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3년 6월 10일 (토요일) 오피니언 A8 김정자 (시인·수필가) 행복한 아침 게으름유정 6월이오면 다정도병이라했다. 유정도지나 치지 않아야 애틋한 멋스러움을 간직할 수 있을 터인데 나이테 눈 금 사이로 게으름 유정이 은근슬 쩍 끼어드는 이즈음이다. 얼마 전 만해도나이들어감을새로운경 지를 접해보는 또 다른 설렘이라 우기기도하고은혜로받아들이자 고 다짐까지 했었는데, 글씨가 어 른거려 돋보기는 손이 쉽게 닿는 곳에있어야하고퇴행성관절염을 선두로노후증상들이절친처럼복 합적으로진행중이다. 노년임을 인정하면서도 친정엄 마가 떠오르면 아직은 엄마의 딸 로남아있는것같은착각을야무 지게 붙들곤 한다. 어머니께서 떠 나신 나이를 손수 살아보고 나서 야세세히일러주지않으셨던일상 불편이며하루가무섭게야금야금 닳아가는육신의비대칭까지몸소 겪은 후에야 엄마 고뇌와 격통이 게으름이아니었음을절통하게된 다. 지인분으로부터얼굴좀보자 는 전갈을 받고도 다음으로 미루 는게으름까지팬데믹이불러들인 안주에 길들여진 것으로, 자연스 런 노화 현상으로 돌리는 뻔뻔함 이 게으름 유정을 부추기고 있다. 어쩌면게으름을정당화시켜가며 느긋하게즐겨보자는선동에고취 된듯하다. 게으른삶을살아오지 않았다는 자부심에 흠집을 만들 고싶지않다는실없는자만을부 끄럽거나초라함으로받아들이려 하지않는다. 미화백달러지폐속의주인공벤 자민 플랭클린이 남긴 명언이 있 다.‘오늘의하루는내일의두배의 가치가있다. 오늘할수있는일을 내일로 미루지 마라’했는데, 나이 탓으로돌리는핑계거리가나도몰 래싹트고있었나보다. 재택에길 들여진게으름이기지개를켜고일 상을 정상으로 되돌려 놓은 안도 감이 자리잡은 지도 한참인데 오 늘아니래도내일하면될일이눈 에 띄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게으 름 탈피를 위한 묘책을 개발해야 될 것 같다. 게으름이 구태의연으 로 변질되기 전에 자기 개발에 주 의를 기울이며, 나눔의 기회를 지 팡이를짚더라도적극적동참을해 볼작정이긴한데, 글쎄다. 일상가 운데오늘해야할일은오늘일로 마무리해내도록최선을다해보자. 게으름뱅이는삶의부끄러운모습 이니까. 최선을다하지않는것,핑계와변 명이잦아지기시작하면게으름초 기 증상이다. 게으름은 스스로 벗 어날 수 있는 길이 있음에도 불구 하고효율성있는실천을외면하는 것이다. 최선이란것도눈금한계를자신 이 설정해 놓은 것이라서 게으름 이깊어지고무르익을무렵에야겨 우 알아챌 수 있을까말까이다. 인 내와 전력투구 없는 한계를 쉽고 넉넉하게눈금긋기를했기때문이 다. 변명이나 핑계도 알고 보면 자 신의편의대로만든한계를정당화 하려는 속셈이 숨겨져 있기에 최 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증거요 게 으름의자책을숨기려는이기적비 열함의 극치다. 열심을 내고 부지 런을떨어야게으름에서벗어날수 있는 것, 게으름 유정에서 탈출해 보자. 여건이 허락되지 않음에도 웬만한 한계 쯤은 극복하며 살아 오지않았던가. 남은날까지최선을다할각오를 아낌없이 칭찬해주자. 집안 일에 는부지런하지만바깥일에는한없 이게으른분이있는가하면, 바깥 일에는열성적이지만집일은마냥 미루고 대충 밀고 가는 분도 계신 터라게으름이란분기점이코에걸 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될 수도있겠다싶은데하나님앞에서 의 게으름은 용서를 구하는 것 만 으로관용의상쇄를얻을수있으 려나, 고해의 아룀으로 꿇은 무릎 을쉽게풀수가없다. 내가 겪어온 게으름은 유전적으 로 타고난 본질적 성품에서 기인 된것이아니라준비부족이빚어 낸 모호한 기피에서 파생된 불확 실함으로 인한 포기와 두려움 때 문이었다. 해서 게으름을 질책하 거나매도해서도아니된다는생각 을 해왔다. 그보다 어떠한 상황이 우리를게으름으로불러들이며게 으름에 발목을 잡히는 것인지 고 찰해보는것이바람직할것같다. 게으름에 붙들려 버린 모습이 삶 의 전부는 아니라는 것이다. 누구 에게나 삶에 대한 열망이 내재되 어 있다. 숨겨진 가능성이나 여태 껏꺼내보지않았던재능을발산 하고, 풀어내고 싶은 동경이나 갈 망이있기마련이다. 인간본성저 력을 현실로 만들어내고 싶은 본 질적초월적관념은기회를만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을 것이다. 해서게으름을밀어내고부지런하 게해낼수있는근원적추구의본 질을 찾아 내는 것이 급선무일 것 같다. 게으름유정은한때의낭만으로 충분하다. 