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3년 4월 1일 (토요일) 오피니언 A8 에세이 김정자 (시인·수필가) 행복한 아침 팬데믹기간동안잠잠했던모임 이었는데 봄 햇살이 뿜어내는 화 사한 빛결에 못 이긴듯 오랜만에 우리집 할배 대학 동창 모임이 봄 바람에 실려 회동길이 트였다. 호 젓한 공원 파빌리온에 자리 잡으 면서누가먼저였는지‘봄처녀제 오시네새풀옷을입으셨네’봄노 래가허밍으로흘러나오기시작하 자약속이나한듯노래속으로마 음이모아지고있었다. 연이어‘HomeSweetHome’이 4부중창으로흘러나오기시작했 다. 까맣게잊어버렸을것같은가 사를한두분의기억으로1,2절을 무사히 완창을 하게 되었다. 울컥 감동이밀려들었다.‘즐거운곳에 서는날오라하여도내쉴곳은작 은집내집뿐이리. 내나라내기 쁨길이쉴곳도꽃피고새우는내 집뿐 이오. 오~사랑 나의 집 즐거 운나의벗내집뿐이리. / 고요한 밤달빛도창앞에흐르면내푸른 꿈길도내잊지못하리.저맑은바 람아가을이어디뇨. 벌레우는곳 에 아기별 눈 뜨네. 오~사랑 나의 집즐거운나의벗내집뿐이리.’ 노래가끝나고한동안정적이흘 렀다. 말없이눈시울을적시는분 들은고래를숙인채이다. 잊고있 었던 집에 대한 감사가 감동으로 파고든다. 전율같은 봄 기운이 마 음깊은곳에서배어나오듯새삼 스레깨달아알게된것같은묘한 분위기에사로잡힌다. 음악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시는 분들이라 만나게 되면 음악으로 대화를 대신하며 즐기게 된다. 여 느 모임과는 달리 자식 이야기며 세상사는푸념도나눌겨를이없 다. 세상살이 넋두리 사설은 언급 할여지가없다는듯누군가선창 으로 신호탄을 터뜨리면 노래 부 르기는 여한없이 이어진다. 가곡 이며 세계 명곡, 찬양곡에 이르기 까지 노래에 젖어있다 헤어지곤 한다. 동요가 등장하기도 하고 중 후한 클래식이 포문을 열기도 한 다. 음악에묻혀몰두하고있노라 면 살아내야 하는 고단함이 감사 로 바뀌고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 과 마주할 수 있는 여력을 재충전 받으면서 아쉬움을 안고 다음 만 남을 기약하게 된다. 모임을 마무 리하고 돌아오는 차에서‘Home Sweet Home‘을 우리집 할배 랑 같이 부르면서 Home sweet Home에 도착했다. 마치 긴 여행 에서 돌아온 나그네가 그리웠던 집을찾는것처럼. 집에대한비할 바 없는 소중한 값어치와 집이란 개념이품고있는보편적이고일반 화된 견해와 추상적인 생각이나 관념적인식들을포괄적으로생각 해보게되었다. 추위나 더위를 피하고 비바람을 막으며 생계의 방도를 찾아 살아 내기 위해 지은 건물에서 가정을 이루고생활해가는공간이라는정 의에이르게된다. 집은외형적건 물로 물리적 개념이 먼저 떠오르 지만 통상적인 우리 집은‘우리’ 라는 낱말에 얹혀지면서 건물 개 념의집보다어딘가흠씬정이느 껴지는 정서적 친밀감이 응집된 훈훈한가정풍경이떠오른다. 가족이동거하는사적인공간으 로가족이함께할수있다면어떠 한형태의것이든집이될수있음 이다. 집이라칭할수있는적절한 공간을 갖는다는 것은 환경이나 지위에 상관없이 가정 형태를 영 위하기 위한 기본적인 초석 마련 인것이다. 