 살아가는 유일한 통로일 것 같다 는생각이밀려든다. 믿어보자.임인년남은날들을살 아가기위해. 새삼한번더물어본 다. 고군분투 연습을 한다해서 과 연가능한일일까. 김정자 (시인·수필가) 행복한아침 ‘이번체육대회에서우리학교는 구기 종목에서 강세를 보였다’의 ‘구기’는? 1.九旗2.九氣3.毬旗4.球技 답은4번. 오늘은‘球技’에대해풀이해보 자. 한글전용 문장에 한자어가 송 송 박혀있기 때문에 한자 지식이 있어야 학업은 물론 구기도 잘하 게된다. 球자는‘옥소리’(the soundof a jade)를 뜻하기 위해서‘구슬 옥’ (玉)이의미요소로쓰였고求(구할 구)는발음요소다. 옥 모양의 입체 원형, 특히‘공’ (aball)이나‘공’모양의것을지칭 하는말로확대사용됐다. 技자는‘손재주’(handicraft)를 뜻하기 위한 것이었으니,‘손 수’ (手→ 扌 )가의미요소로쓰였고, 支 (가를지)가발음요소임은妓(기생 기)도마찬가지다. 후에 일반적인 의미의‘재주’ (ability; talent)를 가리키는 것으 로확대사용됐다. 球技는‘공[球]을 사용하는 운 동경기(競技)’를말하며야구, 축 구,배구,탁구따위가있다. 오늘의 명언은‘안씨가훈’이란 명저에나오는것을소개해본다. “집에 천만 냥의 재물을 쌓아둔 들 몸에 자그마한 재간을 갖추고 있는것만못하다.” 積財千萬不如薄技在身. (적재천만불여박기재신) -‘顔氏家訓’ 전광진성균관대명예교수 한자&명언 ■ 球技 (구기) *공구(玉-11, 6급) *재주기(手-7, 5급) 외과 의사들끼리는 종종“저 의사는수술잘한다”혹은“저 의사는 수술 잘 못한다”는 말 을 한다. 수술을 주로 해야 하 는외과의사입장에서수술을 잘 못한다는 것은 치명적이다. 그래서 외과 의사라면 누구나 수술을잘하기위해열심히노 력한다. 물론 나이가 들면 아무래도 체력이 젊었을 때보다는 떨어 지기때문에수술을많이하기 도힘들고장시간동안해야하 는 수술이 부담스러워지는 것 이당연하다. 그래서나이가들 어도수술을잘할수있도록꾸 준히체력관리를하는외과의 사들이많다. 수술을 잘한다는 것은 무엇 을 의미할까? 수술을 빨리 끝 내면 잘하는 의사일까? 사실 수술 시간이 길어지면 그만큼 환자가 마취에 노출되는 시간 이 길어지기 때문에 환자에게 좋지않다. 이뿐만아니라비록 수술실이 무균실이라고 해도 공기중에환부가오래노출되 면 감염 위험성이 커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이유로수술잘 하는의사가되려면가능한한 빠른시간안에수술을끝내는 것이중요하다. 하지만 수술을 빨리 끝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예를 들 어인공관절수술을할때어떤 외과 의사는 1시간 안에 끝내 는데다른외과의사는서너시 간이걸릴수도있다.의사의성 향과수술방식의차이때문이 다. 수술할때출혈을최소화하 기위해지혈을꼼꼼하게하는 의사는시간이많이걸릴수있 고큰혈관만신경쓰고작은혈 관은 무시하면서 수술하는 의 사는시간이덜걸린다. 수술하 는과정에서결정을해야할때 빠르게하는의사가있는가하 면 신중하게 여러 경우의 수를 고려한 후 결정하는 의사도 있 다. 이처럼여러조건에의해수술 시간이 달라지므로 수술 잘하 는 의사가 되려면 빨리 끝내는 것외에다른조건도갖춰야한 다. 환자는 크게 수술을 꼭 해야 하는환자, 수술하지않아도되 는 환자, 수술을 꼭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안심하고 안 할 수도 없는 경계선에 있는 환자 세부류이다.꼭수술해야하는 환자와안해도되는환자는크 게고민할것이없다. 문제는경계선에있는환자들 이다. 경계선에있을경우어떤 의사는수술을하고또다른의 사는가능한한수술을하지않 으려고 한다. 흔히 전자를‘공 격적’, 후자를‘보수적, 수동적 ’이라고표현한다.환자의상태 와의사개인의성향등여러조 건에따라결론을달리내릴수 있기때문에정답은없다. 다만 너무 공격적으로 수술을 하는 것도, 반대로 너무 보수적으로 수술을안하려하는것도바람 직하지는 않다. 공격적으로 수 술을했는데결과가좋지않거 나 반대로 보수적으로 수술을 하지 않았는데 결과적으로 환 자가악화했다면둘다훌륭한 외과의사가되기어렵다. 환자의 성격이나 상태도 충 분히고려해야한다. 의사관점 에서는 수술하는 것이 환자에 게좋다는판단이서도환자가 수술을극구거부하거나부정 적으로 생각한다면 존중할 필 요가 있다. 환자가 충분히 공 감하고 동의하지 않은 상태에 서수술을강행하면환자가불 만을 계속 호소할 수 있기 때 문이다. 결국 수술 잘하는 의사는 수 술전최적의치료방법을잘판 단하는의사라해도과언이아 니다. 환자의상태·성향등여러가 지상황을종합해환자에게가 장 도움이 되는 치료법을 선택 할수있어야수술잘하는의사 가될수있다. 또한수술후발 생할 수 있는 부작용, 예를 들 어인공관절수술후다리가붓 는다든지 열감이 있거나 열이 나거나할때얼마나잘대처하 는지도중요한기준이된다. 예전에는크게절개하고수술 하는 의사를 빅 서전 혹은 큰 의사, 위대한 의사라고 표현할 때도있었다. 하지만지금은가 능한한절개범위를최소화할 수있는의사가수술잘하는의 사로인정받는다. 작게 쨀수록 수술 부작용도 줄어들고 회복 속도도 빨라져 그만큼 환자에게 좋기 때문에 절개 부위가 작을수록 잘하는 의사라는 데는 대부분 이견이 없다. 수술 잘하는 의사의 조건 칼럼 이수찬 힘찬병원대표원장
Made with FlippingBook
RkJQdWJsaXNoZXIy NjIxM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