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2년 9월 10일 (토요일) D4 추석 특집 ※해결되지않는내면의고통때문에힘겨운 분이라면누구든상담을신청해보세요. 상담 신청서는 한국일보 사이트(https://www. hankookilbo.com/counseling)또는아래바 로가기를통해양식을내려받아작성하신후 이메일 (advice@hankookilbo.com )로보내주 시면됩니다.선정되신분의사연과상담내용 은한국일보에소개됩니다. “명절때찾아뵐예비시댁$화목한대가족보면혼자이방인같아요” A 부모와의불안한관계서좌절경험 타인의거부에대한두려움커져 회피함으로써불안통제해왔던것 결혼은인간관계회복할좋은기회 지금모습그대로아껴주는남편과 믿음과신뢰천천히뿌리내려야 정우열의 회복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 Q 일곱살때아빠가외도로가출하고 엄마는“아빠한테가버려”모진말 이모댁갔다가며칠만에오기도 사촌오빠에게성추행당했을때 엄마가어린나를안지켜줘충격 성인돼서도인간관계서불안^위축 이제는 한 걸음 더나아가서결혼을 계기로좀더적극적인관계맺기를시도 해볼것을 조언하고싶어요. 남편은인 생의동반자로우진씨를선택했습니다. 잘나지못해도, 잘 해내지못해도, 지금 모습 그대로 우진씨를아껴줄 수있는 사람이죠.아직은남편이자신에게안전 한 사람이고있는 그대로 자신을 사랑 해줄 것이란 믿음이단단하지않을 수 있습니다.하지만결혼생활을통해배우 자와의관계속에서그 믿음과 신뢰를 천천히뿌리내릴 수 있을 거예요. 아이 가 부모와애착 관계를 맺으며세상을 살아가는근본적인신뢰감을형성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성인역시부부 관계 를통해신뢰감을쌓아가게되는데이를 ‘성인애착’이라고합니다. 내면의구멍이아프다못해너무부끄 러워서남편에게조차노출하고싶지않 은 마음이있을 거예요. 자신의기질이 너무나예민하게느껴져서원망이들고 포기하고싶을 때도있을 겁니다. 하지 만우진씨는감정의결을누구보다섬세 하게느끼는 사람이고, 최선을 다해자 신을지켜왔습니다.그리고아주다행스 럽게도당신을아끼고사랑하는동반자 를 만났습니다. 결혼을 축하합니다. 세 상에서가장안전한 사람인남편과 함 께친밀감을충분히누리며내면이성장 하고깊어갈수있기를진심으로바랍니 다. 정리=손효숙기자 건지엄마는다시돌아오셨어요.엄마는 저희를이뻐해주시다가도가끔씩‘첫째 만낳고너희둘은낳는게아니었는데’, ‘뭐하러셋씩이나낳았을까’,‘너희아빠 에게가버려’라는 모진 말을 쏟아내셨 습니다. 저에겐어린시절사촌오빠에게성추 행을당한기억이아직까지도악몽처럼 남아있어요. 3년전엄마와통화를하다 가 우연히엄마도 그 사건을알고있었 고, 당시제가 도움을청했는데도아무 조치도없이그냥넘어갔다는것을알게 됐습니다.저는심약한엄마가내이야기 를들으면얼마나마음이아플지걱정했 는데정작엄마는어린나를지켜주지않 았다는사실을알게됐을때큰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날얼마나 많이울었는 지모릅니다. 어린시절의상처때문일까요.많이노 력했지만인간관계가여전히어렵고두 렵습니다. 이제결혼을 해서새로운 가 족을만나는데어디서부터이문제를해 결해야할지모르겠어요.