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2년 3월 12일 (토요일) 오피니언 A8 뉴스칼럼 겨울이 떠나고 있다 김정자 (시인·수필가) 행복한 아침 ‘꼭짓점이 셋 이상인 도형에는 삼각형도포함된다’의‘이상’은? 1.以上, 2異狀, 3.二上, 4.理想. 답은1번. 독음은 똑같이 [이상]인데 뜻 이 다른 것이 줄 잡아도 19종이 나된다.오늘은‘以上’이란두한 자를 공부해 보자. 한글은 문맹 률을 낮게 해주고, 한자는 문해 력을높게해준다.그러니한글과 한자둘다잘알아야한다. 기초 학력이갈수록낮아지는가장원 천적인원인은한자교육을제대 로시키지않는데있다. 각설하고, 以자의 원형은 농 기구인 쟁기의‘보습’(a plow share)을 뜻하기 위하여 그 모양 을 본뜬 것이었다. 후에 이것이 ‘~으로써’(with)‘~로부터’(from) 같은 전치사적인 용법으로 활용 되자그본뜻은따로 耜 (보습사) 자를 만들어 나타냈다. 上자가 갑골문에서는‘위’(upward)라 는뜻을나타내기위하여하나의 줄‘위’에짧은선을하나더그어 놓은 것이었으니 지금의‘二’자 와 비슷했다.‘2’(two)를 뜻하는 ‘二’와 혼동하는 사례가 많아지 자‘위’로수직선을세워구분하 였다. 以上(이:상)은‘어떤 기준으로 부터[以] 그위쪽[上]’이속뜻인 데,‘말이나 글 따위에서 이제까 지말한내용’등을이르기도한 다.남이어떻게느끼는지섣불리 짐작하지말자.오늘은장자(기원 전 369-286)의 명언을 소개해 본다. “그대가물고기가아닌이상,어 떻게물고기의즐거움을알수있 겠소.” 子非魚,安知魚之樂. (자비어안지어지락) -莊子 전광진성균관대명예교수 한자&명언 ■ 以上(이상) *부터이(人-5, 5급) *위상(一-3, 7급) ‘킬링’아닌 ‘힐링’의 정치를 마지막까지 유례없이 치열한 접전 양상으로 치러진 한국의 20대 대선이 끝나고 승부가 가 려졌다. 국민의 힘 윤석열 후보 가 차기 대통령으로 국민들의 선택을받은것이다. 윤당선자는상대후보보다단 0.8%포인트의 지지를 더 받아 향후 5년의국정을위임받게됐 다. 피를 말리는 싸움 끝에 거둔 승리는 더할 수 없이 달콤하다. 그러나 패자의 고통은 그만큼 더 쓰릴 수밖에 없 다. 특히 이번 대선 처럼양진영이총결 집해벌인극렬한싸 움에서는 더욱 그렇 다. 그만큼 선거에 따른후유증이우려 되는상황이라할수 있다. 패자의 승복은 기 본이다. 그러나 승 복한다고 해서 패배 의 상처와 고통이 저절로 치유 되는 것은 아니다. 죽기 아니면 살기로 벌인 승부는 어김없이 깊은 상처를 남긴다. 비단 후보 개인뿐 아니라 그가 속한 정당 그리고 그를 지지했던 수많은 국민들 역시 깊은 허탈감에 빠 지게된다. 이것을그대로방치할경우그 런 감정은 분노로 이어지고 적 대감을 상승시킨다. 그러면서 정치와사회는더욱양극화되고 국가의 미래는 한층 더 어두워 지게된다. 그렇다면 승자의 책임과 역할 은 아주 분명해진다. 모든 국민 들, 특히 자신들이 지지했던 후 보의 패배로 절망하고 있을 국 민들을 보듬는‘통합의 정치’ 가그것이다. 윤석열당선자는후보토론회 에서“통합의 정치에 공감한다 ”는입장을보였다. 또한정치보 복을 해서는 안 된다는 데에도 다른 후보들과 견해를 같이했 다. 윤석열 당선자는 캠페인 기간 내내거칠고도적대적인언어들 을마구쏟아냈다. 하지만선거가끝나고자신이 승자로 올라선 지금 윤석열 당 선자의 입에서 나온 그동안의 발언들이자신의본심이아닌, 지지층 결집을 위한 전략적 언 어였기를바란다. 