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2년 12월 8일 (목요일) A6 특집 우크라이나의 미사일 오작동 소 동이 미국과 서방의 휴전론을 부 상시킨건의외이나자연스러운결 과다. 마크밀리미국합참의장은이사 건을기회삼아“우크라이나가전 쟁에서 완전히 승리할 가능성은 낮다”며 협상의 불가피성을 인정 했다. 그러면서“다가오는 겨울은 협상을 시작할 기회가 될 것”이라 고시기까지특정했다. 미국정부의기존입장과는다른 밀리 의장의 발언은 바이든 정부 분위기가달라지고있음을보여준 다. 막후 채널만 가동해오던 미·러 양국은최근공개적인만남까지가 졌다. 러시아ㆍ우크라이나 평화회 담이 열렸던 튀르키예에서 양국 정보수장이 만난 것인데, 휴전 협 상이타진됐을가능성이크다. 미국만이아니라개전이래친푸 틴 입장을 지켜온 중국 시진핑 주 석도 휴전을 지지하고 나섰다. 지 난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에서 시 주석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만나 휴전지지, 평화회담 촉구란 두 가지 새로운 입장을밝혔다. 휴전협상에 무게가 실리는 것은 러시아의위축과우크라이나의공 세 강화란 상황변화도 큰 원인이 다. 우크라이나점령, 친러정권출 범을 통해 유럽에 새로운 지정학 을 만들려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 시아대통령의야심은실패했다. 대신 푸틴은 루한스크, 도네츠 크, 자포리자, 헤르손 등 4개 지역 의완전한점령과병합에집중하고 있다. 이들지역을모든수단을동 원해수호하겠다며핵카드까지꺼 내보였지만현지상황은이마저도 여의치않다. 고군분투하던 우크라이나가 러 시아군을수십킬로미터후퇴시키 면서 전황은 단숨에 바뀌었다. 북 동부 하르키우 반격에 성공한 뒤 지난달남부전선요충지헤르손까 지장악했다. 그렇다고 젤렌스키가 전쟁을 오 래끌상황은아니다. 외부지원으 로 버티는 우크라이나가 돈바스 지역까지 탈환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구나 핵을 가진 러시아 를 상대로 군사적 승리를 거둘 가 능성 또한 희박하다. 여기에 우크 라이나를 지원하는 서방은 유럽 은 고물가, 경제난으로 한계에 몰 려있다. 다가온겨울추위까지감 안하면 전쟁이 길어질수록 우크 라이나가 가진 장점은 상쇄되기 쉽다. 휴전협상을위한푸틴과젤렌스 키의 기싸움은 이미 시작됐다. 젤 렌스키는G20정상회의화상연설 을통해점령지의반환과러시아군 철수등평화협상을위한 10대조 건을 선제 제시했다. 러시아가 동 의하기 어려운 조건들인 만큼 협 상이 재개된다 해도 성과를 장담 하기 어렵다. 러나 러시아의 점령 지4곳강제병합이후푸틴과는더 이상 협상하지 않고 그 후임자와 대화하겠다던 젤렌스키로선 한참 물러선 것이다. 10대 조건을 공개 한 다음 날 젤렌스키는 푸틴이 서 방국가들을통해직접적인협상을 원한다는신호를보냈다고공개했 다. 두당사국의휴전에대한입장은 원칙론에 머물러 있다. 침공당한 우크라이나가초강경인것은어쩔 수없다. 러시아점령지의탈환, 러 시아군 철수 없이 휴전도 없다는 입장이다.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합의된 국경선 존중 역시 오래된 요구 사항이다. 여론 역시 크림반 도를 포함한 점령지 반환을 전제 하고있다. 러시아로선 배수의 진을 치듯 협 상마저금기시하는우크라이나분 위기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다. 최 근의불리하지않은전황은비현실 적 주장에도 힘을 싣는 형국이다. 총사령관인잘루즈니는모든점령 지에서철수하지않고는어떤협상 도받아들이기않겠다고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원하는 대 로 상황이 전개되기 어려운 이유 는 한둘이 아니다. 독자 전쟁수행 능력이부족한여건에서세계의협 상요구를외면할순없다. 승리를 원할수록희생을강요받는국민들 도 어느 시점에 지도자의 결단을 촉구할수밖에없다. 러시아는 이번 전쟁을 서방과의 갈등, 우크라이나를 앞세운 나토 의 동진 위협에 대한 안보적 대응 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런 입장에 서 보면 우크라이나 점령지를 돌 려줘선 안 된다. 우크라이나 동부 와남부 4개지역병합이러시아엔 최소한인 셈이다. 그렇지 않으면 푸틴은 전쟁의 패배자가 되고, 이 는 푸틴과 권력 엘리트들의 미래 가 불투명해지는 걸 의미한다. 