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3년 1월 23일 (월요일) 어린이들이서울금호동호당공원에서농구를하고있다. ● 한국일보자료사진 2022 년은진부한표현을다 시한번빌려굳이표현 하자면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다사다 난했다. 작년이맘때우리는새해복많 이받으시라는역시나진부하고그러나 따뜻한인사를열심히주고받았는데많 이왔어야 할 복이다어디로갔는지알 수없는 노릇이다. 초등학교에입학하 면서마스크를써야했던아이는이제3 학년이 되는데여전히 코로나 팬데믹의세상에서어린이의시 절을 보내는 중이다. 그 시간 동안 어른들이한 일은 주로 편을갈라이죽대며싸우는 일이었던것같다. 저열한 스포츠도박에라도빠진 양진영따라갈가리나뉘 어부득부득 이를 갈았던 한 해였다. 그렇다면 2023년은 과연달라질까. 새해를농구장에서시작했다.아이가 연말어느 날 자기도 소리를지르며스 트레스를 풀고 싶다고 말하는 것이었 다. 아니, 초등학교 2학년이스트레스 가있어? 문득떠오른어리석은의 문을침과함께꿀꺽삼켰지만녀 석이라고스트레스가없을일은 아니었다.방학이면주로집에있 지만,아파트에서는뛰면안 되고 너무큰소리도내면안된다. 학년 이올라갈수록 배우고익혀야 할 것은 더많아질게분명했다.야외활동을하 기에이번겨울의추위는 꽤매섭다. 그래서선택한 농구장이었다. 바 람을 막아주는 체육관, 키크고 멋진아저씨 ( ? ) 들의프로다운 플 레이, 경기내내멈추지않을 음악. 이런조건들이딸아이의스트레스 를 풀어주겠지싶었다. 거기서 는소리를질러도된다. 3점슛 이들어가거나덩크슛같은장면이 나오면제자리에서방방뛰어도상 관없다. 그렇게경기를 즐기다 딸과 스 포츠 혹은 스포츠 관람이라는 취미를 공유하게되면얼마나좋겠는가. 결론부터말하자면이러한원대한계 획은 보기좋게실패했다. 아니, 실패할 수밖에없었다. 아이는 편을 갈라 경쟁 하는스포츠경기의룰에아직익숙하지 않은 듯했다. 1쿼터에는 홈팀이어디고 원정팀이어딘지모르겠다는심드렁한 표정으로왜꼭이겨야하는거냐고 반 문하더니, 4쿼터에는 형편없이지고있 는 홈팀에적잖은 상 처 를 받고는왜지 고그러냐고 물 었다.1쿼터시작할 즈 음 에는원래스포츠는이겨야하고이겨야 재 미있는 것이라 말했다가 4쿼터에이 르러서는 원래스포츠는이 길 수도질 수도있는 것이라 설 명했다.이따위 설 명이나조 차 도 납 득이 잘 안 되는것이 었다.그날홈팀의경기 력 만 큼납 득되지 않았다. 내가너무 급 했던 걸 까. 그 럴 지 도모른다. 그 럴 것이다. 그리하여나는 좀 더 먼길 을 천천 히에 두 르는 방 식 으 로 딸에게스포츠를알려주기로 했다. 우리가함께좋아한그 림책 을다시 꺼 내 어보는것이다. 나 혜 그 림책‘ 슛 !’ ( 2021 ) 을 먼 저 펼쳤 다. 축 구라면 카타 르 월 드 컵 전반전을 같이보다가 아이가 먼 저까무 룩 잠 이 든 경 험 이있다.아빠는 ( 나한 테 는 못 하 게하면서 ) 왜소리를지르냐고 통 박을 맞 았더 랬 다. 아직 축 구가 주는 환희 를 너는 모르지. 너는 2002년 월 드 컵 은 커 녕 2013년에 태 어난 풋 내기에 불 과하니 까. ‘ 슛 !’ 은 2013년 생 에알 맞 은 ‘ 장난 감’ 의이야기다. 열한 개 의인형을 고정한 막대의 손잡 이를 돌 려상대 골망 을 노 리는 테 이 블 축 구의그 장난 감 이다. 실 제 축 구와 달리 ( 장난 감 ) 선수들은 각 자자리에서 벗 어날수없다. 한선수가 ‘토 이스 토 리 ’ 의한 장면 처럼 막대를박 차 고 나와 멋진 폼 으 로 오른 발 슛을 넣 는 다.이 윽 고 장난 감 들은 너나할것없이미니 축 구 장을 휘젓 는다.그중 특 히인상적인건 장난 감 이 모 두 여 성 이었던점이 다. 나 혜 작가가 표현한 축 구하는여 성 의 몸 은 가히역동적이었다. 축 구장의 객 체로서관중석 의 볼 거리로서 몸 이아 닌 , 운동장의주인으로서의 몸 이 ‘ 슛 !’ 에있었다.이러한느 낌 은 책 의 뒤 표지에표현된반전에서 확신 으로바 뀐 다. ‘ 우리는스포츠를할 수있다 ’ . 성별 과 피 부 색 과 몸 의 생김 새나장 애 여부와 상관없이그래야만한다. 김 영진그 림책‘ 야구장가는날 ’ ( 2020 ) 은우리가 족 의상 황 과경 험 에조 금 더 밀착 한 작 품 이었다. 아이가 말하기를 아빠는 화 를안 내는 사람인데 예 외가 있다고한다. 