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3년 1월 14일 (토요일) 오피니언 A8 김정자 (시인·수필가) 행복한 아침 이인 삼각 경주 늘그막우리노부부는이인삼각 경주를하고있다. 교통사고후유 증이가져다준행운이다. 허리와 무릎 통증에다 좌골 신경통까지 겹쳐 워커에 의지해서 걸어야만 겨우예배에참석할수있었던노 구를 우리집 할배가 부축해주기 시작하면서남사스러운손잡기도 이젠 필요불가분 부축으로 받아 들이게 되면서 이인 삼각 경주가 시작되었다 시대 흐름까지 도와주는 것 같 다. 눈여겨일삼아쳐다보는사람 이없는시대가얼마나고마운지. 서로특별할것하나없는평범한 사람으로 만나 낯설음에서 익숙 함에 이르는 동안 유난한 시도나 사랑놀음을한것도아닌데어느 결에닮아가고있었다. 그긴세월 이한순간에지나간것처럼느껴 진다. 추동력이나풋풋한젊음, 불 굴의 투지는 자취가 없어졌지만, 우리집 할배 특유의 유머와 강직 한 부드러움, 거기에 노년의 중후 함이 함께하는 삶을 풍요롭게 해 주고있다. 가끔씩은 노년의 빈 공간이 아 무것도없이텅비어버린것같은, 무가치하고무의미해지는, 헛되고 보잘것없는 하찮고 구차한 존재 감이불러들인허전함에쓸쓸하 기 그지없는 허무에 시달리기도 한다.그럴땐‘시계보고부채질을 하세요’호기롭게 웃어버리자고 한다. 노년으로 접어들었음이 영 락없다. 서로의만남이란함께하는동안 같은 속도로 같은 풍경을 읽어가 는것이었다. 주변이필요로하는 것에보폭을맞추는것이아닌함 께하는 필요에 의한 보폭을 맞춰 가는 것에 집중해야 하는 것이었 다.함께백발에이르고보니둘이 면서도하나였다. 반쪽이되면미 완성인생이되고만다. 곁에있음에도잠시눈에띄이지 않으면 걱정이 모래바람처럼 일 기시작한다. 젊은날의찬란했던 꿈속으로데려다준다해도다시 는 되돌아서고 싶지 않다. 겹겹이 줄어들지 않는 기억들은 추억이 란선반위에고이놓아두기로했 다. 살아온노하우가경쟁의유력 한수단이되어줄것이요, 정보전 수가 되어 자연스럽게 터득한 방 법을요령삼을수도있겠지만더 는욕심없는지금이편안해서사 뭇좋다. 내외의 정은 나이 깊어 갈수록 더욱두터워져서늘그막정이제 일이라했나보다. 세상순리는각 자도생이다. 만물도 주기율이 저 마다 다른 것이 자연스러운 리듬 인 것이다. 오랜 여정을 수행하려 면 알맞은 편안한 속도가 제격이 다. 기차도 간이역이 있고 고속도 로도 휴게소가 적절하게 배치되 어 있는 것처럼 유난하게 달리지 도말것이며지나친느슨한템포 도 멀리하며 남은 날들을 고유의 리듬으로 나란히 함께하는 동행 이라면더바랄게무얼까싶다. 함 께 호흡을 고르며 보폭을 조율해 가며 처연하게 거닐 듯 걸어가려 한다. 해변가에서의첫만남은반세기 를 훌쩍 넘겼지만 또렷한 영상으 로남겨져있음이신기하다. 짙은 해무가나란히앉은옆사람도보 이지 않을 만큼 이었는데 한사코 손 끝이라도 닿을까 운무에 잠겨 있었다. 운무가도와준다한들어 찌하리요였었는데언제부터인가 얼레리골레리 손을 잡고 걷고 있 는게 아닌가. 그러다 배웅하느라 함께걷다가되돌아가는길을다 시또함께걸어야하는번거로움 을핑계로가족이되어버렸다. 마 치 누군가가 시간을 훔쳐갔을까 싶을만치유수같은시간이쏜살 같이흘러엄마아빠를골고루닮 은딸넷을얻어오손도손깨소금 놀이하다 민들레 홀씨가 되어 태 평양먼바다를건너왔다. 맏이부터 듬직한 제짝을 따라 하나둘떠나가고빈둥지가되어 동그마니둘만남게되었다. 지루 할때도있었던그긴세월이찰나 에지나간것마냥백발의두노인 으로남겨졌다. 넘어질듯더딘할 멈손을꼭잡고이인삼각경주를 이어가고있다. 성경잠언서말씀에‘백발은영 광의 면류관이라. 의로운 길에서 얻으리라’ ‘젊은 자의 영화는 그 힘이요 늙은 자의 아름다운 것은 백발이니라’했다.앞만보고열심 히달려오며사랑하는딸들을위 한 기도를 쉬지 않았기에 얻어진 면류관으로 받아들인다. 나이든 다는것은쇠하는것이아니라생 존을 위해 가장 효율적 방법으로 삶을 이어가는 것이라는 말이 명 징하게위로가되어준다. 이제천상노인이구나싶다.함께 기력이 쇠해지고, 보폭이 줄어들 어도느린걸음으로이인삼각경 주를꾸준히이어갈것이다. 서로 를 안타깝게 여기는 연민은 동정 심유발을부추기지만어쩔수없 이 애잔함이 번지는 본능을 어이 하랴. 해저무는해변에서수평선 이노을에물들어가듯, 그렇게노 을처럼 아늑하게 고요히 사위듯 저물어가고싶다. 이인 삼각으로 묶인 줄을 추스 르며 저만치 보이는 결승점까지 넘어지지 않으며 당도할 수 있기 를 기도드리며 할배랑 나란히 새 롭듯한발을내딛어본다. 