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3년 2월 6일 (월요일) D6 기획 나는 ‘이생망’(어차피이번생은 망했어)을 입버릇 삼아 그 안온한 체념의세계에살았다. 누군가 조금이라도 희망이나 변화를 말할라치면, 냉소로 일갈했다. 그건괜히 변화를 기대했다가 또다시실패하여좌절하지 않을까 두려운 마음에내미는이빨 같은 거였다. 뺗콚읊뽇핂쁢멂솚쫒픦폶믾 아무것도 하지않으려는이남성들의 냉소와 자조는 한편으로 더절박하지않을 수 있는 특권에기대어있다는 점에서 기만적이지만 동시에자신의약한 모습을 드러내면서도 돌봄을 요청하지못하는 한계를 보여준다. 안타깝지만 스스로도 구원하지 못했는데천사 같은 누군가가 등장해서 자신을 돌보고 사랑해주기를 바라는 구원 서사는 판타지같은이야기고 스스로를 그 주인공에놓는 건 자의식과잉일 뿐이다. 우리는 먼저스스로를 돌보고(좀 씻고) 타인을 돌보고 돌봄 받는 것의가치와 의미를 재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나약함의 반증이거나 낯부끄럽고 간지러운일이아니며 도리어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그리고 가치 있는인간으로 살아가는 하나의방법이다. 인류학자 마가렛 미드는인류 문명시작의 증거로 ‘부러졌다 붙은 흔적이있는 다리뼈’를 꼽았다. 고양이보다 느리고 원숭이보다 약한 우리인간이지금까지생존해서문명을 세울 수있었던이유는 다름 아닌 누군가가 다치고 약해졌을 때서로를 돌보는 마음과 능력이 있었기때문이라는이야기다. 번영과 소유에 대한 집착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공허함을 느끼다가도 가장 취약할 때받는 호의와 돌봄이사람을 살게한다는 것만 봐도 그렇다. 우리는 돌봄이있기에비로소 인간다울 수 있다. 너무 거창했다면, 다시새해인사로 돌아가자. 인류 문명의시작까지는 몰라도 새해를 잘 보내는 하나의방법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기를 다부지게결의하는 것보다 그 마음 안에담긴절박함을 잘 살펴서스스로를, 또 사랑하는 주변인들을 돌보는 데쓰면 좋겠다. 이를테면 나는 올해꼭 요리를 배워사랑하는 사람들에게대접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이 글을읽는 모두에게도 냉소를 녹일 돌봄의 온기가 가득한 해가 되기를 간절히빌어본다. 임하는이들의태도가 너무 다르다. 바로 남성문화 전반에깔려있는 체념과 냉소다. 몒믗핂솧핂홚헖쇪핂슲픦 ‘ 숞핗빹킿 ’ 얼마 전 ‘이대남’ 담론이뜨거웠을 때, KBS 세대인식집중조사가 화제였다. 이조사에 따르면, 청년 남성대다수는여성 - 남성간 임금 격차만이아니라 고졸자 - 대졸자 간, 명문대 - 비명문대출신간 임금 격차에높은 비율로 공정하다고 응답했다. 그뿐만 아니라, 환경문제와 관련 한 의 견 에서도 다 른 성 별 , 세대군과 달 리유 난 히 “ 환경보다 개발 이 중요하다 ” 는 의 견 에높은 동의를 보이고, ‘ 포괄 적차 별 금지법입법’과 ‘성 평 등 정 책 강 화’에대해서는 더높은 반대를 보인다. 위 조사 기 획팀 에서도 우려했 듯 , 이 단 편적인 자 료 만으로 남성청년전체를어 떤 모습이라 규 정할 수는 없 다. 