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2년 9월 16일(금) ~ 9월 22일(목) A8 여행 ■세상과 담쌓을 결심, 김삿 갓유적지 단양영춘면과경계지점에지명 의 유래가 된 김삿갓유적지가 있 다.문학관과묘역,그가살던집을 포괄하고있다. ‘방랑시인’하면전국을유람하 며풍류를즐기는과객으로여기 기 쉽지만 김삿갓이 얼굴을 가린 연유는풍류와거리가멀다. 김삿갓(김병연·1807~1863)의 조부김익순은홍경래의난때평 안도선천부사로있다가반란군 에 투항했다. 역적이 된 조부는 참수당하고가족은가까스로목 숨을건졌으나부친은도피생활 중 사망한다. 모친이 4형제를 데 리고숨어든곳이이곳영월산골 짜기다. 그렇게외부와벽을쌓고 살던집안은병연의남다른재주 로바깥세상과다시만난다. 문장솜씨가뛰어난병연은영월 에서열린백일장에서 20세의나 이로급제를하게되는데, 공교롭 게도 백일장의 내용이 조부의 역 적행위를 날카롭게 비판하는 글 이었다. 뒤에 어머니로부터 가족 사를알게된병연은삿갓을쓰고 평생 전국을 떠돌며 방랑생활을 이어간다. 나라에 충성하자니 불 효가되고, 조상을섬기자니역적 이될처지에서그가선택할길은 많지않았다. 개울 건너에 그의 묘지가 있다. 시비로장식된산책로를따라가면 양지바른 산자락에 작은 봉분이 있다. 근래에세운‘시선난고김병 연지묘’라는 비석을 제외하면 제 단도 갖추지 못한 평범한 무덤이 다.김삿갓은1863년57세의나이 로전남화순군동복면에서사망 했는데, 아들이3년뒤자기집가 까운 이곳 노루목 기슭으로 이장 했다. 권위가 예전만 못하다지만 엄연히 임금이 다스리던 나라였 으니번듯한비석하나세우기어 려운시절이었다. 그가 살던 곳은 묘지에서도 약 1.6㎞떨어진깊은골짜기다. 계곡 과 나란히 이어지는 제법 가파른 길을올라야한다.민가가한채있 어서 시멘트 포장이 된 도로지만 외부차량은들어갈수없다. 듬성듬성 이어지는 비탈밭에는 가을 볕에 오미자가 발갛게 익어 가고,낙차가큰계곡에선맑은물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시골길인 듯,등산로인듯30여분을걸으면 찻길이좁아지는곳에초가한채 가자리잡고있다. 해발550m부 근, 도로가 난 지금도 숨이 차는 산중턱이니 당시로선 세상과 담 쌓을 결심이 아니면 가기 어려운 곳이다. 김삿갓유적지 주차장은 문학관 앞인데,묘지와살던곳은개울건 너편이다.200m가량인도없는차 도를걸어야한다. 횡단보도도없 으니무단으로건널수밖에없다. 차량 통행이 적다지만 관광지로 홍보하며 불법과 위험을 방치하 는무신경이아쉽다. ■숲속의 요정 같은… 운탄 고도모운동 김삿갓유적지에서 건너편으로 보이는망경대산(1,088m) 자락에 모운동마을이있다. 행정지명은 주문리지만 언젠가부터 모운동 으로불리기시작했다. 아침나절이나 비가 갠 후에는 어김없이 구름이 모여드는 곳이 라는 의미다.‘회운(會雲)’이나‘ 구름마을’이 아닌, 한글과 한자 의기묘한조합인데전혀어색하 지않다.망경대산정상부위의한 자락이갑자기툭내려앉은것처 럼분지가형성된고원이다. 느낌 으로는 도교적 이상향으로 설정 된하동의청학동과비슷하다. 모운동은 옥동광업소 광산노동 자와 가족들로 번성한 때도 있었 다. 믿기지 않지만 무려 1만 명이 살았다니 옹색한 산동네가 아니 라‘공중도시’였다. 당시 영월읍 내에도 없었다는 극장을 비롯해 초등학교와 우체국도 있었다. 그 러나 석탄산업합리화로 광산이 문을 닫으면서 모운동도 급속히 쇠락했다. 지금은 28가구에 35명 남짓살고있는,잊힌산골마을이 되고말았다. 그래도고향마을같은아련한향 수와 이색적인 풍광 덕분에 최근 예능프로그램‘짝’과‘운탄고도 마을호텔’을촬영했다. 덕분에외 지인이 심심찮게 찾아오는데, 마 을에는그럴듯한숙소는말할것 도없고,어디나흔한카페하나가 없다. 방송처럼실제호텔이있는 줄알고온사람들은서운할수밖 에없다.녹화후방치되던마을회 관을현재실제숙소로개조하는 공사가진행중이다. 마을뒤편으로나가면운탄고도 와이어진다. 석탄을실어나르던 고원 도로라는 뜻이지만, 최근엔 양탄자처럼 구름이 깔린 길이라 는의미로해석한다. 일명산꼬라 데이(산골짜기) 길이라고도 하는 데곳곳에광업소의흔적이남아 있다. 