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2년 9월 26일 (월요일) 특집 A10 우선 ①눈 마주치기, 표정, 몸짓 을 통해 남들과 관계를 맺지 못하 고, 서로 감정을 주고받지 못해서 타인에게 냉담하거나 무관심하 게보이는사회적상호작용(social interaction)의 장애를 나타낸다. ②말을 하지 못하거나, 하더라도 대화를 지속하지 못하며 남들의 몸짓이나표정또는말투의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의사소통(com- munication) 장애가 있다. ③놀이 나 관심이 지나치게 제한적이고, 융통성이 없고, 반복된 행동의 문 제를보인다. ASD 환자인‘이상한변호사’우 영우의 민낯을, 우리가 지금처럼 이해할 수 있게 된 과정엔 수많은 착오가 있었다. 1943년 레오 캐너 (Leo Kannner·1894~1981)가 10 여 명의 유아자폐증 아동을 처음 보고했을 때 학계는 혼란에 빠졌 다. 증상이 후천적으로 발현될 수 있는 아동기 조현병(Childhood schizophrenia)이나 정신증으로 파악하는 등 혼돈 상황이 이어지 다가, 마이클 러터(Michael Rut- ter·1933~2021)에 의해 많은 오 해가정리됐다. 러터는평생을이연구에바쳐,생 의 말년에는 60~70대 노인 ASD 환자까지 상담했다. 그는 ASD가 소아조현병이아닌거의전적으로 유전되는 것이며, 따라서 부모의 잘못된양육방법과는무관하다는 점을명확히밝혀냈다. 이전까지만 해도 환경적·후천적 요인, 즉부모의잘못된육아로조 현병이발생한다는주장이상식으 로여겨졌다. 그래서‘조현병을만 드는 엄마’라는 용어까지 생겨났 다. 러터덕분에ASD자녀를보살피 느라 가뜩이나 힘겨웠던 수많은 부모들이‘애를 조현병 환자로 잘 못 키웠다’는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있었다. ASD 유전성에대한러터의업적 은 이뿐만이 아니다. 그의 체계적 연구는ASD가정신질환진단체계 의 두 축인 국제질병분류(ICD)와 미국정신의학회의‘정신장애의통 계편람’(DSM)에적절히반영되 는기틀을마련됐다. 2007년유엔이매년4월2일을‘ 세계 자폐인의 날’로 지정했던 것 도러터에의해확립된자폐장애에 대한 인식 개선 필요성에 국제적 공감대가형성됐기때문이다. 러터와그이후학자들의연구를 통해 ASD에 대한 이론이 확립됐 지만, 그럴수록 ASD 환자와 보호 자들은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됐다. ASD에대한일반대중의무관심 때문에 생긴 많은 오해도 여전하 다. 대표적인 게 이른바 서번트증 후군에대한환상이다. 기억력이 비상하게 뛰어난 우영 우변호사와같은ASD성향을‘서 번트증후군’(savant syndrome) 이라고 한다. 이런 능력은 기억 력, 그리기, 음악, 감각식별 영역 에서 나타나지만 그 비율은 ASD 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사회진 출이 힘든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 게 이런 특별한 재능이 주어진다 면 좋은 일이겠으나, 안타깝게도 90%의 ASD에는 이런 재능이 없 다. ASD의의학적현실은더욱냉정 하다. 뇌의질환이기때문이다. 정 서장애 일종으로 보는 시각에선 발병원인을정서적결핍이나심리 적 스트레스로 인식하고, 부모들 이 아동을 거부적인 태도로 키우 는 것에서 이유를 찾는 경우가 있 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증상이 있어도 커가면서저절로좋아진다는낙관 적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있었지 만, 그건 우리들의 희망과 바람일 뿐이다. ASD 환자가 저절로 좋아 지는 경우는 매우 드문 경우이거 나진단이잘못된경우다. 