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3년 6월 9일 (금요일) 오피니언 A8 종우(宗愚) 이한기 (국가유공자·미주한국문협회원) 센트럴파크의대반전스토리 2020년5월25일, 미국에서흑백 인종문제가 첨예하게 부딪친 두 개의사건이동시에일어났다. 하나는 미네소타주에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경찰 의무릎에목이눌려“숨을쉴수 없다”고 애원하다가 숨진 사건이 고, 다른 하나는 뉴욕 센트럴파 크에서 새를 관찰하던 흑인남성 과 개를 산책시키던 백인여성 사 이에 일어난 짧은 소동이 그것이 다. 메모리얼데이에일어난두사건 은 코로나 팬데믹 초기, 다들 불 안한 심정으로 갇혀있던 시기에 터져 나와 전국적인 뉴스가 됐었 다. 그리고 두 사건 모두 스마트 폰 으로녹화되어소셜미디어를통해 공유되지않았더라면진실이밝혀 지기힘들었을지도모른다. 비극으로끝난조지플로이드사 건은 BLM(흑인의 목숨도 중요하 다) 운동을 촉발시켜 미국의 인종 문제를 새로운 차원으로 올려놓 은중요한기폭제가되었다. 한편센트럴파크사건은얼마후 세인의관심에서멀어졌지만,당사 자두사람은그로인해인생행로 가 완전히 달라지는 대반전의 주 인공이되었다. 흑인남성은 크리스천 쿠퍼, 백 인여성은 에이미 쿠퍼, 공교롭게 도두주인공의라스트네임이같 은 이 사건은 그날 새벽 일찍 크 리스천 쿠퍼가 자전거를 타고 센 트럴파크로 달려가면서 시작되 었다. 조류관찰의 최적지로 꼽히는 램 블(The Ramble, 공원 내 삼림지 대)에서 희귀한 아메리카솔새를 찾고 있던 그는 갑자기 정적을 깨 트리는 날카로운 소리에 놀라 멈 춰섰다. 한여인이공원에풀어놓은개를 부르는 소리였다. 램블은 수많은 희귀 동식물의 서식지여서“개는 항상 목줄을 채워야한다”는 규칙 이 입구에 적혀있을 만큼 조용한 환경이중요한곳이다. 크리스천은 그 여인에게 자신의 목소리가 들릴만한 거리(20피트) 까지 다가가서 개를 목줄에 묶어 달라고요청했다. 그리고그다음은온세상이아 는이야기다. 개주인에이미쿠퍼 는 흥분하여 소리치기 시작했고 911에 전화해“흑인 남성이 나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다. 빨리 경찰 을보내달라”고울부짖었다. 이런 경우 목격자나 증거가 없으면 십 중팔구 흑인에게 불리하다는 사 실을 알고 있는 크리스천은 상황 이 이상해졌을 때부터 아이폰을 꺼내 촬영하기 시작했고, 에이미 는더길길이뛰며찍지말라고소 리쳤다. 이를기록한70초짜리영상은그 날페이스북과트위터에서수천만 조회수를기록하며일파만파로퍼 져나갔다. 그리고 영상에서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차분한 목소리로 말하는 크리스천의 침착한 대처에 찬사 와지지가쏟아진반면,‘무개념녀 ’에이미에대한비난은극에달했 다. 단지개에목줄을채워달라고부 탁했을 뿐인데‘흑인남성’(Af- rican American man)이란 말을 몇 번이나 강조하며 생명을 위협 한다고 신고한 그녀의 911통화는 모든 흑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 는미국백인들의편견과일상적인 인종차별을 가감 없이 보여준 것 이었다. 이 사건 후 크리스천 쿠퍼(59)의 삶은크게달라졌다. 그는 원래 조류보호 커뮤니티에 서상당한영향력을가진프로버 더(birder)이다.