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3년 2월 9일 (목요일) A6 튀르키예 강진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뒤흔든 대 지진에인류의오랜역사를간직한 문화유적들도대거훼손됐다. 약 2,000년전지어진고대도시 성벽은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고, 800년역사의중세성채도예외가 아니었다. 7일(현지시간) 영국일간가디언, CNN방송 등에 따르면, 전날 발 생한규모 7.8의강진으로튀르키 예에선 고대 로마제국 시절 건설 된 가지안테프 성(城)이 심각하게 파손됐다. 이미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성벽과 망루 곳곳이 붕괴되거나 큰 균열이 생긴 상태 다. 성 주변 도로엔 철책 등 잔해가 넘쳐난다고튀르키예국영아나돌 루통신은전했다. SNS에는 지진 전과 후의 모습 을 비교한 사진들도 게재되고 있 다. 인근에있는17세기건물시르바 니모스크의돔과동쪽벽일부또 한무너졌다. 지역 랜드마크인 가지안테프 성 은 현존하는 세계 도시 중 인류의 거주역사가가장오래된곳중하 나다. 기원은고대히타이트시기(기원 전 1,600~기원전 1,178년)로 거 슬러 올라가지만, 주요 건축물은 2~3세기 로마 제국 시절 지어졌 다. 이후비잔티움(동로마)제국의유 스티니아누스1세(재위527~565) 때확장됐다. 여러제국ㆍ왕조를거친터라유서 깊은 유적이 많고,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도지정됐다. 시리아의상황도마찬가지다. 서북부도시알레포의중심가언 덕에 있는 13세기 건축물 알레포 성채가파괴된게대표적이다. 궁과군사시설,종교사원등을갖 춘 거대한 요새인 이곳 역시 유네 스코 세계문화유산인데, 시리아 국가유산박물관국(DGAM)은“ 알레포 성채 내 오스만 방앗간 건 물 일부가 무너졌고, 북동부 방어 벽곳곳이금이가거나붕괴됐다” 고밝혔다. 아이유브모스크의첨탑돔일부, 성채정문등도훼손됐다. 2000년 역사 인류 유산도 ‘와르르’ 고대로마때건설가지안테프성벽 형체알아보기힘들 정도로 파괴 #“한 살짜리 우리 손자가 저기 갇혀 있어요. 12층에서 자고 있었 는데 찾을 수가 없어요. 도와주세 요,제발.” 규모7.8의강진이집어삼킨튀르 키예남부도시아다나. 산더미같은잔해만남긴채형체 도 없이 붕괴된 아파트 터를 가리 키며할머니임란바후르씨는절규 했다. 꺼져 가는 목소리로“제발, 제발”이란말만되뇌며눈물을쏟 고또쏟았다. #인근 도시 카흐라만마라스 파 자르치크. 무너진건물잔해사이에서딸을 간신히 구출한 한 아버지는 딸을 품에 안고 무작정 달렸다. 죽음의 그림자를떨쳐내려는것처럼보였 다. 이내주저앉은그는내복차림 으로 머리에 하얀 재를 뒤집어쓴 딸을 어루만지며 그제야 안도의 눈물을토해냈다. 지난 6일 새벽 튀르키예 남부와 시리아 북부 국경 지대를 덮친 지 진으로 일대는‘죽음의 섬’이 됐 다. 분주한삶의터전은사라지고건 물 파편과 흙먼지만 남았다. 섭씨 영하 6도까지떨어진강추위와몰 아치는 여진 속에서 구조 인력이 사투를 벌였지만 7일까지 사망자 가 속출했다. 가까스로 살아나온 사람도 있었으나 아무도 웃지 못 했다. 소방관, 군인등1만여명의구조 대원들은 이틀째 목숨을 걸고 생 존자를 수색했다. 민간인들도 나 섰다. 무른지반탓에건물이대거 완파된현장은처참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희망은 절망으 로바뀌어갔다.지진이새벽4시에 발생하는 바람에 건물 밖으로 빠 져나와 목숨을 구한 사람이 많지 않았다. 대부분의 재난이 그렇듯 어린아 이와 여성에게 피해가 몰렸다. 곳 곳에서 아이들의 시신이 목격됐 다. 시리아 북서부 마을 아즈마린에 선 담요에 쌓인 작은 시신들이 땅 에 줄지어 누워 병원 후송차를 기 다리고있었다. 카흐라만마라스 파자르치크의 무너진 건물 앞에서 하산 비르발 타씨는“며느리와 손주 2명이 못 빠져나왔다”며발을동동굴렀다. 의료현장도아수라장이었다. 