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3년 5월 1일 (월요일) D5 기획 잚훊묻 , 퐂힒읺묞 , 킪잖풞헒칺몮 1995년 3월 20일,일본 도쿄지하철 에서독극물 사린가스가 살포되는 사 건이발생했다. 월요일, 직장인들이한 참 출근하는 시간대에살포된독극물 은 14명의목숨을앗아가고 6,300명의 부상자를 낳았다. 신흥종교 옴진리교 교인들이벌인일이었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소설가 무라 카미하루키는이사건의피해자들과 옴진리교 교인들을 인터뷰한 결과를 두권의책으로펴냈다. 특히옴진리교 교인들을인터뷰한 ‘약속된장소’에서 그는이사건이발생한시기가 ‘냉전체 제가붕괴되어더이상좌도우도,전도 후도 없는 상황이출현한 바로 그 시 점’임에주목한다. 하루키는 소설가답 게이시기를, 대부분의사람들에게해 석틀로작동하는 ‘이야기’가사라진시 기로보고,그틈새를파고든것이바로 옴진리교의이야기가아니었을까라는 의문을제기한다. 흥미롭게도옴진리교의이야기를만 든 주요인물들은이과와기술계열의 엘리트들이었다.이들의핵심교리는기 술을이용해현대인의정신적스트레스 를낮춤으로써개개인의힘을증대시킨 다는것이었다. 명상과 수행이강조된 것은이때문이었다.이이야기는 스트 레스가득한현대인이삶을끝낼수있 도록 독가스를 살포한다는, 전대미문 의대참사로종결되었다. 하루키는 폭넓은 세계관과 복잡한 현실에 대한 통찰을 결여한 이 ‘순수 한이야기’가 1932년제국일본이건설 한 만주국의이야기와 닮아있다고본 다. 만주국이건설되었을 때일본에서 의지위를 버리고 새로운 가능성을 찾 아떠난이들중대부분이바로전문기 술자와 테크노크라트들이었다. ‘오족 협화’ ( 五族協和,일본을중심으로조선, 만주족, 몽골, 중국, 다섯민족이협력 하여화목하게살아보자는 만주국건 국이념 ) 와‘팔굉일우’ ( 八紘一宇,전세계 가 한집안이란 뜻으로일제가제국주 의침략 전쟁을 정당화하기위해내건 구호 ) 가이들이헌신한 ‘이야기’였다.이 들은이이야기의이상에걸맞은신천지 를건설하고자했지만제국일본의패 전으로끝났다. 그러나 만주국이야기는 정말 끝났 을까? 옴진리교와사린가스사건이후 10여년의시간이흐른뒤발생한 동일 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 현재 논란이되고있는 오염수 방 류 계 획 은 전문 기술자와 테크노크라트들이주 도하는이야기 ( 모 든것을가능하게하 는과 학 기술 ) 의힘을새 삼환 기시킨다. JMS 픦핂퍊믾쁢펂쎉멚핆믾읊졶팦빦 비슷 한 시기한국에서도 나 름 의‘순 수한이야기’를제 공 하 며 교세를 확 장 한 신흥종교가 있었다. 요 즘 장안의 화제가 되고있는 ‘기독교복 음 선교 회 JMS ( 이하 JMS ) ’다. 19 7 0년대부터대 학 가를중심으로 활 동한 JMS 가 19 8 0 년대중, 후 반 교세를 급 속히 확 장 할 수 있었 던 배경 에는 명 확 한 이야기가 사라 져 가 던 시대의그 림 자가 드 리 워져 있다. 오 랜 독재체제에서오는피로 감 , 탈 냉전과 소 비 사 회 화는 대부분의보 통사람들에게통용 될 수있는하나의 이야기가 더이상 존 재하지 않 는다는 감각 으로이어 졌 다. 사실 JMS 의이야기는그리독 창 적이 지 않 다.