데이브화몬드작 케이글 USA 본사특약 시사만평 해리 왕자 자서전 소동 영국 언론 “창피한 줄 알아! ” 뉴스칼럼 ‘귀족노조’ 프레임 언어는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 모든 낱말은 뇌의 프레임 회로 를통해정의된다. 그래서‘대통 령’이라는호칭을듣게되면자 동적으로‘엄청나게 큰 권력을 지난 사람’으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호칭이 붙은 사람 역시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생 각하고행동을하게된다. 대통령의영어단어인‘presi- dent’는 원래 회의나 의식을 주재하는 사 람이란 뜻을 갖고 있 다. ‘대통령’이라는 단 어처럼 엄청난 권력 자라는 뉘앙스를 갖 고있지는않다. 한국에서‘제왕적 대통령’의 해악이 지속되고 있 는 데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 는것이다. 그런점에서‘민주주의’와‘대 통령’이라는 호칭은 훌륭한 조 합으로보이지않는다. 이렇듯언어가우리의식에미 치는영향은절대적이다.그래서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 다투 는정치는결국‘언어의싸움’이 라할수있다. 그리고언어싸움 에서는대부분보수가우위를보 여왔다. 인지언어학자인 조지 레이코 프는“언어전쟁에서 지는 쪽은 언제나 진보진영이다. 진보진영 에는듣기싫은얘기겠지만인정 할 건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 다. 미국도그렇고한국역시마 찬가지다. 미국의 보수진영은 프레임 짜 기에 아주 능하다. 보수진영의 프레임은 교묘하고도 효율적이 다. 조지부시행정부시절감세 를‘세금구제’(tax relief)라는 프레임으로포장한것이대표적 이다. 감세 혜택의 대부분이 부 자들에게 집중됐음에도 이 프 레임은서민들이푼돈감세에도 감지덕지하도록만드는데톡톡 한역할을했다. 한국의 보수와 진보사이에 계 속돼온싸움역시그렇다. 그싸 움에서진보는거의항상열세였 다. 반면 보수의 프레임 전쟁에 는 거침이 없다. 금기란 애초부 터없어보였다. 사회정치적 이슈들에 툭하면 ‘친북’ ‘좌파’ ‘종북’이라는빨 간 딱지를 붙이고 반대세력의 움직임은‘불법’과‘폭력 난동 ’으로규정하는낡고오래된프 레임전략으로국민들의의식을 장악해왔다. 취임후너무낮은지지율로고 전하던윤석열대통령이지지율 반등의계기를잡은것도‘프레 임’전략의덕분이었다. 지난해말공공운수노조화물 연대본부가파업에돌입하자사 상초유의업무개시명령을내렸 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주요책임자들은파업을 ‘핵 위협’ ‘이태원 참사와 같은 재난’ ‘조폭’등에비 유하며비난했다. 정부가당초했던약 속을 지키지 않은 사 실에 대한 언급이나 사과는 당연히 없었 다. 그리고 노조를 공 격할 때면 전가의 보 도처럼 어김없이 등장하는‘귀 족노조’프레임이 빠지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하루 15시간씩 한달내내화물차를몰아고작 300만원내외를손에쥐는운전 기사들이‘귀족’으로둔갑해보 수 정치 세력과 보수 언론들의 거친공격을받았다. 파업에 악의적인 프레임을 씌 우기위한작업이전방위적으로 이뤄졌다. 그리고 이런 전략은 윤석열 정부에 효과를 안겨줬다. 줄곧 20%대에 갇혀있던 대통령 지 지율이 노조 총공세 이후 오르 기 시작한 것이다. 재미를 보고 있다고판단해서인지이후공세 는 한층 더 거세졌고 그런 흐름 은 새해 들어서까지 이어지고 있다. 노조에대한인식조사를보면 재미있는 결과가 나타난다. 노 조라는 조직이 보다 절실할 것 같은 사회경제적 약자 계층에 서노조에대한불신이더높게 나타난다는것이다. ‘귀족노조’프레임이 그만큼 잘 먹히고 있다는 얘기일 것이 다.“귀족에겐 노조가 필요 없 다. 따라서 귀족노조란 것은 이 세상에없다”는한노조원의절 규가떠오른다. 정치세력과 언론들의 프레임 공세로부터자유롭기란쉽지않 다. 아주 복잡한 사안은 귀찮아 하면서되도록단순하게이해하 려는우리의‘인지적구두쇠’성 향은 손쉽게 이들의 프레임에 걸려들게만든다. 그런 만큼 프레임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균형 잡힌 생각을 할 수있는능력을키워야한다. 그 래야 깨어있는 시민, 깨어있는 뉴스소비자가될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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