아침에집을나와저녁 이면하루를끝내고돌아올수있 는 곳이 있기에 안정적으로 하루 를보낼수있는삶의터전이요가 족의 영토이다. 궁극적으로 주거 공간이삶의일부로밀착되어버린 것이집이다. 가족이형성되고동거하는과정 에서 집이란 주거지보다 더 없이 필요불가결한것은없다. 편히쉴수있는집이면지친하루 를 위로 받고 치유받으며 회복할 수있는안식의처소로든든한울 타리가되어지고포근하고아늑한 보금자리 의미가 더 짙게 담겨있 다. 유년의 추억이 유족하게 머물러 있는 곳이라면 어떠한 가치로도 환산이 어려운 보배롭고 귀중한 영역이다. 추억은 가족이 한 공동 체로 묶여지는 탄탄한 매듭이다. 향수가 누적된 플랫폼이 되어준 집은 초막이나 궁궐이나 영원한 마음의 고향이다. 한 생을 살아가 면서 여러 번 집을 옮겼지만 어느 집도 설렘 없이 입주하지 않은 집 이없었고어느집을떠날때도애 틋한 지정이 없었던 집이 없었다. 집 마다에 고여있는 시절의 사연 을 다시금 되돌리고 싶은 회상들 이열매로맺혀있어삶의요람이 되어왔다. 자녀들 성장 과정을 동 영상으로저장하고있는보배로운 가족 천연기념물이 보존된 곳이 다. 은퇴이후집에머무는시간이길 어지면서 삶의 일부였던 공간이 차츰삶의중심축으로선회하면서 집이 세상 전부가 되어가고 있다. 지금의 주거 공간이 생을 거두어 들이게될마지막공간이될공산 이 크다. 이민 1세로 반세기를 바 라보며이방인으로살아가고있는 정서는 뒤로하고 이 땅에서 살아 가야할 네 딸들의‘Home Sweet Home’을 위한 기도를 준비하고 있다.“믿음의담력으로불을지핀 난로로 서로를 따뜻하게 감싸 안 는집이되게하옵시고. 온집안을 화평의 꽃향으로 채우며 서로의 기도가 보호벽이 되어, 믿음의 기 둥 위에 소망의 서까래를 치고 사 랑의 지붕이 얹혀져서 세상을 이 겨낼 수있는 든든한질서와 기도 가 주거하는 하나님의 집이 되게 하옵소서”즐거운나의집으로,행 복이가득한우리집으로. 크리스토퍼웨 이얀트작 케이글 USA 시사만평 뭐가 중헌디 정말 화가 납니다!! 여러분을 안전하게 지키 기 위해 무엇이든 하겠소!! 총기난사로부터요…? 틱톡으로부터!! 즐거운 나의 집 육류는 가라! 콩이 온다! “콩한컵을물에열두시간정도 불려요. 그 다음, 불린 콩을 믹서 에 간 후, 간 콩을 삼베 주머니에 넣어물을부어가며콩물을짜요. 이콩물로두부를만들거고,남은 건더기는비지로김치와돼지고기 목살을 넣어 비지찌개 만들어요. 콩물은약한불에서20분정도저 어가며 끓인 후에 간수를 천천히 넣으며 콩물이 뭉치면 베보자기 를깐두부틀에부어눌러주면두 부완성이예요.힘들지않죠?” 고기를좋아하지않아항상단백 질이 부족하다고 의사에게 야단 을맞는다는엄마께두부만드는 법을 알려드리려 두부 만드는 키 트를사서함께만든다. 혼자사시 는 엄마께 콩나물 키우는 자그마 한 용기도 사서 콩나물도 키우게 했다. 단백질이풍부한콩을다양 하게먹고, 키우고만드는재미도 익혀삶의무료함도덜고, 포장된 제품을 사서 버리는 쓰레기양도 줄일수있겠다싶었다. “콩을단순히삶거나볶아먹는 것보다 된장처럼 발효시켜 먹거 나두부로먹는게좋대요.콩을발 효시킨경우, 유익균이생성돼장 건강에좋고암예방성분이강화 된대요. 게다가, 좋은성분들의흡 수를 방해하는 콩 안의 피틴산과 렉틴같은성분이없어져좋은효 과를극대화할수있고요.