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2년 5월 2일 (월요일) 특집 A10 유엔보고서는더암울하다. 이미 전세계적으로17억명이식품과에 너지, 금융 중 하나 이상의 위험에 노출돼있다고진단했다. 보고서는 “개발도상국들이 한 올의 말총에 매달린‘다모클레스의칼’아래놓 여 있다”고 표현했다. 그만큼 위태 롭고재앙이임박했다는얘기다.급 기야 18일재닛옐런미재무부장 관도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 행, 주요 20개국과 글로벌 식량 위 기대응책을논의하기위해나섰다. 한달새식품물가가30%나뛴스 리랑카는 이미 지난 12일 채무 불 이행(디폴트)을 선언하고 IMF 구 제금융을 신청했다. 화폐 가치가 90%나폭락한레바논에서도밀수 입이사실상끊기며빵값이70%나 폭등했다.이집트와파키스탄,아르 헨티나, 페루, 쿠바 등에서도 연일 식품물가폭등과식량난을호소하 는반정부시위가이어지고있다.아 프리카국가들은기아에허덕이고 있다. 한국인의 밥상도 타격을 받았 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옛날 국수 소면(900g) 가격은 1년 만에 2,600원에서3,500원으로33%나 뛰었다. 지난달 짜장면(9.1%) 라면 (8.2%) 떡볶이(8.0%) 등39개외식 조사 품목의 물가는 모두 상승했 다. 수입밀가격은13년여만에톤 당 400달러도 돌파했다. 1년 만에 40%나 올랐다. 농산물 가격이 물 가를 밀어 올리는‘애그플레이션’ 이다. ■전쟁터된빵공장,밀가격폭등 국제곡물가격이치솟은건러시 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는‘유럽의 빵공장’이 라고불리는곡창지대다.러시아도 세계 최대 밀 수출국이다. 두 나라 가전세계밀공급량의30%, 옥수 수의20%,해바라기씨유의80%를 담당한다.그런데전쟁이나면서수 출이막혔다.러시아는우크라이나 곡물수출의98%가통과하던흑해 를차단했다. 수출용곡물3,000만 톤이묶였다.러시아도서방의경제 제재에대한보복조치로비우호국 에대한곡물수출을중단했다. 앞으로도 문제다. 우크라이나 남 동부흑토는전쟁터로폐허가됐고 농기계는망가졌다. 농민들은총을 들고싸우느라옥수수를심어야할 시기도놓쳤다.비료값까지폭등한 탓에 올해 곡물 생산량은 최악의 경우절반으로줄어들것이란관측 도나온다. 밀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서 50% 이상 수입하는 나라는 36개 국이나 된다. 특히 이집트는 곡물 의 75%를, 레바논은 81%를 우크 라이나에의존하고있다. 식량안보 는절박한과제가됐다. ■기후변화,코로나로작년부터강세 사실국제곡물가는지난해도높 은수준이었다.코로나19팬데믹으 로인한이동제한조치는식량생산 과 가공, 유통을 마비시켰다. 곡물 수출을 제한한 국가는 30곳도 넘 었다. 지난해에도 식량가격지수는 전년대비28.1%나상승했다. 기후변화도 세계 식량 공급 체계 를 흔들었다. 지난해 미국과 캐나 다,아르헨티나에선가뭄과고온피 해가 심했다. 미국 수확량은 최대 40%줄었다.대두,설탕,커피,오렌 지 수출 1위국인 브라질에서도 가 뭄과 홍수가 반복됐다. 그나마 작 황이좋았던호주를제외하면사실 상전세계곡창지대가이상기온으 로몸살을앓은셈이다. ■중국의곡물싹쓸이 최근 중국의 곡물 사재기도 국제 곡물가를부추기고있다.농민군의 힘으로정권을장악한중국공산당 은 농업과 식량을 중시한다. 농촌 인구만 7억명이넘는다. 중국공산 당이매년초발표하는1호문건이 항상농업농촌농민의3농문제를 다루는 이유다. 특히 시진핑 국가 주석은“중국인의 밥그릇은 중국 곡식으로채워져야하고중국인의 손안에 있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는 지난달에도“식량 안보는 국 가의가장큰일”이라며“식량문제 를국제시장에의존해해결되길기 대해선안된다”고강조했다. 중국의식량수입의존도는 20% 안팎이다. 그러나 대두 수입 비중 은 80%도 넘는다. 주로 브라질과 미국에서연간 1억톤, 500억달러 안팎을 수입한다. 중국의 콩 수입 량은 전 세계 교역량의 60%를 차 지할 정도다. 옥수수는 미국과 우 크라이나에서가져온다.미국이콩 과 옥수수 수출을 막으면 중국은 치명타를 입는다. 중국엔 식량이 그야말로안보문제다.더구나소득 수준이높아지면서육류소비도늘 고있다. 1㎏의고기를얻기위해선 3~13㎏의 사료를 먹어야만 한다. 곡물 수입량이 급증할 수밖에 없 다. 중국은비축량을늘리고있다. 옥 수수수입은2019년479만톤에서 지난해2,835만톤으로, 밀수입도 349만 톤에서 977만 톤으로 증가 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 밀 소비국 이기도 하다. 폭우 등 이상 기후로 작황이 좋지 않은 것도 변수다. 