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2년 9월 22일 (목요일) 오피니언 A8 수 필 김경자 (숙명여대미주총회장) 졸업식과박사학위 코리언아메리칸아리랑 제3부 - 아리랑 여정의 종착역 애틀랜타(60) 지천(支泉) 권명오 (수필가·칼럼니스트) California San Diego 의과 대학 에 다니는 막내딸 Lauren(권민정) 의졸업식때문에아내와함께San Diego행비행기를탔다. 우리는어 릴적소풍갈때처럼가슴이벅차도 록 기뻤다. 1974년 미국에 도착했 을때9살, 7살, 5살이었던3남매는 그동안부모따라수없이학교를옮 겨 다니며 어려운 난관을 잘 극복 하고적응해주었다.아들Douglas( 홍석)와 큰딸 Jeana(희정)는 법대 를졸업해전문직에종사하고있고 막내도졸업을하게됐으니어찌감 개가무량하고기쁘지않을수가있 겠는가. 세월은참으로빠르다. 74년이민 을 왔을 때 미국이 싫다고 친구도 없고 말도 못하는데 왜 여기서 사 느냐고한국으로돌아가자고울고 불고떼를쓰던막내딸이의과대학 을졸업하고박사학위를받게된것 이꿈만같다. 막내 Lauren은사교 적이지만할말은다하고겁도없고 자기주장이강했다. 한때 사립학교에 다닐 때는 전교 에서 1등을했고너무나성적이월 등해보이지않는백인학생들의시 기의대상이됐다.그리고학교로부 터 보이지 않는 차별을 받게 된 후 공부를등한시하게되고휴스턴으 로 이사를 한 후에도 공부에 흥미 를 잃어 학교성적이 중하위권으로 머물게됐다. 게다가 2학년말또다시애틀랜타 Riverdale고등학교로전학을하게 됐다.그런데휴스턴학교에서성적 이중하위권에속했는데Riverdale 학교에서는상위권에속하게됐다. 원인은 휴스턴과 애틀랜타의 교육 수준의차이때문이다. 그때문에막내는다시공부에대 한흥미가되살아나공부를열심히 하게 됐고 졸업식 때 우등상을 타 고Emory대학에진학했다. 4년후 졸업을앞두고대학원진학을그만 두고 1년간직장생활을한후대학 원을가겠다고해참으로난감했다. 억지로강요할수도없는일이다. 그동안3남매들의교육을특별히 잘돕고지도하지는못했어도아이 들의의견을존중하고이해하는데 최선을다했다.고심끝에막내에게 너의 뜻이 정 그렇다면 그렇게 해 라.그대신1년후대학원을가겠다 는 약속은 지키라고 했는데 1년만 병원에서일을하다가대학원시험 을 보았다. 그런데 뜻밖에 여러 의 과대학으로부터합격과동시장학 생으로선발됐다.너무나예상밖이 라감격이넘쳤다. 졸업식날 아침 지도교수가 박사 학위를 받는 학생 2명을 아침식사 에초대를했는데우리도초대가돼 함께했다. 교수가직접요리를하고 제자들에게 축하선물까지 주면서 기뻐하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서미국교수들과한국교수들을비 교했다. 졸업식장은극장식강당인 데졸업생들은무대밑에있고박사 학위를받는학생들은무대위에있 는데그중에막내딸 Lauren이있 다. 우리부부는가슴이벅차고기뻐 눈물이 나왔다. 동양학생은 막내 하나뿐이다. 자식자랑은팔불출이 라고하지만어쨌든우리에겐최고 의순간이었다. 빈 산 잎 지고 비는 부슬 부슬 상국의 풍류도 이같이 적막구 려/슬프다한잔술 되올리기어 려워라/지난날 그 노래 오늘 아 침이름일세 (조선중기시인,권 필1569-1612) 스승처럼 따르던 송강 정철의 산소에 들러 지은 시이다. 황량 한 숲에분분이낙옆이진다.비 마저 부슬부슬 내리는 날 스승 이그리워지은시이다. 선생님술한잔올립니다.제절 받으십시오. 누워 계신 그곳은 계실만하신가요? 옛스승이그 리워지은시이다. 죽은뒤사흘 이면 잊고사는 세상에 스승이 그리워 술 한잔 차려놓고 잔나 비휘파람불제면‘한잔먹세그 려,또한잔먹세그려… 전나무산에차려놓고무진무 진 먹세 그려…‘선생님! 제 술 한잔 더 받으시구려’잔을 따르 다말고눈물이솟구친다. 그는 천성이 정직하여 타협을 모르는 강직한 선비로 깨끗이 벼슬길을포기하고말았다. 권필은 마음으로 섬기던 정철 을 그리워하며 그가 괴로울 땐 스승 정철의 묘를 찾아가 사무 친그리움으로시한수에술한 잔을 올리며 구차한 세상 벼슬 길을 포기하고 산하에 묻혀 숨 어살았다. 요즘시를읽으면시 원케 마음을 헹구는 시가 없 어 마음이허전하다. 오동나무수런수런 저물녘에 시끄럽고/비 지나는 연못가에 대자리 잠해맑아라/이가운데 꿈이야기 남에게 얘기마라/봉 래산 높은성에 언젠가들어갈 터이니 (시, 붓을꺾으며, 이문영 1714년) 그가생을몇날앞두고쓴시라 눈물이핑돈다.