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2년 11월 5일 (토요일) 오피니언 A8 김정자 (시인·수필가) 행복한아침 가을깊숙이들어섰다. 계절마 다 참을성 없이 덥다고, 춥다고 다음 계절을 기다리곤 했던 습 관적 표현이 문득 미안한 생각 이 든다. 열매의 보람을 위해 뜨 겁게최선을다한성숙의계절이 었는데. 가을이찾아드는것또 한 자연의 섭리로 받아들이려 하지만가을이들어서면유난히 감성적, 성찰적존재성이회복되 는것같다. 산뜻한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더니 그리 멀지 않은 저 만치 에 계절 끝자락이 보이듯 삶의 기슭끄트머리모퉁이가어렴풋 이 비친다. 어찌 보면 계절을 거 두어수습하고정돈하는자연의 섭리가 인생살이에 비견되기도 한다. 피천득작가<수필>중에 “수필은청춘의글이아니요, 서 른여섯 중년 고개를 넘어선 글 이며, 정열이나 심오한 지성을 내포한 문학이 아니요 수필은 마음 산책으로 그 속에는 인생 향취와 여운이 숨어있다”고 했 다. 가을과 수필의 어울림은 생의 고단함을품어주기도하고인생 여정에서 이정표가 되어주기도 하는다정하고촉촉한지침서가 되어주기도한다.가을은중년의 계절로 칭함받는 명제 앞이라 가을을수필의계절이라일컫는 것 까지 가을이 글읽기에 좋은 계절이라는표현일것같다. 가을로 접어들면서 읽어지는 수필은 그리 부담없이 가볍게 읽을 수 있음 이라서 부대끼는 일상 중에 휴식 같은 쉼을 허락 받을 수 있다. 수필을 읽고 싶은 마음 위에 풍요로움이 가득한 황금빛 차림새와 붉은 단풍 톤 으로가라앉은원색을내추럴하 고 깊은 색감으로 배색하듯 수 필의 맛 또한 오묘한 색감으로 다가온다. 단풍이물들고, 오곡백과가무 르익고단풍진잎이지기시작 하는 금추의 맑은 하늘 깊이 만 큼 수필의 깊이도 더 진한 감동 으로읽혀질것이다. 붉은 노을, 가을 여행, 단풍이 며낙엽, 가랑잎, 소풍등을주제 로쓰여지는수필들을큰기대없 이 편안한 마음으로 책장을 열 게 되지만 읽어가다 보면 어느 새 마음이 치유되는 기대 밖의 참신한 과정을 겪게 되고 온 몸 이 움츠러들 정도로 서늘한 큰 깨달음을 얻게도 된다. 넉넉하 고 여유로운 소통을 경험하게 되면서작가와무한대의대화를 열어가는 계기를 열어 가기도 한다. 소설은 읽는 내내 독자의 감성 을 강제성을 느낄 만큼 붙들어 매면서 흥분과 불안과 한숨, 안 타까움과도발과열정, 모험심까 지 휩싸이게 되지만, 수필은 줄 곧따스한차한잔을나눌수있 는편안하고따스함에불과하다 는 촌평을 할 수도 있겠지만 우 리네 삶 속에서 훈훈하고 넉넉 한 평안을 심어주기도 하고 살 아온 삶을 되돌리며 돌아볼 수 있는어질고선한역할을하기도 한다. 삶에지쳐기진했을때우리를 부축하며 일으켜 세우는 힘이 되어주기도 하는 것이 수필의 힘이라할수있겠다. 맑고푸른 하늘이있는, 생의화려함, 마지 막 처절까지 함유하고 있는, 사 색과 성숙이 공존하는 이 가을 이 저물기 전에 가을을 노래하 고 숙고한 수필들을 취향대로 마음껏 고르시어 가을의 마지 막 하소연을 그 호소를 들어보 는 기회를 놓치지 말아서 생각 이 높아지고 마음이 살찌고 풍 요로워지는수필읽기향연에발 걸음을 들여놓는 일을 잊지 않 으시고 참여해 보시기를 강권 드리고싶어진다. 어디든 떠나고 싶어지는 이 가 을을 어떻게 어루만져야 할지, 망설여지는 가을 나그네가 된 초로의아낙에게는감성에젖어 볼 시한도 가을 밖에는 없는 듯 하여 아담한 표지를 입고 있는 가을 수필집을 집어본다. 가을 내음이 깃든 수필들을 다시 들 추어내듯한편한편읽어본다. 수필 보따리를 풀어보노라면 가을을 골 수 깊게 표현한 수필 을만나기도하고, 아팠던일, 즐 거웠던회상에잠기는멋도누리 게된다. 아팠던일도가을하늘 을 우러르고 있노라면 맑고 푸 른 회상들로 편집되기도 한다. 깊어가는 가을 정취에 실려 수 필도함께익어간다. 센티멘탈 감성에 젖어보는 것 도 부끄럽지 않은 계절이 가을 이다. 한 더위가 떠난 한가로운 바다의 호젓한 적적함도 만나 고한없이맑고깊은하늘과맞 닿은수평선도보고싶어지는이 가을을 어찌 떠나보낼 수 있을 지 초조해진다. 가을이 다하기 전에짙은감성의정점을만끽하 고싶은데. 중년 전후의 남정네들 더러는 가을을 앓는다고 법석이다. 어 찌 보면 가을앓이하는 것 또한 순결이요 순박한 비범이다. 그 농도만큼 삶이 정화되고 깨끗 해지고맑아지는것을터득하는 길이다. 가을 감성을 소녀적 취향이라 며 낡고 어울리지 않는 선호라 는편견을접어야한다고항변해 주고 싶다. 오히려 살아온 여정 을 돌아볼 수 있는 선한 쉼표가 되어줄것이라서. 