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3년 4월 15일 (토요일) 특집 B3 특 집 Thursday, April 13, 2023 B7 중세 십자군전쟁은 이탈리아가 교역의 중심지가 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여러나라돈이이탈 리아로 몰렸고, 유대인 대부업자가 환 전상 역할을 수행했다. 대부업자는 기 다란탁자에각국화폐를올려놓고돈 을교환했다. 이때사용된탁자의이름 이‘방카(banca)’였다. 훗날현대은행을 의미하는‘뱅크(bank)’가 된다. 믿음의 상징인은행이파산위기에놓이면예 금주들은 은행으로 달려가 대규모 예 금인출(Bank Runㆍ뱅크런)을한다. 뱅 크런의역사를살펴보자. 1656년 요한 팜스트루흐는 스웨덴 국왕에게스톡홀름은행설립허가를 받는다. 이후잘나가다불과몇년사 이 대출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발행 한 지폐 가치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1664년에 은행은 빗발치는 고객의 예금 인출 요구(뱅크런)에도 돈을 돌 려줄 수 없어 영업을 중단한다. 팜스 트루흐는투옥되고왕실은은행을인 수하고의회가운영하게된다. 1711년 설립된 영국 남해회사는 아프리카노예를스페인령서인도제 도에 수송하고 이익을 얻기 위해 설 립된 무역회사였다. 당시 재무장관은 남해회사를 설립하면서 정부의 부실 채권을남해회사주식으로전환했다. 무역으로 이윤을 창출하면 부실채권 을 정리할 수 있다고 믿었으나 정부 계획은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위기 에 빠진 남해회사는 1719년 막대한 금액의 주식발행 권한을 얻어내 금 융회사로변신한다. 1720년에남해회 사 주가는 천정부지로 올랐고 사람 들은너나할것없이투기열풍에휩 쓸렸다. 아이작 뉴턴은 7,000파운드 를 벌었지만, 이후 주가폭락으로 2만 파운드나 손해 봤다. 작곡가 프리드 리히헨델은큰이익을보고왕립음 악 아카데미를 설립해 자신의 음악 활동 거점으로 삼았다. 남해회사 거 품 붕괴의 영향은 은행으로 이어졌 다. 영란은행은 고객에게 남해회사 채권을 400파운드에 소화해 주겠다 는 약속을 했으나 지키지 못했다. 뱅 크런사태가벌어지자영란은행은묘 수를 찾았다. 친분 있는 지인을 인출 행렬 맨 앞에 세웠다. 인출금을 6펜 스짜리 주화로 천천히 지급해 줬다. 인출에 성공한 이들은 받은 돈을 들 고 은행 뒷문으로 들어가 다시 예금 했다. 영란은행은 이 수법으로 인출 쇄도를버텨냈고신뢰를회복해영업 을재개했다. 1819년은 미국 경제사에 중요한 해이다. 버블 붕괴로 대규모 공황급 경기침체가발생한해였다. 미국각지 의은행이대출을증가시켜경제살리 기노력을했으나과도한대출증가와 인플레이션을 야기했다. 경기 침체로 은행이 파산해 예금인출이 폭증했다. 1930년대 대공황 시기에도 은행 파산 과 뱅크런의 역사는 되풀이되었다. 특 히은행감독과규제의미흡,은행예금 보호 제도 부재라는 문제점이 드러났 다. 대공황을계기로많은국가가은행 감독체제를강화하고예금자보호제도 를마련한계기가되었다. 제도는충분하지않고시장은탐욕 의 역사를 되풀이하는가 보다. 2008 년 금융위기로 미국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와 같은 대규모 금융기관이 파산하자뱅크런이발생했고, 금융규 제와 안정성 강화가 더욱 필요하다 는 인식이 확산됐다. 유럽 재정 위기 상황에서 그리스는 구제금융 협상 난항으로 채무불이행과 유로존 탈퇴 우려가 높아지자 하루에만 1조9,000 억 유로의 예금이 빠져나가는 뱅크 런이 발생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그리스에 긴급유동성 지원액 한도를 연일 증액시켜 뱅크런 사태의 전염 을막았다. 뱅크런은단지해당은행의파산으 로 끝나지 않는다. 금융기관은 서로 긴밀히연결되어있어뱅크런으로인 한 한 은행의 위기는 다른 금융기관 에 악영향을 미쳐 금융시스템 전체 위기로 이어지기도 한다. 금융시스템 이 붕괴되면 실물경제도 혼란에 빠 진다. 뱅크런으로인한금융시스템붕 괴를 막기 위해 최후에는 중앙은행 이 개입할 수밖에 없다. 