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3년 5월 2일 (화요일) 오피니언 A8 안신영 - 1974년도미 - 계간문예운동신인상수상 - 재미시인협회회원 - 애틀랜타문학회전회장 내마음의 시 애틀랜타 칼럼 이용희 (목사) 발언대 새로운 질서 속의 고부관계 봄의 숨소리에 피어난 수선화 시어머니와며느리이두개의낱 말은언제나긴장과갈등의명사들 로 사용되어 온 역사적 언어들이 다. 한집에두개의머리가있을수 없다는 사고 때문에 아예 분가를 통해서독립적인왕국을형성해온 서양의 문화 속에는 그래도 나름 대로의자유를지키고누리면서덜 긴장해왔고덜갈등을겪어온듯 하다. 그러나우리나라의경우한집에 서 여인의 왕좌를 둘러싼 그 길고 긴내력과고민은차라리비극적이 었다. 아들이내품에서자라던그 향수를 떨쳐 버리지 못한 과거 속 의시어머니와시어머니가돌아가 셔야 내가 이 집의 실권자가 된다 는미래속의며느리는만날수없 는 두 개의 선을 달리는 평행선처 럼맞서왔다. 그리스도인도별수없다는것이 정직한 고백일 것이다. 그러나 우 리가그리스도안에서새로운피조 물이 된 것이 정말 새로운 진실이 라면새로운질서속의고부관계는 어떤 철학에 의해 어떤 태도로 맺 어져야하는것일까? 먼저시부모에게할말이있다.결 혼이란. ”사람이그부모를떠나는 것”이라면왜아들이내품에서떠 났다는 성서적 사실을 수용하지 못하는 것일까?“떠나 보내달라” 는며느리의간원과”떠나보낼수 없다”는 시부모. 특히 시어머니의 고집 사이에서 그 한국적 너무나 한국적인한의줄다리기는시작되 는것이다. 따라서 정서적 시부모가 되기를 원하는이마다부부관계의우선권 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며느리 는 결코 사랑의 경쟁 상대가 아님 을깨달아야한다. 아들이자기아내를사랑하는사 랑의 차원과 자기 부모를 사랑하 는 사랑의 차원은 대립적인 두 개 의 영역이 아니라 전혀 다른 차원 에속하는것임을알아야하겠다. 무엇보다자녀의행복이부모자 신의행복임을아는지혜가있다면 시부모들은자식을축복하며떠나 보내 주어야 한다. 그리고 지나친 도움도간섭도않는것이자식들의 정신적인건강을위해유익한일이 다. 함께 공존하며 독립과 사랑의 균형을나누기어렵다면차라리분 가시킨 다음 서로 돕는 편을 선택 하는것이더현명한결단일수있 다. 함께 살게 되는 경우 시어머니 는되도록주인의식을삼가하고며 느리에게명령보다는제안의방법 을 사용하는 것이 더 지혜로운 의 사소통의비결이다. 왜며느리는며느리라는고정관 념으로 꼭 취급 되어야 하는 것일 까? 아들이내아들이듯며느리는 내딸일수없는가?며느리가빨리 내게 호흡을 맞출 수 없다고 푸념 하는 시부모님이 게시다면“사랑 은오래참는것이다.”는말씀을상 기하라고권하고싶다. 나는 얼마나 오래 내 아들에게 참아가며 적응해 가며 그를 길러 왔는가? 그런데우리집에들어온 내 며느리가 나와 하루 아침에 장 단이맞추어지기를기대하는것은 얼마나성급하고독단적인소원인 가. 무엇보다 시부모는 이제 아들보 다도 며느리와 더 많은 시간을 함 께보낼필요가있다. 그래서이해 의창을열어야한다. 이창이열릴 때 사랑의 대화는 움트기 시작할 것이다. 활짝핀노-란수선화 한아름꽃다발되어 봄을싣고찾아왔다 내테이블위에 안개비자욱한창밖 더불어우울한곳곳에 샛-노란수선화 집안가득마음가득 따스한빛으로채워지고 움추린겨울마음밀어내고 활짝핀수선화꽃잎에 마음의봄함께담아 예쁘게새롭게피어나자 석 여사는 올해 75세다. 48년 전 남편을 따라 미국으로 건너 왔다. 한국이어렵던시절이라편도 비행기표 한 장씩 들고 샌프란 시스코 공항에 내린 부부는 마 중 나온 지인의 도움으로 남편 은 전기 기술을 배웠고, 석 여 사는 세탁소 일을 배우며 생계 를 꾸려 나갔다. 채 단칸방 신 세도 면치 못한 상태에서 딸아 이가 생겼고, 맨손으로 시작한 미국에서 살아남기 위해 주일 날교회가는것외에는하루도 쉬지 않고 일을 했으며, 변두리 에 조그만 아파트를 얻어 이사 를 할 때 쯤 또 아들이 태어났 다. 