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2년 2월 19일 (토요일) 오피니언 A8 젊은 시각 2030 김정자 (시인·수필가) 행복한아침 겨울 숲 겨울 숲을 찾아 나섰다. 숲은 황 량하고쓸쓸하지만고요하고평온 하다. 바람이 배회하는 오솔길을 따라 걷다 문득 올려다 본 하늘도 사색에 잠긴 듯 정적이 맴돈다. 밤 새 내린 서리가 햇살에 반짝인다. 해마다입춘우수전후로찾아드는 영하추위인데어찌다른겨울보다 유난히더추운것같은체감이아 무래도팬데믹칩거가저지른마음 추위때문인것같다. 바람이일면 빈 가지들의 난무가 수려하다. 겨 울숲의질긴생명력과비움과내려 놓음의 자유가 유쾌하다. 나목 사 이로 비끼는 겨울 햇살이 따사롭 다. 팬데믹이 두르고 있던 묵직함 까지도 잠시나마 비켜가게 해주는 숲 풍경이 청명하고 눈부시다. 상 쾌한추위가오히려색다른즐거움 으로다가온다. 겨울숲이안겨주는편안함때문 인지 오래도록 앓아왔던 향수의 부질 없음과 고향을 잊기로 한 빈 마음에고향으로달려가고픈엇박 자 향수가 뒤척인다. 부모님이 계 시지않는고향이라그리움마저도 접어 두었던 서글픔 속엔 고향을 찾아나서기엔무르츰해져버린풍 상도한몫을한것같다.이방낯선 길을 걸어보지 못한 서투름으로 아릿한 향수를 안고 걷고 또 걸어 야 했던 이국의 알량한 삶은 언제 나겨울숲을찾게만들었다. 기회 의 나라를 찾아 생소한 이국 공항 을두리번거렸던단상들이덩그러 니서있는외등처럼고적했던이국 살이동안겨울숲을찾곤했던그 리움은고운채색을덧입히고있었 나보다. 아치모양으로쓰러진고목을만 났다. 찢어지고 불거진 골 깊은 밑 둥이며 우듬지 가지들, 청청했던 푸른 세월들을 겨울 바람에 묻어 두고 속살 훤히 드러낸 그루터기 떨림이 울음 마냥 들리는 건 어쩐 지귀에익은희미한터치같다. 부 메랑 회귀를 꿈꾸며 이국 땅에서 견디어낸나그네의아스라한족적 과 한숨과 눈물이 고스란히 숨 쉬 고있음을본다. 겨울숲은잠들지 않는다는깨우침이의외의선물인 가싶다. 겨울숲이안겨주는격려 로 받아들이려 한다. 겨울이 되면 비로소알게되는것같다. 겨울숲 의 고요를 만나기 위해 숲으로 가 는 이유를. 다 보여 주어도 부끄럽 지 않은 겨울 숲의 담담함이 가슴 뻐근한 통증으로 다가온다. 그나 마 겨울 숲엔 봄이 숨겨져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겨울 숲이 지켜 낸 시간의 모퉁이에서 텅 빈 숲과 마주하고있다. 찬바람이떠도는겨울숲에서추 억되새김질을즐기고있다.추억은 계절이 바뀌고 꽃잎이 발아래 떨 어질때, 가랑잎이마음을적실때, 겨울 숲에서 마음을 추스르다 슬 픔이 차오를 때는 그리움을 되돌 리고 싶은 추억의 문 앞으로 다가 선다. 세상살이 파고가 거세게 일 면 그리움 메아리 소리도 들리지 않고세상에떠밀려나뒹굴고있는 그리움이나추억은굴절되어버릴 지도 모를 일이라서 일상의 작은 메아리에도귀기울이며겨울숲을 떠올리며 살아가리라. 겨울 숲도 가까운날에봄기운이기웃거리는 새로움으로변모해갈것이기에. 나목가지끝에군데군데남아있 는빈둥지가쓸쓸하다. 나무가생 명을 품어 기른 흔적이 겨울로 들 어섰기에드러난것이다.비움과내 려놓음을의연히감내하고있는나 목가지사이로숟가락들힘도없 을만큼육신을혹사시켰던영상들 이 무량으로 쏟아진다. 환한 햇살 앞인데도되돌려보는것조차머 뭇거리게 된다. 모두 내려놓은 겨 울 숲 곁에서 끝내 말끔히 비워낼 수 없었음과 쉬 내려놓지 못한 미 욱한선택조차숲의침묵앞에부 끄럽다. 인간이기에두껍게껴입은 겨울 입성처럼 무거운 죄업까지도 겨울숲의깊은속내를들여다보지 못한무례는아니었을까. 