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2년 10월 14일 (금요일) 오피니언 A8 아마겟돈 “우리는역사상가장 중대한 도전에 직면했 습니다. 성경에서는이 날을아마겟돈이라했 습니다.” 1998년 개봉된 영화 ‘아마겟돈’에서 미국 대통령은지구를향해 날아오는 소행성을 막 는작전에나서는우주 인들의성공을빌며이 같이연설한다. ‘자유’와‘독립’으로명명한우주선에분승한14명 의우주인들은소행성표면에구멍을뚫고핵폭탄을 넣어 폭발시키는 임무를 완수해낸다. 지구는 소행성 과의충돌을피하고전인류는환호한다.아무리영화 라지만재앙의화근인핵폭탄이지구를구하다니야 릇한상상이다. 아마겟돈은인류멸망을부르는최후 전쟁을말한다. 히브리어‘하르므깃돈’에서유래했 다.산·언덕이라는뜻의히브리어‘하르’와메기도를 부르는말인‘므깃돈’이합쳐진명칭이다. 북부팔레스타인에위치한메기도언덕은지금도이 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 지역이지만 성경이 쓰 일때도전략적요충지였다. 기원전2000년께건설된유대고도(古都) 메기도는 기원전1000년께전성기를누리다가신바빌로니아의 침공으로소멸했다. 아마겟돈이대전쟁·종말을뜻하 게된것은신약성경요한계시록16장16절의‘세영 이히브리어로아마겟돈이라하는곳으로왕들을모 으더라’는구절과관련돼있다.이는세계각지의군주 들이군대를끌고모여세계대전을준비하는것으로 해석됐다. 마이크폼페이오전미국국무장관이9일언론인터 뷰에서러시아의핵무기위협을‘아마겟돈’에비유한 조바이든미국대통령을“무모하다”고힐난했다. 바이든대통령은 6일“쿠바미사일위기이래아마 겟돈이일어날가능성에직면한적이없었다”고말해 러시아의핵무기사용이임박한게아니냐는우려를 낳았다. 러시아의핵공격가능성은크림대교폭발을 계기로높아졌다. 블라디미르푸틴러시아대통령은“(크림대교폭발 을)감행한자들과배후에서지원한자들은우크라이 나특수기관”이라고주장했다. 러시아독재자가흉 악한보복에나선다면유럽평화는뿌리째흔들리게 된다. 재앙을미리막지못한유럽과달리우리는북한독 재자가만행을실행하기전에강한억지력으로봉쇄 해야한다. <문성진서울경제논설위원> 만파식적 리즈트러스영국총리가취임한지채 한달도안돼사고를쳤다.아마도역대 최단시간에 나온 정치적 실착일 터이 다. 물론그녀는부정적인시장의반응 으로 정책 U-턴을 강요받은 첫 번째 정치지도자는아니다. 그러나경제정 책을 발표한지 10일 만에 핵심조항들 을포기한것은분명예사로운일이아 니다. 필자처럼중도좌파에속한사람들이 그녀의 불행에서 행복감을 느끼는 것 을탓해선안된다. 보수주의자들은공 공지출이 늘어날 기미만 보여도 곧바 로금리를밀어올리는‘채권자경단’ 에의해진보적정책은늘심각한타격 을입기마련이라고경고한다. 그같은 경고는 대개 빗나간다. 그런데 이번에 영국에서 채권 자경단이 실제로 모습 을드러냈다. 트러스정부가경제정책 을발표하자금리가치솟았다. 그러나 시장이과잉지출에반응한게아니었 다. 금융시장을뒤흔든동인은무책임 한감세였다. 하지만, 트러스가예산적자와인플레 이션을부추길정책안을제시하자, 금 리가 뛰고 파운드화 가치가 폭락하는 등시장이요동을쳤다는식의설명은 지나치게 도식적이다. 이건 단순히 달 러와센트 (혹은, 파운드와펜스)가아 닌정부의지적·도덕적신뢰성의추락 에관한문제다. 트러스가제안한감세의규모는어느 정도인가?그녀와정부관리들은감세 로인한세수감소예상치조차제시하 지않았고,이로인해시장의신뢰를잃 었다. 독립적으로운영되는영국의싱 크 탱크‘레졸류션 파운데이션’은 트 러스의감세규모가5년간1,460억파 운드에달할것으로추산했다. 같은기 간국내총생산(GDP) 전망치의 1%정 도다. 결코적지는않지만그렇다고대 단히방대한규모도아니다. 게다가전 체 감세안의 일부인 최고세율 인하안 은발표되기무섭게폐기됐다. 그렇다면시장이그토록맹렬한반응 을보인이유가무엇인가?