신흥종교 및 이 단 을 연 구하는 학 자들에 따르면 지 금 은 구약과 신약 에이은성약 ( 聖約 ) 시대라 거 나 교주가 재 림예 수의 육 체로서성약시대의주인 공 이라 거 나 원 죄 는 하와가 정조를 뱀 에게 빼 앗 긴 것이라 거 나하는이야기는 모 두 1950년대한국전쟁전후로 급 속 히성장한 통일교나전도관 ( 신 앙촌 으 로 유 명한 ) 등 에서체계화한이야기다. 그 런데 복잡다 단 한 현실에대한 통찰 을 결여한 단 순하고도 매뉴얼 적인이 야기는만주국과옴진리교이야기와도 통한다. 단 순하고분명한이야기가 변 화의시기를사는사람들을 빠르 게안 심시키기때문이리라. 묞훊픦컿엳픒켆 펺컿핂짆힎 2009년, 교주 정명석이성 범죄유죄 판 결로 징역 10년 형 을 선고 받 고 감옥 에 갇 히 면 서이조야한 이야기는 끝이 나는 듯 보였다. 그러나만주국이야기 가옴진리교와후쿠시마원전사고그 리고 후쿠시마 오염수 방 류 계 획 으로 반 복되고 있 듯 JMS 의이야기도 쉽 게 종결되지 않 았다. 흥미롭게도 JMS 이야기를 회 생시 킨이는여성이었다. 최 근 공범 자로 구 속된여성목사정조은이바로그이다. 그 녀 는 성폭력가해사실이 드 러난 정 명석이해 외 로 도피한 2000년대 초반 JMS 의구원 투 수로 등 장했다. JMS 내 에서아이 돌급 인기를 누렸 다는 그 녀 의설교와 이미지에 끌 려 입 교한 여성 들이 많 았다고한다. 그러니그 녀 의가 장 큰공 로는 남 성교주가 저 지른성폭 력의어 둡 고도폭력적인이미지를 씻 어 내고 그 자리를 ‘여성적인’이미지로 채 워JMS 의이야기를 다시 쓴 것이리라. 2000년대중 반 , 그 녀 는 ‘여성성 령 분체 ( 聖靈分體 ) ’로부 각 되기시작했다.이는 JMS 교리에서 예 수와 유 사한지위다. 정조은은 그러나 JMS 의새로운이 야기의주인 공 이 될 수는없었다. 교주 정명석을 메 시아라 며 주인 공 으로떠 받 드 는이야기에서그 녀 의지위와권력은 그와의관계를 통해서야 가능한 것이 었기에. 남 성에게권력이집중된사 회 에 서여성은 남 성과 다 양 한 관계를 맺음 으로써자원을 얻 는다.여성의삶이가 족내로한정되었 던 시 절 에는아버지의 딸 ,오 빠 의여동생, 남편 의부인,아들의 어 머 니 등 가족적관계를 통해서지위 와자원을 얻 었다.이제더이상여성의 삶은 가족 내로 한정되지 않 지만 남 성 과의관계는여전히중요한 지위와 자 원 획 득의통로다.정조은은교주의권 력을 적극적으로 뒷받 침 함 으로써 돈 , 인기,권력을 얻 는 길 을 택 했다. 최 근방 영 된 넷플릭 스 ‘나는신이다’, MBC ‘ PD 수 첩 - JMS , 교주와 공범 자들’, SBS ‘그 것이알고 싶 다 - JMS , 달박 골정명석은 어 떻 게교주가되었나?’는여러인터뷰 와 자 료 를 통해정조은이정명석의중 요 공범 임을설득적으로주장한다. 그 러나여성이 범죄 자 남 성의 공범 이되는 메커 니 즘 에대한성찰은아 쉽 다. 팒쩒힎빦않픦펂젆삖슲 주인 공 은아니었지만 악 을 뒷받 침하 고, 악 의이미지를 씻 어내는 역할 을 기 꺼 이자임한여성들. 나 치 체제하의 많 은독일여성들이그 랬 다. 19 8 6년미국 여성 역 사 학 자 클 라우 디 아 쿤츠 는 ‘아 버지나라의어 머 니들 : 여성, 가족, 그리 고 나 치 정 치학 ’이라는 논쟁적인책을 출간한다.