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3년 2월 11일 (토요일) 오피니언 A8 학교길풍경 김정자 (시인·수필가) 행복한 아침 뉴스칼럼 한자&명언 ■ 看板(간판) *볼간(目-9획, 4급) *널판(木-8획, 5급) 인생을견디며버티게해주는것 은세월속에담아놓은고운추억 과 어우러진 희망이다. 고운 추억 은 아무리 매만져도 전혀 줄어들 거나닳지않는다. 부산구덕산기 슭 보수천을 끼고 있는 동 대신동 은 머리에 서리가 내렸는데도 향 기어린넉넉한그리움으로안겨온 다. 태어나고 자라온 집은 수목이 우거지고깊은우물이있고널찍한 장독대와 마당이 넓은 이층 적산 가옥이었다. 고향은 누구에게나 향수를불러들이고안식을안겨주 지만 긴 이방 여정에서 향수는 명 치 끝에 매달려있다. 유년 기억은 안개처럼습하게피어오르다슬그 머니사라지기도하지만여학교교 복을 입던 시절은 그리움이 조바 심 치듯 흥건한 그리움 한 보퉁이 남겨두고먼이국으로떠나와있는 듯하다. 구덕산초입버스와전차 종점은그림엽서속풍경처럼원색 선명한 기억의 장에 각인된 채 남 아있다. 6.25 전란 후유증으로 남 녀 중고등 학교들이 산기슭에 밀 집되어자리잡고있었다. 아침등 교 길에는 버스와 전차에서 쏟아 놓은학생들행렬은도도한물결처 럼흘러갔다. 남녀 학생들이 뒤섞여 등교하는 학교 길엔 숱한 에피소드와 상큼 한낭만도함께숨쉬고있었다. 쪽 지글을접어여학생가방에몰래 집어넣는 여드름 꽃이 핀 남학생, 서로눈길이 마주치기라도 하면 서로 어색해 하던 풋풋한 풍경들이 싱그러웠 다. 짙은 녹음에 드리워진 청소년 기숲내음가득한풍경에화음이 되어떠올려지는유년기로기억의 물줄기를 거슬러 가본다. 유년의 학교 길은 전란의 상처가 배경이 되어있지만부풀은꽃씨처럼눈부 시게 빚어지고 있었다. 순박한 유 년의 정원에서 꿈을 줍고 싶은 유 랑자는반백의머리에도새삼유년 의 꽃그늘이 그리워 연록 그리움 이 꿈꾸듯 뒤척인다. 낮은 야산을 터 삼아 소나무 가지에 작은 칠판 을걸어두고선비탈을깎아층계처 럼 턱을 만들어 책가방을 무릎에 두고책상을삼았다. 시국의아픔을일찍이겪으며자 라온 세대였다. 하늘이 푸르고 맑 은 날 학교길은 소풍길 같이 설레 였다.학교라이름하기엔서글펐지 만 산비탈을 거슬러 오르며 지천 이던들꽃이며풀냄새, 숲내음에 젖어 산길을 오르내렸다. 밝고 환 한햇살로가득한노천교실. 하루 내내 눈부신 빛살로 하여 포만감 에젖어날개를단듯했다. 고운단풍을책갈피마다가득가 득 채우며 낙엽을 헤집고 다녔다. 곱게 물든 나뭇잎들이 꽃비되어 쏟아져내리는배움터도스산한바 람결에 밀려 창고나 공장 빈터로 전전했다. 춥고 긴 겨울을 보내고 흙 바닥 위에 세운 얼기설기 엮인 가건물을 만나게 되었다. 황토 바 닥에 엉성하고 조잡한 판자를 두 르고지붕은군용텐트를씌운그 야말로 판자 교실이었다. 옹이가 떨어져 나간 부분으론 바깥이 훤 히 내다보였다. 비오는 날이면 교 실 바닥은 질척거렸고, 찬 흙바닥 냉기는 전란에 시달린 동심을 더 욱 춥게 만들었다. 장사꾼 소리가 교실로 뛰어들고, 야채 썩어가는 내음이며 생선 비린내도, 엿장수 가위소리랑튀밥튀기는소리까지 습한바람결에묻어왔다. 세상고단한소리와냄새속에서 도 동심은 자라고 있었다. 천진하 고꾸밈없이맑은유년을보냈기에 여자중학교가교사에서보낸수채 화같은행복하고소중했던시간까 지 깊이 새겨둘 수 있는 추억으로 회상될수있음도더없는행운이 리라. 