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3년 5월 13일 (토요일) 영원한 0 순위 오피니언 A8 김정자 (시인·수필가) 행복한아침 한자&명언 ■ 悲哀(비애) *슬플비(心-12, 4급) *슬플애(口-9, 3급) ‘She has had a great deal of sorrow in her life.’는‘그녀는인생 의 갖가지 ○○를 맛보아 왔다’는 뜻이다. 공란에 적절한 말은? 1.悲 愛 2.悲哀 3.非愛 4.秘哀. 답 2.‘悲 哀’에대해속속들이풀이해보자. 悲자는‘아프다’(painful)가 본뜻 이다. 非(아닐 비)는 발음요소이니 뜻과는무관하고,心이부수이자의 미요소다.‘슬퍼하다’(feel sad)는 것은‘남의 고통에 대하여 함께 마 음아파하다’는것임을悲자의본뜻 을통하여분명하게알수있다. 哀자는‘슬퍼하다’(grieve)는 뜻 인데, 왜‘입 구’(口)와‘옷 의’(衣) 가 합쳐져 있을까? 남편을 잃은 아 낙네가 옷(衣)고름을 입(口)에다 대 고 大聲痛哭(대성통곡)을 하는 애 절한모습을연상해보면그까닭을 알것만같다. 悲哀(비:애)는‘슬퍼하고[悲] 서 러워함[哀]’또는 그런 마음을 이 른다.평생비애를맛보는일이없으 면오죽좋으랴만아마그런사람은 아무도없을것같다. ‘홍루몽’(紅樓夢)이란 소설에 다 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공감할지 모르겠다.존재자체를부정하는것 도한방편은될듯! “기쁨과슬픔은모두다헛된꿈, 욕심과사랑은몽땅다바보짓!” 喜笑悲哀都是假,희소비애도시가 貪求思慕總因癡.탐구사모총인치 전광진(성균관대명예교수 속뜻사전편저자) “꿈이 약이었어요” 지인은 70대초에부인을암 으로 잃었다. 처음 한주 동안 은장례식절차와방문객들로 바빠 정신 차릴 여유도 없었 다. 대사를마치고텅빈집에혼 자있어보니외로움과두려움 이 밀려왔다. 집안 곳곳에 아 내의 냄새와 온기, 숨결이 젖 어있어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집중이안되고, 음식차려먹 을의욕도사라졌다. 할수없 이 집을 세주고 근처 딸의 집 으로들어갔다. 교회도나가고,골프도치고, 헬스센터에서 운동도 하지만 그저 그때뿐이었다. 석 달이 지나도울고만싶고아내생각 만 나서 사는 의미를 찾을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꿈을 꿨다. 아내와 만나는 꿈이었 는데너무나좋아서꿈속에서 주위사람들에게아내가다시 돌아왔다고기뻐했다. 아내도 환히웃으며“나는잘있으니 당신도잘살라”고했다. 그꿈 은 그를 과거의 자신으로 돌 아오게 만들었다. 아내와 다 시 만날 때까지 외롭지 않게 살거라고다짐했다.“꿈이약 이었어요.”그가내게던진말 이었다. 우리 모두 꿈을 꾼다. 꿈을 안 꾼다고 하면 그건 단지 기 억하지 못할 뿐이다. 잠은 신 체와 마음을 쉬게 만들어 우 리를 죽지 않게 만든다. 쉬는 중에도 마음을 관리하는 뇌 의 일부는 활발히 활동한다. 눈동자를빠르게움직이며자 는잠인램수면중에뇌는기 억을 정리하고, 스트레스를 줄여준다. 눈동자가움직이지 않는 비 램 수면과 번갈아 반 복되는 램 수면은 전체 잠의 20-25%를차지한다. 램 수면은 얕은 잠으로 보 통 꿈의 내용을 기억할 수 있 다. 비램수면은깊은잠으로 꿈은 꾸는데 기억하지 못한 다. 꿈이 무엇이고 왜 꾸는가에 대한시원한답은아직없다.