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3년 4월 22일 (토요일) 오피니언 A8 김정자 (시인·수필가) 행복한 아침 머피 법칙 볕살이 따가운 봄 날, 우리집 할배 랑마트에들리게되었다. 식료품파 트에서카트를워커삼아밀고가다가 진열된상품구색을구경하느라카트 에몸을맡기고한참동안을놀이에 집중한아이처럼무아지경에잠겼을 무렵“어딜 갔었어, 한참 찾았잖아.” 우리집 할배 소리에 정신이 번뜩 든 다. 언제쯤이면이런나로부터안도할 수있을까. 어디쯤에데려다놓아야 삶의 민낯을 제대로 간수할 수 있을 까.우리집할배옆에길동무라는깃 발을 나란히 세워두고 싶은데. 융통 성없이지나치게자신에게정직해서 얄밉다. 대체로 엇박자 게임에 어울 리는확률이높은편이다. 우연같은 필연의 반복이 감지되기 도 하지만 그렇다고 이러한 내가 다 이해되는 것은 더욱 아니다. 뇌 기억 저장 회로가 선택적 기억을 위주로 뇌 기능 담당 계열을 장악해버린 현 상은 아닐까. 한번 집중하면 주변을 의식하지못하는습벽에서벗어나고 르게 기억을 붙들고 일상을 이어갈 수있기를소원해보지만깜빡이는뇌 신호등은용량초과인가보다. 소풍이나운동회땐소나기가어김 없이 방문해 주었던 일이며 맛있게 자고 있는데 걸려오는 전화는 대부 분잘못걸려온전화요, 준비성을믿 고 우산을 들고 나가면 일기예보도 무색하게 흐리던 날도 보란듯 개인 다. 서둘러야할일이생겼는데바로 내앞에서신호등이얄미울만치빨 간불로바뀐다. 매일다녔던길이었 는데오늘따라공사중서행으로빠 져나가기가한참이다.실로오랜만에 휴양지를 찾기로 했는데 때 맞추어 태풍이찾아들어취소의고배를마 신경우등이다. 머피법칙은세상을 비관적으로바라보게만드는부정적 인 측면도 있지만 한편으론 법칙을 통해사람들은자신에게만일어나는 현상이아니라누구에게나일어나는 보편적현상이라는사실을깨달으면 서다소의위안을얻게도된다. 나쁜 일만일어난다는의미가아니라일어 나는 일은 어쨌든 일어나게 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정도라는 곁길을열어주고있다. ‘어차피’‘하필이면’‘왜 나만’이란 의문이 전제되는 일들이 세상에 날 리고날려있다. 하루일상을보내는 데도문득문득스쳐가는일들이줄 을설때면남의인생은별로큰노력 없이도 일들이 잘 풀려가고 호박이 넝쿨째 굴러온 인생을 살아가는데 왜 하필이면 이 인생은 안간힘을 써 도 깜깜 절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 급하게화장실을찾았을때휴 지가없던일을겪은후휴지를준비 하고 다니면 화장실 찾기가 오리무 중이었던 한국 방문 시의 머피 법칙 이떠오른다. 이 뿐 아니다. 맘 먹고 세차 해놓은 차에 새똥이 앞 유리창을 장식하고 있던 일, 50% 세일 광고를 믿고 모 처럼 옷매장을 찾았는데 구입할만 한 옷은 정가판매였고 때를 넘긴 옷 들만 세일 표시가 버티고 섰던 일.‘ 하필이면’ ‘왜나만’이 빠질수없 다며 끼어든다. 남들은 편안하게 잘 들 걸어 다니는데 왜 나만 하필이면 walker 없이 편안하게 걷지 못하는 가. 어떤이들은펜만잡으면깊고멋 들어진 글이 풀려나오는데 왜 나만 하필이면매끄럽지못한궁색하고구 차한 글로 간주되는 글들이 쓰여질 까. 운명적불공평으로하루를살아가 면서도‘머피 법칙’을 생각할 수 밖 에없음이혼란스럽다. 물좋고정자좋은곳이없다했다. 고통이 행운의 씨앗을 잉태하듯 부 정적인머피법칙이있는가하면긍정 적인샐리법칙도있다. 실수투성이 주제에생의짐이무겁다고징징거리 는 소견이 부끄럽다. 