계절들은순환고리에필요한균 형을앞두고신이내려주시는은혜 를입을채비를하는데 삶에매여 아름다운 섭리에 눈여겨 볼 여유 조차 없다는 듯 하루하루를 분주 하게 살아가고 있다. 어차피 우리 는자연에기대어살아가고있는데 도 말이다. 생명의 회귀를 거듭하 며태어나고세상을떠나는사이에 흐르는 시간을 우리는 삶이라 한 다. 누구나 예외없이 어느 날엔가 삶의 소멸을 맞게 된다. 계절의 마 지막인이겨울처럼. 빈 가지의 마지막 잎새들이 하나 씩허물어지고있지만왈츠를연상 케하는무리지어날으는새떼들의 비상이 빈 숲을 채워주고 있다. 빈 산을 지키며 들판을 보듬는 겨울 숲 빈 가지 사이로 햇살이 비낀다. 햇살을 한 웅큼이라도 더 받으려 는 다툼도 없고 독점도 없고 혼자 배불림도없다. 모두하늘향해손 을 뻗치고 햇살도 바람도 나누고, 풍요도 가난도 함께 나눈다. 미세 하게드러나는나목의곡선은신의 걸작품이다. 헐벗은 것이 아니라 풍요를위한절제와새로운생명의 요약된준비에몰두해있는표정들 이신선하다. 겨울숲에서만이만날수있는숲 의 풍요를 두고두고 기억 샘에 담 아두려 한다. 비움의 숭고와 겨울 햇살의은어까지도. 작년이 저물어 갈 즈음, 일본의 한대학에서교수로재직중인친 구한명에게서협업을제안하는 연락이왔다.대학원에서만난이 친구는,나보다기수로두어해늦 게들어온친구였는데사실상캠 퍼스에서 같이 보낸 시간은 3년 이 채 안 된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이후로도간간히서로의소식 을주고받으며마음을나눈사람 이었다. 많이알려져있는것처럼 대학원은학교밖의사회에비하 면작지만나름의견고한룰과권 력 구조가 있고, 일에 찌들은 대 학원생들의 들리지 않지만 고통 으로가득찬(!) 신음과절규가가 득한곳이다. 그래서인지, 대학원 에서만난사람들은오랜시간을 같이보내지않았더라도쉽게지 나치고잊을수없는,나름의유대 감으로 엮인 이들이 많다. 이 친 구역시, 재학동안서로이고생 저고생하는것을보아왔던사이 라더막역하게느껴졌기에, 다시 타지에서 커리어를 시작하게 된 것에항상마음이쓰였다.그럼에 도나보다연구도생활도씩씩하 고 야무지게 하고 있는 것 같아 자랑스러운마음으로응원과안 부인사를남기곤했다. 그런친구와함께하게된프로 젝트는생각했던것보다훨씬더 크고중요하게나의생활을바꾸 어 주었다. 한국 여성으로서, 또 외국인으로서 일본과 미국에서 커리어를 시작하며 각자의 자리 에서 마주치고 경험하는 것들이 우리의 가르치고 연구하는 일에 어떤영향을주고있는지에대해 몇 주간에 거쳐 묻고 또 대답해 나갔다.나를다른아시안동료와 착각하여전학과에소개한동료, 외모에관한지적과함께교수처 럼보이지않는다는말을칭찬인 양쏟아내는대학원남학생,그리 고그것에제대로대응하지못해 이불 킥한 사연, 내 말을 끝까지 듣지않고잘라버리는학부의남 학생 등등, 끝이 없는 얘기를 나 눴다. 그리고여기서사람들과어 떻게같이일하고살아나가야하 는지에대한복잡하고어려운마 음을 한풀이 하듯 쏟아냈다. 내 얘기에 공감하고, 귀기울여주는 친구를보며팍팍한나의생활에 지원군이생긴것마냥든든한마 음이 드는 한편, 친구 또한 매일 어떤경험을하고있는지듣고있 노라면 눈물이 날 만큼 마음이 아프기도분노하기도했다. 그렇게 한동안 서로 쏟아내듯 글을 쓰고, 대화를 나누고, 질문 을하고, 화를내고, 성찰을하고 나니문득내가대학원시절에배 운것은무엇인가하는생각이들 었다. 모든 궁금증과 문제에 대 한해결책과지식이있을것만같 던 대학원에서는 어째서 우리가 하는경험들에대해동료와함께, 다른 이들과 함께 더 깊고, 복합 적으로,천천히생각할수있는법 과방향성에대해더강조하지않 았을까? 우리가 하는 경험, 정확 히는우리의위치에서-여성으로 서,교육자로서,연구자로서,학교 피라미드 구조의 끄트머리 즈음 에 있는 직원으로서-수 많은 사 람들이당하고있는부당한일들 에대해어떻게그것에굴복하지 않고맞서서한마디라도할수있 는가에대한토론은할기회조차 없었을까? 