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는 무의식 속에 묻어둔 어두운 욕망, 폭력성 등 현실에서 받 아들이기어려운감정이자는 동안꿈을통해새어나온다고 했다. 칼 융은 욕망, 공격, 폭력성 은 물론 깨어있는 동안 일상 에서 경험한 모든 내면의 활 동이꿈으로표출되는것이라 믿었다. 반면 하버드대학 정신과의 사 앨랜 홉스는 꿈이란 하루 동안 뇌 속에 쌓인 정보들을 수면중에정리하는과정에서 생긴부산물로서아무런의미 없는감정의찌꺼기에불과하 다고단정했다. 우리는유쾌한꿈,위로의꿈, 무서운 꿈 등 수많은 꿈을 꾸 며산다. 꿈은주로몽롱한의 식 상태에서 시간과 공간, 거 리에관계없이자유롭게발생 하므로 비이성적, 비합리적, 비현실적내용이대부분이다. 꿈은경험과생각을업그레이 드하여창조적영감을주기도 하고, 미래를 예측해주는 점 쟁이 역할도 하며, 마음을 다 듬어과거의상처를치유해주 는 기능도 있다. 이렇게 신비 스런현상이기에꿈을분석하 고해석하는해몽이고대로부 터 지금까지 민족, 문화권, 종 교에상관없이계속존재하고 있다. 최근에 꿈으로 환자를 치유 하는 방법의 하나로 자각몽 이 관심을 끌고 있다. 자각몽 은 자고 있는 동안 꿈을 꾸고 있다는사실을아는꿈이다. 비교적 뚜렷한 의식상태에 서의도적으로꿈을설계하고 만들어내는자각몽연구자들 이많이나타났다. 2004년심 리학자스티븐라버지박사는 자신에게맞고,자신이원하는 꿈으로창조적영감을얻거나 스트레스완화심리치료에도 움이될수있다고강조했다. 아직도꿈에대한명백한이 론은없다. 우리는그저낮동 안 경험한 즐거움, 슬픔, 두려 움같은내면의표현들이꿈이 라 생각하면 속이 편할 것 같 다. 앞 지인의 꿈은 치유의 경 험이다. 죽은 아내가 꿈에 나 타나 위로하는 말에 슬픔과 외로움, 어쩌면죄책감에서해 방되었을지도 모른다. 위로가 섞인 좋은 꿈은 정신과 약물 이나상담보다더효과가있는 삶의활력소가될수있다. 가정의달5월이다. 우리가누리고 있는경제적,사회적,문화적풍요가 가정이란울타리를지켜내오신우 리네어머니들이버티어오신눈물 과땀의대가임을다시금확인하게 되는어머니날이돌아왔다. 하지만 행복한가정을가꾸기위해가족공 동체가감당해야할가정해체원인 과예방법도함께숙고해야한다는 5월의 울림이 가슴을 치며 밀려든 다. 세기의 선물인지 괴물인지 모를 스마트 폰이 가족 간에 마주 앉았 음에도보이지않는높다란차단막 이되어가고있다.함께살아도서로 속을 모른 체 자식은 부모 마음을, 부모또한자식을사랑한다하면서 도이해안되는대상으로궤적을만 들면서 살아 가고 있다. 완결판 가 족은 없을 것이라 스스로를 위로 해 가면서. 살아가는 하루가, 내일 이생소하고예측할수없어견디며 살아내고있기때문일지도모를일 이긴하지만, 그래도어차피서로의 1순위가 되어야 하는 가족이 아닐 까. 사랑표현을망설이다제대로표현 하지못했고용서를빌어야 할기회 를놓치고머뭇대는동안시간은한 치오차없이생의끄트머리로우리 네를데리고가고있다.내아내를이 렇게 몰랐던가. 내 자식 마음에 고 인아픔을이렇게몰랐던가.가족이 면서다알지못하고살아온생의흔 적을지워버릴수도다시써내려갈 수도 없는 일. 생의 길목 마다 고인 삶의허물들을모으면태산이되려 나.내어머니께서남기고가신흔적 앞에고개를들수없음이라남은여 정동안이라도더는어설픈점하나 라도 남기지 않아야겠다는 다짐이 몸을사리게만든다. 함께 여정을 걸어오며 서로에게 기쁨의근원이되었던시간들은생 생한데문득돌아다보니어느새어 둑어둑땅거미지는무렵이다. 