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2년 4월 29일 (금요일) 오피니언 A8 독자기고 종우(宗愚) 이한기 (국가유공자·애틀랜타문학회회원) *여해(汝諧) :‘서경(書經)’에나오는말로서“너(汝)라야이세 상이화평(和平)(諧)케되리라”의뜻을가짐. 전문가칼럼 이동욱 / 임상심리학박사 심리 상담에서 무엇을 기대하는가 심리 상담을 문의하거나 요청하는 분들에게는공통점이있다. 해결의실 마리가보이지않는심각한문제가삶 을송두리째흔들고있다는점이다.아 이들문제그리고중증정신질환을잠 시접어두기로한다면,대부분견딜수 없는고통과절실한마음으로치료자 의문을두드리게된다.한마디로당면 한어떤문제를해결하기위해서찾아 온다는뜻이다. 이제 방향을 바꾸어 치료자의 입장 을생각해보자.치료자들은본인의전 문분야가있다. 인터넷에서클리닉홈 페이지와 치료자들의 프로필을 찾아 보면부부문제, 약물중독, 트라우마, 우울증 등 그 전문 분야를 쉽게 파악 할수있다. 대학원초기의임상수업 이었던것같다.영어가완벽하지못한 동양인인 나로서는 무척이나 부담이 되었던현장수업이었다. 학교에부설 된수련전문클리닉이아닌실제현장 에서환자를만나는한마디로‘실전’ 이었던수업이어서잔뜩긴장을하고 있었다. 그수업의첫날첫시간에들었던한 노련한치료자의말을지금까지도잊 을 수가 없다. 그는 자신의 상담실 문 을손가락으로가리키며,“저기저문 을열고들어오는사람이무슨문제를 가지고올지는아무도모르지.그게배 워야할첫번째교훈이네.너무괴롭고 고통스러워서 찾아왔는데 우리는 전 문분야를들먹이며환자를그냥돌려 보내지.”수련생들에게다양한문제를 능숙히다룰수있는치료자가되라는 우회적인말이었다.하지만그당시전 문분야를막결정하고열심이었던나 에게는다른생각이머리를스치고지 나갔다. 환자의최선을위해서본인의 전문분야가아니면돌려보내는것이 마땅하다는생각이었다. 처한상황이 아무리 안타깝더라도 비전문분야에 서치료를시도하는것은할수도없는 일이고해서도안되는일이다. 이것은 치료자라면 누구나 숙지하고 실천해 야하는중요한원칙이다. 그럼에도 그의 말에 누구도 반박하 지않았다. 부인할수없는진실이담 겨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곳에 오기까 지환자와가족들이겪었을고통과눈 물의 시간들을 외면해야하는 현실이 괴로웠던 것이다. 게다가 돌려보내진 환자들이마땅한치료자를찾기란정 말어렵다는것을잘알고있었기때문 이었다.그질문때문이었을까그이후 분야를가리지않고찾아다니며열심 히배우고수련을받았다.하지만마음 깊은곳을찔렀던그질문에대한명확 한해답을아직찾지못했다. 가슴을쥐어짜는한숨, 후회와부끄 러움으로일그러진얼굴, 뜨거운눈물 방울들을닦아낸크리넥스더미를수 없이 경험하면서 희미하게 깨달은 것 이 있다. 상담실의 문을 열고 들어오 게한가장급한당면한문제를해결하 는것은치료의궁극적인목적이아니 라는것이다.환자는본인의고통에서 최대한빨리벗어나고싶어한다. 이것 은너무도당연한일이다.그것이치료 자를찾은이유이기때문이다.그문제 만사라지면행복한삶을살수있을것 같다고생각한다. 과연그럴까? 그문 제만해결이되면, 그것만성취하게되 면우리의삶은풍요롭고행복해질까? 수백년전토마스아켐피스는“어디 에가든지당신은당신자신을데리고 간다. 항상 당신 자신을 발견하게 된 다”고 말했다. 우리가 인생의 어떤 상 황에 처해 있든지, 어느 동네에 살고 있든지, 어떤직장에서일하고있든지, 재산이얼마나되든지, 건강하든지아 니면병으로고생하든지, 어떤배우자 와 살고 있든지, 우리는 우리 자신 그 자체임을벗어날수없다.우리가우선 적으로바라보아야하는것은그문제 가아니라우리자신이다. 증상은 단순한 기술과 연습으로 호 전될수있다.복잡하지않은증상이라 면굳이전문치료자를찾을필요없이 당장 유튜브를 검색하거나 인기있는 자기개발서를펼쳐보라. 훌륭한정보 를만날수있다. 마음을쏙빼놓는유 창한달변가들의이야기를듣고있으 면감동적인한편의드라마를보는듯 속이시원할것이다.그치료장면에서 환자의 우여곡절과 상상하기 어려운 인생의 드라마를 마주하다보면 정말 마음이시리고아프다.하지만마음을 더안타깝게하는것은그사람의시선 이어디에머물러있는가하는것이다. 빨리빨리에 익숙한 한국사람들은 상 담의과정도똑같이대하려한다.치료 자에게빨리문제를진단하고해결해 달라고요청한다. 