사실 게으름은 삶의 에 너지가고갈되고바닥났을때발생 하는현상이아니라정서적으로나 건강 문제, 주변에서 발생하는 스 트레스로 인한 크고 작은 염려와 불안으로집중력이분산되거나기 능적 순환 장애가 발생했을 때 생 각 향방이 조화를 잃어버린 혼란 에서 기인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게으름과대적해가며게으름에떠 밀리지 않는 지혜로운 삶을 향한 질주를 꿈꾸어 본다. 게으름 유정 과 결별을 고하기 위해. 계절이 바 뀌는 자연 질서도 게으름 없는 엄 숙에올인하며정착되어왔는데게 으름과 더욱 친숙해질 한 더위가 속절없이찾아들고있다. 게으름이 동행하고 싶어하는 유 정에는 눈길도 주고 받지 말아서 침묵으로게으름유정을다스려보 자고경고주의보라도발령해볼참 이다. 나이 들어버린 노구의 눈치 를살펴가며. 계절이 올 때마다 개인적으 로나 국가적으로 기념하고 생각나는 일들이 있다. 우리 들의 삶, 특히 전쟁이나 국가 의 존망과 같은 역사의 격변 기에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역사의 거대한 수레바퀴 아 래 일어나는 크고 작은 풍랑 들이 개인들의 삶에도 큰 영 향을미치게된다. 6월은 여름이 성큼 다가오 는싱그럽고열정적인계절이 고, 특히결혼식이많이치러 지는달이다. 6월이 로마신화에서 결혼 의 여신인 주노(그리스 신화 에서 헤라)에서 이름을 따왔 기 때문에 6월에 결혼하면 운이따라잘살게된다는것 이다. 나도 6월 화창한 날에 아내와결혼했다. 6월에는 또한 1987년의 6 월민주항쟁으로대한민국이 민주 국가로 굳게 서는 초석 을쌓았다. 그전까지있었던체육관의 가짜선거가아닌, 국민이직 접 지도자를 선출하는 선거 가 부활되었고, 국가권력 기 관에서 정치적 반대자들에 자행되던 고문이 더 이상 용 납되지않는문화가형성되었 다. 그후나라가크게발전하여 이제세계적으로도인정하는 경제력을 가진 나라 문화적 으로도 알아주는 나라가 되 었다. 6월에는 또 어머니께서 하 늘나라에 가셨다. 남기신 수 필집에 평생 살아온 일들을 회고했는데, 이중 6.25 전쟁 에 관한 회고의 글들이 있었 다. 개인의 삶과 역사의 수레 바퀴가끊을래야끊을수없 이 얽혀 돌아간다는 것을 보 게된다. 6월에 일어난 동족상잔의 전쟁은 수도 없는 사람들에 치유하기 힘든 깊은 상처들 을남겼다. 1950년 6월25일일요일아 침에 소련 스탈린의 허락 하 에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된 전쟁이 3년 1개월 동안 계속 되며 300만 명이 사망했고, 학자들에 따르면 전체 사망 자중 민간인 사망자 수가 적 어도 과반수에서 70퍼센트 까지 되었다고 한다. 많은 사 람들이 직접적 전투 이외에 도양측의학살과굶주림, 질 병으로 죽어갔다. 엄청난 수 의사람들이부상을당했고, 수많은전쟁고아들이생겨났 다. 어머니의 전쟁의 기억에 관 한 글에서 두어 가지가 특별 히깊은인상을주었다. 하나는 어머니께서 젊디젊 은 20대의 나이에 피난지에 서 서울 수복으로 돌아온 후 북에포로가되어다른많은 사람들과 함께 끌려갈 뻔했 다가 갓난아이 때문에 누군 가가어머니를풀어준것. 생후 몇 달 밖에 안됐던 나 도 함께 끌려갔으면 북한 땅 에서 전혀 다른 삶을 살았을 것이고, 우리 가족도 1,000 만 이산가족 중의 하나로 남 과북이갈려눈물속에가족 을 그리워하는 뼈아픈 삶을 살았을것이다. 그렇게우리들의운명의길 은 때로는 우리 자신들이 통 제할수없는힘에따라결정 된다. 또하나는어머니께서 6.25 직후 피난 갔던 양평에서 시 고모댁에 갔다가 물을 얻으 러 온 나이가 많아야 열여섯 을넘지않았을것같은아이 같은북한군병사의모습. 집 앞 개울가에서 엄마가 그리 운지 밤하늘을 쳐다보고 있 었다고한다. 시고모님의둘째아들은고 등학생인데 (한국군의) 군인 으로징병됐다는것이다. 어머니는“남과 북에서 서 로갓자라나는새싹들을끌 어내어”굶기고 죽이고 하는 전쟁을한탄하셨다. 같은언어와역사를가진동 포이지만, 종전후 70년이지 난지금도남과북이상호공 포와 불신의 장벽을 갖고 살 고있다. 국제정치에서는영원한적 도 없고 영원한 동지도 없다 는데, 우리가 서로를 영원한 적처럼 간주하며 살고 있는 것 같은 현실이 가슴 아프 다. 불가능해보이는현실속에 서도기적을이루시는창조주 께서 우리 민족을 돌아보시 고 불쌍히 여겨주시기를 기 원한다. 삶과 생각 최형무 변호사 데이브그랜런드작 케이글 USA 본사특약 시사만평 자유의 여신상도 숨막혀 자유롭게 숨쉬기를 갈망하며! 산소 캐나다 산불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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