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3년 1월 9일 (월요일) D6 기획 14 2023년1월7일토요일 국밥 맛이다 거기서거기겠지했다. 심지어그게흔한 ‘돼지국밥’이라면. 후 각을자극하는돼지고기특유의잡내가 입맛까지방해해색다른감흥을느끼기 쉽지않은 게돼지국밥이다. 그래서, 이 돼지냄새를잡는게국밥집의성패를좌 우하는 핵심이다. 냄새잡는 법을 터득 못한식당들이식탁위에‘약방 ( 藥方 ) 에 감초’처럼꺼내놓는게들깻가루다. 고 기의잡내와 누린내를 잡는 데이만한 것도없지만, 그게없는식당이있었다. ‘무슨자신감일까’ 하는기자특유의의 심병이도졌다. 하지만 오래가진못했다. 뽀얗다 못 해누르스름한빛깔을띤국물을후후 불며숟가락으로 한술 떠입안에넣는 순간, 잡내없는엇구수한 맛이입에착 감겼다.설렁탕맛이었다.‘돼지뼈를우 려서곰국 맛을 내다니···.’ 시쳇말로 ‘깜 놀’이었다. ‘뜻밖의일’은 두 번째숟가락질에서 도이어졌다. 푸짐한 고기양에또 한번 눈이휘둥그레졌다.‘괴기건데기가허벌 나게많구만.’전라도사투리가절로나 왔다.옆자리에서국밥을먹던 20대연 인도예상치못한고기의양에적잖이놀 란 듯했다. “배부르면 그만 먹어. 그걸 다먹을거야”라는여성의말에마주앉 은남성은“다먹었어”라며국물까지깔 끔하게들이키고 ‘캬’ 하는포만감을드 러냈다. 남도최대오일장인전남순천시아랫 장입구건너편에위치한건봉 ( 健奉 ) 국 밥.계묘년새해둘째날찾아간국밥집 은 맛도 맛이지만, 생각지못했던반전 의묘미가쏠쏠했다. 돼지국밥집의상징처럼각인된 돼지 냄새가나지않았다. 육수가펄펄끓는 주방도보란듯시장거리쪽으로개방 돼있었다. 냄새가 나지않아서일까. 식 당에들어서자 젊은 손님들이많았다. 원래돼지국밥은 부산 등 경상도일대 에서즐겨먹는 음식이다. 순천의돼지 1987년모친이시장서식당열고 최고의국내산식재료만사용해 잡내없는국물^푸짐한고기제공 ‘변하지않는맛’이어가는아들 쟁반교체등다양한차별화시도 2000년부터대기손님줄이어져 코로나위기에눈뜬밀키트사업 포장고급화로인천공항입점도 “식당도시대흐름맞춰변화해야” 모자가 뽑아낸 국밥의맛과 넉넉한 인심에손님들도호응을보였다.김씨가 식당을 물려받은 2000년부터는 식당 앞에대기손님들이줄을서기시작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하루 벌어하루 먹고 살기도빠듯했던김씨에게생경한풍경 이었다. 운 도 따랐 다.김씨는 “당시 엔 국밥과 반 찬 을 둥 근알 루미 늄 오봉 ( 쟁 반의일 본 어 ) 에 올 려 통 째로 손님상에냈는데, 굉 장 히 보기 싫 었다”며“그래서사각나 무 쟁 반으로 바꿨 다.그 랬더 니손님들이 대 접 받는느 낌 이라며 좋 아했다. 같 은음 식도어 디 에 담 아내느 냐 가 매 우 중요 하 단 걸 깨달 았다”고당시를 회 상했다. 쟁 반 교체 가 손님을 끌 어모으고, 김씨를 장사 꾼 으로 다시 태 어나게하는 ‘신의 한수’였던 셈 이다. 이를 계기로 영업 방식의‘진 화 ’를 꾀 했다.“맛은기 본 이지만,맛으로만 승 부 를보는시대는지 났 다”고 판단 한김씨 는식당인 테 리어를 세련되 게 바꾸 고,마 네킹 에일 회용 앞치마를입 혀 놓고손님 들이 직접 가 져 다가 착 용 하도 록 하는 등 차별화 를시도했다. 단 순 히 대를이 어오래살아남는국밥집이아니라 트렌 드와 마 케팅 , 브랜딩 으로 고 객 의마음 국밥은 경상도와 확 연 히달랐 다. 고 객 들은건봉국밥을 두고 “전라도식돼지 국밥의 표준 ”이라고 엄 지손가락을 치 켜세웠 다.그러나이식당 2대주인김 광 산 ( 5 2 ) 씨는“어 머 니가르 침 대로국밥에 맛과진심을 담 았을 뿐 ”이라고 손사래 를 쳤 다. 김씨모 친 배순 화 ( 8 2 ) 씨가 국밥집을 연건 1987 년이다. 배씨는“넉넉지못한 살 림 이었지만, 새끼들 배를 곯 게 할 수 없지않나”라는 생각으로 시장 통 의허 름한 가게를 얻 어 솥단 지하나걸어놓 고장사를시작했다. 국밥한그 릇 이었 지만배씨는먹는이들의건 강 을최우 선 으로생각했다.‘건 강 을받들다’라는뜻 의식당이름도그래서만들어졌다. 맛의 비결 을 묻 는질 문 에배씨는 “ 좋 은 음식을 배불리먹이는게 덕 을 쌓 는 길 ”이라며“최고의국내산식 재료 만 쓰 고 고기건 더 기를 듬뿍 넣어주는것도 여기서 출발 했다”고밥장사경 험 에서 얻 은 철학 을 얘 기했다. 배씨의 철학 은아 들김씨에게오 롯 이대물 림됐 다.