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2년 2월 11일(금) ~ 2월 17일(목) A9 들게 오른 보상으로 충분하고도 남을만한풍경을마주할수있다. 체력에 여유가 있다면 다리 건너 정상송대봉까지도전해보는것도 좋다. 사람이 오를 수 없던 곳…이 름이바뀌자풍경도바뀌었다 채계산에서15분거리에는‘용궐 산하늘길’이있다. 용궐산(645m) 은산악인들에게‘용골산(龍骨山 )’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죽은‘용의 뼈’라는 의미가 부정적이라며 산 이름을 바꿔 달 라는 주민들의 요구가 빗발치자 2009년‘뼈골(骨)’자를‘대궐궐 (闕)’자로바꿔용궐산(龍闕山)이 됐다.용이사는거처라는뜻이다. 이름이바뀐뒤부터산도유명세 를 타고 있다. 다리의‘끝판왕’이 라고불리는잔도‘용궐산하늘길 ’이놓인덕분이다.잔도는산악지 대를 통과하기 위해 벼랑에 선반 을매달아놓듯만든다리다.들머 리는 섬진강변에 자리한‘용궐산 치유의 숲 주차장’. 머리 위로는 거대한 암릉이 위용을 드러낸다. 깎아지른 듯한 바위 위에는 마치 지네가 지나가는 것 같은 잔도가 매달려있다. 하늘길에 닿으려면 암벽까지 돌 계단을따라30여분을올라야한 다. 이전에는 수직 암벽에 가로막 혀더이상오를수없던곳이다.암 벽에다가서면본격적인하늘길이 이어진다. 수직으로 이어진 체계 산 데크 길과 비교하면 지그재그 로난용궐산하늘길은평지나다 름없지만 땅이 아닌 암벽에 쇠기 둥을박고그위에나무데크를얹 어만든절벽길이다. 하늘길등반은숲길을걷는기존 산행과는 전혀 다른 경험을 선사 한다. 하늘길에발을내딛는순간 낭떠러지 위에 올라선 느낌이 든 다. 오금이저릴만큼극심한공포 감을이겨내고잔도가한번꺾이 는 지점까지 오르고 나면 드디어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생긴다. 눈 앞으로는해발500m높이의주변 산 능선과 임실에서 순창을 거쳐 남원·곡성으로 흐르는 섬진강이 한눈에내려다보인다. 하늘길은정상을향해스쳐지나 가는 기착지가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지다. 정상까지 오르는 것도 좋지만 산이 목적이 아니라면 하 늘길까지갔다가돌아와도아쉬울 게 없다. 용궐산 정상까지는 하늘 길 530m를포함해총 3.5㎞, 1시 간 30분거리다. 정상에들렀다가 어치계곡을 따라 옛 등산로로 하 산하는코스다. 자연이 빚은 예술품…섬진강 명물 ‘요강바위’ 하늘길에서마주하는물길은섬 진강에서도 가장 아름답다는 장 군목구간이다. 장군목에서꼭들 러봐야 할 곳을 꼽으라면 요강바 위다. 용궐산 하늘길에서 내려와 섬진강을 거슬러 오르면 요강바 위다. 섬진강 거센 물살로 너럭바 위 한가운데가 움푹 패인 모양이 마치요강처럼생겼다고해서이렇 게불린다. 평평한바위위에는여 기저기크고작은구멍이뚫려있 는데, 한국전쟁때마을주민들이 요강바위속으로몸을숨겨목숨 을건졌다는일화도전해진다. 요강바위를특징짓는구멍(포트 홀)은 돌개구멍으로 빠른 물살이 1억년정도지나면서생긴것이라 고한다.장군목말고도전국에여 러 포트홀이 존재하지만 유독 요 강바위가 유명해진 것은 20여 년 전의도난사건때문이다. 포트홀 이 수억 원을 호가한다는 소문이 돌면서1993년무게5톤짜리요강 바위가도난당하는사건이발생했 다. 도난된바위는경찰에적발돼 1년 6개월만에제자리로돌아왔 고, 뉴스를통해사건이알려지면 서요강바위는전국적으로유명세 를탔다. 도로에서이정표를따라물가로 내려가면 요강바위 위로 올라갈 수 있다. 도난당했던 요강바위는 강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어 돌다 리를 건너야 한다. 무리해서 건너 다물에빠지는것보다주변바위 위로 올라가서 보는 편이 안전하 다. 인근현수교위에서는여러요 강바위를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 다. 다리 건너편은 섬진강 자전거 길겸예향천리마실길이다. 구불 구불물길을따라가면산길,들길, 산촌마을까지만날수있다. <순창=글·사진최성욱기자> 길이보다아찔함이더매력인다리 채계산은순창적성면과남원대 강면 일원에 자리하고 있는 해발 342m의나지막한산이다. 