중 국의 겨울 밀 수확량은 20% 이상 감소할것으로우려된다. 일각에선 올해 농작물 상황이 역대 최악이 될수도있다고예상한다. ■한국밀자급률0.7% 우리나라도 식량 위기에서 자유 로울 수 없다. 연간 1,600만 톤 이 상을들여오는한국은세계7대곡 물 수입국이다. 사료와 식품의 원 료인밀, 옥수수, 콩을대부분해외 에의존하고있다. 2019년기준식 량자급률은밀이 0.7%, 옥수수는 3.5%, 대두는 26.7%에 불과했다. 2020년 식용 밀 수입량은 250만 톤까지 늘어, 쌀 소비량(350만 톤) 을추격할정도다. 1960년대까지 우리나라의 곡물 자급률은 90%를 넘었다. 그러나 농산물시장이개방되고밀소비가 늘며자급률은급속도로떨어졌다. 2020년 식량자급률은 45.8%, 사 료를포함한곡물자급률은20.2% 로 추락했다. 2021년 식량안보지 수는세계113개국중32위수준이 다. 정부는 국산 밀 비축 매입량을 확대하고있다. 2020년853톤에서 지난해 8,401톤, 올해는 1만4,000 톤까지늘린다는계획이다. 사료와 식품원료구매자금금리도0.5%포 인트인하했다.그러나근본책은못 된다. ■식량안보위해비축량늘려야 식량안보 차원에서 자급률을 시 급히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 다. 이철호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명예이사장은“식량안보는앞으로 점점중요해질수밖에없다”며“먼 저 정부와 민간의 곡물 비축량을 늘리는데대한국민적합의를이뤄 내고 농업 예산을 늘려 꾸준히 식 량안보를강화하는게새정부가해 야할일”이라고주문했다. 이이사 장은쌀이남아돌지않느냐는지적 엔쌀이전체식량에서차지하는비 중이10%대까지떨어진점을감안 하면착시라고반박했다. 다만너무자급률에매달릴필요 는 없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농림 축산식품부는 2013년‘농업 농촌 식품산업 발전계획’을 통해 2017 년까지식량자급률 70%를달성하 겠다고밝혔지만공언에그쳤다.다 시‘올해까지식량자급률 55%’로 수정목표를내놨지만실현가능성 은희박하다.공수표만남발했다. ■정보력갖추고식량공급망구축 자급률을올리는게힘든건가격 경쟁력을확보할수없기때문이다. 수입밀보다국산밀가격은 3배나 비싸다. 밀자급률을높이는건그 만큼국민세금이나소비자부담을 늘리는셈이다. 일본은 국가 차원에서 밀을 수입 한뒤국내산밀가격에맞춰시장 에 내놓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국 내밀재배농가를보호할수있고 자급률도 높일 수 있다. 이렇게 밀 자급률이 두 자릿수로 올라갔다. 우린밀수입을전적으로민간에맡 기고있다. 남재작 한국정밀농업연구소장은 “미국과 캐나다에 이어 만약 호주 까지가뭄이들면우크라이나사태 보다훨씬심각한글로벌식량대란 이벌어질것”이라며“현재식량시 스템의지속가능성과줄어드는경 작지문제와기후변화등을함께살 피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남 소장은“먹거리의 80%를 수입하 는우리가제일신경써야할건그 80%를생산하는나라의상황을정 확히아는것”이라며“글로벌곡물 메이저에뒤지지않을만큼의정보 력과한국에최적화한글로벌식량 공급망을 구축하는 게 숙제”라고 말했다. <박일근논설위원> 전 세계 ‘식량전쟁’ 중인데 한국 밀 자급률은 0.7% 17일우크라이나의수도키이우외곽지역에서콤바인으로수확된밀이트럭위로쏟아지고있다. 러시아의우크라이나침공후국제 곡물가가급등하며식량위기가고조되고있다. <로이터> “2차대전이후가장심각한식량위기에직면하고있다.”데이비드비즐리세계식량 계획(WFP)사무총장이최근기자회견에서한경고다.기후변화와코로나팬데믹영향 에그렇지않아도강세였던국제곡물가격과식료품값이러시아의우크라이나침공이 후전례없이치솟고있기때문이다.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따르면3월식량가격지수 는전월(141.4)대비12.6%상승한159.3을기록했다.1996년이후최대상승폭이다.1년전 과비교하면무려33.6%나뛰었다.특히밀과콩,옥수수등으로구성된곡물가격지수는 170.1까지급등했다.WFP는식품가격이1%포인트오를때마다전세계적으로1,000만 명이극빈층으로추락하는것으로본다. 기후변화·팬데믹·우크라영향, 식량가격지수 1년새 34% 급증 우크라농토는장기전에폐허로올해곡물생산량절반감소예상 중국사재기하며사태더악화…WFP “2차대전후최대위기” 우리나라밥상물가에도직격탄수입밀가격 1년만에 40% 상승 우크라이나북동부하르키우외곽의한농부가지난3일무장을하고총을든채들판에 서있다. 우크라이나농부들이러시아군을막기위해총을들고싸우면서밀수출과옥 수수파종도제때이뤄지지않고있다. <로이터>
Made with FlippingBook
RkJQdWJsaXNoZXIy NjIxM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