병 상은 일찌감치 동이 났다. 부상자 들은 바닥에 누워 치료 순서가 오 기를기약없이기다렸다. 시리아북부이들리브의한병원 에서 일하는 의사 샤줄 이슬람씨 는“부상자 300~400명이한꺼번 에들어와병상하나당2, 3명의환 자를눕히고돌봐야하는실정”이 라고말했다. 중환자실은 지옥도 자체였다. 이 슬람씨는“생존 가능성이 그나마 높은 부상자라도 살리기 위해 가 망 없는 부상자의 산소호흡기를 빼고있다”고했다. 피해 지역의 병원은 통째로 대형 응급실이됐다. 시리아미국의료협회는“부상자 가속출하면서산부인과를포함한 일반병원들도응급치료병상으로 전환하고있다”고전했다. ■ 강추위속필사구조작업 내복 차림 아이들 시신 즐비…“지진이 만든 생지옥” 어린이·여성들에 피해 집중 잔해 속 아이 극적 구조도 “병원 전체가 응급실 방불” 7일튀르키예남동부카흐라만마라슈에사는메수트한제르가무너져내린아파트의폐허더미에웅크리고앉아자신의15세딸의손 을꼭붙잡고있다. 지진발생당시침대에누워있던딸은대피하지못하고잔해에깔려숨졌다. <연합> 13년 내전에 대지진까지… 시리아의 절규 그야말로설상가상이다. 규모 7.8 의강진이덮친시리아와튀르키예 는 이미 한계에 봉착한 상태였다. 시리아주민들은13년째이어진내 전으로신음하고,튀르키예경제는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허덕이던 중 이었다. 가뜩이나 피폐해진 삶이 계속되 는 가운데, 초대형 지진으로 수천 명의희생자까지발생한것이다.지 진 피해 복구는 언제쯤 가능할지 가늠조차할수없다. 두나라모두 ‘엎친데덮친격’의상황이됐다. 7일(현지시간) 주요 외신들은 전 날튀르키예남동부와시리아북서 부를강타한지진으로더욱더가혹 한상황에처한시리아난민들의처 지를집중조명했다. 두나라의국경지대인이지역에 는400만명안팎의시리아난민이 상주하고있다.전쟁을피해시리아 정부 통제 범위 바깥인 곳으로 떠 났는데, 이번엔 인간의 힘이 미칠 수없는자연재해라는재앙을만난 셈이기때문이다. 실제 시리아인권관측소는 반군 거점 지역인 이들리브주(州)와 알 레포, 하마 등 시리아 북서부 지역 에지진피해가집중됐다고밝혔다. 특히이지역은내전중공습으로 파괴됐거나낙후된사회기반시설 이많다. AFP통신은“정부의눈길 이 닿지 않다 보니, 부실시공으로 지어진건물도많다”며“이번지진 으로붕괴하거나균열이생긴건물 도수만채”라고보도했다. 피해규 모가더욱클수밖에없는이유다. 다친사람이갈곳도없다.내전장 기화로 현재 운영 중인 시리아 의 료시설은전체의45%정도뿐이다. 그런데 이번 지진으로 최소 4곳의 대형병원까지파괴된것으로알려 졌다. IRC는 이날 성명에서“이미 쇠퇴한시리아의의료시스템은이 정도규모의재난에대처하기힘들 것”이라고우려했다. 구호활동마저쉽지않다. 이전부 터 난민들을 괴롭혀 온 전력난 때 문이다. 내전 기간 중 경제 규모가 절반으로쪼그라든시리아는줄곧 연료부족에시달렸다. 뉴욕타임스는“몸을녹이려고쓰 레기와낡은옷을태우는일은비일 비재”라며“지난해어떤지역은하 루1시간만전기가들어왔다”고전 했다.이런상황에서지진으로전력 공급도 아예 끊겨 버려 생존자 구 조도좀처럼속도를내지못하고있 는것이다. 자원봉사단체인시리아 민방위대(일명 화이트 헬멧)는 이 날“백업연료도다떨어진상태”라 며“구조전용중장비와연료지원 이 절실하다”고 국제사회의 도움 을호소했다. 살아남는다 해도 첩첩산중이다. 물ㆍ식량 부족과 전염병을 견뎌야 하는 탓이다. 연료난에 펌프 가동 이 멈추자 깨끗한 물 공급도 끊겼 다. 시리아에선몇년동안코로나 못지않게콜레라가기승이다. 전체 가구의 25%는 하루 한 끼만 먹는 다. 이번 지진으로 삶의 터전을 잃 은 이재민은 수만 명에 달하는 것 으로전해져식량부족문제는갈수 록악화할전망이다. 폭격 맞아 방치된 건물 피해 키워 의료시설 붕괴 재난 대응 무대책 “몸 녹이려 쓰레기·낡은 옷 태워” 전기 끊겨 생존자 구조도 난항 피해규모 GDP 2% 추산 튀르키예 ‘슈퍼 인플레’ 경제위기 심화 관측 “생산·공급망 차질에 복구도 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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