콩을익 혀먹으면소화흡수율이 60%정 도지만된장으로먹으면 85%, 청 국장은90%,두부는95%로소화 흡수율이높아진대요.”엄마의작 은주방에서서불위에끓이는콩 물을 저어가며 엄마께 수다를 늘 어놓는다. 엄마는 주방에 딸린 식탁 의자 에앉아콩나물을다듬으며내게 말한다.“의사는 나한테 매번 고 기를먹어야한다던데..” 나는 의아해하며 되묻는다.“왜 요? 저일할때직장동료인한인 도사람은달갈도먹지않는채식 주의자였는데 근육질에 건장하 고얼마나똑똑했는데요. 콩의단 백질함유량은 100g당 34g으로, 닭가슴살의 함유량과 비슷해요. 게다가 콩에 포함된 이소플라본 은혈중콜레스테롤을낮추고, 동 맥을 확장해 심혈관질환을 예방 하고, 항산화성분인레시틴은중 성지방을 흡착해 배출하는 작용 으로대사증후군을개선하고, 손 상된 간세포 재생을 돕는다는데 요. 게다가, 환경오염은 어떻게요? 육류 제조회사의 탄소 배출량은 거대 석유회사 배출량의 절반 정 도나돼요.현대공장식축산은전 세계산림벌채의가장주된원인 이예요. 개간을위해일부러불을 지르는데, 아마존 열대우림 화재 도브라질농장주들이소를키울 공간을 확보하고 대두와 같은 동 물사료를재배하기위해숲에불 을 질러 개간하는 화전개간에서 시작된걸요. 이런산림파괴는각 종야생동물을죽이고그삶의터 전을 없애 생물다양성을 급속히 감소시키고있어요. 1kg의닭고기 를생산하기위해선3.2kg의사료 가 필요해서 가축에게 먹일 사료 를생산하는데사람들이직접먹 는곡물을생산하는데필요한것 보다훨씬많은땅을쓰고있어요. 만약모든사람이채식위주로식 단을 바꾼다면 미국, 중국, 유럽, 호주를 모두 합친 면적과 맞먹는 땅을 덜 사용할 수 있다고 해요.” 과도한 육류 소비에 따른 피해를 역설하는 동안 콩물이 끓어올랐 다.황급히불을끄고간수를천천 히부으며젓는다. “간수가 뭔데, 신기하네.”콩물 이뭉치는것을보며엄마가말했 다.“액체인 두유 속 단백질을 뭉 치게하는게간수예요.예전에,염 전에서바닷물을증발해만든천 일염의 쓴맛을 제거하기 위해 그 속에 포함된 염화마그네슘, 황산 마그네슘 등을 빼냈는데 이때 나 온액체가간수래요.이젠두부제 조업체에선염화마그네슘이나황 산마그네슘을 넣어 응고시켜요. 집에선간단히식초와굵은소금, 물을1:1:2비율로넣어간수를만 들어사용할수있고요.” 두부틀에 부어 막 만들어낸, 김 이모락모락나는두부를상에놓 고엄마와나는마주앉는다.파를 총총썰고, 참기름과깨를넣어양 념장을만들어두부에얹어한입 넣는다. 그순간대형마트가없던 내어린시절,두부장사가동네골 목길로두부를팔러오던때가떠 올랐다.두부장사의종이울리면, 나는문밖에나서는엄마를따라 달려나갔다. 손수레를덮은덮개 를열면김이모락모락나는크림 빛두부가탐스럽게드러났다. 엄 마와두부를만들어함께먹는이 순간도곧추억의한장면이되겠 지. 잠시머물다다시미국으로돌 아가야 할 날이 다가오고 있다.“ 엄청고소하다”감탄하며드시는 엄마에게난애써밝게말한다. “온 세계가 인터넷으로 연결된 요즘엔 두부 요리법을 치면 두부 라자니아,바베큐두부,두부키쉬, 두부타코등온갖조리법이나와 요. 육류보다맛있고다양하게즐 길수있다니까요.” 의회 송윤정 금융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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