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3년 5월 6일 (토요일) 오피니언 A8 김정자 (시인·수필가) 행복한아침 *모든칼럼은애틀랜타한국일보의편집방향과다를수있습니다 삶과 생각 한자&명언 ■ 微溫(미온) *작을미( 彳 -13획, 3급) *따뜻할온(水-13획, 6급) 작은 일이라고 얕잡아 보고도 큰인물이될수있을까? 먼저영 어‘a lukewarm attitude’를 우 리말로 옮긴‘미온적인 태도’의 ‘微溫’에대해샅샅이분석해본 다. 우리말한자어지식이뛰어나 야영어번역도잘할수있다. 微자는 원래‘길거리 척’( 彳 )이 없이 쓰이다가 후에 첨가되었다. 오른쪽의것이발음요소라는설 은 溦 (이슬비 미)를 증거로 삼을 수있다.‘몰래행하다’(do se- cretly)는본뜻에서‘몰래’(se- cretly)‘작다’(small; little; tiny) 등으로확대됐다. 溫자가 원래는 강 이름으로 쓰 기위한것이었다.‘어진마음’(a gentleheart)‘따스한’(warm)이 란 뜻은 본래‘ 昷 ’(어질 온)자로 나타냈다. 죄수[囚→日]에게 따 뜻한밥이담긴그릇[皿 명]을주 는모습에서유래된이글자는그 만단명에그치고,그러한의미들 은‘溫’자가대신하게됐다. 微溫 은‘미지근한[微] 온도(溫度)’가 속뜻인데,‘태도 따위가 미지근 함’을이르기도한다. 중국 한(漢)나라 때 육가(陸賈 기원전 240-170)란 학자가 지 은정론(政論)산문집인‘신어(新 語)’란책에다음과같은말이나 온다. 큰 인물이 되자면 잘 되새 겨두어야하겠다. “대단한 명성을 만세에 드날린 사람은,먼저작은일부터실행했 다.” 垂大名於萬世者, 수대명어만세자 必先行之於 縴 微之事. 필선행지어견미지사 -陸賈의‘新語’ 전광진(성균관대명예교수속뜻사전편저자) 서로를 알아간다는 것 어느 모임에서였다. 초면으로 만 난 분께서‘참 편안하게 보이시네 요. 보기좋습니다’인사를건네신 다.‘감사합니다’목례를 하면서 어떤반응을기대하고던진질문이 었을까. 긍정도 부정도 맞던질 수 없는분위기가어쩐지거북스럽다. 까닭없이 어울리지 않는 찬사를 흘리는 태도가 친절을 가장한 극 치의이기주의로느껴지는건왜일 까. 편안해 보인다는 표현 적정선을 제대로 파악은 한 것일까. 상대를 잘안다고자처하는사람이더무 섭다. 상대의 진솔한 본래 모습을 놓치게 되면 관계를 구겨 놓게 된 다. 상대를잘안다고덤비면덤빌 수록 시각은 왜곡되고 뒤틀려 질 확률이 내포되기 쉬운 편이라는 염려를저어하기보다내가먼저좋 은 이웃이 되는 것이 우선이요 먼 저 내가 인품이 다듬어진다면 무 리없이 다 받아들이며 동행하게 되는것인데. 정답찾아삼만리길 이다. 대개의 관심사는 사회적으로 명 망있는분들과얼마나광범위하게 관계를가지며살아왔는지를내세 우며 인정받기를 즐겨한다. 삶을 향한 자세와 세상을 향한 시선 향 방이 어긋난다면 서로를 알아가 는 초심부터 아예 포기가 더 쉬울 지 모를 일이다. 덕망있는 사람과 친분이 깊으면 자신도 동일수준 사람으로인정받을것이란착각을 하고있다.겉보기에도면구스럽고 동정심이유발되기도한다.어리석 다. 스스로 자신을 초라하게 밀어 붙이고 있다. 어떠한 상대를 만난 다한들상대때문에진일보나아 지는것은아닐터이다. 고매한인 성을갖추었다면상대의사회적명 망 여부에 마음이 언짢아질 수는 없는일. 무턱대고겉만보고, 주관 적 취향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함부로폄하하거나밀어내거나 홀 대해서도아니될일이다.