특 히 푸틴 체제 정당성의 근거인 경 제적 성과가 전쟁과 서방 제재로 사라진 것도 푸틴 체제를 위협할 수있다. 미국을비롯한유럽의입장은전 쟁초기와달라진게없다. 무기와 경제, 인도적 지원을 지속하나 우 크라이나 방어를 위한 군대 파견 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휴전에 대한 기대는 높고 이해관계 또한 크다. 미국 백악관은 휴전은 우크라이 나가 결정할 사안이고, 러시아가 영토 야욕을 버려야 협상이 가능 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 러나 우크라이나 지원 부담이 커 지면서‘휴전’이국내정치에소환 돼있다. 지난달 바이든 대통령이“휴전 협상창구를닫지말라”며우크라 이나를 설득 중이란 보도가 나왔 다. 선거 이후 러시아의 헤르손 철 군 선언이 나오자 바이든 대통령 은 기자회견에서“겨울 동안 모든 당사자가자신의입장을재조정하 는시간을갖게될것”이라며타협 추진을예고했다. <이태규논설위원> 미사일 오폭의 나비효과…우크라전쟁 휴전론 급부상 미사일 오작동에 놀란 서방, 중국도 가세 미·러 공개 만남 속 합참의장 우크라 압박 젤렌스키, 푸틴에 10대 제안… 기싸움 돌입 지난달24일우크라이나동부도네츠크바흐무트부근최전선에서우크라이나군이러시아군을향해그라드다연장로켓발사기에서 로켓을쏘고있다. <연합> 세계가우크라이나전쟁에주목하는이유는확전(擴戰) 위험때문이다. 불똥 이 유럽 주변국으로 튀면 3차 세계대전 시나리오가 본격 작동한다. 우려가 현실이 된 경우가 지난달 15일 폴란드에 떨어진 미사일 문제였다. 2명이 희 생된사건은하루뒤우크라이나의요격미사일오작동으로밝혀졌다. 그러나 사건 초기 러시아 타격으로 알려지면서 유럽 전역에 긴장이 감돌았다. 북대 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폴란드에대한공격은나토의집단방위 권을 자동 발동시킨다. 때맞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그건 증거가 아니 다”고 면박을 주었지만 젤렌스키 말대로 러시아 미사일이었다면 사태는 지 금과 많이 달랐을것이다. 우크라이나에 잔인한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최근공개된위성사진에서우크라이 나야경은그아래흑해처럼온통검은색 의 모습이다. 주변국과 달리 빛이 보이지 않고 바다와 구분이 어려운 것은 러시아 의전면적인기간시설공격이이유다. 러시아는 남부 요충지 헤르손에서 퇴각 한 이후 우크라이나 전역의 발전소 등 사 회기간시설을집중파괴하고있다. 미사일, 로켓, 드론에 의한 공격이 하루 100차례 이뤄질 만큼 강력하다. 그 잔인 성에 놀란 주민들은 이번 작전을 주도하 는러시아군사령관세르게이스로비킨을 ‘아마겟돈장군’으로부른다. 이처럼 우크라이나 전력 인프라를 공격 해 파괴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 통령의의도는‘추위의무기화’로압축된 다.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무기로 삼 아‘유럽길들이기’에나섰던것처럼겨울 추위를이용해우크라이나를압박하는‘ 에너지전격작전’이다. 유럽국가들은 일찍부터 에너지 확보에 나서 동절기에 사용할 천연가스 물량을 비축해놨다. 유럽과 달리 전쟁 당사자인 우크라이나 상황은 절박하다. 주요 도시의 수력발전 소를 포함한 발전시설 40%가 파괴됐다. 전체인구 4분의 1이전기없이, 키이우시 민80%는수도없이견디고있다. 혹독한 겨울 추위는 역사 속에서 러시 아의 무기였다. 러시아 정복에 나선 나폴 레옹은 모스크바 추위에 무릎을 꿇고 패 배의 길을 걸었다. 나치 히틀러의 운명도 1941~42년 겨울 러시아 공격 실패가 큰 전환점이었다. 하지만푸틴에게이번겨울추위가우크 라이나전쟁의수세국면에서벗어날기회 가될지는알수없다. 미국애틀랜틱카운슬의멜린다해링부 국장은 푸틴의 이번 작전을 1948년 스탈 린의베를린봉쇄에비유했다. 당시 소련은 연합국이 서베를린 관할권 을포기하도록전면봉쇄했으나미국과서 유럽은 대공수작전으로 이를 무력화시켰 다. 베를린 봉쇄는 11개월 만인 이듬해 5 월풀렸다. <이태규논설위원> 러, 우크라 발전소 등 집중 폭격 전체 인구 25%가 전기 없이 생활 혹한 닥치면 수백만명 위험 노출 추위의 무기화… 푸틴의 ‘에너지 전격작전’
Made with FlippingBook
RkJQdWJsaXNoZXIy NjIxM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