역류할수없는흐르는시간의섭 리를 받아들이며 신이 예정해 두 셨던짝을만나, 달빛같이바람같 이 쉼없이 흐르는 시간과 동행하 며어느새내아이들은물오른초 목처럼싱그럽게자라주었고어느 틈에 아이들의 등교길 안전을 위 해이른아침노란깃대를들고건 널목학교길을지켜주는새내기학 부모가되어있었다. 학교길풍경은시간의여울과는 무관한듯생동과낭만과꿈이역 동하고있다. 먼바다건너와그리 오래지 않은 것 같은 세월은 사십 여년을훌쩍접어버렸다. 어린딸 들 손을 잡고 이방인의 길로 들어 섰는데 어느 결에 일곱 손주를 둔 할머니로만들어놓았다. 우리손주들학교길풍경은스쿨 버스등교길이라서풍성하고넉넉 한추억들이크로스워드퍼즐처럼 짜임새있는기억들로새겨져있을 것이다. 손주들에게도 먼 훗날 물 안개 피듯 그리움이 피어오르는 학교길풍경이되어줄것이다. 스쿨버스가기다리는곳까지부 모님 손을 잡고 새벽 산책길을 걸 으며맑은새벽을함께한기억이며 스쿨버스에서 친구들과 재잘댔던 훈훈한 기억들까지 손주들이 다 자란 후에 까지 신선한 유년의 기 억들로간직되어지기를빌어본다. 잊혀질듯간직된아슴푸레한학 교길에서하얀깃을세우고양갈 래로 머리묶은 아련한 동무들, 모 두 투명한 듯 푸른빛 도는 추억의 여울목, 학교 길에서 만났던 바람 결을그리워하고있을지도.창망한 이국하늘아래학교길풍경을떠 올리는노년의아낙은지는햇살이 눈부시어눈가에물기가어린다. 속절없는 투명한 편린들이 보석 처럼 빛나는 학교 길 풍경에 잠겨 하염없이바라보는유년의하늘닮 은이국하늘은어찌더높고춥기 만 할까. 그리움도 붙들지 않으면 그냥 잊혀질까 그리움 발목을 잡 아둔다. 마홈스 VS. 허츠 이번주일요일인 12일은지구 촌 최고의 단일 스포츠 이벤트 인 NFL 수퍼보울이열리는‘수 퍼선데이’다.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스테이 트팜 스테디엄에서 캔자스시티 치프스와 필라델피아 이글스가 챔피언의자리를놓고격돌한다. 올수퍼보울은57회째이다. 수퍼보울은 경제전문 잡지인 포브스가 가장 브랜드 가치가 높은 스포츠 경기로 꼽은 이벤 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수퍼보 울을 보기 위해 TV 앞에 모이는 미국 인은 1억 명을 훌쩍 넘어서고 시청률은 40%를상회한다. 요즘 같은 다채널 시대에는 상상하기 힘든 관심과 시청률 이다. 이런 인기와 관심 은천문학적인액수의광고료로 증명된다. 올 수퍼보울의 30초 짜리스팟광고가격은무려700 만 달러에 달한다. 기록적인 액 수이다. 엄청난액수임에도대기 업들이 앞 다퉈 광고를 내려 하 는 것은 그만큼 투자 가치가 있 기때문이다. 설문조사를 해보면 사람들이 수퍼보울을시청하는주된이유 가운데하나가바로광고이기때 문이다. 입장권가격도장난이아니다. 티켓스마터(TicketSmarter)에 따르면 이번 수퍼보울이 열리 는글렌데일스테이트팜스테디 엄의 가장 비싼 좌석의 가격은 1장에 4만1,430달러이며 가장 싼것도5,000달러를훌쩍넘는 다. 1967년열린첫번째수퍼보울 경기티켓가격이12달러였던것 에비춰보면격세지감이느껴진 다. 당시 12달러는 현재 가치로 105달러정도이다. 첫 수퍼보울 당시 커미셔너였 던 피트 로젤은 이 경기의 이름 을‘더빅원’(TheBIgOne)으로 부르기 원했다. 그랬던 것이 수 퍼보울이라는 이름으로 바뀌게 된 것은 AFL 창설자인 라마 헌 트의 제안 때문이었다. 이름을 놓고고민하던헌트는자기아이 들이‘수퍼볼’(Super Ball)이라 는 장난감을 갖고 노는 것으로 보다가‘수퍼보울’이라는 명칭 을생각해냈다. 