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2년 3월 11일 (금요일) *모든 칼럼은 애틀랜타한국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수있습니다 ▲ 팩 스: 770-622-9605 ▲ 이메일: ekoreatimes@gmail.com 여러분의 의견을 기다립니다 오피니언 A8 사랑의 미뉴에트 마음의 풍경 최 모세 (애틀랜타문학회 회원) 종우(宗愚) 이한기 (국가유공자·애틀랜타문학회회원) 내마음의 시 어스름 드러날듯,말듯 보일듯,말듯 어스름이내리면 어슬어슬속에 빛바랜얼굴파묻고 축처진날을담근다 훌러덩벗겨진산등성이나 햇볕숨어드는여우굴을 어른어른거리다가 성난비바람부는어느날 흔적없이사라지는 어스럼의그림자 나는어스름으로 남은날들을살고싶다 드러날듯,말듯 보일듯,말듯 있는듯,없는듯 얼마 전 향년 97세로 세상을 떠 나신 고모님의 인자하셨던 모습 이 그리움 저편에 아스라이 떠오 르고있다. 부모 세대의 어른으로서 유일하 게 생존하셨던 분이 마지막으로 하나님의부르심을받았다. 이제그분의따뜻했던정다운손 길도느낄수없고사랑이넘치는 음성도들을수가없다. 코로나 상황이라 LA까지 날아 가서조문할수없어가슴이무너 져 내리며 극심한 아픔을 느낀다. 그분께서는 육신이 아닌 사랑의 마음으로 저를 낳아주셨던 분이 셨다. 언제나마음속깊이자리하고있 는 그분은 어머니 같은 큰 존재였 다. 어려울 때 항상 사랑을 듬뿍 담 아 필요를 채워 주시고 격려와 용 기를 북돋우어주셨던 분이셨다. 이민 생활의 시작도 그분의 사랑 의도움과은혜로가능했다. 평소에대화중에도다정하게등 을 토닥거리며 위로와 자신감을 지니게하셨던분이아니시던가. 3살때어머니를여의고친할머 님과 고모님 밑에서 성장하면서 그분들의 사랑으로 건전한 자존 감을키울수있었다. 고모님이따뜻한손길로베풀어 주셨던 사랑의 마음과 맑은 웃음 소리가귓가에맴돌고있다. 지금 그리움 저편에서 들려오는 영혼의노래를듣고있다. 그분의그윽한음성에실린베토 벤의 우아한 소품 기악곡은 궁정 (왕실)무곡<미뉴에트>이다. 유년의 추억인 메조소프라노 고 모님께서맑고부드러운허밍으로 노래하시던 우아한 모습이 살아 난다. 고모님께서 어린 딸(동생)을 품 에 안고 머리를 감기시면서 부르 시던곡은사랑의 <미뉴에트>이 었다. 베토벤의 감미롭고 사랑스 러운 선율은 유년의 감성을 촉촉 이적셔주었다. 어릴때자연스럽게클래식음악 을최초로듣게(입문하게) 된계기 가되었지싶다. 베토벤의 <로망스> 곡을 아버 님께서 바이올린으로 연주하실 때 고모님이 풍부한 성량에 허밍 으로 노래하시던 황홀한 모습이 감미로운추억으로남아있다. 해방후이북에서할머님과고모 님은 어린 동생을 업고 고모부는 저를업고어렵게 38선을넘어월 남해 후암동 뒷산 해방촌에서 살 다가6.25전쟁을겪게되었다. 아버님과 신혼이셨던 작은 아버 님, 숙모님 큰 고모님께서는 이미 월남해서서울에계셨다. 가난했지만 문학과 음악이 있는 분위기 속에서 성장한 축복을 감 사한다. 문학도이었던 작은 아버님으로 부터한국순수문학과고종형님 으로부터는심오한러시아문학의 지대한영향을받았다. 이제는한세대가떠나가고자식 세대가저물어가는순환의역사가 대를잇고있다. 1924년일제점령기에태어나격 동기의 시대를 살았던 고모님의 삶은파란만장한삶이었다. 질곡의 삶을 견디어내는 고통과 그 시대의 아픔을 겪어낸 분이셨 다. 성악공부를시작했던꿈을접고 결혼을하면서정신대에강제동원 되는화를면하게되었다. 선량했던 남편과 사이에서 1남2 녀를두었고막내아들은서울대를 졸업후미국에유학해우주과학 분야에서 우수한 박사로 인정받 는귀한존재가되었다. 그분의자식을위한희생적인삶 의헌신이따랐음은물론이다. 그러나정작본인은행복한삶을 살지못했다. 천부적인미성을살려자신의꿈 을실현하지못한한이평생가슴 을짓누르고있었다. 늘가슴앓이를하며이루지못한 꿈을 신앙의 힘으로 극복하고자 했으나 역설적이지만 그 꿈(그리 움)을가슴에부둥켜안고평생을 살았다. 말년은 인생의 덧없음을 깨닫고 하나님을 찬양하는 삶으로 승화 시키는기쁨을누리시다가하나님 의부르심을받았다. 최근에는육신이불편해교회예 배를 드릴 수 없어 집에서 찬양의 예배로 최선을 다하며 영혼의 본 향(피안)을 바라보는 신앙과 아름 다운삶의자세를유지하셨다. 지금애통함에가슴을치고있지 만, 그분의 사랑과 예술혼을 더욱 존경하며추모한다.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푸 치니오페라토스카중에서) 토스 카의 아리아가 아픔의 절정을 이 루듯이 그렇게 젊음의 열정과 사 랑이 충만한 삶을 살다가 떠나셨 다. 노년의삶과하나님을향한기쁨 넘치는 찬양의 모습은 가족의 가 슴에영원히살아있다. 오! 사랑하는 고모님 하나님나 라 낙원에서 어머님과 함께 안식 을 취하시길 두 손 모아 기도합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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