이책은 쿤츠 가19 7 0년대중 반연 구를하기위해만난독일의보통 사람들이들려 준 나 치 의기 억 에서출발 한다.그들은 억압 적독재와인종말살 이 연 상시키는어두운기 억 이아니라가 까운 가족들 간의 친 교, 스포 츠 활 동, 휴 가,이 웃공 동체의결속, 높 은도 덕 적 수 준 , 경 제적안정이라는 밝 고도 즐거 웠던경험 을그리운 듯회 상하 곤 했다. 여성들은 나 치치 하 생 활 세계에서의 즐거움 과안정을책임진이들이었다. 당시독일은 총 통 히틀러를 정점으 로하여순수아리안 혈 통의 남 성 병 사 들간위계 질 서가핵심인‘아버지나라’ 였다. 또 한여성들은나 치 의발흥이전 부터오 랜 3 K 의 식 ( Kinder· 아이들, Kirche· 교 회 , Kuche· 부 엌 ) 속에 갇혀 있었다.나 치 는이3 K 의 식 을자신들의 폭력적이고 남 성적인이미지를지우는 데활 용하고자 했다.여성들에게독일 민족어 머 니의이 름 으로 화목한 가족 및 이 웃 관계를 고 양 시키는 역할 을 부 여한 것이다. 그 런 여성들에게는 평범 한나 치 시민의자리가주어 졌 다. 많 은 독일여성들이 차별받 는 소수자로 남 기보다그 길 을 택 했다.그리고이는 유 대인 등차별받 는다른소수자 배 제에 대한동참으로이어 졌 다. 우리와 먼 나라의 옛날 이야기라고 만 단 정 할 수 있을까? JMS 의이야기 는 왜 어 떤젊 은여성들에게인기가있 었을까? 남 성 JMS 신도들은어 떤 면 에서그이야기에 매혹 되었을까? 질 문 은 꼬 리에 꼬 리를 물고이어진다. 나 치 의이야기가 1900년대 초 독일사 회 를, 옴진리교이야기가 1990년대일본 사 회 를 반영 하고있는 것과 마 찬 가지로 JMS 이야기는 19 8 0년대부터현재까지 의한국사 회 의어 떤면 을 드 러내고있 다. 사이 비 종교의선정적사건으로소 비 하고말것이아니라,보다진지한관 심으로우리시대‘아버지나라’의여성 들과 남 성들에대해 함께숙 고하기를 청 한다. 일본탈냉전후‘시대의이야기’실종 사린가스테러일으킨옴진리교 통찰없는‘순수한이야기’로현혹 JMS, 비슷한때한국서교세확장 정명석2000년대초성범죄도피후 2인자정조은이 JMS 회생시켜 아이돌급인기에젊은여성들입교 남성교주악행뒷받침해권력얻어 나치체제하많은독일여성들 악의이미지씻어내는역할자임 나치시민돼유대인배제에동참 사이비종교선정적사건소비보다 현재한국사회의이면숙고필요 JMS 교주의성폭력세탁한‘여성2인자’ 여성이‘아버지나라’의공범된구조성찰을 <115>옴진리교, 나치, JMS가보여주는사회이면 김신현경 서울여대교양대학교수 기독교복음선교회(JMS)정명석(왼쪽) 총재와 2인자정조은. MBC PD수첩캡처 2018년7월6일도쿄에서한근로자가1995년 ‘사린가스테러’ 주모자옴진리교주및7명에대한 사형집행에대한소식을담은호외를나눠주고있다. 도쿄=AP연합뉴스 1986년출간된클라우디아 쿤츠의 ‘아버지나 라의어머니들: 여성, 가족, 그리고나치정치학’. 나치체제하의많은독일여성들은악의이미지 를씻어내는역할을기꺼이자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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