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2년 9월 10일 (토요일) 오피니언 A8 김정자 (시인·수필가) 행복한아침 *모든 칼럼은애틀랜타한국일보의편집 방향과다를수있습니다 데이브외몬드작 케이글 USA 본사특약 한가위다. 달빛중가장빛고운절 기이기에 한가위 달님을 기다려왔 었는데이번해는기회가주어지지 않을 것 같다. 중추절 무렵에 만났 던 둥근 달은 밤이 깊어갈수록 달 빛이 무르익어가고 달에서 흘러나 오는은빛가루가만상을덮고혼곤 한 흥분이 일렁이곤 했었다. 갈 바 를 몰라 붙들고 싶을 때, 애틋함을 풀어놓고싶을땐달님을우러러왔 던우리네였다. 마치세월의신호등 처럼 갈 바를 명명해주 듯, 고단한 세상살이에길잡이가되어주듯평 온하고 온화하게 인생들을 품어주 었다. 영원한여정으로의안내판처 럼. 21세기를 맞은 지가 엊그제 같 은데 21년이란 시간이 지나버리고 2022년언덕배기에서버렸다. 강풍에 휩쓸리듯 지나가버렸다. 세월의 현란한 속도감 가운데서도 이방인이란색다른삶의여정을기 특하고 대견스럽다고 치켜주고 싶 기도하지만혹여군색한군더더기 같은 허물은 없었는지, 이민자로서 자존감은지켜왔던가자문해본다. 세월은오직앞만보고돌이킴없 이무심하게인생들과나란히흘러 가는것이었다. 세월의물결이우리 네삶의신비를깨우쳐주었고, 우리 네 삶을 순도 높은 향기로 세상을 정화하는고상하고기품있는, 멋지 고 세련된 일상을 갈무리해 갈 수 있는 길잡이로 신호등이 되어주었 던 것이다. 사거리 신호등은 쉴 새 없이신호를보내주고있다. 지나가 도 된다는 파란 신호도, 기다림의 시간을허락해주는노란대기신호 도, 지금은 갈 때가 아니라 기다리 라는빨간신호도쉬지않고이어지 지만세월의신호등은흔적이남겨 지든, 실체가없어졌거나지워진족 적에도세월의신호등은꿋꿋이세 월의흐름을지켜내고있었던것이 다. 여태껏 살아온 지난날에도, 지 금을 살아내고 있는 순간에도, 남 은날들의삶앞에서도인생의향방 을일러주기를바램하는소원은계 속될전망이다. 흐르는 시간 사이로 인생들의 걸 음은빨라지고세월의신호등은희 뿌연 바람기에 거슬리면서도 흔적 을 그려 내고 있는데 문득 신호등 색상외에도수많은색상이존재한 다는사실을이제서야깨닫게된다. 문인의길로들어선세월도한참인 데언제쯤이나만족할알곡을거둘 수있을지세월의신호등을향해물 어볼일도남았는데엉뚱스럽게노 구의 몸이 옛 몸이 그립다는 신호 를보내기시작했다.‘나는지금무 엇을해야하나’ ‘나는지금무엇을 바라보고있는가’ ‘나는지금어디 로가야 하나’. 이같은질문들이없 이는움직일수없었다는것도비로 소깨닫는다. 미대륙에서한사람의 시민으로 현명한 이민자로 강인한 소명의식을품은의지로세월의주 인이되어야할것이라다짐했던그 날이 아슴푸레하게 손에 잡힌다. 그간세월의신호등으로하여힘들 고난해했던낯선땅이조금은익숙 해져가고있음에감사가우러난다. 노년이란 어휘는 내 인생과는 무 관하게비켜갈것만같았는데눈깜 빡할사이우뚝다가와서있다. 세 월이덧없다.태어나고한세상을살 고 세상을 떠나는 것. 세월 흐름이 꿈만 같다. 바람 같기도 하고 하염 없이 흐르는 구름 같기도 하다. 삶 은 또 다른 세월을 향한 기약이라 했다. 세월 흐름에 민감한 지각 반 응이 감각적으로는 도드라지지만 육신은그유속에따라주지못하는 것이 세월 흔적인 것 같다. 학교 수 업시간이지루했던것도얼른성인 이되어보고싶다는엉뚱한생각을 할만큼세월이더디고유순하게흘 러갔던것같다.세월의속도감을감 지하지못했던유년이그립다. 아이 들을 키워내면서부터 속도를 제어 하거나붙들틈도없이내달아버리 고말았다. 손가락사이로새어나가 는모래알처럼하루들의삶의신호 등에충실해왔던가를짚어볼겨를 도없이흘러가버렸다. 넓은 강폭같은 세월 속에선 하루 들 길이가 지루하기도 했었고, 세 월그림자가길게드리워지는동안 에는어떤자막을남겼으며세상을 가족을스스로를얼마나사랑했으 며얼마나대화하며어우러지며살 아왔던가.남은시간을어떻게채워 갈것인가.세월의수압에떠밀리듯, 함부로세월을주름잡으며접어두 기도하며무심하게걸어오지는않 았는지. 여울처럼흐르는시간이라 는 신비를 타고 한 생을 살아간다 는것.그렇게지루할만큼도아니었 지만결코짧기만했던것도아니었 던세월흔적들이퇴적물처럼고여 있다. 노년으로접어드는더딘걸음 사이로회환의바람이스치운다.평 온했던유년에는시간읽기도, 시간 을벌어야할일도없었는데언제부 터인가 기도의 대합실에서 말씀의 프리즘을 통해 익혀왔던 것 같다. 세월의신호등은깊은묵상끝에얻 어지는 하늘로부터 내려지는 메시 지였다. 