미국에 오고 대학원을 가면서 뭐든지혼자해내는능력과태도 가중요하게여겨지는사회에적 응하려애써왔다. 특히나외국인 유학생으로 대학원을 다니면서 든생각은, 외국인이라서못한다 는말이나오지않게하자는거였 다.나혼자서,누구에게도기대지 않고해내겠다고한다짐들이나 를결국지금의나로만들었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혼자서도 잘해요”의이면에는내가하고있 는고민들의답도결국은나혼자 서찾아야한다는압박감,그리고 그것에서 이어지는 고립감과 외 로움이크고깊게존재한다.그리 고더중요하게는이런차별과불 공정의경험들이나혼자만의문 제로남게된다는것이다.항상스 스로해낼수있는것과그렇지못 하는일들사이에서고민하고괴 로워했다. 현재도 독립적으로 해 내는 일들을 중점으로 평가받는 입장에서 느끼는 두려움에 가끔 은내가선택한일이나에게맞는 일인것인지에대한후회도하곤 한다. 다른 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 삶에새로운언어를들여와내세 계가넓어지는경험을하며왜좀 더일찍함께배워가는일의소중 함과 다정함을 생각하지 못했을 까생각한다. 그래서이제는나도 남들의삶에끼어들며함께배워 가는다정함을키워나가려고용 기를 내고 있다. 그 다정함의 기 운과위로로조금은덜외롭게더 단단하게나와내사람들을지켜 내려고한다. 함께 배우는 일의 다정함 러시아올림픽위원회 밥잉글하트작 케이글 USA 본사특약 시사만평 러시아 도핑 또 금지약물이야? 베이징 2022 Saturday, February 12, 2022 강추위 차도도 복 하다가빨 다. 횡단 곳에노숙 요를 두르 잡고있기 는어림도 눈발도그 데다가바 걸음치게 이추위 은 알고 남편이며 이이런 못하고한 모마음이 남편을, 견디고있 릴수없 가족이 에오히려 인 원망 고, 어떻 자책과 가치관의 이에서도 있다. 결 한숨짓는 사람들도 네 정서로 오르는마 언젠가 입구에서 억이밥이 “넣어두 “창피 “그러지 “......” “밥이 멀찌감 였다. 저걸 정이 어떨 럼 조마조 “내일이 럼눈을 눈이보 것을보았 의장애를 신했던 그 한문장가 섬세한묘 안찾아들 변곡점이 는그의 미를생각 면(Threed “사흘 중한 사 은 밤이 고, 셋째 한거리를 작년이 저물어 갈 즈음, 일본 의 한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 중 인 친구 한 명에게서 협업을 제 안하는 연락이 왔다. 대학원에 서 만난 이 친구는, 나보다 기수 로 두어 해 늦게 들어온 친구였 는데 사실상 캠퍼스에서 같이 보낸 시간은 3년이 채 안 된 짧 은 시간이었지만, 그 이후로도 간간히서로의소식을주고받으 며 마음을 나눈 사람이었다. 많 이 알려져 있는 것처럼 대학원 은 학교 밖의 사회에 비하면 작 지만 나름의 견고한 룰과 권력 구조가 있고, 일에 찌들은 대학 원생들의 들리지 않지만 고통으 로 가득 찬(!) 신음과 절규가 가 득한곳이다. 그래서인지, 대학원 에서 만난 사람들은 오랜 시간 을 같이 보내지 않았더라도 쉽 게 지나치고 잊을 수 없는, 나름 의 유대감으로 엮인 이들이 많 다. 친구 역시, 재학 동안 서 로이고생저고생하는것을보 아왔던 사이라 더 막역하게 느 껴졌기에, 다시 타지에서 커리어 를 시작하게 된 것에 항상 마음 이쓰였다. 그럼에도나보다연구 도생활도씩씩하고야무지게하 고 있는 것 같아 자랑스러운 마 음으로 응원과 안부 인사를 남 기곤했다. 그런 친구와 함께 하게 된 프 로젝트는 생각했던 것 보다 훨 씬 더 크고 중요하게 나의 생활 을 바꾸어 주었다. 