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2년 3월 4일 (금요일) 오피니언 A8 절망(絶望) *모든칼럼은애틀랜타한국일보의편집방향과다를수있습니다 내마음의 시 종우(宗愚) 이한기 (국가유공자·애틀랜타문학회회원) 한자&명언 ■ 生活(생활) *살생(生-5, 8급) *살활(水-9, 7급) 절망은 나그네의비맞은등짐 어둠과아픔으로얼룩진쪽모이 절망의 어둠속엔슬픔이있습니다 아픔속엔분노도함께합니다 아침햇살받아슬퍼하고분노하는 나그네들을보듬어준다면 절망은어둠속으로숨어버립니다 짙은어둠이지나고 희망의빛이다가오면 슬픔과분노는희락(喜樂)으로변합니다 절망은 희망과희락으로이어지는 일곱빛깔의무지개다리 ‘낙제’란 단어는 누구에게나 두 려움, 부끄러움, 공포의 느낌을 준 다.의대생시절낙제를면하기위해 재시험깨나치렀다. 사회에나와보 니낙제는실패나낙오의뜻으로많 이쓰였다.실패가성공의열쇠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낙제나 실패를 할당시엔무척힘들고괴롭지만이 를거울삼아노력하면성공이뒤따 른다는뜻이다. 세상에 공짜가 없듯 삶에서 경험 하는모든일또한버릴것이없다. 낙제나 실패 없이 사는 삶은 세상 보는눈을우물안개구리처럼좁게 만들뿐이다. 직업 탓인지 낙제나 실패경험이 많은 사람들을 자주 만났다. 그들 대부분은인간관계가매끄럽지못 해힘든삶을살고있는낙제생들이 었다.그런환자들에게실패는성공 의어머니니감사하라고말하면몇 몇은따귀를때릴듯화를낸다. 몇 년 전 인생낙제 경험 후 우뚝 일어 선어느환자의얘기를그의딸로부 터들었다. 환자는네번임신하고,세자식이 죽고, 이혼하고, 하나밖에남지않 은자식을항상염려하며살아가는 여자노인이다. 첫 아들은 생후 몇 개월내에선천성심장질환으로죽 고, 둘째 아들은 조산아로 태어나 몇주못살았다. 그와중에남편은 딴 여자한테 가버렸다. 남은 두 딸 을기르면서그들이어디가아프면 심한두려움때문에공황발작이생 겨 술과 진정제를 입에 달고 살았 다. 셋째인 딸도 45세에 유방암으 로 죽었다. 어린 두 아들과 장성한 딸이 죽을 때마다 알코올 중독과 진정제 과다복용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해야했다. 자식을먼저보내는것만큼어머 니들을 괴롭히는 일은 세상에 없 다. 슬픔, 원망, 분노, 절망, 무기력, 죄의식같은부정적감정들을가슴 속에묻고산다. 그럼에도날이지 나면 서서히 밥도 먹고 잠도 자는 자신들이 너무나 밉다. 노인 환자 는 자신도 통제하지 못하고 두 딸 도 제대로 키우지 못한 후회와 죄 책감으로 심한 우울증을 앓았다. 정신과약도먹어보고심리상담치 료도 받았지만 효과는 적었다. 대 개독하지않은사람들이정신병에 잘걸린다. 최근 하나밖에 안 남은 막내딸 이 암 진단을 받았다. 억울함과 회 한, 자책을가슴에누르고사는어 머니에게나쁜소식을어떻게전해 야할지딸은너무나무섭고두려웠 다. 틀림없이어머니가다시정신병 원에입원할듯싶었다.언젠간알려 야하기에어느날지나가는말로“ 엄마, 나가슴에혹이하나생겼대. 수술받고방사선치료하면완치된 대.”라고했다. 그런데놀랍게도어 머니는딸의손을꽉잡으며“나괜 찮다. 우리함께기도하자”하는게 아닌가. 환자는 평생 죽음이란 덫에 걸려 살아왔고, 세상은 살 곳이 아니라 고믿어왔다.그런데우연히친구의 권유로목회자를찾아가얘기를주 고받으며절대자와의만남을체험 했다.절대자의눈으로보면인간은 다 삶의 낙제생들이다. 환자는 목 회자와의상담을통해지나온삶과 화해할수있는용기와희망을얻었 다. 분노, 우울을넘어이제타협과 수용의자세로지구촌에서의삶을 선물로생각하며살기로마음먹었 다. 우울증이 너무 깊으면 약과 심리 치료로는충분하지않다. 영적상담 이필요하다.초월적존재와의관계 를 통해 삶의 갈등과 위기를 극복 하여 심적 평안은 물론 영혼의 안 정도얻는영적성장을이루는것이 궁극적목표가되어야한다.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힘을가진유전자를가지고태 어난다. 한두 번의 낙제나 실패는 생존유전자가도와주지만자주생 기면유전자의능력을소진시켜더 이상힘을못쓰게된다. 실패했을 때 실패를 감추면 그냥 실패로남는다.실패를인정하고수 용하여자신을성찰할수있는기회 로삼아야한다. 견딜수없는실패 를했다해도자신의삶과화해하는 기회없이지구촌을떠난다면너무 억울하지않는가? 낙제 한번 해보았소? 전문가 에세이 천양곡 정신과전문의 이잡글은1999년부터2010년까 지 조선일보에 연재한‘생활한자’ 칼럼을 수정 보완하는 것이다. 매 일문화면에‘광수생각’과더불어 게재되어독자들의호응이대단했 다.오늘은그날을회상하며‘生活’ 이란 두 글자를 속속들이 자세히 풀이해본다. 生자는‘돋아나다’(sprout)는 뜻 을나타내기위해서땅거죽을뚫고 갓 돋아난 새싹 모양을 그린 것이 다.‘태어나다’ ‘살다’는 의미로도 쓰인다. 活자는‘물이 흐르는 소리’(the soundof stream)를뜻하기위해만 든 글자이니‘물 수’( 氵 )가 의미요 소로쓰였다. 舌(혀설)이발음요소 였음은 姡 (교활할활)의경우도마 찬가지다.‘생동’(liveliness)‘활동’ (activity)같은의미로도쓰인다. 生活은‘생계(生計) 활동(活動)’ 이속뜻인데,‘생계나살림을꾸려 나감’이란뜻으로많이쓰인다. 여 러분의윤택한생활에보탬이될명 언을찾아소개해본다. “노력하면빈곤을이겨내고,조심 하면 화근을 이겨내고, 신중하면 손해를이겨내고,경계하면재난을 이겨낸다.” 力勝貧,謹勝禍,愼勝害,戒勝災. (역승빈근승화신승해계승재) -劉向의‘說苑’중에서. 전광진성균관대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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