뉴스칼럼 ‘쓴소리꾼’이 필요해 로마교황청은성인을추대하 는 과정에서 그 후보자가 성인 이돼서는안되는이유를강하 게 제시하는 반대자의 역할을 하는사람을지정해왔다. 이사 람은 자신의 악역을 통해 교황 청 내부의 의사결정이 일방적 으로 흐르거나 잘못되지 않도 록 견제하는 역할을 했다.‘악 마의 변호인’(Devil’s Advo- cate)은바로이런역할을하는 사람을지칭하는말이다. ‘악마의변호인’은종교적배 경에서 탄생한 역할 이지만 조직에서 흔 히 나타나는 집단사 고의 위험을 경계하 고 최고 의사결정자 의독단과오류를바 로 잡아주는 사람을 뜻하는 보편적인 어 휘가됐다. 아무런 견제나 반대의견이 없는조직은잘못된결정을내 리기 쉽다. 집단은 원래 확증 편향에빠지기쉬운데다설사 다른생각이나의견이있다해 도 전체적인 분위기에 눌려서 입을닫아버리게되는경우가 많다. ‘악마의변호인’제도를만든 교황청은 역설적으로 견제와 반대가 사라진 조직의 문제점 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로 꼽 히고있다.지난1983년교황요 한바오로 2세는‘악마의 변호 인’제도를 없애 버렸다. 이후 교황재위20년동안이전교황 들의 시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무수한‘복자’들과‘성 인’들이양산됐다. 성인의경우 무려 482명에 달했다. 견제와 이견과사라지면서‘성인’의기 준이 턱없이 낮아져버린 것이 다. 이런 폐해를 막고 보다 균형 잡힌 결정을 도출하기 위해 많 은조직들은교황청의‘악마의 변호인’과같은역할을해줄사 람을 임명하거나 그런 조직을 구성하고있다. 미군이만들어운용해오고있 는‘레드 팀’(Red Team)이 대 표적이다.‘레드 팀’은 상황 시 뮬레이션과 취약점 조사, 그리 고대체분석등을통해자신과 적의 장단점을 분석하는 것을 주임무로하고있다. 이런분석들을통해획일화된 명령체계를 갖고 있는 군 의사 결정 과정의 취약점을 보완해 주는것이다.‘레드팀’운용은 이제 군을 넘어 일반 기업들로 까지확산되고있다. 취임 4달째인 윤석열 대통령 이유례없이낮은임기초국정 지지율로 크게 고전하고 있다.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국정과제 수행에 필요한 동력을 확보하 는데애를먹고있는것이다. 그런데이런상황을초래한데 는윤대통령자신의책임이가 장크다. 그는 취임 후 자신 의발언들을통해현 실과 동떨어진 인식 을 지속적으로 드러 내 왔다. 인사 참사 지적에 반응하는 과 정에서도 그랬고 수 해참사 현장에 나가 서 한 발언들에서도 이런 문제 점들이드러났다. 그런데도대통령자신은이런 문제점의 심각성을 제대로 느 끼지못하고있는듯하다. 취임 100일기자회견은이런인식에 대한 반성이나 사과는 전혀 찾 아볼수없었던, 자화자찬의연 속이었다. 대통령이현실과동떨어진어 린 인식을 보이면 이것을 바로 잡아줘야 하는 것이 참모들의 역할임에도 윤 대통령 주변에 과연그런참모가있기는한것 인지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없다. 참모라는사람들이오 로지 대통령을 위한 변호와 변 명에만급급한모습이다. 윤 대통령이 인적쇄신을 내세 우며가장먼저한일은홍보라 인강화였다. 여전히그자신이 아닌홍보부족을문제의본질 로여기는것같다. 대통령이기자회견에밝혔듯 진정 국민들의 숨소리에까지 귀를 기울이겠다면 무엇보다 적극적으로 참모들에게 먼저 쓴소리를청해야한다. 그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포 장꾼’이 아니라‘쓴소리꾼’이 다. 아무런불이익을주지않겠 다는 다짐과 함께 열린 마음으 로‘악마의 변호인’역할을 해 줄 팀을 만들고 참모들의 개인 적인 의견도 열심히 청해야 한 다. 쓴소리에귀를열지않는한 지지율 회복은 난망한 일이 될 것이다. 세월의 신호등 시사만평 엘리자베스 여왕 서거 “나는 국민들을 전투로 이끌 수 없고, 법을 제공하거나 정의를 다룰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나는 다른 걸 할 수 있습니다. 나는 영국에, 그리고 우방 국들의 모든 국민들에게 내 마음과 헌신을 드릴 수 있습니다.” 여왕 엘리자베스 2세 1926-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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