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3년 4월 24일 (월요일) C4 골프 한지인이전해준얘기다. 30년이 상골프를사랑해온그는나이70을 넘어서도여전히연습장을다니고한 달에한두번은필드로나간다. 지병 이있어옛날처럼화려한라운드를하 지는못하지만 마음만은 80대에도 골프를할수있을것으로믿는다.이 분이골프연습장 지인들과 막걸리 를곁들인식사자리에서전날다녀온 동창회모임에서들은얘기라며털어 놓았다. 친구중에이름있는병원의신경과 의사가있는데동석한동창들이건강 문제를화제로삼아열을올리다그 에게아프지않고치매에도안걸리는 방법이없는가물었다. 의사동창은가당찮은질문에말문 을열지못하다가동창들의눈이그에 게로쏠리자조심스럽게입을열었다. “70년가까이몸을써먹었는데탈 이안난다는게오히려이상하지않 느냐. 어딘가쑤시고결리고아픈것 은당연하다. 아무리운동을많이하 고주의해도유전적요인, 식습관등 으로질병이나고장으로부터자유로 울수는없다. 신경과의사로서친구 들에게확실히말할수있는것은치 매예방에골프만한운동이없다는 것이다.” 동창들이의아스런눈빛을보내자 그는골프가왜치매예방에좋은지 이유와근거를대며끈기있게설명한 뒤다음과같이최후진술을했다. “두다리로설수만있다면집에서 라도퍼트하는것을절대잊지마라.” 지인은의사동창의충고에전폭적 인공감을 표시하며동석한연습장 후배들에게걸을수만있다면골프채 를놓지말것을진지하게당부했다. 나는골프를배운지얼마안돼골 프만큼분석적이고도종합적으로생 각하고결단을내려야하는운동도 드물다는믿음을가져왔다. 눈으로보기엔한가롭게초원을거 닐며골프채를휘둘러작은볼을날려 보내는것이운동이될까싶겠지만사 실골프만큼많은요소를생각하며 집중해야할사항이많은운동도찾 기어려울것이다. 티샷을날릴때만해도그립은제대 로되었는지, 스탠스는올바르게섰 는지, 바람은어느쪽으로얼마나세 게부는지, 위험지역은어디인지등을 감안해야한다. 최소한다섯개정도 의볼트와너트가어긋나지않게맞물 려야정상적인티샷을날릴수있다. 우드 샷이나아이언샷을 날릴때도 감안해야할사항은부지기수다.볼이 놓여있는자리나양발을딛는자리 가오르막인지내리막인지,앞으로기 울었는지뒤로기울었는지,볼을날려 보내야할위치는어디가적당한지,꼭 피해야할지점은어딘지등을파악해 야한다. 홀에가까이다가갈수록감안하고 참작해야할사항이즐비하다.멀리서 핀이꽂혀있는그린의전체적인생김 새를파악하고어디로볼을올려놓아 야다음퍼팅에어려움을피할수있 는지, 벙커를피하려면어떤샷을날 려야하는지, 바람은어느방향으로 어느정도부는지, 거리가짧거나길 경우어떤낭패를 당할지를 판단해 야한다. 그린주변에서의어프로치샷은더 욱까다롭다.그린이오르막인지내리 막인지, 왼쪽혹은오른쪽으로기울 었는지, 미스샷이나왔을때벙커나 해저드로들어갈위험은없는지등을 고려해야한다. 온갖 상상력을 총동원해야 할 곳 은바로그린위에서다. 볼이놓여있 는지점에서홀까지의정확한거리는 얼마나되는지,내리막혹은오르막의 정도가얼마나심한지, 왼쪽으로꺾 이는지오른쪽으로꺾이는지, 잔디의 길이는얼마나자랐는지,역결인지순 결인지, 물기는얼마나머금었는지를 판단해야한다. 그래도어느하나미 심쩍으면캐디의도움을얻어야한다. 그러고도자신의판단이옳은지를확 인하기위해다른동반자의퍼팅을유 심히관찰해야한다. 사실이모든것을제대로수행하려 면머리에쥐가날정도다. 라운드하 는사람은주머니에다섯개이상의 볼트와너트가들어있는셈이다.샷을 할때마다이볼트와너트를잘맞춰 야원하는샷을날릴수있다.하나라 도빠뜨리거나잘못끼우며미스샷 을내고만다. 물론라운드내내머리를쥐가 나 도록써야하는것은아니다. 한라운 드에걸리는시간을대략 4시간으로 잡을경우하나의샷을날릴때상황 을판단하고준비하고스윙을하는 데는길게잡아도20초내외다. 90대 타수를치는골퍼라면30분정도소 요된다는얘기다.이시간이머리를집 중적으로 써야 하는시간이다. 나머 지3시간30분은여백이다.한담을나 누기도하고주변의수목과야생화를 감상하고사진도찍으며순수한힐링 의시간을즐길수있다. 머리를집중적으로쓰고난뒤휴식 을취하는이런반복적인두뇌운동사 이클이야말로두뇌의건강을유지하 는최상이방법이아니겠는가. 고수들은‘아무생각없이클럽을휘 둘러라’고충고하지만골프란결코 무심할수없는운동이다. 숙고하고 감안하고참작해야할것을모두숙 지한뒤에무심하게클럽을휘두르라 는뜻이지아무생각없이클럽을휘 두르라는뜻이아니다. 나이들어이 만큼많은두뇌운동을요구하는스 포츠가어디있겠는가. ‘지팡이잡을힘만있으면골프를즐 겨라’는서양격언은그래서설득력있 게들린다. ●칼럼니스트방민준 서울대에서국문학을전공했고, 한국일보에입사해 30여년간언론인으로활동했다. 30대후반골프와 조우,밀림같은골프의무궁무진한세계를탐험하 며다양한골프책을집필했다. 그에게골프와얽힌 세월은구도의길이자인생을관통하는철학을찾 는항해로인식된다. 두뇌건강 을 위 한 최 고의 운 동 ‘ 골프 ’ 유 토 이미지 2 0 2 3년 1 월 2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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