예민한기질로 태어난제탓인것같아 막막하기만 합 니다.이렇게계속 살아가도 괜찮은 걸 까요. 김우진(가명·34세·프리랜서) 우 진씨, 당신의사연을읽으면서어 린시절부터 겪 었을 외 로움과 불 안이고스란히전해져마음이아 팠 습니 다. 수치심을마주하는상 황 에대한 두 려움이얼마나 컸 을지그때마다얼마나 괴 로 웠 을지충분히이해 됩 니다. 당신이 겪 고있는 괴 로움의근원인과거부모 님 과의관계, 현재 자신과의관계, 앞 으로 펼쳐 질결혼생활에대해다시한 번 천천 히생 각 해 봐 야할것같아요. 어린우진씨의 삶 은 참 으로 힘 들었 던 것같습니다. 한마디로 표현 하면한치 앞 을 내다볼 수없는 삶 이었어요. 어린 당신은부모에게언제 든 버려질까 불 안 했고, 사랑과인정을받지못할까 봐 두 려 웠 어요.그때의기억때문에당신은누 가조금이라도나를 평 가하거나 비 난할 것같은느 낌 이들면수치심에 압 도되는 것같습니다. 그 런 상 황 을 마주하기가 늘 두려우니스스로 위 축되고 삶 이막 막하게만느껴지지요. 아버지는 당신에게무심했어요. 아버 지의사랑과인정을갈구했지만 불 안한 관계속에서반 복 해서 좌 절을 경험 했 던 것같습니다.이 런 상 황 에서우진씨가의 지할 곳 은어 머 니 였 지만어 머 니역시 따 뜻 하게받아주지못했고, 위 기의 순 간 에 든든 한 보 호 자가 돼 주지도 못했습 니다. 우진씨에게여전히아 픈 기억으로 남아있는사건에서어 머 니가보여 준 태 도는 그 사건자 체 만 큼 이나 큰아 픔 으 로남게 된 것같습니다.아버지의 냉담 , 어 머 니와의단절 경험 으로우진씨는상 대가그 럴 의도가아니었더라도당신을 저 는 프리 랜 서직장인이에요. 오 랫 동안 극심한 명 절 스 트레 스에시 달 리고있습니다.단 순 히 명 절이 싫 은정 도가아니라일년내내 불 안에 떨 어요. 결혼을 앞 두고스 트레 스가더심해 졌 어 요. 미 혼일때는내가가고싶을때가고, 돌아오고싶을 때돌아오면됐는데결 혼 후 에는 피 할 수도없을것이란생 각 에너무두렵습니다. 시 댁 은대가족이고자주모이는화 목 한분 위 기 입 니다.그대가족사이에서나 는 스스로가이 방 인같아요. 식 사 자리 에서 쭈뼛 거리고 혼자아무 말 못하는 그시간이 괴롭 습니다.어 색 하고 불 편한 데서그치는게아니라 온몸 으로수치심 을받아내는느 낌 이에요. 어린시절부터여러사람과있는것이 불 편했어요. 학창 시절 엔 한두 명 의친구 들과만친하게지 냈 고,수 학 여행이나수 련회 를 앞 두고는 늘불 안에시 달렸 습니 다.성인이됐지만단 체 생활이 불 편하고 괴롭 기는마찬가지 였 어요. 그 래 서 회식 이없고,혼자일할수있는 곳 으로 취업 을했어요. 모 든 모 임 이 괴롭 고 힘든 것은아 닙 니 다. 술 자리는 좋 아하는편이고, 상대가 안전하다고 느끼면말도 곧 잘 하고심 지어사 교 성이 좋 다는 얘 기도들어요.하 지만안전하다고느끼지않거나나를잘 받아주지않을것같은 사람이한 명 이 라도있으면그 자리에있는 것이 숨 이 막 힐 정도로 괴롭 습니다. 저는어릴적에의지할데없는가정 환 경 에서자 랐 어요. 아빠는제가일 곱 살 이었을 즈 음 외 도로 집 을 떠 났습니다. 대신한 달 에한 번 씩 집앞 으로 찾 아왔 어요. 아빠를 참 좋 아하는아이 였던 저 는아빠로부터 칭 찬을 듣 는 게그렇게 좋 았어요. 