올 수퍼보울에서는 사상 처음 으로 흑인 쿼터백들이 맞붙는 다. 캔자스시티 치프스의 패트릭 마홈스와 필라델피아 이글스의 제일런허츠가그들이다. 올 27세인마홈스는이미수퍼 스타이다. 팀을 3번이나 수퍼보 울로이끌었으며챔피언반지도 이미한차례낀바있다. 2년전 10년 5억3,000만 달러 계약을 맺어 프로스포츠 사상 최초로 5억달러의사나이가되기도했 다. 마홈스보다 3살 어린 24세의 허츠는떠오르는스타이다. 강한어깨와빠른발로상대수 비들을괴롭힌다. 14승3패로팀 을NFC정규시즌최고승률로이 끌었다. 마홈스 역 시 같은 성적으로 AFC 최고 승률을 기록한 만큼 이번 수퍼보울은 명실 공히 최강팀들의 격돌이라 할 수 있 다. 현재NFL에서팀 의 주전으로 활약 하고있는흑인쿼터백은10명이 넘는다. 불과 십여 년 전만 해도 흑인쿼터백들의이같은활약은 상상하기힘들었다. NFL전체선수들가운데흑인 비율은70%로절대적이다.하지 만 풋볼에서 가장 중요한 포지 션으로꼽히는쿼터백의비율은 언급하기조차민망할정도로낮 았다. 이런현상은흑인들에대한편 견이작용한탓이었다. 쿼터백은 순간순간 경기의 흐 름을판단하고조율해야하기때 문에민첩한판단력과리더십이 요구된다. 하지만 흑인 선수들은 몸으로 뛰는일은잘해도머리는백인들 만 못하다는 편견에 오랜 세월 피해를입어왔다. 그렇지만일단 기회가 주어지자 흑인 쿼터백들 은이런편견을날려버리기시작 했다. 쿼터백으로서 흑인 선수들의 실력은갑자기생겨난게아니다. 본래부터 그들의 자질은 출중 했다. 다만 오랜 세월 그 능력과 실력을보여줄정당한기회를갖 지 못했을 뿐이다. 그렇기에 흑 인쿼터백들의활약은스포츠와 관련해서뿐아니라사회적으로 도의미있는메시지를던지고있 다. 그런 점에서 두 흑인 쿼터백이 맞붙는 올 수퍼보울은 이런 변 화를상징적으로보여주는이벤 트라할수있다. 항간에떠도는말을그대로믿었 다가 낭패 당하기 십상이다. 이런 불상사을미연에방지하자면미리 알아둘말이없을까? 먼저‘看板’ 이란두글자의속뜻을잘파악해 본다음에답을찾아보자. 看자는 손[手]을 눈[目] 위에다 대고 먼 곳을 바라보는 모습에서 나온 것이다. 햇살이 너무 강하여 눈이부실때를연상하면쉽게이 해가 된다.‘바라보다’(look out over)‘돌봐주다’(look after)는뜻 으로쓰인다. 板자는‘널조각’(a piece of a plank)‘판목’(a wood block)을 뜻하는것이니,‘나무목’(木)이의 미요소로쓰였다. 反(되돌릴반)이 발음요소임은 販(팔 판)도 마찬가 지다. 看板은‘사람들의 눈에 잘 띄게 [看] 내건 표지용 널빤지[板]’가 속뜻인데,‘대표로내세울만한사 람이나사물’을비유하기도하며, ‘겉으로 내세우는 학벌이나 경력 따위’를속되게이르기도한다. 맨앞에제시한문제에답이될만 한 것을 백방으로 찾아보았더니 마침중국속담에아래와같은것 이 있었다. 우리말로 옮기면서, 두 구절이 33242의 대구(對句)가 되 도록 맞추어 보았다. 의미가 통하 면서도 짝이 맞으면 글짓는 맛이 난다. 국문은 28음절이지만, 한문 은 8음절 밖에 안된다. 한자 한문 에도능한분은원문을통째로외 워두는것이더쉬울듯! “입으로 떠도는 말은 신빙성이 없고, 눈으로 살펴본 것은 진실성 이있다.” 口說無憑,구설무빙 眼看是實.안간시실 *憑기댈빙. 전광진(성균관대명예교수 속뜻사전편저자) *모든 칼럼은 애틀랜타 한국일보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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