금융위기 확 산을 막기 위해 중앙은행이 발권력 (화폐발행)을동원해금융시장에일 시적으로유동성을공급하는기능을 최종대부자기능이라한다. 금융당국 은 뱅크런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예금보호제도를 도입했지만, 전액 보 장이 아니라 전체 예금자를 보호하 지는 못해 예금보호제도가 뱅크런의 완벽한 대비책이 되긴 어렵다. 다른 한편으로 정부가 모든 걸 보장하면 은행이 점점 위험한 영업을 하는 딜 레마에빠질수있다. 뱅크런은 경기가 비이성적으로 과 열되었다 침체되거나 자산시장 거품 이 심하게 발생한 후 꺼지는 과정에 서 흔히 발생한다. 평상시에는 예금자 의 예금인출이 안정적 분포를 보이나 경영상태가악화되면예금지급이어려 울 것으로 예상되고 불안감으로 사람 들이 한꺼번에 은행에 몰려들어 뱅크 런이 일어난다. 은행의 지급준비금은 통상전체예금의몇%밖에되지않는 다. 대출금을정해진기일보다빨리회 수하는 것도 어렵다. 고객의 예금인출 요구가 쇄도하면 버텨낼 재간이 없다. 뱅크런은은행의경영상태가실제로는 악화되지 않았음에도 사람들 사이에 헛소문이퍼져일어나기도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소재 실리콘밸 리은행(SVB)은 넘쳐나는 스타트업으 로 호사를 누렸으나 대규모 국채 투 자 손실로 신뢰를 잃어 뱅크런이 발 생했고 결국 파산했다. 트위터가 촉 발한 최초의 뱅크런 사태는 SVB에 그치지 않고 미국의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스위스의크레디트스위스로확 산되었다. 스위스 2위 투자은행 크레 디트스위스가 UBS 은행에 인수된 후 고금리로 세계 금융의 고리에 금 이가고있음을목도하고있다. 존 스타인벡의 소설‘분노의 포도’ 는대공황당시미국캘리포니아주의 한 작은 농장을 배경으로 한다. 소설 의 주제는 가난한 농부의 희생을 강 요하는사회시스템과이를벗어나기 위한 인간의 저항과 희망이다. 이를 생각하는데 현재 상황과 오버랩된다. 1930년대 노동계층의 삶을 다룬 최 고의 작품으로 평가받는‘분노의 포 도’는 오클라호마주 소작농가들이 자 신의토지를은행에빼앗기는억울한 사건을다뤘다. 저자는은행의구조와 생명력을일찍이간파한것같다. 은행은 다양한 업종을 지원하며 성장을거듭해왔지만문제가생기면 국가경제와 국민에게 부담을 주기도 했다. 문득 대공황 시절 파산한 은행 을 보며 농민들이 은행에서 돈을 인 출하려고 줄을 선 모습을 상상해 본 다. 순진한 농민에게 파산할 것 같은 은행직원이말한다. 자본과 노동의 선한 연대는 불가 능할까? 채권회수를위해생존의터 전마저 서슴없이 강탈하려는 소설 속 은행은 밉지만, 현대경제에서 피 같은 역할을 해서인지 중앙은행이든 국민 세금이든 뒷배가 확실하다. 은 행 리스크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가 중되는현실에서시스템위기방지에 최선을다해야겠다. <조원경UNIST글로벌산학협력센터장> “금융규제높여도뱅크런의역사는반복된다” 1720년남해회사, 1819년미국 버블 붕괴 1930년대대공황,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은행감독 체계·예금자보호제도 강화했지만 SVB, 크레디트스위스 등 뱅크런 사태재발 ■ ‘분노의포도’에서본뱅크런의역사 고대메소포타미아문명에서는국가가은행역할을일부수행했다.왕궁이나사 원이나개인에게돈을빌린사람은나중에추수한보리로갚기도했다. 국가는 채무관계를증명하는점토판을발급했다. 상인이농부나무역업자에게곡물을 대출해주면서은행업이탄생했다는이야기도기원전2000년경아시리아, 인도, 수메르에서빈번했던것으로보인다. 고대그리스나로마의신전은돈이나귀중 품을보관해주는역할을했다. 사람들은전쟁기간자신의재산을신전에맡겼 다. 신전은많은사람들이오가는곳이라몰래물건을훔쳐가는일이불가능했 고,신성한장소에서도둑질하면천벌을받는다는종교적믿음이있었다. 지난달 13일 캘리포니아 샌 타클래라의 실 리콘밸리은행 (SVB) 본사 앞 에예금인출을 위해입장을기 다리는 사람들 이길게줄지어 서있다. <실리콘밸리= 이서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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