막연하고 모호한 표현으로 곧잘 유난한 친 근감이나이웃으로주변을기대하 게되는일말의독선을인지상정으 로인정해주어야할것인지. 허물없는 친지들과 만나는 자리 에앉게되면일상에쌓인불순물 들이 마그마처럼 분출할 때가 더 러있다. 눈에띠게범람하는주제 들을 살펴보면 관계 아픔에서 얻 게 된 통증을 어찌할 바를 몰라 ‘도대체내가왜이렇게사는지모 르겠다’는주제가대세를이룬다. 과연 국한된 세대만의 문제일까. 어찌보면부모세대도, 자녀세대 도 이구동성 토로하는 문제로 자 리잡았다. 누구라특정된사람에 게만주어지는어려움은아닐것이 다. 관계를 이어가는 상호 교감에 서 아픔을 겪게 되고 부메랑으로 돌아오는외로움을견디지못해대 인관계에자신감을잃어버리는경 우또한종종만나게된다. 나를지 켜내기 위한 가장 가치 있는 일은 삶의조화이다. 나를반영하는거 울을 통해 타인을 바라보게 되고 타인을 통해 나를 바라보는 인성 균형을 키워가는 것, 삶의 구도에 서균형감각이어느한쪽으로기 울거나치우치지않는상태를도모 해 가야할 일들이 가감없이 남게 된다. 서로 의견이 맞지 않거나 사 소한 생각이 맞물리지 않은 것으 로, 은유적 표현을 하지만 나와만 오로지변함없는관계를독점해야 한다는,이기심의발로임을깨닫지 못한다면관계의실패는시간문제 이다. 상대 의중에는 아랑곳 없이 필요에의해선택한상대에게서이 기적인 목적 의도를 추구하는 모 습을 돌아볼 수 있어야할 터인데 어찌오리무중이다. 관계를 선점하려는 시도 자체가 우둔한 자요 어리석음이다. 감성 켜켜이 스며있는 서로 다른 이질 감을동질의현실앞에처한것같 은감성으로만들어지기까지가족 이아니면진정성문제가야기되기 십상이다. 인간 저변에 만연해 있 는 잘못된 이중성이 끼어들 수 있 는위험에놓일수도있다. 어차피 사람을 만나게 되면서 오로지 나 와만절친하기를기대하는이기적 심리때문에제삼인물이등장하면 애증의관계가구성되고갈등이시 작되고눈치작전이비집고들어선 다. 무수히 보아왔던 관계형성 과 정들에불협화음을만드는이유라 할수있겠다. 성품과삶의방향성과세상을향 한 부심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돌 아볼 여지도 없을 뿐더러 헤아려 보지않은 채라면 상대에게 고통 을주게된다. 상대를잘안다고자 처하는 사람이 더 무섭다. 상대의 참 모습을 놓치게 되면 관계를 구 겨놓게된다. 지켜보기에도참담 한 일들이 연출되곤 한다. 상대를 잘안다고덤비면덤빌수록왜곡된 시각은뒤틀려지고종속적관계를 구상하려는헛발질이여념없이이 어지는추태가딱하다. 서로를잘알아간다는것은징검 다리건너듯신중하게집중해야할 일인데일방적으로관계를구상해 서 상대를 장악하려 한다거나 휘 두르려는행위로극한상황으로전 개되기 전에 상대가 가진 삶의 가 치관을 먼저 파악하고 간파해 간 다면 자연스레 호감을 갖게 되고 신뢰의 단계로 발전해 갈 것이다. 보이지 않아도 느껴지는 마음의 밀접함을 느끼게 되는 시기가 찾 아올것이다. 이일련의과정적접근법이서로 를 알아가는 소중한 경로로 서로 에게온기가전해지는은은한관계 적립을 이루어내게 될 것이다. 서 로를 알아 간다는 것에 대해서는 생이 끝날 무렵에나 모든 것을 밝 히 보게 되며 지푸라기 같은 것들 을내려놓을수있게될까. 서로를 알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평생 풀 어가야할과업일지모를일이다. 어머니의 마지막 선물 어머니가살아계실때였다. 어머니는 장례와 묘지자리는 당신께서결정하고비용을치르 겠다고 했다. 