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3년 4월 29일 (토요일) A6 특집 그리고 20여 년이 지난 지금, 액 상과당은전지전능한식품원료로 자리를 잡았다. 값은 싸면서도 단 맛은 75% 더 강력한 덕분에 설탕 의자리를스멀스멀꿰어차고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설탕보다 싼 데다가 처치 곤란한옥수수의부산물이라는이 해관계가맞물려액상과당의입지 는 적어도 당분간 흔들리지 않을 전망이다. 게다가액상과당은비단 탄산음료뿐만아니라일반식품에 도설탕대신널리쓰이고있다. 과연 괜찮은 걸까? 설탕도 많이 먹으면위험한식재료라는인식이 팽배한 요즘, 대체 감미료의 세계 는좀더혼란스럽다. 칼로리가 있는 액상과당은 물론 칼로리가 없는 페닐알라닌 등이 인체에미치는장기적영향도아직 까지정확하게밝혀진바가없다. 액상과당이 췌장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 진지하게 받아 들여지는 한편 분자식으로 따져 보면 당의 일종이니 설탕보다 더 나쁠건없다는의견도있다. 이처럼현재가장논쟁적인식품 원료라 할 수 있는 액상과당의 이 모저모에대해살펴보자. 사실우리는굳이탄산음료없이 도 액상과당의 존재를 이미 알고 있다. 멸치볶음이나 연근조림 등 한식 밑반찬과 특히 떡볶이에 빠질 수 없는 식재료인 물엿 덕분이다. 혹 시라도 호기심에 물엿을 맛본 적 있다면 실망했을 것이다. 뭐야, 달 지않잖아?그렇다.물엿은정말실 망스러울 정도로 단맛이 전혀 나 지않지만나름의확고한쓰임새가 있다. 각종 음식의 자작한 국물에 더하면 특유의 윤기와 질감을 보 태준다. 이처럼특유의물성을지니고있 지만 달지는 않은 단점을 화학으 로 보완한 원료가 바로 액상과당 이다. 한국산업규격(KS)에 의하면‘전 분을 분해효소나 산으로 가수분 해한 뒤 이성질화효소를 사용해 과당으로이성질화한포도당과과 당의 혼합액’이 바로 액상과당이 다. 액상과당은 1957년세상에처음 등장했다. 미국의 과학자 리처드 O. 마셜과 얼 R. 쿠이가 이성질화 효소를 개발했으니 옥수수시럽의 포도당을과당으로재배치하는게 가능해졌다. ‘잡식동물의 딜레마’를 비롯한 마이클 폴란의 식문화 연작, 뉴욕 타임스의 음식 전문 저자 바크 비 트먼의‘동물, 채소, 정크푸드’등 의 책에는 액상과당이 출현할 수 밖에 없었던 좀 더 적나라한 속사 정이소개되어있다. 미국이 20세기 초와 중반 양대 세계대전을통해강국으로발돋움 하면서농업이본격적으로거대화 및기업화되었다. 그런가운데옥수수가정부지원 을 받으며 주류 작물로 부상했고 이를소비하기위한각고의노력이 줄을이었다. 왜각고의노력까지기울여야했 을까? 기본적으로이옥수수가인 간이 아닌 소의 비육용이었기 때 문이다. 고기 사이의 비계인 마블 링을 발달시켜주는 옥수수라는 말이다. 그래서식용으로쓸수없 었으니 소비를 위한 각종 우회로 가형성되기시작한다. 대표적인 예가 식품첨가물이다. 옥수수바탕식품첨가물이약170 여종에이르게쓰이는가운데대 표되는 것이 덱스트린(dextrine) 계열이다. 전분을 열이나 산으로 가수분해해 만드는 다당류로, 말 토덱스트린이샐러드드레싱등의 액체에증점제로서걸쭉함을불어 넣는데쓰인다. 라면 면발이 붇지 않도록 도와 주는 변성 전분이나 식품의 신맛 을조절하는데쓰는구연산(citric acid), 심지어 식품은 아니지만 오 늘날의 필수품인 손소독제 또한 옥수수에서 추출한 에탄올을 쓴 다. 조금과장을보탠다면우리는스 스로가 만들어 낸 옥수수에 조금 씩압도당하고있는형국이다. 그리고각고로기울인노력의한 가운데에 바로 액상과당이 있다. 1950년대에개발되었지만액상과 당이 본격적인 인기를 누리기 시 작한 건 1970년대이다. 미국은 땅 덩어리가 넓고 기후대가 다양해 온갖작물을재배및수출할수있 는농업강국이다. 하지만 설탕의 원료인 사탕수수 나무우를경작할수있을만큼은 덥지 않으니 전량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없다. 그런 가운데 단가가 올라가면서 가격 부담이 커지는 한편 남아돌 아가는 옥수수를 처치해야 하는 이해관계가 맞물려 액상과당이 전면에나서게되었다. 액상과당 도입의 선두주자는 탄 산음료업계였다. 