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3년 5월 22일 (월요일) D5 기획 13 2023년5월20일토요일 그가 작업실 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환하게 웃고 있 다. 그는 “온전히내힘으로마련한 일터이자 치유의공 간”이라며 “코로나를겪으며지금도경제적으로극심한 어려움을 겪고있지만 이곳만은 유지되기를바란다”고 말했다. 최주연기자 어릴때부터혜림씨의취미는그림 그리기였다. 그는 “엄마,아빠가 싸울때방안에틀어박혀그림을 그리곤했다”고말했다. 최주연기자 - 풞많혿뫊 뫎몒픦킲옪 펉픎캄픦솒많핖빦푢 . “세상에당연한 건없다는 거요. ‘가족이니 까당연히해주겠지’라는건없어요.그런데남 은오죽하겠어요. 남이내게무언가를베풀든 그무엇도당연하지않고,다감사한일이라는 걸알았죠.” - 핞킮잚픦펆펂옪킲읊헣픦쫆삲졂줦밚푢 . “실패는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아닐까 해 요.‘그럼에도내가이걸계속하고싶어.그럼에 도재도전할거야’라는의미예요. 실패했다고 해서홱내팽개칠수없는게인생이잖아요.인 생은리셋이안되니까요.‘나는내원가족과이 렇게됐지만,그럼에도불구하고내인생망한 거아니야’라고도생각하고요.” - 풞많혿뫊픦뫎몒옪슲펂쁢핂슲펞멚훊몮 탄픎잞핂핖빦푢 . “원가족이니까 당연하게견디고얼굴 보며 살라는법은없어요. 당신한테는선택할힘이 있어요. 그 관계를지속할지, 끝낼지, 다른 방 식으로바꿔볼지.선택지는많아요. 그중에서 자신한테가장좋은걸고르세요.” - 잊틶쁢많핳홙픎멆몶앞빦푢 . “ ( 끄덕끄덕 ) 네. 그때처럼괴롭진않으니까 요. 나 하나 먹고 살기도 바쁘고 힘들지만 편 안해요.이거면충분해요.” 그는자신의그림중꽃을가장아끼고좋아 한다. 탈가정을결심하던해봄, 꽃이그의마 음에들어왔다.가족과의관계로늘신경은곤 두서있고,손톱으로몸을쥐어뜯는자해행동 을할때다.마음에도,몸에도여기저기핏자국 어린생채기가났다.살기조차싫었을때니그 에게세상은회색빛이었다. 그러던어느날동 네화단에피어난노랗고빨간튤립을봤다. “저마다의색을내면서환하게살아있는여 린꽃들을보니까‘나도살아야겠다’는생각이 들었어요.” 그가자신이그렸던꽃들을작업실벽에붙 이며말했다. 금세정원이됐다. 그의그림처럼 그의삶도따뜻한빛깔로가득한정원으로오 롯이키우게되기를. 김지은선임기자 못하면‘이등신아,그러니까네가그거밖에안 되는거야’라면서나를채찍질하죠. 원가족과 의관계가, 내가나와 관계맺는것자체도어 렵게만든다는걸느꼈어요.나아가내가아끼 는 다른 사람과의관계에도 영향을 주더라고요. 자꾸 마음을 확인 하려하고시험하는거예요.사 랑받고 자라지못한 데서오 는관계맺기의실패죠.” - 많헣핂줞않몮캫맏빦푢 . “경제적으로나 정서 적으로 독립해 원가 족과 단절된상태라고 생각해요. 탈가정이라는 말은2019년에야알았어요.” - 많헣몮빪쉲많핳잗잗섦멂 줢많푢 . “갈 곳이마땅치않다는 거요. 청소년이나 가정폭력피해여성은 그 래 도 쉼터 가있어요. 그런데저 같 은탈가정청년의경우 엔 어 딜 가 나 애매 하더라고요. 혹 여아 프 거나신 변 에 문 제가생기더라도법적으로저를 대 리할 수있 는 사람이없다면 사회 복 지제도를이 용 하기 도어렵죠.” - 많헣 뼒훟펢풞많혿펞멚컪풞 팘쁢펾앋 픒짩팒슲펂쁢몋푾솒잜삲몮슲펖펂푢 . “저도탈가정하고나서2년 쯤 지났을때 급 작 스럽 게경 찰 에게서연 락 이왔어요. 엄 마가 흉 기를들고다 녀 주 민 들이신고한거 였 어요. 경 찰 은 엄 마를정신 병 원에 입 원시키려면 입 원 동의서가 필 요하니제가 직접 와서 써 야한다 고했어요. ( 아 버 지는이 혼 했고 ) 남동생은연 락 이안된다면서요.