가끔씩사람들로부 터누가정신적인문제로너무고생하 고있으니한번만나서이야기해줄수 없느냐고요청을받는다. 정현종의시 인의“방문객”이란 시에는 이런 유명 한구절이있다.“사람이온다는건사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중략)…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하물 며인생길의우연한방문객이이럴진 데,고통의눈물을머금고치료자와인 연을맺는다는것은얼마나어마어마 한일일까.고통을안고찾아오는이에 게,인생이야기를전심을다해쏟아내 는이에게,단지한번만나서이야기를 듣는것으로충분하다고한다면그것 은그에대한모욕이다.그어마어마한 인생의 이야기를 담아내기엔 한 번의 만남은 어불성설이다. 무엇보다도 치 료는감정의마지막한방울까지부끄 럼을무릅쓰고토해내는과정이고,성 숙한인간으로성장하기위해살속깊 이파고든고름을짜내고뼈를깎는과 정을거쳐야하는새로운인생여정의 시작이기때문이다. 기나긴 시간동안 송두리째 삶을 지 배해온문제가한두번의치료세션으 로해결될거라믿는다면상담가를찾 지않는것이지혜로운일일지도모른 다.당장의급한문제와증상이해결되 고사라진다고해도당신은여전히당 신이기때문이다. 인디언의우화에나오는이야기이다. 생쥐가고양이때문에항상두려워고 통 속에 살고 있었다. 생쥐는 신에게 자신의처지를간절히말했다.신이측 은하게여겨생쥐를고양이로만들어 주었다.그런데그동네에는사납고큰 개가살고있어여전히두려웠다.그래 서신은다시고양이를개로만들어주 었다. 표범이개를위협하자신은개를 표범으로 변하도록 해주었다. 표범이 되었는데이제는자신의가죽을목표 로돌아다니는사냥꾼이두려웠다.그 래서다시신에게하소연하자신이표 범을다시원래의생쥐로바꾸며말했 다.“내가 무엇을 해주더라도 네게는 도움이되지않는구나.왜냐면너는생 쥐의마음을가지고있기때문이다.” 충무공(忠武公) 이순신(李舜臣) 2022년 4월 28일, 배달 민족의성웅(聖雄)이신충 무공이순신(이하공(公)이 라함)의탄생제 477주년 날이다. 공께서는 한성(서 울)에서탄생,경상도의남 해 노량해협에서 53세로 순국(殉國)을하셨다. 유택은충청도아산현충 사경내다.본관(本貫)은덕 수(德水), 아호는 덕암(德 巖),자(字)는여해(汝諧),시 호는충무(忠武)다. 1576년31세늦은나이에문과에급 제를하여‘정이품, 정헌대부(正憲大夫), 삼도수군통제 사’에이르렀다.공께서는위국헌신일념으로시기,모함, 투옥, 백의종군, 임금으로부터무언의견제, 사색당쟁의 소용돌이속에서도어려움을극복한강직한분이셨다. 임진왜란으로나라와겨레가누란의위기에처했을때 한산대첩(大捷)과명량대첩그리고임진왜란마지막해 전인노량에서왜적을격파함으로서풍전등화의나라와 겨레를구하셨다. 한산대첩에서의 학익진(鶴翼陣) 전법(戰法), 명량대첩 에서명량(울돌목)의세계적으로빠른조류를이용하여 13척으로133척의왜적을격파하셨다.명량대첩에임하 기전임금이숫적으로우세한왜적과싸울수있겠느냐 는물음에상유십이지(尙有十二之)로장계를올린것은 공의구국일념이얼마나투철했는가를볼수있다. 노량대첩에서는“이원수들을물리친다면죽어도여한 이없나이다”라며하늘을우러러맹세하셨다. 노량대첩 에서왜적이쏜흉탄에맞았으나조카와부하장수들에 게“방패로내앞을가려라, 나죽었다알리지말라, 지금 은싸움이한창이다”라며부하들의전의가떨어질까염 려하셨다. 노량에서순국하시면서도대첩을거두시고나라와겨 레를구하신불세출의영웅이시다. 당시조정에서는‘효 충장의적의협력선무공신(效忠仗義迪毅協力宣武功臣)’ 으로공에대한공적을기렸던것이전부였다. 공께서순 국하신지30여년이지난인조임금때‘충무’라는시호 를내렸다. 90여년이지난정조임금때‘정일품, 대광보 국숭록대부(大匡輔國崇祿大夫), 의정부영의정겸영경 연, 홍문관, 예문관, 춘추관, 관상감사’를추증(追贈)하 였다.덕풍부원군(德豊府院君)에봉하였다. 공께서는오로지올바른길을걸었으며나라와겨레를 구하시고 순국하셨기에 민족의 성웅으로 추앙(推仰)받 고계심이리라. 공의후예들인우리는공의탄생제477주년을맞아상 유십이지정신과충무공정신을가슴에새겼으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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