다만 이자 료 에서도 남성청년 중 적지않은 이들에게기존의능력주의같이 현 재 작 용 하는 권력에는 체념하고, 변화를 만들고자 하는 시도에는 냉소하는 태도가 엿 보인다. 책 ‘대한 민국 넷페 미사’에서 권 김현 영은 문화 비 평 가 폴 코 리건이 개 념화 한 남성들의하 위 문화 ‘두잉 낫싱 ( Doing Nothing· 아무것도 하지않기)’이라는 개 념을 소 개 한다. 설 명에따르면 두잉 낫싱 은 말 그대로 아무것도 안 하기다. 계 급 이동이 좌절 된 하 층 계 급 남성들이공부를 해서좋은 성적을 얻 거나 돈 을 벌 기 위 해 애써노 력하지 않고 그저실 없 는 소리나 하며시간을 낭 비하는 태도를 일 컫 는다. 나는 한편으로 위 체념과 냉소로 일 관 하는 남성들의 행 동과 태도가이와 맥락 을 같이한다고 생 각 한다. 새해가 밝 았다. 지나간 해는 어 떠 하였나 반 추 하고 다가올 새해는 어 떻 게보 낼 까 계 획 하기좋은 시기다. M B TI 끝 자리 J 유 형 으로 계 획 세우는 게 취미인나도이기 회 를 놓 칠 수 없 다. 짤막 하게 돌아보면, 지 난 해에는 부 단 히남자 청소년과 청년을 만 났 다. 정치권에서청년 남성의 요구를 빌미로여성가 족 부 폐 지를 비 롯 하여 무 책 임한 반 페 미니 즘 , 여성 혐오 메 시지를 쏟 아 냈 고이러한 말들이공명하여 교육 현 장에도 울려 퍼 졌기에더바 삐 자리를 만들어야만 했다. 막 상 현 장에서만 난 많 은 이들은 온라인에서보 듯 , 또 누군가 기대하고 염 려하 듯 혐오 로 똘똘 뭉쳐 있는 그 런 납 작한 존재만은 아니었다. 대부 분 제 각각 의환경과 그 안에서의경 험 , 사고, 정념이다양하게 발산 되는 그 런 입체적인 모습이다. 다만 한 가지그 다양한 모습을 꿰뚫 는 공 통 점이 있다면, 이들과 만나기 위 해무 관심 을 뛰 어 넘 는 과정이 필 요하다는 사실이다. 컿쪒펞싾않삲읂멚빦 빦쁢킃 솒 악플 보다 무서운 게무 플 이라고 했던가. 강 의 활 동 초 반, 힘든 교육 을 떠 올 릴 때면 교육 내 용 에저 항 하며인 터넷 에서본 가 짜 뉴 스를 쏟 아내는 청소년들의모습을 상상했다. 하지만 막 상 지금은 부정적의 견 을 가지고 있을 때보다 아무 런 의 견없 이천 진 하게 침묵 하는 모습이가장 어 렵 고 두 렵 다. 최근 한 학 교 에서성 별 분 리수 업 으로 남자반 수 업 을 진행 했다. 나름 교육 을 잘했다 생 각 하여 뿌듯 하게다 른 반 선 생 님 들과 소 회 를 나 눴 는데, 여자 청소년 반에서 진행 한 결과 물 을 보고 주 눅 이들었다. 각 양 각색 의 필 기구로 꾸민 결과 물 이화려하기도 했지만, 딱 봐도 엄 청나게 알 찬 이야기들이 오갔 음을 짐 작할 수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교육 을 하며 청소년들에게서나온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참 여자의 관심 사나이해도 측 면에서 비 교불 가였다. 특히나 성 별 에따 른 학습 태도에두드러 진 차이가 나타 난 다는 것은 많 은 선 생 님 의공 통된 경 험 이었다. 나이도 또 래 에같은 교육 내 용 을 두고도이 런 차이가 발 생하 곤 한다. 단 지우연의연 속 이거나 그저 편 견 일 뿐일까 ? 어 떤 이들은 청소년기성 별 에 따라 다 른 성장 속 도를이유로 꼽기도 하는데 단 지그뿐일까 ? 