섬진강 변에서 바라보면 마치 비녀를 꽂 은 여인을 닮았다고 해서 채계산 이라는이름이붙었다. 이밖에도바위가책을쌓은것처 럼보인다해서책여산, 적성강(섬 진강)을품고있어적성산,화산옹 바위전설의무대인화산등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순창에서는 화 문산·강천산과 함께 3대 명산으 로꼽힌다지만출렁다리가놓이기 전까지는지금과비교하기도어려 울만큼평범한산에불과했다. 출렁다리는24번국도로갈라진 적성채계산과동계채계산두산 을 연결한다. 다리 길이는 270m, 최고높이는 90m다. 울산대왕암 공원 출렁다리(303m)에 이어 예 산의 예당호 출렁다리(402m), 논 산의 탑정호 출렁다리(600m)가 잇따라개통되면서최장출렁다리 라는 타이틀은 빼앗겼지만 다리 기둥이 없는 무주탑 산악 현수교 중에서는 여전히 가장 길다. 채계 산출렁다리는지난해3월개통해 연말까지9개월간60만명이넘게 다녀갔을정도로폭발적인인기를 누리고있다. 채계산 출렁다리의 인기 비결은 시시때때로불어오는강한바람이 다. 사람한명만지나가도출렁거 리는 다리 위에서 바람까지 불어 대면 좌우로 심하게 휘청거려 간 담이 서늘해진다. 발아래로 지나 가는 장난감 크기의 차량들과 사 방으로 뻥 뚫린 시야도 긴장감을 더한다. 무서움을 떨쳐내고 멀리 시야를 돌리면 섬진강이 굽이쳐 흐르고, 그주변으로드넓은적성 들녘이펼쳐진다. 산정상에올라 서도볼수없던풍경들이다. 채계산 등반은 산행보다 출렁다 리를건너는데초점이맞춰져있 다. 수직에가까운나무계단 538 개를오르면출렁다리입구다. 주 차장에서부터다리를건너는데까 지걸리는시간은20분남짓.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과정을 거쳐 야하지만막상다리위에서면힘 요즘 한국 여행의 중심은 산이나 호수 위에 놓인 다리다. 지난 10년 간 출렁다리부터 울렁다리·흔들다리·구름다리·잔도까지 전국 각지에 놓인 다리 수만 100여 개. 그야말로 다리 전성시대다. 지난 2년 새에만 ‘국내 최장 출렁다리’ 타이틀의 주인공이 세 번이나 뒤바뀔 정도로 경쟁도 치열하다. 길이로 시작된 다리 경쟁이 짜릿함 으로 옮겨붙어 지방자치단체들은 점점 더 높고 스릴 넘치는 다리를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전북 순창은 다리 경쟁의 중심에 서 있는 대 표 도시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해 국내 최장 산악용 출렁다 리에 이어 올해는 암벽 위에 사다리처럼 걸쳐 놓은 잔도(棧道)까지 잇따라 개통하며 단숨에 전국적인 명소로 떠올랐다. 다리 위에서 펼 쳐지는 풍경은 100년 넘게 발길이 이어지던 등산 코스는 물론 지역 명소의 순위까지 바꿔놓고 있다. 순창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던 고 추장마저 잊게 할 만큼 하나같이 매력적인 곳들이다. 순창용궐산·채계산 아찔·짜릿·서늘… 용의 승천길을 걷는다 ‘용이 사는 거처’ 용궐산 암벽에 데크길 지그재그 530m 낭떠러지 곡예에 아찔 정상 오르니 능선·섬진강 어우러져 탄성 채계산 ‘기둥 없는’ 270m 출렁다리에선 바람 불때마다 휘청휘청 심장이 덜컹덜컹 1억년 물살이 빚은 요강바위엔 신비함이 채계산 출렁다리는 발밑으로 지나가는 차량이 장난감으로 보일 정도로 높은 또 다른하늘길이다. 향가터널은 일제강점기에 쌀을 수탈하기 위해 일본군이 만든 터널이다. 광복 이 후마을을오가는길로사용되다 2013년섬진강자전거길로조성됐다. 전북순창용궐산암봉에지그재그로난잔도‘하늘길(530m)’을위에서내려다본모습. 벼랑에아슬아슬하게매달린이길은멀리서보는것만으로도아찔하다. 바로아래는낭떠러지로지금껏인간이한번도닿 을수없는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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