유일한대응법은최대한빨리진 단해서아이에게적합한개인화된 언어교육, 재활치료, 약물치료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것 뿐이다. ASD는역학적으로볼때잘알려 진몇가지특징이있는데, 대중들 에게는 아직 생소할 수 있다. 성별 로는남자아이에게서 4배더흔하 게나타난다. 전형적자폐증은1만 명의 신생아 중 5명에게서 발생한 다. 하지만 유사한 증세를 보이는 경우까지 포함하면 일반인 1만 명 당91명에게서자폐증상이나타날 수있다.게다가안타깝게도3명중 2명의 ASD 환자에게서 지능(IQ) 저하가나타난다. 뇌전증과 경련발작이 많이 나타 나기도하는데, 청소년기까지약 3 분의 1에서 나타날 수 있다. 이런 경우엔경련발작을막기위해항전 간제투여가필수적이다. 항전간제 사용에 따른 지적저하 를우려해약물투여를꺼리는경우 가 있지만, 약물을 사용하지 않아 뇌전증 증상이 반복될 경우 훨씬 더심각한지적기능저하를가져올 수있다. 마지막으로 일반인이 잘 모르는 점이 있는데, 바로 ASD에 유전적 소인이 있다는 부분이다. ASD 아 동의형제자매중2~3%에서ASD 가발생하는데이는일반인의경우 보다 60배나 높은 수치이다. 비전 형적형태의자폐증상이보이는경 우까지 확장하면 6%가량의 유병 률을 보이는데, 이는 일반 인구보 다120배높은수치다. 그렇다면 우리는 ASD와 그 환 자·보호자를 어떻게 대해야 할 까. 결론부터 말하면 의사-환 자-사회라는 3축이 중심이 돼야 한다. ASD와 같은 역사적으로 오해와 미신으로 얼룩진 질환에 대한 파 악은의사의과학적판단이시작점 이돼야한다. 또질병을앓고있는 환자와가족들과함께풀어나가는 원칙이중요하다. 예를들자면, 우영우변호사의조 력자인정명석변호사와같은시선 이 필요하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 이 아닌 내면에 놓인 의도와 노력 들을 읽어내는 지혜가, 많은 ASD 환자를자유롭게할것이다. 따라서ASD환자90%에서나타 나는 현상을 널리 알리는 게 부정 적 편견을 줄이는 방법 중의 하나 다. 더빈도가낮은현상에대한지 식으로도 사람들은 모든 현상을 100%로 정리하고 단정지으려 하 기때문이다. 편견을 없앤다는 것은 수백만 명 중단한명의예외도인정하여그 사람을 불이익으로부터 보호하 는 것이다. 오죽하면 ASD와 같은 뇌질환인 뇌전증의 4,000년 역사 를 무지(stupidity), 미신(supersti- tion), 낙인(stigma)의 3단어로 요 약한 뒤, 최근 100년간 눈부시게 발전한신경과학으로인한변화마 저 지식, 미신, 낙인이라고 했겠는 가? ASD 만은 지식(knowledge), 믿음(trust), 배려(tolerance)라는 더 나은 방식으로 의사-환자-사 회가 하나가 되어 ASD에 대응할 수있기를기대해본다. <최준호한양대의과대학교수 대한신경정신의학회미래전략위원장> ‘우영우’자폐스펙트럼, 남자아이 확률 4배 더 높다 신생아 1만 명당 5명이 자폐증 나타나 특정 능력 ‘서번트증후군’은 소수에 불과 자폐는 후천성 아닌 유전적인 요인 조기 발견을 통한 빠른 대처가 중요 드라마‘이상한변호사우영우’에서우영우(왼쪽)가자폐성장애를가진의뢰인을달래기위해노래를부르고있다. 같은자폐성장애 라해도사람마다양태가복잡하고광범위하기때문에‘스펙트럼장애’라고불린다. <ENA제공> 우리가 흔히‘자폐’라고 부르는 증상의 정식 학술명칭은 자폐스펙트럼장애 (Autism Spectrum Disorder·이하 ASD)이다. 다양한 색깔의 빛이 연속적으 로 분포하는 걸 가리키는‘스펙트럼’이란 말을 붙여‘스펙트럼 장애’라고 부 르는 건 진단명이 같아도 사람마다 증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스펙트럼 이라는말이붙어도 ASD를가진사람들에게는세가지핵심증상(triad)이나 타나는데, 만 3세 이전부터나타나고발달영역전반에서문제를갖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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