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2년 9월 21일 (수요일) A6 특집 “난 바보예요, 혼자이구요. 내가 죽고나면이곳을기프트샵과모텔 로바꿔버리려고기다리는사람들 을무력하게바라볼수밖에없었습 니다.” “이건 걸작입니다. 혹은 그 비슷 한거죠. 이걸실제완성할수있을 지 관심을 가진 사람은 저 혼자뿐 이었어요.”77세로 건강이 급격하 게나빠지고있는하이저가지난봄 에한말이다.‘시티’는수풀이우 거진가든밸리산으로둘러싸여있 어서 찾기가 쉽지 않다. 이곳은 코 네티컷의두배크기인링컨카운티 로, 목장주와은퇴노인들, 근처공 군기지로출퇴근하는몰몬교도가 족들 및 하이웨이 주변의 주유소 직원등5,177명이살고있다. 그러 나 하이저를 제외하고는 5,177명 의 사람들 중 아무도 가든 밸리에 살지않는다.라스베가스에서북쪽 으로약3시간거리를달리는동안 마주치는황량하기짝이없는풍경 은‘시티’의서곡일뿐이다. ‘시티’는묘사가쉽지않다. 두개 의큰기념물중하나인‘컴플렉스 원’은하이저가맨처음건설한부 분으로 거대한 분묘 또는 제단을 떠올리게 한다.‘45도, 90도, 180 도’라고 불리는 또 다른 기념물은 점점더거대해지는삼각형과직사 각형의여러선이모이는콘크리트 광장으로구성돼있다. 마치퍼즐조 각과같아서결합하면하나의거대 한쐐기를형성한다. 모양과 그림자를 파악하는 데만 도 시간이 걸린다. 하이저가 특히 자랑스러워하는것은전체모습을 인스타그램셀카로는담을수없다 는점이다. 이동에따라, 또빛이떨 어지는각도에따라형태가달라진 다. 한곳에서볼수있는전망대나 지도도 없고, 시작도 끝도 없으며 단지공중에서만우아한상형문자 같은 전체 레이아웃을 볼 수 있다. 그렇다고‘시티’를위에서찍은사 진이나 드론 영상으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 발로 직접 걷고 탐험하며 눈높이에서체험해야한다. 캘리포니아주 버클리 출신의 하 이저는공학자와학자집안에서태 어났다. 외조부는 가주 광산부의 수장이었고 친조부는 1880년대 네바다로이주해최대의텅스텐광 산을 운영했다. 부친은 UC버클리 고고학자로서 이집트, 볼리비아, 멕시코등지의고대거석발굴전문 가였다. 학업성적은모두F였지만광산과 암석학, 고고학적배경에다예술적 기질이 뛰어났던 하이저는 1960 년대의다른뜨내기대지예술가들 과는격이달랐다. 그는1969년네 바다의 메사 언덕에‘더블 네거티 브’(Double Negative)란 대지예 술작품을창조해일약유명해졌다. 무려 24만톤의 바위와 흙을 파헤 쳐만든길이 457미터, 폭 9.1미터, 깊이 15.2미터의참호두개는‘네 거티브스페이스’의기념비적작품 으로칭송받으며예술가들과건축 가들의성지가되었다. 그의 다음번 작업은 더 대담한‘ 시티’였다. 아버지를 따라 이집트 탐험에동행했던그는피라미드의 비전을 품고 아트딜러에게서 돈을 빌려 가든 밸리의 땅을 구입했고, 이후트레일러에서살면서‘컴플렉 스원’의건축을시작했다. 그때가 1972년,하이저나이27세때다. 그때이후사회적활동은점점줄 었고 때로 LA의 모카(MOCA)와 뉴욕의 휘트니 뮤지엄에서 전시가 있기는했지만그의인생은‘시티’ 에올인했다. 겨울이면도로가끊 겨몇주동안트레일러에갇히기도 하고, 가끔 친구들이 찾아오기도 했지만결국은모두떠나고작업은 그혼자만의일이었다. 그렇게20여년이지난1990년무 렵‘시티’는절반도지어지지않았 다. 하이저는 근근이 이어지는 작 품 수주로 낡고 오래된 장비를 수 리해가며이미지어진부분을보강 했는데대부분짓자마자곧침식되 기 때문이었다. 마치 시지프스의 신화와같은작업이었다. 80년대에잠깐뉴욕의디아센터 (Dia Center for the Arts)가펀드를 대준적이있으나곧바닥이났고, 극심한신경질환으로작품수주도 불가능해진 90년대 중반 즈음 하 이저는‘시티’를 해체하려는 생각 도 했다. 