나는여성 참 여자들의 결과 물 이더그 럴싸 한 것이 단 지그 청소년들의미 감 이나 발육 , 생 물 학적차이 때문만은 아니라 생 각 한다. 애초 참 여 활 동에 <100> ’아무것도안하기’에담긴남성문화속냉소와체념 이남성들은 적 극 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기’를 하고있다. 뺗콚쁢헖잫몮탄힎팘픎잖픚픦짦흫 일 례 로, 학 교 에서 교육 을 하다 보면피하고 싶 지만 꼭 만나게되는 유 형 의 참 여자가 있다. 내나름대로 ‘어그로 꾼 ’이라는이름을 붙여 보았는데, 여기서 ‘어그로’는 게임 용 어에서 비 롯된 말로 상대방이자신을 공격하게 끔 유도하는 것을 말한다. 즉 , 이어그로 꾼 은 수 업 때 교육 자 또는 다 른 참 여자의 관심 을 끌 기 위 해일부러 혐오 표 현 을 쓰거나 맥락 과 전 혀 상 관없 이 “ 저는 차 별 안했는데요 !” 라는 식의 딴 지를 걸 고 웃 기려하는 등 교육 을 방해하는이들을 말한다. 이들은 자신이학 교 에서학 업 성적이나 학습태도로 선 생 님 의인정을 받거나 운동, 싸움 실력, 외 모 같은 요소로 주변인의 관심 을 끌 기어 렵 다는 것을 알 고있기에이 런 방식으로라도 관심 을 획 득하고자 한다. 이들의사정을 왜 그렇게잘 아 냐 면, 학 교 에서 많 이보았기도 하지만 무 엇 보다 나 역 시그 런 청소년이었기 때문이다. 특히나이 런 모습이남성 청소년에게서더 많 이드러나는 것은 남성연대가 헤 게모니적남성성을 필 두로 피라미드 형 식의공고한 위 계 질 서를 형 성하고 있기때문이다. 그 위 계 질 서에서 추락 하는 것은 곧 폭 력의대상이되는 것을 의미하기에 어 떻 게 든 그 피라미드에올라타려 발 버 둥 친 다. 그 발 버 둥 의일환으로 힘 을 기르거나 좋은 성적을 얻 거나 부를 과시하는 방식과 더 불 어 폭 력성을 드러내는 방식이있다. 이때, 외 부로 향 하는 폭 력성을 갖추 지못할 경우 자신의나약한 모습을 감추 기 위 해 자기 파괴 적인 모습으로 스스로의 빈 약한 자아를 부 풀린 다. 스스로를 패배자, 루 저, 아 싸 (아 웃 사이더)로 칭 하며 잃 을 것 없 음을 과시하고 군집하여서로 자조하는 놀 이문화를 만들어 낸 다. 나와 친 구들은 그때 당시서로의 불행 을 겨루 고 거기에 푹 빠져 헤 어나 오 지못함을 우습게여기며더 과 감 하고 무모할수 록 ‘상남자’라 칭송 했다. 미 래 를 계 획 하거나 학 업 에 심 취하는 것은 유치하고 쿨 하지못한, 찌질 한 모습으로 치부 됐 다. 한번이문화에 포섭 되면 벗 어나기 란 쉽 지 않다. 그것은이미 불행 공동체가 된 서로가 비 극 으로 똘똘 뭉쳐벗 어 날 수 없 게 끔 서로를 감 시하기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냉소와 체념이라는 것의중 독 성이 강 력해서말 그대로, 포 기하면 편하기때문이다. 그 래 서 이한 작가 킿 일 학력별임금격차공정하단인식많고 성평등정책강화부정적인청년남성 기존권력에체념하는태도엿보여 위계질서올라타려폭력성드러내 학업·성공위해노력하는이들비웃고 ‘난잃을것없다’자기파괴적연대 구원서사 바라는건자의식과잉 자신과타인돌보며냉소녹이길 “이번생은망했어”$계층사회앞 좌절한남성들의‘아무것도안 하기’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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