저도우 울증 치 료 를받는 중이라 심적으로 힘든 상 황 이었기때 문 에 너 무 화가 났죠. 그때 엄 마가 조 현병 을 앓 는다 는사실을처음알았어요.” 넷플릭스드 라마 ‘더 글 로리’ 엔 이런서늘한 대 사가나 온 다.“동사무소가서서 류 ( 주 민 등 록 등 본 ) 한장 떼 면 너 어 딨 는지다나와.어디 또숨 어 봐 .”주인 공 동은 ( 송혜교 ) 의 최초 가해 자인 엄 마의 협박 이다.어 떻 게해서든 엄 마에게 서분리되고싶지만,동은은그 럴 수없다. 어 떤 때가족은 끊 어낼수없는 족 쇄 다. 물 론 가정폭력피해 사실을 입증 할 만한 서 류 ( 가정폭력상 담 기 록 , 쉼터입 소 증명 서 류 , 경 찰 신고기 록 , 법원의확정 판 결 문 등 ) 를제 출 하면주 민 등 록 등 ·초본 발급 을제한할 수있 다.그러나탈가정청년중 엔 해당하지않는경 우가많다.‘더 글 로리’의동은처럼. - 많헣뫊솓잋핂줞많삲읂뺞몮쁢칺앚솒핖 픒먾폖푢 . “인생을 살다가 무 슨 일을 당해도기 댈 존 재가없다는것, 내 뒤 를 봐줄 사람이하나도 없다는 막막함 은 겪 어보지않으면 모 를 거 예요.” - 믆쌚 많헣픒힎팘팦삲졂펂쎉멚쇞픒밚푢 . “시기의 문 제 였 을 뿐 언제든나왔을거예요. 그때우리가족의분 위 기는,정말 누 가 누 구를 - 펂젆삖퐎쁢뫎몒많펂쌮빦푢 . “ 엄 마는결 혼 을하면서고향과다른지 역 으 로이주했어요.그러니아는사람도,속 얘 기를 할상 대 도없었죠.어 릴 때 부터 제가 엄 마 얘 기 를들어 줬 어요. 양 가감정이들었죠. 나는아 직 엄 마의손 길 이 필 요한 애 인데, 되 레엄 마를 위 로해 줘 야했으니까요.” - 펂젆삖많칺않힒쉲옪쁢삲킪쫂힎좉빦푢 . “저를보겠다며 갑 자기 학교 로 찾 아 온 적이 있어요. 그런데 엄 마가 좀 이상했죠. 그때이미 조 현병 이시작된것 같 아요. 종 이 울 려수업이 시작됐는데도저와 대 화를하고싶다면서 교 실에우두 커 니서서나가질않았어요. 제가어 떻 게해도 요지 부 동이었죠. 견 딜 수가없었어 요.결국제가 책 가방을 싸 서 학교 를 뛰쳐 나 갔 어요.” 고등 학교 시절그의성적은지방국립 대 어디 든안정적으로들어갈수있는수 준 이었다.그 러나 그일이 후 그는 학교 를 그만 뒀 다. 학교 가싫어서라기보다는다닐이 유 가없었다. 그 시절그에 겐 늘분노와 슬픔 이가득차있었지 만 집 에서도, 학교 에서도알아주는 사람이없 었다. 자 퇴 를하려면보 호 자의동의가 필 요하 다. “ 공부 는알아서할 테니그림만 그리게해 달 라”는그의말에아 버 지는자 퇴 를 허락 했다. 미 술학 원에들어 갔 지만아 버 지는가정 형 편을 이 유 로들어면제 혜 택을받게해 달 라며 학 원 비 를내지않았다. 몇달뒤부 원장은그를불 러“우리가 자원 봉 사 하는 사람들이아니다” 라고했다. 모욕 적이었지만, 학 원마저그만 둘 수없었기에 꾹참 았다.이 후 그는 검 정고시로 고 졸 자 격 을 얻 은 뒤 기 숙 사가있는다른지 역 의 대학 에들어 갔 다. 대학 에다니는동안 엔 성 적장 학 금과 학 자금 대출 로 버텼 다.지금은원 가족이사는지 역 과다른도시에 터 를 잡 아살 고있다. [실패 Ώ ]  부모처럼내가나를대할때 깨달았다 - 많혿픒썮폺읺졂펂썲캫맏핂슪빦푢 . “가족이라면좋으나싫으나보 듬 었어야하 는데가족구성원 누 구도그러지않았어요. 엄 마의 ( 조 현병 ) 상태가얼마나 나 빴 든아 빠 에 겐엄 마를 품 을생각이전 혀 없었던거죠.바로 내 쳤 으니까요. IMF 로 경제사정까지나 빠 진 이 후엔 정말 온 식구가서로를 잡 아먹을 듯대 했죠.제가탈가정할무렵에는세식구만살았 는데도 ‘이러다가무 슨 일이나지’싶을정도 였 어요.