물 론그 예 외는바로야구 를 볼 때다. 나도 내가 그렇다는 걸잘 안다. 안 그래야 하는것도 더 잘 안다. 이건마 치 야구선수가안 타 혹은 희생 플 라이를 쳐 야 하는 걸 알면서도 당 하는 삼진혹은 땅볼 아 웃 과 비슷 한게아 닐 까싶다. ‘ 야구장 가는 날 ’ 의아빠도 나 와 같은 야구팬이다. 야구팬이라면야 구보다가 화 를내는게 당 연하 므 로그 도그렇게한다.아빠의아들은아직야 구팬이아니 므 로 화 를내는아빠를이해 할 수없고 급 기야야구마저 싫 어진다. 그 둘 이야구장을 가는것이다. 확 실히 야구장은야구에대한 각성효 과가있 다. 탁 트인하 늘 과관중석을가득 채 운 사람들과 청량 한 잔 디와 근 사한 유니 폼 같은것들 앞 에서하 루치승 부는 별 게아 닌 게 될 수도있다. 텔 레 비 전을보 며인상이나 쓰 는것보 단 야구장에직 접 가는게 몇 배는 낫 다. 하지만 1년에그 럴 수있는날이얼마나 될 까. 책 에서아 빠와아들은 목 말을하고경기장을나 오며 승 부보다더즐거운 그 무 엇 을이 야기한다. 그 무 엇 이있어야 스포츠다. 이기고지는것그이상의 특별 함. 이수지작가의그 림책‘ 선 ’ ( 201 7 ) 은그 야말로선으로이 루 어진 책 이다. 극 도로 아 름 다운 어 떤 순 간은 사람의말이나 주 변 의소음 같은 것들을일시정지하 고는하는데내게는 김 연아의 피 겨스 케 이 팅 이그 랬 다. 특 히 ‘ 죽음의무도 ’ 영상 을 볼 때면지 금 도아이스 링 크를 수 놓 는선수를제외하고세상에아무도없게 느 껴 지고,기 술 에대한해 설 이나 감탄 같 은것도조 금 은거추장스 럽 게여겨지는 것이었다. 책 은연 필 과지우 개 로시작한 다.연 필 선을따라가니 빨 간모자를 쓴 소녀가 스 케 이트를 타 고있다. 소녀가 그리는선은점점복 잡 해지더니악보의 기 호처럼 스스로 박자가 된다. 직선으 로 뻗 고유연하게 휘 고 둥글 게원을그 린다.그리고결정적인기 술 에들어갈 차 례 다. 트리플악 셀 이었을까. 소녀는 착 지에실패하고 빨 간 모자도 떨 어 뜨 린 다. 그리고 구겨지는 종 이. 처 음연 필 과 지우 개 를들었을 손 에구겨 졌 던 종 이를 다시 펴 자 거기 엔 하 얀 아이 스 링 크가아 닌숲속호 수 빙판 이 나 온 다. 그 곳 의얼음은 하 얗 지 않다. 도리어연 필 로 옅 게 칠 한듯따스한 잿빛 이다.그리 고 거기에아이들이있다. 그 들은 넘 어 져 도 괜찮 다는 듯 빙판 에서그저 ‘논 다 ’ .소녀는 빙판 에서노는아이들의무리에함 께함으로써실패의중 압감 을 벗 어던지고, 혼 자 감당 해야 하는 압 박 감 에서도 벗 어날수있다.그 제야진 짜 아 름 다 움 에다가갈수있 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기고 지는 것을 넘 어선스포츠의 특 별 함은 바로 함께하는 즐거 움 이아 닐 까. 아이는 농구장에분명실 망 했 는데다음에다시갈까 물 으니한번더 가 본 다고 한다. 다음 홈경기일정을 검 색 해 본 다. 팀에 는 최근 3점 슛 에 물 이오르다 못 해 넘쳐버 린가 드 전상현 선수가 있다.아이와 같은선수를 응 원해 볼 까. 내 친김 에 2023년 각종 스포츠경기일 정표를 훑 는다. 올해는 상 암 이나 탄천 에서 축 구를보고 잠 실이나 광 주에서야 구를 봐 야지. 여 름 에는 호 주와 뉴 질 랜 드에서여자 축 구 월 드 컵 이열리니 두근 거리는마음으로아이와함께 응 원해야 겠다.그것들에서이기고지는일을 넘 어 선 특별 함을 발견 하고싶다. 그 특별 함 으로인해아이가지 금 의어른들 처럼 이 기고지는일에매 몰 되지않을 힘 을 갖 게 된다면좋겠다.그것이, 2023년,스포츠 와함께하는새해소 망 이다. 서효인시인·문학편집자 강소희·서효인의 <25>그림책안의스포츠 테이블축구여성인형들의‘슛’ 성별^장애떠나누구나즐기고$ 아빠와아들의‘야구장가는길’ 응원한팀이져도웃을수있는$ 착지실패한스케이트소녀‘선’ 함께함으로써진정아름다운$ 아이와발견할스포츠의특별함 올해경기일정훑으며두근두근 이기고지는게전부가아닌··· 스포츠의‘진심’을다시배우다 이수지그림책 ‘선’ 표지. 나혜그림책 ‘슛’ 표지. 김영진그림책 ‘야구장가는날’ 표지. D5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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