충격적자극척도가되어몸과마 음을가다듬게되고채심하게된다. 이모두를덮을수있는내삶의0순 위셨던어머니. 그림자만으로도얼 마든지위대하고숭고하셨는지. 인 류가사용하는언어가운데가장아 름다운말이어머니다. 아련한그리 움으로한결같은모습으로남겨져 있어 어머니하고 나직하게 불러만 보아도눈물고이는이름이어머니 다.마음을찡하게공명시키는울림 이전해온다. 내 어머니의 맏이이자 첫 딸로 태 어나따뜻한보살핌을받으며자라 온유년시절엔엄마가내어린인생 의 0순위였다. 코닦이손수건을가 슴에달고6.25전란을겪으면서산 기슭 노천 교실에서 뛰놀던 소녀가 여학생시절에당도하면서0순위가 1순위로밀려났다. 0순위자리가꿈 결처럼비워지면서고운시한편으 로채워지고때론세계명작이자리 잡기도했었다. 결혼을앞두고는마 음속서랍에엄마의 0순위가그대 로간직되고있음을확인하고는엄 마곁을떠나게되었다. 내 아이들이 태어나면서 모든 걸 다 주고도, 더 주지 못한 안타까움 에 동동거리며 미안해했던 아이들 이삶의1순위로자리매김하게되었 다.한데그1순위는세월따라바뀌 어간다고영원한건 0순위라고세 월이일러주었다. 마지막내가돌아 갈곳, 언제라도나를받아줄한사 람이 살아가노라면 또렷하게 떠오 른다했다.생의노을무렵에어머니 를향한그리움이갈수록더더욱절 절해진다. 어머니는 세월의 유속도 우주공간의부피도아랑곳않으시 며사랑과동경과사무친그리움이 서린변함없는느낌의뉘앙스로가 슴깊은곳에자리잡고계신다.평생 을내마음속의0순위자리를지켜 오신어머니로살아오셨다. “어머니, 40대초반에홀로되시어 어렸던5남매를부끄럽지않게키워 오신 위대한 삶을 살아오셨습니다. 간호사로 후학을 가르치신 신세대 여성으로 자랑스러운 어머니로 살 아오셨습니다.덕망과균형잡힌생 각과실천이있으신분으로내삶의 초석을놓으시고건강한삶의모델 로지금까지이딸을당당히세워오 신어머니감사합니다.” 자식을 향한 엄마의 마음에는 평 온한관계를일구어내려는마음으 로 가득하다. 자식들이 보고 있을 엄마의 심상이며 마음에서 우러나 오는진액같은사랑의소리를구사 해야한다는끈질긴집요로일구어 낸자그마한성취들에감사하며오 늘에당도했다. 다사로운사랑의헌 신을마련하려는분주한마음을향 해 불꽃을 일구어 가며 살아왔다. 영원한0순위를지켜오신내어머니 처럼내자식들앞에서 0순위엄마 를 탐해보지만 어림없음이다. 자식 앞에서는 엄마 컴플렉스가 버티고 있는 터라서 0순위 자리를 조용히 접어두기로했다. 땅거미가잦아질 무렵이면운무같이어른거리던노 을도엷은어둠이피어나는먼하늘 로스며들듯. 젊은시절을이방에서보낸이민1 세대는피로를느낄짬도없이쉬어 가는멋도모른채, 하루피로를자 식들과눈을마주치는순간에풀어 내고, 한 주간에 쌓인 피로는 주말 에나풀자하면서버티어온터라생 의마지막피로를풀수있는날도잊 고 살아 왔다. 공기도 물도 늘 옆에 있어주는사람도잊고살아가듯.잊 은 게 아니라 의식하지 못한 채, 너 무가까이에있어마음에두지못함 이리라. 피로를 잊고 살아온 것은, 잊은게아니라모르고살아온것이 맞다. 잊고살았던젊은날, 그싱그 러운시절이문득문득그리워진다. 고단했던삶의무게들을당연한듯 받아들이며살아왔다. 유일한핏줄 로유착된친밀성을저버릴수없다 면서. 그렇게 하루들이 장애물 경주하 듯쉼없이넘겨지고노구를끌고남 은여정을걸어가는노년의엄마들 은노곤한오후잠깐졸다꿈꾸듯그 렇게떠날채비를하고있다. 천양곡 정신과전문의 전문가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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