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2년 4월 9일 (토요일) 오피니언 A8 얼굴 서시 김정자 (시인·수필가) 행복한 아침 시니어 아파트 작은 공간이지 만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들 이하나둘모이기시작하면서우 리집거실을카페삼아모임장 소로 제공돼 온 지 오래다. 방역 지침으로방문객제한이시작되 자파트락메뉴로파빌리온이있 는공원에서모이기시작했다.그 렇듯평온한만남조차도시샘한 오미크론역습으로한해가 저물 어가고 새해가 들어서고 스산한 겨울 추위가 물러갈 즈음에 긴 공백을 떠밀어 보내고‘우리 카 페’식구들 모임이 기지개를 켜 게되었다. 긴 기다림 끝에 만난 카페 가 족들이 따뜻한 문안을 나누느 라분주한것같았는데문득‘어 머 못 뵙던 동안 예뻐지셨어요’ 갑작스런엉뚱한칭찬을듣게되 다니. 칭찬에 약한 주책머리 발 동으로 얼른 차에 올라 거울을 본다. 여전히 수준 미달에 나이 든얼굴인데갑자기예뻐졌을리 가.하지만편안한분위기는고수 해온것같은데남은날동안어 떠한표정을담고세상을살아가 게 될까. 나이 들어버린 굳어진 얼굴이라다듬을수도지울수도 없는것인데그저그립고미워할 수없는얼굴이고싶다. 나이탓인지사람을만나고얼 굴을대하다보면어떻게살아왔 는지 얼추 짐작이 간다. 살아온 내력이표정에나타나있고대화 를주고받다보면생각과소양까 지 읽어진다. 잘 생기고 덜 생긴 범주가아닌눈매나말소리격앙 에따라살아온잔재가엿보인다. 뒷모습이나앉고서는작은동작 행동거지에서도 살아온 분위기 가드러나기도한다. 안정되고 편안해 보이는 분은 이기적으로영악하게 살지는 않 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심는 대로거두는신의를중하게여기 며 살아왔을 것 같다.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낸 눈빛은 평온 하고 안정돼 있기 마련이니까. 활기차고밝은얼굴은건강까지 자신이있어보인다. 아침 저녁 무심코 거울보기를 하지만갈수록세월나이테가선 명하게 드러나 보인다. 눈가 주 름이정겹게보였던시절도있었 던 것 같은데 지금은 아니다. 세 월을 묵묵히 관조해온 주름이 생을발효시키고숙성시킨흔적 으로 지워지지 않는 깊은 골을 만들고 있다. 정직과 성실이 새 겨져 있는가 하면 실망과 투정 이 분화구 사구 마냥 새겨져 있 는 것 같기도 하다. 인생살이가 기록된살아있는기록장이따로 없다 싶다. 찰나의 삶이 꾸밈없 이기록되어있으니까.얼굴은인 격의심상이며신원을보증하고 대외적 명분 표 간판으로 인생 패스포드에버금간다. 얼굴표정에서진실됨과거짓된 심리를 파악하게 되지만 환심을 사기위해표정을조율하는극기 기술을가지고순박한척표정을 구사하는사람도있는가하면,권 력과재물맛에길들여져카멜레 온처럼변패되는것또한보아온 터였으니까. 신실한도덕성과인 간다운양식을지녔다면부끄러 움,수치심이얼굴에아무런구사 없이있는그대로떠올라야하지 않을까.어차피인생은실수와잘 못을저지를수밖에없지만표정 만은진실되게읽어낼수있어야 할터인데세상은갈수록표정만 으로진실여부를가려내기가오 리무중으로빠져들고있다. 속 사람이 지니고 있는 순수함 이표정으로드러나는것은값지 고 신실한 삶을 살아온 결과가 아닐까. 얼굴은 살아온 삶의 궤 적을담고있기에순간적으로표 정을 급조할 수 없음이요 아무 리분장수준의화장을덧칠한다 고해서표정을조정할수는없는 것. 가식 없는 순수한 표정을 지 니신분들은어떻게살아왔으며 무엇으로살아왔을까.평소심도 있는자아다스림이삶의바탕이 되어지고, 사랑으로주변을섬기 며,겸손과지혜로신실하게내면 을가꾸어왔기에바람직한모습 을지니게되었을것이다.은은하 게지혜로움이새겨져있는순수 한표정들을주변에서자주만나 지기를소망해본다. 나이들어갈수록존경받는얼 굴이되지못하고쓸모없는낡은 얼굴임을깨달아가는일은마음 아픈 일이다.‘태어날 때 얼굴은 부모가만들어주었지만,성장하 면서자신의얼굴은본인의생각 과행동이표정으로발현되기때 문에40세가넘으면자신의얼굴 에책임을져야한다’는말이얼 굴서시를제대로써가며살았는 지짐짓부끄러움을일깨워준다. 링컨대통령이남기신명언이새 삼스레무겁게다가온다. 20대한국대선이끝난지거의한 달이다돼가지만패배한이재명후 보에표를던졌던유권자들가운데 여전히많은사람들이심리적후유 증에서벗어나지못하고있다. 0.73%라는사상가장적은표차 로승패가엇갈렸기에이들의상심 이더욱큰것같다. 선거가끝난후 아예 뉴스를 끊었다는 사람들도 적지않다. 넓게 보면 진영으로 완전히 양분 된정치를이런스트레스의원인으 로지적할수있겠지만좁혀본다면 윤석열당선인에대한거부감이그 바탕에 자리 잡고 있다고 보는 게 보다정확한분석이다. 이들은 이재명이 떨어져서라기보 다윤석열이당선된것을견디기힘 들어 하고 있는 것이다(지난 주 실 시된한여론조사에서윤당선인에 호감이가지않는다고밝힌응답자 비율은62%에달했다). 