김씨는 “어 머 니의인생 관 과 가르 침 , 그리고 그 저 맛있게만먹던어 머 니의음식은이 젠 제 가지 켜 야하는신 념 이 됐 다”고 말했 다.식당한쪽 벽 면에걸려있는 3m짜 리 대 형 나무수 저 도배씨의 철학 을이어가 겠다는아들의다짐이다. 하지만김씨도처음부터국밥집사장 을 꿈꿨 던건아니다.대 학졸업 후고시 공 부를하던김씨는번번이고배를마시 자 1997 년어 머 니를 돕 기시작했다. 새 벽 마다육수부터끓이는법을 익히 면서 시작 됐 다. 매 일돼지앞다리뼈 1 00 ㎏ 을 3 시간 이상 초벌로 고아 핏 물을 뺀 뒤 하루 종 일우려냈다.육수간보기와고 기손질,주방일, 홀 서 빙 ,계산 업 무도김 씨 몫 이었다. 평 생 펜 만잡았던그를 향 해주 변 에 선 “ 버텨낼 수있을까” 하는 우려도적지않았다. 그러나 기우였다. 그는 밥장사에 관 한 발군 의 실력 을 뽐 냈다.‘ 변 하지않는 맛’을 뽑아내겠다는집 념 으로 발 을 들 인밥장사에서김씨는서 민 들의 헛헛 한 배를불리는일이라는사 명 감 속 에고된 노동 을감내했다.그 렇 게 4 년만에어 머 니의손맛은 아들의손으로 옮 겨졌다. 김씨는“육수를뽑는게가장자신있었 다”며“아 직 도어 머 니가 1차 로 육수의 간을보기는하시지만이 제얼추 어 머 니 의입맛을 흉 내는낸다. 나도 몰랐 던내 적성을 찾은 셈 ”이라고 겸 연 쩍 은 웃 음 을보였다. 을 사로잡겠다고 승 부수를 띄운 것이 다. 건봉국밥의맛을 더욱 풍성하게하 는김치레시 피 를개 발 하고국밥 메뉴 도 고 객 입맛에 맞춰9 개로다양 화 했다. 전 략 은 제 대로먹 혀 들었다. 영업매출 과이 익 은이전과 비교할 수없을 만 큼 성장했다. 김씨는 20 17 년 세 를 얻 어 쓰 던식당과주 변땅 을사들인 뒤 그자리 에 3층짜 리건봉 빌딩 을지어 올렸 다.지 난 해이 곳 에서만 18억 원을벌었다. 건봉국밥이 십 수년간 ‘ 되 는집’이었지 만 고 비 가없었던건아니다. 김씨도 코 로나 19 앞에 선맥 을 추 지못했다. 2020 년초부터손님들 발길 이눈에 띄 게줄 었다. 당시상 황 에대해김씨는 “처 참 했 다”고말했다.하지만가만 히 있을그가 아니었다. 포장 배 달 을 하면서 밀 키 트 사 업 의시장성을 뒤늦 게 알 아 본 그는주 저 없이사 업 에 뛰 어들었다.부산지 역 돼 지국밥식당들보다한 발늦 었지만포장 고 급화 전 략 을 앞 세워 시장을 공략 했 다. 그가 202 1 년 11월네 이 버쇼핑 에건 봉국밥으로상 품 등 록 을하자,“국밥계 의에르 메 스”라는 댓글 까지 달 리는 등 고 객 들반응은 뜨 거 웠 다. 김씨는지 난달 2 1 일 엔백화점매 장 납 품 보다 어 렵 다는 인천국 제공항 내 매 장 납품 까지 따 냈다.인천 공항제 2여 객 터미 널1층B 입국장에위치한 ‘ 백 년가게 밀 키 트 식당’에서건봉국밥을 판매 하게 된것이다.전라도식돼지국밥으 론 처음 이다. 그는 “자부심이 크 다”면서도 “이 업 ( 業 ) 을하면 할 수 록공 부가많이 필요 하다는걸배 운 다”고했다. “식당은 기 업 의 축소판 이다. 우 습 게 볼 일이아니다”라는김씨는“ 단 순 히 음 식만 판 다는생각에 머 물러서는안 되 고 시대 흐 름을 정확히읽 고여기에 맞춰변 화할 줄도 알 아야한다”고말했다. 올 해 로 업력36 년을 맞 는 노 포의 존재 가치 는거상과도 같 은 ‘아들장사 꾼 ’의 통찰 에서또한번도드라 져 보였다. 순천=글·사진안경호기자 <97> 헒빶쿪 멂쫗묻짳힟 “좋은음식배불리주는게덕쌓는길 전라도식돼지국밥의성공비결이죠” 순천종합 버스터미널 순천역 남부시장 순천동천 퐁덕동 행정복지센터 성남초 순천 중앙초 전남 동부본부 조곡동 우체국 건봉국밥 전남순천시순천아랫장입구건너편에위치한건 봉국밥전경. 육수가펄펄끓는건봉국밥주방은특이하게도행인들이오가는순천아랫장길거리쪽으로개방돼있다.돼지고기특유의잡내를잡지못하면엄두도낼수없는일이다. 건봉국밥식당한쪽벽면엔길이3m짜리대형나무수저가전시돼있다.이식당2대주인김광산(왼쪽)씨 는 “좋은음식을배불리먹이는게덕을쌓는길이라는어머니배순화씨뜻을이어받기위해설치한것으 로식당의시그니처”라고말했다. Ӡ 건봉국밥2대주인김광산씨는 “국밥주문이들 어오면밑반찬을고급스러운나무쟁반에받쳐손 님상에내놓는다”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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