‘손에망원경을달 고태어났다’는말을들을만큼아 주 어린 시절부터 새를 보러 다닌 그는학창시절하버드대학조류클 럽의 회장이었고, 세계적인 조류 보호단체‘오두본’소사이어티의 이사이며, 램블의 버더들 사이에 서 가장 존경받는 탐조자로 꼽혀 왔다. 그런그가조류세계에서더욱유 명해진 것은 물론, 급기야 세계적 인 다큐멘터리 채널‘내셔널지오 그래픽’으로부터 새 프로그램의 호스트가 되어달라는 요청을 받 은것이다. ‘뛰어난 탐조꾼’(Extraordi- nary Birder)이란 제목의 이 쇼는 쿠퍼가알래스카에서푸에르토리 코까지, 사막과 도시와 열대우림 등전세계에서식하는새들을찾 아다니며‘버딩’의기쁨과경이를 생생하게전하는내용으로오는 6 월17일첫방영이시작되며6회의 에피소드가예정돼있다. 그뿐 아니다.‘스타 트렉’과‘마 블’코믹스의 작가이며 에디터였 던쿠퍼는자기이야기를담은책( ‘Better Living Through Birding’ )을 집필, 6월13일 출간을 앞두고 있다. 살아있는 모든 사람에게‘버딩 의복음’을전하며살고싶었다는 그의 꿈이 마침내 이루어진 것이 다. 그러면 에이미 쿠퍼(42)는 어떻 게됐을까?그녀는사건바로다음 날, 다니던 프랭클린 템플턴 자산 운용사에서해고됐다. 이회사는공식트위터계정을통 해“우리는어떤인종차별도허용 하지 않는다”면서 보험투자 책임 자였던 에이미의 해고 사실을 알 렸다. 그로부터 40여일후인 7월초맨 해튼지방검찰은 그녀를 위급상황 이 아닌데도 거짓말로 경찰을 부 른 허위신고 혐의로 기소했다. 최 대징역 1년까지가능한 3급경범 죄다. 에이미는 인종차별과 편견에 관 한5회의교육과치료프로그램을 수료했고다음해2월기소가철회 됐다. 그런데거기서끝이아니다. 사건 발생 1년이 지난 2021년 5 월25일, 그녀는 부당해고와 명예 훼손을 사유로 프랭클린 템플턴 사를고소했다. 소장에서그는“크리스천쿠퍼는 센트럴파크에서목줄없이다니는 개의 소유주들을 협박하는 이력 을 가진 자로서, 개와 주인들에게 공포를 조장해왔다”면서 자신은 인종차별주의자가아니고, 사건의 발단은 흑인남성 탓이라고 주장 했다. 회사 측은 근거없는 주장이라며 소의 기각을 요청했고, 맨해튼 연 방법원은 2022년 9월 이를 기각 했다. 그런데아직도끝이아니다.바로 보름전인지난 5월19일, 에이미가 항소를 제기한 것이다. 이 여자는 구제불능이다. 3년전 새벽 센트럴파크의 사건 을 우리가 많이 쓰는 사자성어로 요약해보면 이렇게 되겠다. 크리 스천쿠퍼에게는전화위복이요새 옹지마이고, 적반하장 에이미 쿠 퍼에게는 사필귀정, 권선징악의 심판이내려졌다고. <LA미주본사논설실장> 시사만평 PGA와 LIV 통합 데이브와몬드작 케이글 USA 본사특약 여기 통과해 플레이해도 되죠? LIV PGA 자말카슈지살해 9.11유가족들 인권 내마음의 시 막사발 청자(靑瓷)처럼화려하지도않았다 백자(白瓷)처럼우아하지도않았다 그저그렇고그런민얼굴이었다 막되었다고막사발이라불렀다 심술꾸러기의짓궂은발길질에 이리저리나뒹구르기도하였다 개밥그릇이라며시덥잖게도여겼다 아낙네가건넨시원한물한사발은 지나는길손의갈증을풀어주었다 엄마의정갈한손맛도담아내었다 내가그리섭섭하게하지않았는데 어느때이던가나의마음을담아 홀연히떠나간투박(薄偸)했던막사발 정숙희 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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