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3년 1월 17일 (화요일) D6 기획 기 획 영 감님의영광의시대는언제였죠? 강백호는왜그리도 무례한가. 머 리가하얀안선생님에게이런질문을잘 도 던진다. 그것도 궁금해서가 아니라 “나는지금입니다”라는제한마디하기 위함이다. 절대로 좋아할 수없는 화법 이다. 하지만 사람의머리와 가슴을 헤 집는 건언제나 무해한질문이아닌무 례한질문 쪽이아니던가. 내게던진질 문도아닌데나는이미답을 고민하고 있다. 내영광의시대는언제였지? 있긴 했을까?있었는데기억나지않는걸까? 기억나지않는시대를영광의시대라고 호명할수있을까? 혹시아직도래하지 않은건가?언제쯤올까? 오기는올까? 평범한사람의머릿속에서는그저물음 표가증식될뿐이다.이제50세가다된 강백호씨에게저질문을돌려주고싶다. 당신의영광의시대는언제였죠?? 먾쭎믾슮 ‘ 큺앶섷 ’ ‘더퍼스트슬램덩크’가개봉했다. 32 년전에처음 세상에나온 만화를이제 와서영화화시킨원작자 ( 이노우에다케 히코 ) 나그떡밥을덥석무는팬이나 20 세기가 남긴유난스러운 유물들 같다. 원작에열광하는사람치고원작의영화 화를마냥환영할수있는사람이얼마 나될까.이것이판도라의상자라는것 을아무리궁금해도열지말아야 한다 는걸너도알고나도알고모두알고있 지만, 언제나 그렇듯 결국 열어버리고 세상은 ( 팬들은 ) 혼란에빠지기를 반복 하지않았던가. 누가시킨것도아니요, 100%자유의지로버튼을꾹꾹눌러예 매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미패배 한 사람의심정으로 영화관으로 향했 다.지는게임을하기위해경기장에들어 선선수처럼축처진어깨로. 그런데말 입니다. 그곳에는이마를 딱 치게만드 는게임의묘미가나를기다리고있었다. 자고로 게임이란 끝날 때까지끝나는 게아니라는것을,역시상자를열지않 으면아무것도알수없다는것을다시 금깨닫게되었다.‘더퍼스트슬램덩크’ 는내예상을뒤엎고굉장한감동과눈 물과 재미를 선사했다. 어느 방향으로 무릎을 꿇어야 할지!강백호가 걸핏하 면나는천재니까 ‘드립’을치는건원작 자이자감독인이노우에다케히코본인 이천재이기때문으로보인다.천재의천 재드립이라니.재수없어하기에도너무 천재적이라입을다물수없다. 가슴언 저리에‘인정’이라는자막을띄우고그저 끝없이손뼉만치고싶다. 숞옃힎 ? 빦솒숞엲풚 영화는송태섭의어린시절에서시작 한다.지역에이스로꼽히는 형 에게 농 구 를 배우는 송태섭의나이는 내가 농 구 를처음 접 한때와 비슷 하다. 십 대 초 반 여름바닷 가작은마을,작은 농 구장, 키 차 이가 크게나는 형 제. 몇 개의 겹 치는 요 소 에나는속수무 책 으로아 련 해지기 시작했다. 비록 내 형 제는 송태섭의 형 , 송 준 섭처럼 멋 지지않았지만말이다. 준 섭은주전이되고싶다는태섭과진지한 1 : 1 게임을 한다. 최 선을 다해게임에 응 하는것이야말로 최 고의 존중 임을보 여 주는 한 편 태섭에게알려 준 다. ‘ 피 하지 말고 쉽 게 등 돌리지말고돌 파 하라’고. 태섭은그의말대로해보지만잘되지않 는다. 넘 어진다. 공 을 뺏 긴다.이를 꽉 깨 문다.그러다가딱한 번 돌 파 에 성공 한 다. 그런태섭의어깨를안아주 며준 섭 은그느 낌 을기억하라고한다.어 떤 말 은,어 떤순간 은,어 떤 경 험 은 일 생을 따 라다닌다. 그렇게태섭은 형 과같은 사 람이되고 싶어 발 버 둥 치고 좌 절하고 뚫 고지나가면서자기자신이되어 간 다. 빪뿒묺뺞 ? 북산 대 산왕 의경기를 다 룬 이영화 에서내마음이기 울 어지는 부분 은 등 장인물들이스스로에대해 의심하고 추 궁하고 분투 하는 장면들이었다. 채 치수는전국 1 위의명 성 을가진신 현철 을대적 하 며 그와자신을 비교 하는함정에 빠 져허 우적대다가 마 침 내 ‘신 현철 은신 현철 , 채 치수는 채 치 수’라는 깨 달 음을 얻 게된다. 그걸지 켜 보던정대만은‘난누 구 냐 ?’라고자문하더니 익 히알려진 명대사로자답한다.‘그래, 난정대만. 포 기를 모 르 는 남자지.’ 한 편 자 타 가 믿 는 자기자신을 깨고 나오면서 새 로 운 국면을 맞 이하는인물도있다. 여 러 모로 완성 된것처럼보이던서태 웅 이 패스를 할 때모두가 충격 에빠진다. 천하의서태 웅 이패스를한다고? 완 벽 한 독불장 군 이란얼마나 매 력 적 인가.그걸내려 놓 기란얼마나어려 운 일 인가. 누 군 가는 자신을 기억 해내는 것으로, 누 군 가는 자신을 놓 아버리는것으로자기자신이되 어 간 다. 