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3년 7월 1일 (토요일) D6 기획 10년도훨씬전,박사과정시절의일 이다. 여성학적관점에서노동을 다루 는 수업을이끌던교수는일의세계는 직접경험해보지않으면알기어렵다 며짧은기간이라도직접해당 노동을 할수있는연구주제를선정할것을주 문했다. 나는호기롭게도 ‘가사노동자 의일’을연구주제로 선정했다.여성이 아내이자어머니로서수행하는무임의 가사노동에대한 문제의식에열을 올 리고있었던시절이었다.더불어무임의 가사노동이시장에서상품화되는양상 이궁금해졌다. 마침당시가사서비스 시장은 YWCA와 사설직업소개소 등 기존중개업체들이장악하고있던지형 에온라인업체들이생겨나면서균열이 일고있었다. 동네에서봐뒀던직업소개소를먼저 방문했다. 직접오려낸듯한셀로판지 가인상적이었던‘파출부소개해드립니 다’라는문장이창문에붙어있었다.지 친얼굴의남성은파출부일을해본적 이있느냐고물었다. 마음의준비가충 분하지않았던나는해본적없다는사 실을말하고말았고그러자그는결혼 은 했냐고 물었다. 그가 그 질문을입 밖으로꺼낼때나는,결혼했다고혹은 결혼한 적이있다고 말해야이노동의 세계를엿볼수있다는것을알아차렸 지만, 사실의발설이0.05초쯤빨랐다. 그 다음업체에서도이과정을 반복했 다.나는 ‘파출부소개해드립니다’의세 계에나를 들여놓을 준비가 전혀되어 있지않았던것이다. 온라인업체로 눈을 돌렸다.이들은 기존알선업체들이‘파출부아줌마’를 연결해줬다면자신들은전문서비스직 으로서의노하우를갖춘 ‘가사관리사’ 를 소개해준다며자신들을 차별화했 다.이력서를제출하라는것부터가 동 네직업소개소들과는달랐다. 박사과 정이라고하면왠지안될것같아대졸 이라고썼다. 그이력서를들고면접까 지봤는데첫번째질문은 ‘대졸이왜이 런일을하려고하느냐’였다.당신네회 사의비전대로 가사관리사는 앞으로 전문 서비스직으로 전망이무궁무진 하다고본다고대답했다.담당자가웃 으며‘생각하는그런일아니고파출부 일’이라고 대답한 것이또렷이기억난 다.그리고또다시받은그질문.“결혼 은하셨나요?”결혼안하냐고묻는친 지들앞에서한껏당당한 태도를취하 는것이훈련된탓인지‘결혼했다’는말 이나오지않았다.아,누가가사노동자 가여성이면누구나할수있는일이라 고 했나. 결국 ‘가사노동자의노동 경 험’에서‘가사서비스제공업체들간차 이를통해본가사노동상품화양상’으 로연구방향을변경할수밖에없었다. 많칺믊옪핞쩣 , 믊옪믾훎쩣 11 혾 이처럼가사노동자의일은 다 른 임 금노동과 유 사한 일이라기보다 기혼 여성의성 역 할의연장으로간주되기때 문에사회적노동으로인정받지 못 한 다.가사노동자들과관련 단 체들은노 동은하는데노동 법 의적 용 을받지 못 하는불 합 리한 상 황 을 타 개하고자오 랫 동안 싸워왔 다. 노력은 2 0 2 1년 5 월 2 1일 ‘가사 근 로자의고 용 개선등에관 한 법률 ’ ( 가사 근 로자 법 ) 국회통과로 결실을 맺 은듯보였다.그러나이 법 은 ‘가사 근 로자’를 ‘가사서비스제공기관 의사 용 자와 근 로계 약 을체결하고,이 용 자에게가사서비스를 제공하는 사 람 ’으로 규 정하는 치명 적인한계를안 고 출발했다. 즉 ‘가사 근 로자 법 ’에서 규 정하는인 증 을 받은업체에 속 해있 는이들만을이 법 상의‘가사 근 로자’로 보는것이다. 따 라서업체에 속 해있지 않 거 나인 증 을 받지않은업체에 속 해 있는 가사노동자들은이 법 의보호를 받지 못 한다.