한국 여성으 로서, 또 외국인으로서 일본과 미국에서 커리어를 시작하며 각 자의 자리에서 마주치고 경험하 는 것들이 우리의 가르치고 연 구하는 일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에 대해 몇 주간에 거쳐 묻고 또 대답해 나갔다. 나를 다 른 아시안 동료와 착각하여 전 학과에 소개한 동료, 외모에 관 한지적과함께교수처럼보이지 않는다는 말을 칭찬 인양 쏟아 내는 대학원 남학생, 그리고 그 것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이 불킥한사연, 내말을끝까지듣 지않고잘라버리는학부의남학 생 등등, 끝이 없는 얘기를 나눴 다. 그리고 여기서 사람들과 어 떻게 같이 일하고 살아 나가야 하는 지 대한 복잡하고 어려 운 마음을 한풀이 하듯 쏟아냈 다. 내 얘기에 공감하고, 귀기울 여주는 친구를 보며 팍팍한 나 의 생활에 지원군이 생긴 것 마 냥든든한마음이드는한편, 친 구 또한 매일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지듣고있노라면눈물이날 만큼 마음이 아프기도 분노하기 도했다. 그렇게 한동안 서로 쏟아내듯 글을 쓰고, 대 나누 , 질문 을하고, 화를내고, 성찰을하고 나니 문득 내가 대학원시절에 배운 것은 무엇인가 하는 생각 이 들었 . 증과 문제 에 대한 해결 것만 같던 대학원에서 우리가 하는 경험들에 대해 동 료와 함께, 다른 이들과 함께 더 깊고, 복합적으로, 천천히생각할 수 있는 법과 방향성에 대해 더 강조하지 않았을까? 우리가 하 는 경험, 정확히는 우리의 위치 에서-여성으로서, 교육자로 , 연 구자로서, 학교 피라미드 구조의 끄트머리 즈음에 있는 직원으로 서-수 많은 사람들이 당하고 있 는 부당한 일들에 대해 어떻게 그것에굴복하지않 맞서서한 마디라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토론은할기회조차없었을까? 미국에 오고 대학원을 가면서 뭐든지 혼자 해내는 능력과 태 도가 중요하게 여겨지는 사회에 적응하려 애써왔다. 특히나 외국 인유학생으로대학원을다니면서 든생각은,외국인이라서못한다는 말이 나오지 않게 하자는 거였다. 나혼자서, 누구에게도기대지않 고 해내겠다고 한 다짐들이 나를 결국 지금의 나로 만들었기도 했 을것이다. 하지만,“혼자서도잘해 요”의이면에는내가하고있는고 민들의답도결국은나혼자서찾 아야한다는압박감, 그리고그것 에서이어지는고립감과외로움이 크고깊게존재한다. 그리고더중 요하게는 이런 차별과 불공정의 경험들이 나 혼자만의 문제로 남 게된다는것이다. 항상스스로해 낼수있는것과그렇지못하는일 들사이에서고민하고괴로워했다. 현재도독립적으로해내는일들을 중점으로평가받는입장에서느끼 는두려움에가끔은내가 선택한 일이나에게맞는일인것인지에 대한후회도하곤한다. 다른 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 삶에 새로운 언어를 들여와 내 세계가 넓어지는 경험을 하 며 왜 좀더 일찍 함께 배워가는 일의 소중함과 다정함을 생각 하지 못했을까 생각한다. 그래 서 이제는 나도 남들의 삶에 끼어들며 함께 배워가는 다정 함을 키워 나가려고 용기를 내 고 있 . 그 다정함의 기운과 위로로 조금은 덜 외롭게 더 단단하게 나와 내 사람들 지 켜내려고한다. 함께배우는일의다정함 이은정 휴스턴대학교조교수 젊은시각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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