가을이익어가 는 대자연 앞에 서면 차오르는 그리움을거부할수가없다. 허무와 부질없음에 대하여, 소 슬하고 잔잔한 적막에 대하여, 인간의 탐욕에 대하여 어떠한 해법도어떤처방도숭고하게받 아들일것같다. 비워내고, 잃어가는 연습을 해 야 하는 것도 가을의 손짓인 것 을. 가을 수필이 지닌 그리움이 며외로움의미묘한흐름의차이 를 줄여보느라 가을 밤이면 일 찍잠들수가없다. 가을을품으 며 가을을 딛고 노래한 수필집 이손에들려있는한. 가을 수필 이태원압사참사사 건을 접하고 잊고 있 던 기억들이 뇌리를 스쳤다. 수많은 인파 에 숨이 턱 막혀 한 발자국도 떼지 못했 던 경험은 과거의 나 에게도있었다. 2002년 월드컵 응 원을 위해 여의도공 원을 향할 때, 벚꽃축제 또는 불 꽃축제를구경할때, 콘서트장에 서, 또는 출퇴근 지하철 안에서 빽빽한인파에끼어옴짝달싹못 하는경험을했다. 하지만 단 한번도 사람들 틈에 끼어압사사고를당할수있다고 는 상상 조차 해보지 못했다. 그 래서더욱서울한복판에서일어 난이번참사가기괴하고, 어이없 고,참담하다. 코로나팬데믹으로인해3년만 에 마스크 없이 즐길 수 있는 핼 로윈축제로젊은이들이흥이넘 쳤던 지난 29일 서울 이태원. 오 후 10시15분쯤부터 119에 압사 신고가쇄도하기시작했다. 핼로윈을즐기기위해수만명의 인파가이날이태원에방문했고, 좁은 골목길 내리막길에서 수십 명이쓰러지며겹겹이깔렸다. 오후 10시43분 소방 대응 1단 계 발령, 오후 11시13분 소방 대 응2단계,오후11시50분모든인 력과장비를투입하는소방대응 3단계가발령됐다. 불과 1시간여만에소방대응 3 단계가가동된것만보더라도당 시상황의급박함을여실히보여 준다. 이태원 참사 사망자는 총 156 명, 부상자는 총 151명. 사고 사 망자는남성55명, 여성101명으 로집계됐고,연령대별로보면사 망자는 20대가 104명으로 가장 많다. 다음으로30대31명, 10대 12명, 40대 8명, 50대 1명 등이 다. 하룻밤 사이에 수백명의 젊 은이들이다치거나목숨을잃었 다. 이태원 압사 참사 사건의 책임 은 누구에게 있는가? 사고 원인 의 화살 방향은 어느 한 지점으 로만향할수가없다. 이번 이태원 참사는 시민들의 무질서, 안전불감증, 공공기관 의 기능부재가 맞물린 서글픈 결과다. 일각에서는사고당일오후6시 34분 첫 신고가 이뤄진 뒤부터 사고발생4분전인오후10시11 분까지총11차례참사가능성을 경고하는 신고가 있었음에도 경 찰이 안이한 판단 을 하여 사고를 막 을기회를번번이놓 쳤다는 비판이 나 왔다. 이에 대해 한 이 태원 파출소 직원 은 억울한 마음을 안고 온라인에 글 을 남겼다. 글쓴이 는 이태원 파출소의 직원 90% 가20~30대젊은직원이고,이중 30%이상은새내기직원으로현 장경험이없는상태라고밝혔다. 또한 글쓴이는 인원 충원이 제 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말 마다 야간근무, 주간 연장근무 를 뛰고 있고, 112 신고는 시간 당 수십 건 씩 발생한다고 설명 했다. 사고당일이태원파출소본근 무직원은 11명, 탄력근무자포함 총30명남짓이근무했다. 글쓴이는 당일 이태원에 10만 명이넘는인파가몰릴것이라는 사실은 사전에 누구나 예상했던 바, 경찰청, 용산구청, 서울시 등 윗선에서아무런사전대비를하 지 못한 게 가장 큰 잘못이라는 점을꼬집었다. 그의 말대로 파출소 말단 직원 들에게모든책임을전가하는건 윗선의비겁한행동이다. 뉴욕타임스는 공식 트윗을 통 해“한국 정부 기관 어디도 책임 을지지않으려한다”며“명백히 피할 수 있는 사고였다”고 강도 높게비판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 고해도유사한사고를막기위해 앞으로풀어야할과제는많다. 전문가들은 각종 통계와 데이 터를활용해지하철무정차운행 시스템을갖춰한지역에과도한 숫자의 사람들이 유입되는 것을 조기에예방할필요가있다고조 언했다. 또한 대규모 인파가 모이는 행 사를 앞두고 지방자치단체와 경 찰이 협업할 수 있는 제도 장치 마련도시급하다. 고인의 명복을 비는 와중에도 혐오를담은표현들이온라인곳 곳에서넘쳐난다. 적어도지금은혐오, 비난, 조롱 보다는고인과유족들을위해진 심을담아애도의시간을가졌으 면 한다. 우리 누구나 살면서 뜻 하지않은재난과사고를마주할 수있다. 이번에운좋게피해갔을뿐누 구나참사의현장에있을수있다 는사실을잊어서는안된다. 석인희 LA미주본사사회부 기자수첩 누구나 그곳에 있을 수 있었다

RkJQdWJsaXNoZXIy NjIxM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