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3년 3월 17일 (금요일) 오피니언 A8 종우(宗愚) 이한기 (국가유공자·미주한국문협회원) 지금세계경제를짓누르는고통은 단연40년래최고수준인인플레이 션이지만 이는 고통의 최종 형태가 아니라보다근본적인변화과정에 서 나타나는 한 단면일 뿐일 수 있 다. 래리 서머스 전 미 재무부장관은 올 초 전미경제학회에서 지난 10년 간 주장해오던 구조적 장기 침체론 (secular stagnation)을공식철회했 다. 구조적 장기 침체론은 투자와 수 요가 바닥을 기면서 고질적인 저성 장을겪는다는 1930년대의이론인 데서머스전장관은2013년국제통 화기금(IMF) 연차총회에서부터 세 계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물가 와저금리·저성장시대로다시진입 하고있다고주장해왔다. 그러던 그가 팬데믹 이후 상황이 달라져이제세계경제는고금리·고 물가로 대변되는 새로운 시대로 변 하고있다고판단했다. 물가안정의선봉장인연방준비제 도(Fed·연준) 내부에서도 고물가 고착화 우려가 조금씩 새어나오는 분위기다. 메리데일리샌프란시스코연방준 비은행 총재는 최근 인터뷰에서 세 계경제가고비용구조로바뀌고있 다고분석했다. 그에따르면지난수십년동안세 계화와 기술 발전의 영향으로 미국 을비롯한세계의임금과물가는낮 게유지됐다. 수요가적다보니각국중앙은행들 은제로금리등성장을부양하는데 정책의 초점을 둘 정도였다. 하지만 이제세계의가격인하경쟁은줄고 있으며인력부족이심화하면서기 업들의 투자비와 생산비가 늘어나 고있다. 수요가 낮아도 공급과 생산 비용 증가로 고물가 시대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연은역시지난주“인플레이 션압력이생각보다더높고지속적 ”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표현의 차이일뿐세계가고물가·고금리시 대가 될 것이라는 서머스의 진단과 비슷하다. 1년 반째 이어지는 인플레이션이 고물가구조의단면이라면최근발 생한 실리콘밸리은행(SVB)의 영업 정지사태는고금리구조로변환하 는 과정에서 발생한 충격의 파편일 것이다. SVB 사태의 시작점은 예금이다. 2008년금융위기가함부로실행한 대출에서 비롯됐던 것과는 다르다. 이 말은 평상시였다면 문제가 없을 일이고금리때문에문제가됐다는 의미다. 금리가 올라 기업 고객들의 자금 사정이 악화하면서 맡겨뒀던 예금 을찾기시작했고SVB는이돈을내 주기위해보유채권을팔려고했지 만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 가격 하 락에손실을감수해야만했다. 현재로서는 SBV 사태의 파장이 어느정도일지, 유사사태가잇따를 지판단하기어렵다. 만약 고물가·고금리 시대로의 전 환과SVB사태악화가맞물려돌아 갈경우상황은복잡해진다. 제2, 제3의 SVB 사태가 발생한다 면스타트업과지역은행등의부실 로경제성장은둔화될것이다. 이는 경제의수요감소를의미한다. 그런데수요가줄더라도공급망과 인력등고비용구조가고착되는것 이라면정작가격은크게하락하지 않을수있다. 수요는 줄지만 물가는 높은 상황 은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일 수있다. SVB 사태가 찻잔 속의 태풍에 그 친다해도안심할수만은없다. 반도체를미국에서만만든다면아 이폰14의 가격이 지금보다 100달 러더오른다고한다. 아이폰이100달러오르면다른스 마트폰이나 PC·자동차·전자기기 의 가격도 지금과 같을 수는 없다. 이에여러직종의임금구조와비즈 니스모델변화도뒤따른다. 고금리·고물가 시대로의 진입은 곧 세계가 오랜 저금리 관행을 바 탕으로 쌓았던 그동안의 경제성과 에대한도전이본격화한다는의미 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서머스 전 장관을비롯한연준일각의전망이 틀리는경우다. 고물가, 고금리, 만성적 인력난이 빠르게풀리고여기에 SVB 사태도 파장없이마무리될경우세계는골 디락스(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적 정한 상태) 경제도 노릴 만할 것이 다. 이런달콤한시나리오를배제한다 면지금우리가겪는인플레이션고 통이나SVB사태는단한번의이벤 트로그치지않을수있다. 이는적어도지난한세대간볼수 없었던 형태일 것이다. 위기는 매번 다른모습으로찾아온다. 시사만평 체리나무는 누가 잘랐지? 제프코터바작 케이글 USA 본사특약 펜스가 했어… 민주주의 SVB 사태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신호일까 한자&명언 ■ 耳順(이순) *귀이(耳-6획, 5급) *순할순(頁-12획, 5급) 귀로무슨말을들어도화를내거 나노여워하지않는다면대단한사 람이다.늙어서도버럭버럭화를잘 내면 나잇값을 못 하게 된다. 오늘 은‘나이예순살’을이르는‘耳順’ 과관련명언을찾아보자. 耳자는‘귀’(an ear)를 뜻하기 위 하여사람의귀모양을본뜬것이었 는데, 모양이 크게 달라졌다. 쓰기 편리함을추구한결과그렇게된것 이다. 順자는 흐르는 냇물의 모습인 川 (천)과큰머리를강조한모습인頁 (혈)이 합쳐진 것으로,‘(머리를 숙 이고흐르는물과도같은성인의도 리를) 따르다’(obey)가 본뜻이라고 한다. ‘순하다’(gentle;mild)‘차례’(order) 등으로도쓰인다. 耳順(이:순)은‘귀[耳]로 무슨 소 리를들어도다순조(順調)로움’이 속뜻인데,‘생각하는 것이 원만하 여어떤일을들으면곧이해가됨’ 을이른다. ‘나이 60’을달리이르기도하는 것은‘논어’위정편 제4장에 나오 는 공자의 자기소개에서 유래됐다. 나이예순이넘어서도귀에거슬리 는것이있다면수양이덜되었다는 증거이다. 그런데 귀먹고 눈멀어야 좋을 때 도 있다고 한다. 다음 명언에 담겨 져 있는 깊은 의미를 잘 음미해 보 자. “귀와눈이밝지못하면임금노릇 못하고,눈멀고귀먹지아니하면시 아버지노릇못한다.” 不聰不明不能王, 불총불명불능왕 不 瞽 不聾不能公. 불고불롱불능공 -‘愼子’ 전광진(성균관대명예교수 속뜻사전편저자) 내 마음의 시 보릿고개의 묵정밭( 菑 ) 어릴적해마다오던봄 혼자오지않고 보릿고개를데리고왔다 허리띠질끈조여매고 그고개넘어가는데석달 앞산기슭아지랑이오르고 진달래붉은입술열던봄날 보릿고개의비탈에서 묵정밭일구는부자(父子) 그을려거무죽죽한두얼굴 갈라져튼거북손등네개 묵정밭이준마음아픈선물 어느날,천지가개벽(開闢) 피안(彼岸)으로건너간 유령(幽靈)의보릿고개 보릿고개힘겹게넘던아해 이제는할애비가되었다 내고향의묵정밭( 菑 )은 지금도 우거지고묵어가겠지. 김흥록 서울경제뉴욕특파원 시 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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