부분적인이 유는 최고세율 인하가 경제성장에 큰 힘을보탤것이라는, 이미신용을잃은 철지난주장으로트러스와쿼지콰텡 재무장관이 그들의 계획을 정당화하 려했고,결국이때문에그들의능력과 현실감각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집 권당이 종말론을 신봉하는 집단처럼 무분별하게 행동한다는 금융 전문가 들의 지적은 금융시장에 악재로 작용 하기마련이다. 트러스의판단력에대한의문은정책 안의 어이없는 타이밍으로 더욱 강화 됐다. 지금영국인을비롯한평범한유 럽인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에따른간접적영향으로너나없이심 한어려움을겪고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상대로믿을수없는승리를 이어가고 있는 데에는 서방국들이 지 원한무기가큰역할을했다.이에맞서 블라디미르 푸틴은 천연가스 송출을 중단하는 것으로 서방에 압력을 가하 고있다. 러시아산천연가스공급차질은유럽 인들에게 1970년대의 오일쇼크보다 더큰충격이다.유럽각국은치솟는에 너지 가격이 초래한 고통을 최소화하 기위해안간힘을쓰고있다.영국을비 롯한 유럽국가들이 전쟁에 맞먹는 경 제위기에직면한셈이다. 이처럼전시 를방불케하는어려운상황에서정부 의정책은유럽인모두가고통을함께 한다는 연대감을 불어넣어주어야 한 다. 이런 시점에 저소득층보다 에너지가 격상승에따른부담이덜한부유층의 세금을깎아준다는발상은힘없는서 민만 고통을 감내해야한다는 메시지 를전달한다. 의료보장을비롯한공공 서비스축소에가뜩이나불만을느끼 는영국의대중이부유층세금삭감이 아닌 인상을 원하는 시점에 대기업과 소득 최상위 그룹의 세금부담을 오히 려 덜어준다는 정부의 메시지는 심각 한반발을불러올수밖에없고,대다수 국민의화를돋운정부는불신의덫에 치이기마련이다. 정부에대한불신을증폭시킨트러스 의 제안이 금융시장의 패닉을 불러온 데에는또하나의요인이작용했다. 금 리상승과 채권가격 하락으로 어마어 마한양의영국국채를사들인연금펀 드들의 부채가 증가하자 투자은행들 은사전에합의된헤징전략에따라이 들에게 자산매각을 통해 늘어난 부채 리스크 상쇄에 필요한 현찰을 추가담 보로제공할것을요구했다. 그러나갑자기치솟은금리로추가담 보금을마련하지못한펀드사들은보 유자산인국채를대량매각해야할처 지에놓였고, 채권시장은삽시간에패 닉상태에 빠졌다. 이들이 보유 채권을 쏟아놓으면 금융시장이 흔들리면서 금리가추가상승압박을받는것은물 론경제전체가심각한타격을입게된 다. 결국영국중앙은행의긴급개입으 로최악의사태를피했지만대중의불 안감은커졌다. 지구촌 곳곳에서 이자율이 오르는 상황에서사람들은저마다또다른금 융위기가닥치지않을지우려한다. 영 국 채권가격의 폭락은 예외적인 일이 지만 2008년도의 금융위기를 기억하 는사람들은마음을놓지못한다. 다시 트러스의 실착으로 돌아가자. 필자가말했듯신임총리의계획에대 한시장의격렬한반응은단지돈때문 이아니다. 어려운시절의지도자들은 현실적이고 공정하다는 평가를 받아 야한다. 그러나영국은현실과유리된 환상의 세계에 살면서 사회적 유대에 전혀신경을쓰지않는지도자를갖게 됐다.단며칠사이에그녀가입힌국가 적상처는쉽게가라앉지않을것이다. 뉴욕시립대교수 폴크루그먼칼럼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의 ‘대형사고’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은 현재 뉴욕시립대교수로재직중이며미국내최고 의 거시경제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예일대학 을졸업하고MIT에서3년만에석·박사학위 를 취득했다. 뉴욕타임스 경제칼럼니스트로 도활동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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