짍픚펞샎펺 안선생님은강백호를이 용 해경기 의 흐름 을 바꾼 다. 20 점차 이로 뒤 처진게임에서 ‘기 존 에해 왔 던 방식 은내게 통 하지않아.난 초짜 니까!’라 고 외 치는 강백호. 그는 결코 장 담 할 수없는 실력 을 갖췄 지만 ‘ 포 기하면그 순간 이 바 로 시 합 종료 ’라는안 선생님 의말을 곧 이 곧 대로 받 아들이는사람만 이할수있는 일 을한다.그는심판의 책 상에올라가이미 북산 이 졌 다고 확 신 하는 관 중 들을 향해우리는 승 리할 거 라고 선언한다. 최 선을 다하고있지만 돌 파 구를 찾 기는어 렵 다고생 각 하고지 쳐 가는 팀 원들에게‘너 네 는지고싶은 거 냐 ’라 며 날 벼락 을 내리 꽂 는다. 경기의 흐름 을 바꾼 다는건 믿 음의방향을 바 꾸 는 것이다. 자기자신을 믿 는 동시에 자기자신이아닌사람을 믿 는것이다. 캖않쁢캖옪풂몋믾 어 김 없이 새 해가 시작되었다. 지난 해마지막 출근 날과 새 해 첫출근 날 이 숨 막히게 똑 같은데어 떻 게 새 로운 시작의기 분 을도 출 해야할지난감한 요 며칠 이었다. 전 혀설레 지않는데 설레 야할것같은 부담 감. 뭔 가를시 작해야할것같은 초조 함. 뭔 가를 놓 치고있는것같은 섣부른 패배감. 마치 경기시작을알리는 휘 슬이 울 려퍼 졌 는 데도코트에 발 을내 딛 기는 커녕 유니 폼 도입지 못 한 채꼬꾸 라 져 버린기 분 이었 다. 스스로 발 을걸고 넘 어진것과도같 았던 형 국에서 별 기대없이만난 ‘더퍼 스트 슬램덩크’는 속이 깊 고 뜨거 운 동 료 처럼나를 일 으 켰 다. 처음 농 구를 배 우던열세 살 의 여름 이손을 흔 들었고, 하 늘 로 솟 구치는 마음과 달 리자 꾸 가 라 앉 는 몸 을 끌 어올리던시절이손을 흔 들 며달 려 왔 다. 농 구 공 이들어 갈 때슬 로모 션효 과를건듯느리게 흐르 던시 간 , 슛 이들어가기직전모두가 숨 을 죽 이는 찰 나의정적그리고 공 이그물에감 기는 소 리, 터져 나오는함 성 혹은 깊 은 탄 식.심해처럼 푸른농 구코트와그위 로 떨 어 져검 은자국을만들던 땀 들,한 입 씩 돌려 먹 던음 료 수그리고서로의이 름 을 부르 던 순간 . 숞엲풂 픊옪빦팒많쁢멑 다시송태섭으로 돌아가 보자. 그가 두 명의수 비 를 뚫 고 돌 파 하는 장면이 있다. 송태섭은 등 돌리지않고, 피 하지 않고, 가장두려운방향으로나아 간 다. 최 고의가드라는평가를 받 는적수의위 용 에 겁먹 지않고 자신의빠 른 발 을 믿 고 뚫 고지나 간 다. 그리고 자신이 믿 는 동 료 에게패스한다.그렇게 승점 을가 져 온다. 나는 새 해라는경기를 앞 두고주 눅 이들어있었다. 내게주어진 새 로운 책 무에미리 겁 을 먹 고내가가진장 점 을 잊 어버리고 믿 을수있는사람들의 존 재 를 잊 어버리고무 엇 보다 새 로운경기에 서내가 맛볼 수있는 희 열을 잊 어버 렸 다. 두려 움 을없 앨 수는없지만 송태섭 에게돌 파 를알려 준 송 준 섭처럼‘두 렵 지 만 센척 하면서 앞 으로나아 간 다’는마 음으로,아무렇지않게 흐름 을 바꿔 버리 는 강백호처럼 승 리까지는모 르겠 지만 일단 한 골넣 고보자는가 벼 운마음으 로 새 해를드리 블 해보려고한다.그렇게 나아가다보면 슛찬 스가보 일거 고,안 보이면패스하면그만이다. 승 패가결정 되는 순간 은우리가 승부 를 포 기하는때 라는것을기억하 며 나자신을 믿 고내 편 을 믿 으면서돌 파 해나가는 거 다.그래도 안되면 ‘나는천재니까’ 드립을치면서. 까 맣 게 잊 고있던돌 파 감을 키 우기위해 일단 은 농 구 공 을 들고 차 가운 코트로 나 간 다. 공 이 튀 어오 른 다. 2023년이 튀 어오 른 다. 강소희작가·카피라이터 짍픚펞 강소희·서효인의 <24> ‘더퍼스트슬램덩크’가 일깨운용기 ‘더퍼스트 슬램덩크’를 개봉한 4일서울의한 영 화관풍경. ● 뉴시스 1일오전제주한라산정상에서해돋이를보는시 민들. ● 뉴시스 영화로돌아온그시절농구만화 원작보다못하면어쩌나했는데 예상깨고감동^눈물^재미가득 좌절^의심^분투성장하는인물들 자신과동료를믿는마음까지 설렘없단생각과패배감에경종 새해라는경기를앞둔우리에게 “겁먹지말고돌파!”용기주는듯 안될땐‘나는천재’드립도추천 새해, 강백호처럼일단 한골넣고보자$송태섭처럼두렵지만센척하면서 15 2023년1월7일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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