자식들에게 별로 해준 것도 없는데 죽어서 장례 까지 폐를 끼칠 수 없다고 하셨 다. 전쟁중에6남매를둔어머니에 겐자식들에게미안한응어리가 있었다.전쟁후가난하고어려웠 던시절에아이들을제대로입히 지도먹이지도못했던것을생각 하면늘죄지은것처럼미안하다 고 하셨다. 죄가 있다면 가난이 다. 어머니와 나는 장례식 절차를 밟고 비용을 치렀다. 이제 남은 것은 묘지 자리였다. 우리는 공 동묘지를찾아다녔다.마음에드 는장소를찾는데시간이걸렸다. 전망도좋고양지바른곳을찾아 다녔다. 너무 큰 나무 옆은 뿌리 가관을조른다고꺼려하셨다.물 가도피하셨다. 눈이내리던겨울아침나는어 머니에게전화했다.어젯밤내꿈 에본장소를찾아가보자고했다. 눈덮인공동묘지의아침은아름 답기까지했다.꿈속의기억을더 듬어 찾아낸 곳 위에 우리는 섰 다.어머니도좋다고하셨다. 우리는사무실을찾아그자리 가비어있는지물었다.다행히비 어 있었다. 비용을 치르기 전 어 머니는두사람분을사겠다고했 다. 체구도 작으니 한 사람 몫이 면충분하다고말했다. 그말에어머니는“미국남자옆 에누워있으면쑥스러워서…”하 시면서수줍은듯말끝을흐리신 다. 미국에 오래 사셨고 더구나 미국사위를 둔 어머니의 뜻밖의 대답에놀랐다. 말이 통하지 않는 미국인들이 얼마나 불편하고 어려웠으면 죽 어서까지그들곁을피하려고하 셨을까. 나는 이론을 따져가며 어머니 를설득하지않았다.그것은어머 니의결정이었다.그대로받자.어 머니는또비석도미리사서세워 놓자고제안하셨다. 그런데비석또한두사람사용 인길다란대리석을고르셨다.그 비석에이름을쓰겠다고할때비 로소나는어머니의숨은의도를 알아챘다. 비석 한쪽엔 아버지 이름과 생 년월일그리고사망한날짜를적 으라고하셨다.다른한쪽어머니 의 생년월일과 사망날짜는 비워 두었다. 그뿐이랴. 혹시라도영어로이 름이쓰여있으면혼이라도자신 의 무덤을 찾지 못할 수 있으니 영어이름 밑에 한글로도 새겨달 라고부탁하셨다. 아버지는 40년전 한국에서 돌 아가셨고화장을하고절에서49 재까지지냈다. 그날 아침 잊힌 아버지가 다시 등장했다. 삶이고달프면어머니 는늘아버지에게불평불만을펴 놓으셨다. 착하고 정직한 공무원의 삶은 늘 쪼들렸고 어머니는 삯바느질 로살림을도왔다.그리고아버지 가돌아가신후어머니는한번도 아버지의얘기를꺼낸적이없었 다. 우리 기억 속에도 아버지는 사 라진 지가 오래다. 그날 어머니 의 남편은 내가 알고 있던 아버 지의 잊힌 그 사람이 아니었다. 평생을함께살아온남편이며가 장 아끼는 한 인간이었다. 자식 들과살면서그저즐겁게지냈으 리라고 생각했던 어머니는 얼마 나 남편 없는 외로움을 안고 살 았을까. 어머니의 깊은 마음속에 빗장 을걸어두고한번도우리에게내 색하지않았던어머니를나는가 볍게생각했었다.고생만시킨아 버지는잊어마땅한것처럼생각 했었다. 나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남편 은너무도거리가먼다른의미를 가지고있었다. 그날 어머니는 몇십년 동안 품 어 두었던 마음을 풀었다. 혼이 라도 옆에 모시고 싶었던 거다. 육신은먼저저세상으로갔지만 어머니마음속에서는남편을떠 나보내지않았다. 한많은삶을사신한여인이남 편에게드리는애틋한사랑의마 지막선물이었다. 지갑에 꼬기꼬기 접어 두었던 돈을세면서어머니의얼굴은안 도와 뿌듯함이 함께 서려있었 다. 이재순 인디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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