그리고 토론회에서 밝힌 입 장이허언으로끝나지않을것 이라믿어본다. 대선을 거치면서 이념적 지향 점이 다른 국민들 사이에 감정 적앙금이쌓일대로쌓여있다. 두후보와가족을둘러싼의혹 들과 논란들 때문에 선거는 역 대급 비호감 선거라는 평가 속 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 도로 격렬한 양상으로 치러졌 다. 여당과야당의두후보는캠페 인기간내내상대후보의범죄 혐의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 였다. 그래서 이번 대선은 끝난 후지는쪽은감옥에가게되는 ‘철창 매치’라는 섬뜩한 전망 까지나돌았을정도 다. 이렇듯 대선을 거 치면서 한층 뚜렷해 진적대적대립속에 서과연승자의원활 한국정운영이가능 할지우려가될정도 이다. 그런 만큼 20대 대 선의승자앞에는유 례없이 무겁고도 어 려운 책임과 과제가 놓여 있다 고할수있다. 대선을거치면서 갈라질 대로 갈라진 여론과 민 심을 어떻게 다독이고 갈등을 해소해 나갈 것인지가 새 대통 령에게 주어진 가장 시급하고 막중한과제라할수있다. 리더 의 진정한 역량은 이런 과제를 어떻게 감당해 나가느냐에 달 려있다. 윤당선자가비록승리는거뒀 지만 과반의 지지를 받는 데는 실패했다. 상대후보와의 지지율 차이도 0.8%포인트에불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제 선거제도의 폐습으로 지적되 는‘승자독식’의 오만에 빠져 상대를 보듬어 주지 못한다면 ‘통합의 정치’는 물 건너가게 돼있다. 자신에게 지워진 책임의 무거 움을 깨닫고 국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치유해 주는 정치 를시작해야한다. 이것이‘힐링 ’의정치이다. 패배한후보와그 를 지지했던 국민들을 계속 적 대적으로대하는‘킬링’의정치 로는성공적인 5년은절대불가 능하다. 대한민국은온나라를두쪽으 로 갈라온 대립과 적대의 시간 을끝내야할때가됐다. 윤석열 당선자는 무엇보다 이 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이것이 앞으로5년동안그에게주어지 게될시대적과제다. 승자의오만은패망으로가는 지름길임을한시도잊어서는안 될것이다. 겨울이떠나고있다.이른아침산 책길에서 볼에 닿았던 싸늘한 냉 기가 그리울 만큼 봄기운이 들어 서기 시작했다. 겨울이 떠나고 있 는 산책길에서 낯익은 얼굴들을 만난다. 독일계미국인부부는먼발치에 서 서로를 발견하면 온몸으로 체 조를하듯팔을흔들며인사를나 누곤 한다. 핸디캡 주차장에 차를 두시는 나이 지긋하신 남자분은 회색빛애완견과산책을나오신다. 두아이를둔젊은아빠가족은큰 아이는 제 자전거를 타고 작은 아 이는전면시트에안전장치를장착 한 아빠 자전거로 동반하는데 만 날때마다모두웃음띤큰소리로 인사를건네곤한다. 여러해를넘 기는 동안 아이들도 자라고 정겨 운 이웃처럼 지내게 되었다. 이름 도 집이 어딘지도 모르지만 며칠 보이지않으면어딘가불편하신건 아닌지궁금해지고염려가앞선다. 계절이 오고있네요, 겨울이 떠나 고 있네요, 계절 인사를 나누기도 하고 친분이 쌓여가면서 어느새 정이들었다. 입춘경첩도이미지났고춘분이 겨울 길목을 휘영 돌아 저 만치로 다가오고 있다. 매화가 만개한 이 른봄이다. 쌓인낙엽을들추다보 면파릇한싹이올라와있다. 어색 할 것 하나 없는데 어쩐지 겨울이 간다는 게 낯선 간이역에 내린 것 마냥 막막함과 설렘이 교차된다. 