대우그룹의 김우중 회장이 바 쁘게 사업에 매달리던 젊은 시 절 그의 가족들은 보통 사람들 처럼가족나들이한번못해, 부 인 정희자 여사는 남편과 함께 계곡물에 발 담그고 한나절 쉬 어봤으면소원이없겠다고했다 는데 석 여사도 못지않은 삶을 살았다. 세월은흘러딸은버클리를졸 업하고 선교사가 되어 중국에 살고 있고, 아들은 변호사가 되 었는데결혼해서쿠퍼티노어딘 가에살고있다고했다. 성실하고 부지런한 남편이 훌 륭한전기기술자가되어비싸기 로소문난샌프란시스코에집을 두채나가진부자(?)가되어있었 다. 석 여사에게는 그녀가 초청해 미국으로 이민 와서 사는 두 남 동생과두여동생들이있었지만 자기 자식들 챙기는 것 밖에 모 르고 사는 지독하게 인색한 누 나, 언니였다. 동생들은 아무도 석 여사를 좋아하지 않았고 왕 래도 없이 지냈다. 부잣집 아들 과 결혼한 딸과 변호사가 되어 안정된 직장에 다니는 아들 부 부…. 석여사는걱정이없는사 람이었다. 한숨돌리고남편과남은생을 행복하게 보내야할 즈음 갑자 기남편이쓰러졌다. 돈과 자식밖에 모르고 살아 온 석 여사가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남편이 보이지 않았 다. 정원한쪽구석에쓰러져돌 아가신것이다. 장로가 되어 하나님을 의지하 고 살아온 남편은 가족을 위해 머슴처럼 일만 해온 사람이었 다. 석여사는홀로남은자신이어 떻게 살아가야할지 막막하기 만 했다. 남편의 빈자리가 너무 나컸다. 혼자서는남은생을살 아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눈물 만 났다. 동생들에게 가혹하리 만큼 인색하게 대했던 자신의 지난날이후회스러웠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인간성 좋은 여동 생 를 불러 혼자서는 못살겠다 며 함께 살고 싶다고 부탁을 했 다. 동생집에얹혀사는동안골프 도 배우고, 전부터 해오던 요가 도 하면서 심리적 안정을 찾을 때까지 2년반을함께살다독립 해서나갔다. 석여사는집 2채를모두팔아 서 아들과 딸에게 나누어주었 다. 그리고 자신은 노인아파트 로들어갔다.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의 낡 은아파트는희미한형광등의어 둠처럼 사람의 마음도 어둡게 만들었다. 몇 달이 채 지나기도 전에치매초기증세를보이기시 작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자식들은 바 쁘다며 죄 없는 형제들만 귀찮 게 굴었다. 형제들도 어찌할 도 리가없었다. 전재산을탈탈털 어자식들에게넘겨준다음이라 석 여사 수중에는 가진 것이 아 무것도없었기때문이다. 엄마가 죽기 직전이라고 해도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 아들 은 그만두고, 중국에 가있는 딸 에게 연락을 하자 딸이 와서 석 여사를양로원에다집어넣고돌 아갔다. 치매초기인석여사는외출도 마음대로 못하고 가끔씩 제 정 신이 들면 그나마 자신을 상대 해주는 동생 K에게 전화해서“ 여기가어디야? 내가왜여기와 있어? 나좀 데리고 나가줘...”하 고괴롭힌다고했다. 두자식들먹고사는데아무걱 정없는데왜집두채를팔아서 200만불이 넘는 돈을 먼저 나 누어주고자신은그렇게불쌍한 처지가 되어야했을까? 그 돈으 로자신의인생을즐겁게살다가 남으면그때주면될것을….“다 주면 굶어죽고, 반만 주면 쫄려 죽고, 안주면맞아죽는다”는말 이있다. 서글픈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주위에 또 다른 석 여사가 울고 있지는 않는지 돌아보아야겠 다. 행복을 팔아 불행을 산 여자 제이슨최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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