‘가족이니까 함부 로해도 돼 ’라는전제가 암묵 적으로깔린 집같 았죠.” - 풞많혿픦 , 킲많핞믾핞킮펞멚솒폏픒 짆 픒밚푢 . “원가족과의관계가저한테도영향을 줬 다 는걸느 껴 요. 부모 가 나를 대 한 방식으로 내 가 나를 대 한다는걸느 낄 때가있거든요. 나 의에고 ( ego ) 가아 빠 와 비슷 한 거예요. 내가 뭘잘 해도 스스 로 칭찬 해주지않아요. 반 면 잘 어 떻 게할지 모 른다는 위 기감이늘 서려있을 정도로날이서있었거든요.아 빠 나동생이무 서 워 저는방안에선늘 문 을 잠 그고있었어요. 그어 떤강 력한 접착 제로도붙일수없는관계 였 죠.” [실패란]  내인생망한거아니야 - 잊틶많붖붆쁢핂캏헏핆많혿픎줢많푢 . “서로 너 무 가 깝 지도, 멀 지도 않은 거리를 유 지하려고노력하는관계요.‘내가이만 큼 다 가가고싶은데 괜찮 아 ? ’라면서 끊임 없이서로 소 통 할수있는관계면좋겠어요.그런관계가 건 강 한것아닐까요.” - 풞많혿픦킲옪펉픎멂줦밚푢 . “저는 가 끔 역 할 극 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 요. 내가나의아이이자 부모 이고가장이라고. 한때는가족의결 핍 을 외부 에서해소하려고도 했어요. 예를 들어, 남자 친 구가 그런 역 할을 해주 길 바라는거죠. 그러다보니결말이 비참 해지더라고요.내가내인생을오롯이 책임 지기 로선택한 것이니나에게로 돌 아와야 한다는 걸 깨달 았어요.내가내삶의 온 전한주체로살 아야하는거죠.” 사각지대에놓인 ‘탈가정청년들’ 전문가들은 ‘탈가정청년’을2만명 정도로추산한다.정부의공식적인통계는 없다.행정은통계를따라간다.통계에 잡히지않으니지원받을수있는제도도 거의없다.그러나이미존재하는삶의 방식이자주거의형태다.민간에서진작 연구가시작된이유다. 282북스가올해2월탈가정청년 60명을심층조사해펴낸사례집 ‘궤도이탈;청년독립선언’도그중하나다. 282북스는청년소수자의치유와자립을 돕는예비사회적기업이다. 사례집에 따르면,탈가정을선택한주된이유는 ‘정서적학대’가91.2%로압도적이었다 (중복선택). ‘가정폭력’(59.6%), ‘방임’(36.8%), ‘성정체성아우팅’(7%) 등의이유가뒤를 이었다. 탈가정이후가장 어려웠던점으로 응답자들은 ‘경제적 어려움’(74.5%)을가장 많이꼽았다.이어 ‘심리적 불안’(18.2%), ‘물리적 공간의어려움’(1.46%) 순이다.탈가정 청년들은대개긴박한상황에서준비없이 집을나와상황이더욱녹록지않다.당장 머물곳조차마땅치않기때문이다. 사회복지제도의혜택을받기도어렵다. 대부분원가족소득이기준이기때문이다. 부모와주거가다른만30세미만의 청년은1인가구로인정되지않아 국민기초생활수급제도의혜택을받을 수도없다.가정폭력피해자라면입건등 이력이있어야대상으로인정받을수 있는데, 조건과과정이까다롭다. 전세자금대출을받으려해도부모의소득 기준을제출해야한다.이때문에 응답자들은 “경제적지원을받기엔원가정 소득에걸린다” “취직한상태가아니라 세대주인정을받지못했다” “청년지원 제도도부모의동의나신청이필요한 경우가많아받지못했다”고답했다. 2021년 ‘청년정책사각지대발굴을 위한탈가정청년실태조사’를실시한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은보고서에서 ‘가정폭력, 파산등다양한이유로 원가족과갑작스럽게단절돼긴급하게 자립해야하는상태에있는청년’을 ‘탈가정청년’으로정의할것을제안했다. 이연구단체는 “탈가정이라는의제는미래 한국사회에서중요한가치를갖는다. 미래대응을위해지원할필요성이 충분하다”고밝혔다. 김지은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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