계절은그렇게들어서고언뜻언뜻 무심히보내버린하루들을되돌릴 수없을지경으로문득느껴질무 렵이면실없이떠나버리곤했던것 을. 겨울내내낯익은들꽃이며수 목들이풍경이되고이야기가되고 글이 되어 주었다. 아직 가랑잎이 밟히고해오름무렵에나해질녘에 찾아본 산책길 내음은 아직 겨울 뒷자락을 붙들고 있는데, 전염병 치다꺼리로덧없이겨울을보낸것 같아 흩어져버린 시간을 주섬주 섬긁어모으고있다.되돌릴수없 어더욱소중한겨울이다. 겨울바 람인지봄바람인지그렇다고편파 적이지는않지만어물쩍한바람결 이짜증스럽다.차갑도록시원했으 면좋으련만보드랍거나따뜻하지 도 않은 걸쭉한 줏대 없는 바람결 이떠나는겨울을붙들어두고싶 게만든다. 모임이름을부탁받은적이있었 다.‘조약돌’로추천을해드리면서 개울따라, 시내를따라, 강줄기따 라서로부딪고비비면서흘러내려 오는 동안 둥글고 매끈한 예쁜 조 약돌로다듬어지듯그렇게살아가 자고. 모임 멤버들 중에 동년배들 이 몇 분 계시길래 친밀감, 신뢰감 을 키워보자고 가지고 있는 책을 나누어보는일을시도해보기로했 다. 공감할수있는여지의길을터 보자는 마음으로. 흥미로운 실마 리를공유하다보면익숙한기억과 시공을 초월하는 상상이 혼재를 이루면서 더 도타운 정이 교류될 것이란기대감을실어보았지만예 상보다 결과는 그리 실하지 않았 다. 시대정서가더는녹녹하게허 용하지 않음을 어쩔 수 없지 않은 가. 작금의 시대는 혼자 생각하고 겨울숲을즐길수밖에없는시대 로몰고가면서막상겨울숲의평 화실체또한그리쉽게받아들이 려하지않는다. 인생은그런것이었다. 이만큼살 았으니 한숨돌려도 될 것 같다고 마음을 어루만질 무렵이면 또 다 른 계절풍이 불어닥친다. 겨울에 익숙해지고계속겨울이어도좋을 것 같다고 생각할 무렵이면 봄이 들어서듯이. 삶의 순환도 계절의 순환처럼 생의 변주곡일 따름일 까. 아픈부분은지워내고다시쓰 고싶음을용납해줄것같았던겨 울마저떠나고있다. 동질의 생각을 한다고 치부되면 동지로, 아니면 적으로 나눠버리 는 이원론적 세상 속에서 살아가 느라 겨울 바람의 확연한 차가움 을다시는못만날것같은아쉬움 이한몫을한것일까. 겨울의진지 한 냉철함이 벌써 그립다. 세상을 향한 겨울 나무의 안쓰러운 시선 이 지긋이 느껴진다. 겨울도 아닌 봄도아닌즈음이라해질녘느긋한 시간이기다려진다. 햇살이 질펀했던 하루가 저물고 저녁나절이 되면 하루 중 가장 매 혹적인설명불가한풍경이펼쳐진 다. 영상으로 남겨두고 싶은 시간 들이다.석양과겨울은마지막이란 여운을지니고있어서일까.해가기 우는 시간이면 방랑을 신명껏 부 려볼수있을것같아괜스레방만 해지곤 한다. 노을 그림자가 스러 져가는 동안 만이라도 떠나는 겨 울마음을읽어낼수있을것같은 데 석양이 연민처럼 슬프도록 아 름답다. 겨울은 저무는 하루처럼 한 계절을 완성해낸 아름다움을 남겼다. 황홀하게 불타는 노을이 사위어 가듯 인생도 계절도 하루 도 끝 매듭은 그토록 매혹적으로 쓸쓸하게떠나는것을. 나목이새움을틔우는것을보고 서야 겨울은 떠날 수가 있었나보 다. 떠나는 겨울과의 살뜰한 석별 을위해산책길에나섰다.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동안 산책 길은자가면역치료제가되어주었 는데어느덧저물녘낯설고외로운 행로로 접어 들었다. 떠나는 겨울 이랑해질녘풍경이랑함께어우러 지는산책길이매혹의풍경속으로 물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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