봄이라는 이토 록 선한 계절에 머피 법칙을 외면할 수도없고피해가고싶을수록번번히 적용되는머피의의미를되짚어보게 된다. 어떤 법칙이든 일상 곁을 떠나 지않는기이한현상들을음악장르 와비교해보았다. 발라드에마음이끌리는데로큰롤 이 흥겹게 다가오기도 하고 모짜르 트피아노협주곡6번이나12번에젖 어있고싶은데갑자기트롯이어디에 선가들려오는지경이라고설명해야 할까. 계절에맞는선택적장르로분 위기를 만들고 싶은데 웬 오지랖인 지뜬금없는멜로디에몸을싣게되 곤한다. 매끈하고 범상한 일상에 실려가지 못하는 불안이 야기될 때마다 왜소 해지는나를보게된다. 머피법칙의 어줍은 본보기로 남고 싶진 않은데 세월따라익혀낸줄믿어왔었는데새 삼 서툴고 어설프고 매사에 익숙지 않은내모습을보고서야비로소한 계를 보게 되는게 면구하다. 왜일까. 질문은 질문을 끌어 모으고 질문들 은 봄날의 현란한 색상 하모니 앞에 머쓱한시선으로두리번거림을보게 되면서 그래도 남은 날들은 꽤나 멋 지고근사할것이라우격다짐예측해 보고싶어진다. 송고해야할수필퇴고를끝내고창 문을열어본다.‘하필이면’봄날밤 풍경이 유난히 맑고 쾌청하다. 청명 한 하늘을 거니는 구름이‘어차피’ 하늘을거니는것이아니라한다.‘왜 나만’구름이 되었을까를 생각치도 않는다한다. 해서머피법칙을피하 지못할바엔즐겨보자는다짐지기 를해보면어떨까싶다. 고객이 있어야 ‘팁’도 있다 미국 경제 상황이 심상치 않 다. 월가와 경제학자들로부터 쏟아져나오는어두운경제전 망분석보다소비자들의소비 심리가 곤두박질치고 있다는 데더문제가심각하다. 현재와 미래의 경제상황에 대한 긍정적인 확신이 있어야 소비자들은소비를한다.특히 미국 경제는 소비가 경제의 3 분의 2를차지할만큼내수비 중이절대적이다. 현재와앞으 로의경제상황에대해불안해 한다면여행,외식도줄이고옷 도 사지 않는 등 불필요한 소 비부터줄인다. 경제는 심리다. 지난달 실리 콘밸리뱅크(SVB)가 고객들의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으로파산한것처럼대중심리 는 무섭다. 지금의 대중 심리 는‘허리띠 졸라매기’모드이 다. 미국인의 70%가 경제에 대 해비관적인견해를가지고있 는 것으로 조사됐고 오락, 여 행, 외식 등의 비용을 줄이는 등고물가대책에나섰다는소 비자가 무려 81%나 된다. 또 넷플릭스, 식품배달서비스등 각종구독서비스해지가홍수 를이루고있고반려견을포기 하는미국인들도늘고있다고 한다. 외식 비용이 급증하면서 한 인사회‘점심 인심’도 예전같 지 않다고 한다. 선배와 상사 들은 점심 사 달라는 후배와 부하직원들이 두렵다고까지 할정도다. ‘팁플레이션’(팁+인플레 이션)에 이어‘런치플레이션’ (런치+인플레이션) 합성어까 지등장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최근 미국 에서요식업소팁과관련한논 란, 더 정확히 말하면 소비자 들의팁에대한불만이거세지 고있다. 주류 언론과 소셜 매체들은 요식업계의 지나친 팁 요구가 소비자들을 식당에서 멀어지 게하고있다고지적한다. 외식 비용이 급증하는 상황 에서 요식업소들이 15~18% 팁도모자라 20~22%를요구 하면서 고객들이 부담과 피로 감을호소하고있다. 그래서 그런지 주류사회도 그렇고 한인사회에서도 팁을 내기 싫어 패스트푸드나 푸드 코트를이용하는경우가부쩍 늘었다. 팁을 내야하는 외식 자체를줄이는것이다. 