마음속깊은슬 픔을 나누던 벗을 보내며 세상 일, 슬픔도기쁨도나눌벗이없 음을슬퍼해쓴시이다. 삶의 끝자락에서 들려준 오동 잎 스치는 빗소리를 시로 들려 준 그의 맑고 투명한 시성이 세 속에찌든마음을헹군다. 옛스 승을 만나는 일은 잃어버린 내 영혼을 다시 찾는 일이다. 오늘 은책읽어주는시간에여러권 의책이야기를들었다. 그때는 몰랐는데 머리를 비워 두고 싶어 밤늦게 솔 사이를 거 닐으며 솔가지 사이에 걸린 달 빛 사이로 별들과 오래 밤을 즐 겼다. 난 속뜰이 시끄러우면 솔 들과 대화를 나누며 내 마음을 헹군다. 솔은선비의나무라, 우리조상 들이 아끼고사랑한나무다. 솔 숲에선,/침묵의 향,/소리없 는 소리로 내가 세상에서 힘든 날,/내 속뜻을 어찌 아는지/솔 은내영혼을어루만진다./그우 뢰같은 침묵/‘천인 무성’/천번 을 참고도/그래도 침묵/가슴 엔 대못같은 아픔의흔적/선비 님의든든한가슴이다. 유난히별들이밝은밤,솔숲에 어느별에어린왕자가사는지… 별밤을 헤맨다. 은하수 꽃길에 는지금쯤어떤꽃이피었는지… 사슴과 장미, 더불어 의자만 바 꾸면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장미 와 사슴들의 이야기, 무수한 별 과별사이흐르는음악소리어 린왕자를더자주만나고싶다. 아무리 읽어도 어렵기만 한‘어 린왕자’를찾아서아름다운 우 주를 더많이여행하고싶다. 온우주는사랑의에너지로가 득 채워진 영겁의 신의 비밀스 런 그사랑찾아서신의가슴에 더깊숙히마음담그고싶다. 지 금여기, 지구별에살면서내영 혼의깊은곳에 사랑의원천신 의음성 , 영원히목마르지않는 영혼의 생명의 소리를 듣고 싶 다. 지구별은너무아프다. 하루하 루를 어린 왕자처럼 별나라를 여행하며 그사랑의 원천 우주 의기를받으며살고싶다. 지금 도마음이스산하면 옛스승의 글을 쓰다듬고 스승의 냄새를 맡고 싶다. 아무리 화려한 문장 으로 쓰여진 시라도 글에서 느 껴진체취가느껴지지않는현대 시를 읽으며 가슴이 텅빈 느낌 을 어찌할수없다. ‘무릇 글을 지음에 어려운 것 은마음에 뜻을세우는일이다. 문자에이르러서는붓아래있다 ’옛스승은가르친다. 글에는정신이담겨있다. 그글 은그사람이다말하고있다. ‘창방한밤은 적막한데 창밖엔자가넘게눈이쌓인다. 등불하나책상밑에환히밝히 고 책상위엔옛사람책이놓였다 옛사람 지금은가고없지만 옛 책은 능히 나를 일으켜 주 네… 천년뒤에그뜻을우러른다네. 한번 읽자 눈이 홀연 환히 밝 아져 황홀하기보배론구슬펼친듯 하네’ (옛시중에서) 한번읽자눈이홀연밝아져 글로삶을배우는것과삶에서말을빚는것이 이렇게다르다. 교양있는서울사람들이쓰는 말을 표준어로 정했다지만, 그륵은 꽤나 보편 적이다. 강원도와 경상도와 전라도와 충청도 에서두루그륵이라는방언을쓴다. 전국의그 륵이 서울의 그릇을 포위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륵은그릇을채울농사를짓는사람들의몸 의 언어이다. 그릇의 발음은 다소곳하고 그륵 의 발음은 힘차다. 그릇은 입심으로 살고, 그 륵은밥심으로사는사람들의말이다. 그릇들 이그륵을만나러가는한가위다. 교양의가면 을벗고, 몸과맘의원천으로돌아가는명절이 다. 반칠환<시인> 이 아침의 시 어머니는그륵이라쓰고읽으신다 그륵이아니라그릇이바른말이지만 어머니에게그릇은그륵이다 물을담아오신어머니의그륵을앞에두고 그륵,그륵중얼거려보면 그륵에담긴물이편안한수평을찾고 어머니의그륵에담겨졌던모든것들이 사람의체온처럼따뜻했다는것을깨닫는다 나는학교에서그릇이라배웠지만 어머니는인생을통해그륵이라배웠다 그래서내가담는한그릇의물과 어머니가담는한그륵의물은다르다 말하나가살아남아빛나기위해서는 말과하나가되는사랑이있어야하는데 어머니는어머니의삶을통해말을만드셨고 나는사전을통해쉽게말을찾았다 무릇시인이라면하찮은것들의이름이라도 뜨겁게살아있도록불러주어야하는데 두툼한개정판국어사전을자랑처럼옆에두고 서정시를쓰는내가부끄러워진다 김원실 ‘Vision in darkness’ ‘어머니의 그륵’ 정일근 내마음 헹구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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