바로 그때 구세주처럼 나 타난 사람이 디아의 새 관장 마이 클고반이었다.하이저를추앙해온 고반은문화자선가 J. 패트릭라난 주니어를‘시티’의 후원자로 끌어 들였고, 덕분에 하이저는 새로 장 비를구입하고사람들을고용해프 로젝트를계속할수있었다. 2015년이지역은내셔널모뉴먼 트로 지정되었다. 바로 이곳을 통 과해핵쓰레기를운반하려던계획 이추진됐었으나하이저와고반이 네바다상원의원해리라이드를설 득해 오히려 70만4,000에이커를 보존하도록만든것이다.하지만내 셔널모뉴먼트의일부분이기때문 에‘시티’는일반방문객을받아들 여야만한다. 올 가을 소프트 오프닝을 앞두 고 하이저는 그가 빚진 모든 사람 들, 후원자들, 재단들에감사를표 했다. 그 중에서도 마이클 고반은 2006년 디아를 떠나 LA카운티 뮤지엄(LACMA)의 관장이 된 후 에도 후원을 아끼지 않았고, 2012 년하이저의야외설치작품‘공중 에 뜬 돌’(Levitated Mass)을 라 크마에유치함으로써그를서포트 했으며 현재는‘시티’프로젝트를 감독하는트리플오트재단(Triple Aught Foundation)의부회장을맡 고있다. 50년동안사용된 4,000 만 달러라는 큰 예산은 다른 작품 들의 제작비와 쉽게 비교할 수 없 다.‘시티’는 건물 콤플렉스도, 공 원도, 인프라프로젝트도, 혹은리 처드세라의조각품도아니다.프랜 시스베이컨의1969년작세폭제단 화는 2013년에그보다네배의금 액이 팔리기도 했다. 그 돈은 주로 기부금들이었는데 절반은 패트릭 라난에게서 나왔고, 상당부분이 작가자신의돈과노동력으로충당 되었다. 트리플오트는최근 3,000 만달러의새로운기부금을약정했 다. 이기금은링컨카운티의수십 가지건설관계잡을제공하게되고 오프닝을앞두고새로운일자리들 을창출하게된다. ‘시티’의 방문 티켓은 곧 트리플 오트의웹사이트를통해신청할수 있다. 링컨, 화이트파인, 나이카운 티주민들은공짜이지만나머지는 일인당150달러다. 입장수입은연 130만달러의유지비로사용된다. 사람이많으면그특별한경험이희 석될까봐하루에 6장의티켓만판 매할 예정인데, 그것도 연중 일정 기간동안에만허용된다니엄청나 게기다려야할것이분명하다. 방문객들은 네바다주 알라모에 머물면서 주최측의 픽업을 통해‘ 시티’에 들어가 두 세시간 구경할 수 있다. 전기도 없고 셀폰도 터지 지않는지역이라어두워지기전에 돌아와야 하므로 가장 멋진 시간 인일출이나일몰의광경은볼수가 없다. 기프트샵이 없는 것은 물론, 앉아서쉴벤치조차없다. 네바다 사막 한 가운데 건축된 ‘도시’…“거대한 경이” 대지예술가 마이클 하이저가 50년 바친 역작 길이 1.5마일, 넓이 0.5마일 장대한 스케일 내셔널 모뉴먼트 지정… “기념비적 건축물” 마이클 하이저(Michael Heizer)의 초대형 대지예술작품‘도시(City)’는 그 규모를 헤아리기가 어렵다. 네바다 사막의 아주 외진 곳에 지어진 길이 1.5마일, 넓이 0.5마일의 건축물, 포장도로가 끊기고 한 시간을 더 울퉁 불퉁하고 먼지 나는 길을 달려야 나오는 이곳은 총 4,000만달러를 들여 지어졌다. 이름만 도시인‘시티’는 정교하게 손질된 흙더미와 도로, 언덕, 마른 호수바닥처럼 움푹 들어간 분지가 특별한 순서 없이 여러 방향으로 펼쳐져있다. 그리고 양쪽 끝에는 고대 유적같은 기념비적 건축물이 세워 져있다. 하이저가 첫 삽을 뜬 지 반세기만에‘시티’가 마침내 방문객들에 게 개방된다.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믿을 수 없는 광경일 테지만 작가는 아직도‘시티’가 미완성이라고 생각한다. <Noah Throop/뉴욕타임스>
Made with FlippingBook
RkJQdWJsaXNoZXIy NjIxM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