본보가 여러 차례 지적했지 만 팁은 음식값 부분에만 계 산해야하는데 여전히 세일즈 텍스(판매세)까지 포함한 전 체액수에대해팁을요구하면 서한인사회에서식당과고객 과의 마찰이 끊이지 않고 있 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많은식당과카페들이카운터 에서 물건을 주문한 후 바로 결제를해야하는전자결제단 말기를 도입했는데 한인들은 액수나 팁이 제대로 계산됐는 지확인할시간적여유도없이 계산하고 팁을 내도록 강요받 아 압박감과 부담을 느낀다고 토로한다. 식당 종업원의 서브를 받는 식당에서는음식을먹고난후 계산서를 받고 계산하는‘여 유’라도 있었는데 요즘은 많 은 식당에서 서빙 직원이 휴 대용 결제기를 바로 들이민 다. 소비자들이 물건을 골라서 계산대에서 바로 계산하는 경 우, 또 주문하고 픽업을 해가 는 카페, 빵집, 피자집 등에서 도 18~20% 팁을 요구하는가 하면투고를해도식당에서먹 는것과똑같은팁을요구한다 고지적한다. 한미국인은모바일주문후 피자를 픽업하면서 20% 팁 을요구받았다고항의하는영 상을 올렸는데 해당 영상은 수백만 뷰의 공감 반응을 받 았다. 한한인은“카워시에서차내 부와외부를땀을뻘뻘흘리고 닦아주는 직원에 대한 5달러 팁은 하나도 아깝지 않다”며 “고객이 고른 빵을 봉투에 넣 어주는 것이 전부인 직원에게 18%, 20%팁은못주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인은“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가장 많은 각종 무상지원과그랜트를받은것 이 요식업소 아니냐”며“물과 음식 서빙하고 손님이 나가면 정리하는것이본업무인데왜 식당 종업원들만 18~20% 팁 을 받아야 하느냐”고 지적했 다. 사실 예전에는 미국에서 식 당종업원들은팁을받는다는 이유로최저임금이하의급여 를받았기때문에이를보충해 주기위해팁이시작됐다는것 이정설이다. 실제로 지금도 미국 내 주의 절반정도는팁을받는종업원 에게최저임금보다더낮은임 금을지불하는것이주법으로 규정돼있다. 오하이오 주의 경우 팁을 받 는종업원의최저임금은시간 당5.05달러, 뉴저지주는5.35 달러, 코네티컷은 6.38달러, 플로리다는 7.98달러로 해당 지역의최저임금의2분의1또 는 3분의 1에 불과하다. 심지 어오클라호마주는 2.13달러, 펜실베니아주는 2.83달러로 낮다. 반면 캘리포니아 주는 팁을 받는종업원도해당지역의시 나카운티정부가지급하는최 저 임금을 똑같이 받는다. 통 상15.50달러정도이다. 그래서 캘리포니아 주 식당 종업원은 타주에서선망의대 상이기도한다. 기자가아는한지인은“아들 이좋은대학교를멀쩡히졸업 하고도 식당에서 일하고 있는 데주말위주의파트타임으로 일하고도 매달 5,000달러 정 도를너끈히번다”며“정상출 근하는직장을구하고독립해 서집을나가라고해도꿈쩍도 하지않는다”고말했다. 주류유명인기식당들의경 우월 1만달러이상팁수입은 보통이며채용경쟁률이아이 비리그대학입학률보다높다 고한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팁 이고객들을업소로부터멀리 하게하는갈등의고리가되지 않았으면한다. 정직하게 팁을 계산하고 팁 을 받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 하자. 고객은 봉이 아니다. 그리고 고객들도 경제적으로 너무 힘 들다는것도알아주었으면한 다. 고객이 있어야 식당도 있고 팁도있는것이다. 데스크의 창 조환동 LA미주본사편집기획국장·경제부장 www.HiGood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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