인간심리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 는불경은인간의여덟가지고통을 설명하면서가장힘든것은사랑하 는사람과헤어지는고통이아니라 미운 사람과 만나는 고통, 즉 원증 회고(怨憎會苦)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니 뉴스 외면과 거부는‘원증 회고’를최소화하기위한무의식적 인방어기제라보면된다. 어쨌든 대선은 끝났고 국민들의 선택은이뤄졌다.그런만큼진보가 마냥 패배의 고통과 아쉬움, 그리 고무력감에사로잡혀있을수만은 없다.민주당과진보는왜국민들의 마음을얻는데실패했는지에대한 처절한 성찰이 있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인내심을 갖고 5년 후를 기약하기 위한 로드맵을 정교하게 만들어 나가야 한다. 당장의 정치 적결과만을위해서두른다면패배 는반복될수밖에없다. 진보는이번대선패배로겨울혹 한기에 들어섰다고 봐야 한다. 당 장 오는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와 2년후총선전망은지극히어둡다. 전반적인 투표율은 대선보다 크게 낮아질 것이 확실한 반면 노년층 투표율은여전히높을것이기때문 이다.새로운정부에힘을실어줘야 한다는여론이선거를지배할경우 민주당과 진보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 가능성이 크다. 보수를 선 택한국민탓만하고자기반성은게 을리 한다면 진보의 겨울은 더욱 길어지게될것이다. 진보가 지난 5년 동안 간과한 것 은국정은‘의도’가아니라‘결과’ 로말하는정치행위라는사실이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자신들의 선한 의도만을 내세웠을 뿐부동산등민생문제에서해결능 력을보여주는데는실패했다. 여전히 40%가 넘는 문재인 대통 령지지율에도불구하고이번대선 에서 50% 넘게 표출됐던‘정권교 체론’은 그만큼 대다수의 국민들 이정치를선의가아닌결과의행위 로인식하고있음을드러내준것이 라볼수있다. 정치학자일레인카 마르크의 지적처럼“인격적으로 훌륭하거나국민들과의소통에능 하기때문이아니라실행능력이뛰 어나야만 좋은 대통령”인 것이다. 윤석열당선인도잘새겨들어야할 대목이다. 여기에다 진보가 보인‘내로남불 ’식의오만은많은국민들이등을 돌리게 만든 결정적 요인이 됐다. 조국사태같은도덕적윤리적감정 을자극하는상황이터질때마다“ 그래도우리가보수보다는낫지않 느냐”는 식의 강변으로 일관한 태 도는국민들의거부감을자극했으 며 결과적으로 윤석열이라는‘어 쩌다 대통령’을 키워준 토양이 됐 다. 진보는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 는한미래를낙관할수없다. 그런 점에서비록패하기는했어도이재 명은 진보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이에필요한리더십의유형을보여 줬다고 평가해 볼 수 있다. 그동안 진보정권들은지나치게이념과가 치에 집착하는 국정 운영 스타일 을 고집해 왔다.‘절대 반지’와 같 은 가치를 설정해 놓은 후 이에 맞 춰정책을만드는국정운영행태를 보였다.이런스타일은융통성이결 여되기 십상이고 실제로 목적지로 이끌어가는 실행능력을 보여주기 힘들다. 반면 이재명은 철저한 과제지향 형정치인이다.그는10여년정치생 활내내가치가아닌과제를중심으 로해법을찾아가는귀납적스타일 을고수해왔다.진보에서는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정치 유형이다. 만 약이재명이당선됐더라면‘유능한 진보’라는새로운패러다임을정착 시킬수있었을지도모른다는아쉬 움이남는것은이때문이다. 좋은 정치는 관념적 구호와 선의 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특히 국 정을이끌어가려면정확한상황인 식을토대로제대로된해법을내놓 고이것을영리하게수행해내는실 천력을 갖춰야 한다. 그래야 비로 소 국정담당자로서의 자격과 능력 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이재명이 란인물의등장은그런점에서진보 에새로운좌표를제시했다고볼수 있으며, 그의 정치적 미래와는 별 개로20대대선이진보에게완전한 실패만은아니었다고평가할수있 는이유다. 진보의 겨울 조윤성 LA미주본사논설위원 하프타임 데이브와몬드작 케이글 USA 본사특약 시사만평 반복되는 역사 다시는 안 된다 또 이러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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