하지만 아빠가 평소 저에게 가장많이했 던표현 은‘너는 왜 그 런 것 도 못하 냐 ’라는 핀잔 이었어요. 저는아 빠에게언제나모자란 딸 이었나 봅 니다. 엄마는 직장에 다 녔 는데 항 상 바 쁘 고 힘 들어하셨죠. 여 덟 살 때에는엄마 가이모 댁 에가셨는데며 칠 동안 돌아 오지않으셨어요.엄마의서랍을 뒤 지다 가 ‘이렇게두고가서 미 안하다’로시작 하는 편지를 발견 했죠. 마음을 바 꿨던 며감정적으로 소 진되는 루틴 이반 복 되 면서내면에 메 우기 힘든 구멍을만들었 죠. 그동안은 회피 함으로 써불 안과 두 려움을통제해왔지만결혼을 앞 두고무 너지기시작한것으로보 입 니다.결혼을 통해새로형성 된미 지의관계들에대한 불 안, 더이상은 회피 할 수없을지도모 른 다는 두려움이, 인생의 중 요한 사건 인결혼을 앞 두고자연스러운 불 안에더 해져너무 큰 스 트레 스가되었을것같 습니다. 제가 우진씨에게 꼭 전하고 싶은 것 은결혼을 앞둔 지금이우진씨에게도전 이자기 회 라는사실 입 니다.결혼은 타 인 에게자신을그대로 드 러내고그자 체 로 받아들여 짐 으로 써 맺어지는인간관계 를 경험 할수있는일생일대의기 회입 니 다.제가보기에우진씨는내가어린시절 중 요한사람으로부터이 런영향 을받아 이 런 면이형성됐고, 그 래 서 현재삶 속 에서이 런 게건 드 려지면어 떻 게반 응 하 는지를어느정도 파 악하고있는것같 습니다.이 점 이무 엇 보다 훌륭 합니다. 조금이라도서운하게하거나당신을아 주 소중 하게여기지않으면버려질것같 은두려움에사로 잡 히지요. 타 인과의관계에서자신의감정과느 낌 ,생 각 에대한자기 확 신이 떨 어지면사 람은 누구나 불 안과 두려움을 느 낍 니 다. 그 런 감정으로부터자기를 지 키 는 여러 방 어기제가있는데그 중 하나가 괴 로운상 황 자 체 를 피 해버리는‘ 회피 성행 동’ 입 니다. 회피 가대인관계의 패턴 으로 굳 어진사람은거절에 매 우예민해서자 신을거절하지않을것이라는 확 신이 드 는 사람만을 대상으로 관계를 맺습니 다. 거부에대한 두려움이 커 서혼자지 내려고하지만마음깊은 곳 에서는친밀 한 관계를 누구보다 간절히원하고있 죠. 우진씨역시스스로 묘 사한대로안 전하다고느껴지지않거나 공 격할수있 을것같은사람이한 명 이라도있을것 같으면상 황 자 체 를 피 하는 식 으로 자 기마음을지 킨 것으로생 각됩 니다. 인간관계는기본적으로의도와감정 을 주고받는 관계이니 늘 모 호 함에대 한 불 안이있을 수 밖 에없습니다. 스스 로에대한 신뢰와 확 신이있는 사람은 모 호 함에서오는 불 안을 수 용 하고 극 복 하는과정을쌓아가면서성장합니다. 하지만우진씨는그 런 대인관계 경험 이 부족했 던 것같습니다.안 타 까운 점 은, 혹 여나 비 난을받고부끄러움과수치심 을느 낄 수있을지모 른 다는두려움때 문에관계자 체 를 피 하면서도감정의 끈 을 놓 아버리지못하고 실은 온 신 경 을 쓰 고있다는사실 입 니다. 짐 작건대이 런 감정노동에쏟는에너 지는 스스로생 각 하는것보다 훨씬컸 을 겁니다. 명 절이돌아 올 때마다 불 안 이엄습해오고그상 황 을거부하거나 외 면하는과정에서상당한에너지를쏟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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