엄정하게 말하자 면 하등의 영양가치가 없는 탄산 음료이지만미국인의삶에는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따라서 물보 다싼이음료의단가를지속가능 한 수준으로 맞추려면 가장 비율 이 높은 원재료의 단가를 낮춰야 만 했다. 그렇게 액상과당이 설탕 을대체하면서1975~1985년에주 도권을잡기시작한다. 그리고 오늘날은 마치 문어발처 럼 거의 모든 식품 산업군에서 널 리 쓰이고 있다. 음료(41%), 가공 식품(22%), 시리얼과 베이커리 (14%), 유제품(9%), 사탕류(1%) 등 이다. 액상과당의 입지가 당분간 흔들 리지 않을 거라고는 했지만 그렇 다고 천년만년 흥할 것 같지는 않 다. 사실미국을기준으로이미액 상과당의소비는꾸준한하락세이 다. 1999년에미국인 1인당연간소 비량이 17㎏으로 정점을 찍은 액 상과당은 2012년 12.3㎏, 2018 년에는 10㎏으로 42%의소비감 소를 보여주었다. 참고로 같은 해 의 백설탕 소비량은 18.3㎏이었 다. 이러한 소비의 감소에는 무엇보 다 액상과당의 평판이 영향을 미 쳤다. 기본적으로 단맛과 감미료 전체 가피할수없는평판의하락을겪 고 있는 가운데 액상과당은 미운 털이 단단히 박혔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입지에처해있다. 액상과당의 평판이 나쁜 이유는 여러갈래이다. 첫째, 무엇보다단맛과감미료전 체가건강악화의원흉이라는오명 에 시달리고 있다. 한때는 지방이 시달려 온 오명을 설탕이 그대로 이어받은가운데‘이번에는진짜’ 라는의견이팽배하다. 설탕이췌장의인슐린분비에영 향을 미쳐 지방을 형성한다는 주 장이 궁극적인 체중 증가의 기제 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말하자면 원조인 설탕부터 피할 수 없는 오 명을직시하고있는현실이다. 둘째,그렇다보니설탕자체도소 비자와힘겨운평판대결을벌이고 있다.한때는깨끗함의상징이었던 설탕의 흰색도 이제는 백미 등과 더불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덕 분에 확실한 근거도 없는 가운데 비정제당이선호되고있는현실이 다. 셋째, 액상과당은 일반 소비자들 이직관적으로받아들이기어려운 화학반응을통해생산된다. 비교적단순한물리적공정인정 제를통해서만드는설탕마저도건 강에 나쁘다는 오명을 피할 수 없 는현실이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에게 팽배한 ‘화학’에관한선입견,즉‘몸에나 쁜것을만들어내는수단’에맞서 이미지를제고하기란쉬운일이아 니다. 그래서 옥수수정제연합에서는 2010년 이미지 쇄신에 나서기도 했다. 액상과당을‘자연에서 추 출했다’며 대대적으로 광고하는 한편 로비를 통해‘옥수수 설탕 (Corn Sugar)’이라개명도시도했 다. 하지만 2012년 미국 식약청은 이를반려했다. <음식평론가> ■ 액상과당의이모저모 설탕맞먹는달콤함… ‘건강의적’ 미운털박힌액상과당 설탕 원료 사탕수수 안 나는 미국 남아도는 옥수수 해결 ‘일석이조’ 1957년 화학적 대체 감미료 개발 값싸면서 설탕보다 75% 더 달아 탄산음료·시리얼 등에 널리 쓰여 1999년 미국인 1인당 17kg 소비 무엇보다체리맛코카콜라가먹고싶었다.체리와코카콜라가잘어울리 는짝이니, 체리맛코카콜라도미국에서1985년발매이후꾸준한인기 를누려오고있다. 사실정식발매이전에도미국식밥집인다이너나영 화관등에서는인기음료로이미팔리고있었다.보통의코카콜라에체리 시럽을타맛을내는방식이었다.그리하여미국에발을들여놓자마자나 는실로거대한슈퍼마켓의냉장고에서체리맛코카콜라를찾아계산을 하고벌컥벌컥들이켰으나무엇인가이상했다.한국에서먹어왔던코카 콜라에비해훨씬더단맛이강하기도했지만특유의‘쏘는’, 즉알싸한 느낌을무시할수없었다. 이게뭐지?혹시체리맛이라그런걸까?보통 코카콜라를비롯다른탄산음료도마셔보았으나강한단맛과쏘는느낌 은똑같았다. 그제서야나는마시기를멈추고병의성분표를찾아읽었 다.그렇게액상과당(HighFructoseCornSyrup·고과당옥수수시럽)의존 재를알아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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