초입에 옥동광업소 동발(동바 리) 제작소 건물이 폐허로 남아 있다. 동발은갱도가무너지지않 게받치는나무기둥이다. 조금더 가면수풀에방치된건물이보이 고,바로옆에황톳빛침출수가흐 르는갱도가보인다. 이 물을 근처 협곡으로 빼내 인 공폭포를 만들었는데, 까마득한 계곡으로물줄기가떨어져내리며 암반을붉게물들였다.‘황금폭포 ’라이름한이유다.황금폭포전망 대옆에는탄차에기대어쉬는광 부상이세워져있다.작품명‘휴식 ’이다. 모운동이 어떤 곳인지는 가보 지않고알수가없다. 해발550m 로 아주 높은 곳이 아닌데도‘하 늘아래첫동네’라부르는이유는 마을로가는가파른지형때문이 다.마을맨위쪽에옥광교회가있 다.탄광이번성할때인60년전에 설립한교회다.문현진목사는4년 전부임하던날을잊을수없다고 했다. “위성사진으로는평평하게보이 니까이렇게높은줄몰랐죠.굽이 굽이올라오는데진짜마을이있 을까생각되더라고요. 이굽이돌 면보일까,저굽이돌면나올까세 어보다가 결국 포기했습니다. 그 렇게 마음을 비우고 드디어 도착 했을 때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은 정말‘숲속의 요정마을’같았습 니다. 어릴적시골에서봤던밤하 늘은하수를수십년만에다시보 는 것도 황홀했습니다. 외지인이 오면마을소개겸자랑도하고막 행복합니다. 평생 여기서 목회활 동을할생각입니다.” ■만경사와 망경산사, 수수 한절간에천혜의풍광 언제나사고위험에노출된광부 가족들이마음을기댈곳은교회 만이 아니었다. 모운동에서 똬리 를틀듯연결된도로를따라더올 라가면 만경사라는 사찰이 있다. 망경대산 정상 바로 아래다. 멋진 풍광을바라본다는뜻은한가지 일텐데,산이름과절이름이살짝 어긋났다. 온갖수려한경치를품은사찰이 니, 전각보다는절마당에서내려 다보는풍광에넋을잃는다. 고랭 지 채소밭 주위로 듬성듬성 민가 가흩어져있고,그아래로까마득 히 남한강에 합류하는 옥동천이 뱀처럼흐른다. 그너머로는소백 산맥의 높고 낮은 산줄기가 수려 하게이어진다. 만경사는바로아래망경산사에 서 관리하고 있다. 대웅전이라야 처마가 낮은 단층 건물이 전부일 정도로수수한사찰이다. 대신모 운동처럼 평지를 이루고 있는 주 변은화사한꽃밭으로가꿔져있 다. 절을지키는비구니와신자들 의정성어린손길이느껴진다. 과 꽃 맨드라미 해바라기 코스모스 등 평범한 가을꽃부터 꽃범의꼬 리마타리족도리설악초용담등 야생화까지뒤섞여천상의화원이 다. 호사스럽지 않으면서도 수수 함이묻어나는정원이다. 만경사로오르는길초입에예밀 리마을이있다. 산골과어울리지 않게‘메종 드 예밀’이라는 레스 토랑과‘와인족욕체험장’을운영 하고있다. 마을에서포도농사를시작한건 약20년, 영농조합에서와인을생 산한지는10년이됐다. 짧은기간임에도품질이좋다는 소문이나면서지금은포도든와 인이든물량이달릴정도로유명 해졌다. 족욕체험(1만5,000원)에 는와인한잔이곁들여진다.여행 의피로를푸는색다른체험이다. <영월=글·사진최흥수기자> 영월김삿갓면망경대산아래에위치한모운동마을. 해발 550m로아주높은편은아니지만굽이굽이가파른경사로를올 라야해서‘하늘아래첫동네’라고도불린다. 구름 모여드는 모운동 숲속의 요정 같은 ‘하늘 아래 첫 동네’ ‘김삿갓면은 강원도 최첨단 지역으로 주민의 85%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청정한 자연환경을 잘 보존하고 있는 국제 슬로시티로서….’ 인터넷에 나와 있는 영월군 김삿갓면의 어느 마을 소개 글이다.‘최첨단’의 근거가 불분명한데, 영 월의 지명만큼은 고정관념을 깨는 최신식이다. 읍내를 기준 으로 남면과 북면이 그대로이긴 하지만, 한반도면 무릉도원 면 산솔면 등은 지형적 특성과 상징물을 내세워 개조한 경우 다. 영월 동쪽의 김삿갓면도 마찬가지다. 영월김삿갓면모운동마을과만경사 만경사에서고랭지채소밭과주변산세가시원하게보인다. 김삿갓거주지에복원한초가. 도로에서2km가량떨어진깊은계곡이다. 모운동마을의황금폭포.폐갱도의침출수를끌어서만든인공폭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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