여전 히 중개업체를 통해 이 용 자 가정을 소개받아일하는 가사 노동자들이 많 고 새 롭게생겨난 플랫 폼 업체들은 중개업을 표 방하며인 증 받기를꺼리는상 황 을 감 안하면 갈길 이 멀 다는사실을알수있다.더 군 다나 노동에관한 기준 법 인한국의 근 로기 준 법 은 11 조 에서이 법 의적 용 을 받지 않는 이에 ‘가사 사 용 인’을 포함 한다. 가사노동자에게일을시 키 는사 용 인이 근 로기준 법 상 사 용 자 의무와 책 임을 지지않는것이다. 가사노동자들과 관 련 단 체들이 근 로기준 법 에서가사 사 용 인적 용배 제 조항 을 삭 제하라고요 구해온이 유 다. 상 황 이이러한데지난 3월 시대전 환 소 속 조 정 환 의 원 은 외 국인 가사노동 자의 최 저임금 법 적 용 배 제를 골 자로 한 가사 근 로자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루 만에 철 회하 긴 했지만 곧 이어 재 발의한상태다. 고 용 노동부는 ‘고 용허 가제’라불리는비전문취업비자 ( E - 9 ) 허용 업 종 에가사노동자를 추 가하 겠 다고 발 표 했다. 작 년 9월 오세훈 서 울 시장이국무회의에서 외 국인가사노동 자 도입을 제안한 이 후 전방 위 적으로 속 도를내고있는 모 양 새 다. 서 울 시는 올해하반기100 명 의 외 국인가사노동 자를가정과연결시 키 는시 범 사업도실 시할 예 정이다. 많 은 언론 과전문가,시 민 들이남성이여성과 함께 돌 봄 노동 을 할 수있는 정 책 방안과 문화의변 화를주문했 건 만안중에도없다. 킫졶픦쭎 외 국인가사노동자에게도기혼여부 를 따 질까? 그 렇 지않을 것이다. 가사 노동자의일이기혼여성의성 역 할의연 장으로간주되는것은같은국적과인 종 일때다.인 종 과국적이다 른 ( 정 확히 말하자면 후 진적이라고여겨지는 ) 경 우 바 로그이 유 로정식노동으로인정 받지 못 하는가사일을하기에적당하 다고 간주된다. 전 근 대시절에는 노비 나하 녀 ,하인이라는 낮 은신분의사 람 들이, 근 대이 후 제국주의국가들에서 는인 종 이다 른 노 예 들이했던일이라 는 역 사적 유산 이지금까지도 영 향을 미치 고있다. 한국 또한 조 선 시대식비 ( 食婢 ) 에 서연 원 한식 모 의 역 사가있다. 1 8 00년 대말노비해방이 후 에도식 모 는 살 아 남았고일제식 민 지시기에는 농촌 에서 도시로이주한10대의어 린 여성들이대 거 식 모 가되었다.일제의수 탈 로 황폐 해 져 가는 농촌 을 떠 나 근 대화된도시 로 떠 난그 녀 들을 필 요로한이들은 바 로내지인 ( 內地人 ) , 즉 일본에서 조 선으 로이주해온일본인들이었다. 1 876 년 개 항 당시만해도 5 4명 에불과했던 조 선의일본인들은 1 9 10년대 후 반에이 르 면 34 만 명 으로 증 가했고해방직전 에는 7 5만 명 에이 르렀 다. 조 선의일본 인가정은 보통 음식과전문적인가사 일을 하는, 나이가 좀 든 여성과 그 외 가정의온갖 허 드 렛 일을 도 맡 아 하는 어 린 식 모 를고 용 했다. 농촌 에서온어 린 여성들이 많 아지면서식 모 고 용 비 용 은한없이내려 갔 다.일본어를할수 있는경우에는다 른 이들보다 좀 더 돈 을받았다.부 유 한 조 선인가정도 농촌 출신의식 모 한 두명 을 두 는것은 예 사 였다. 1 93 0년대전사회가전 쟁 의소 용 돌이에 휘 말리게되면서식 모 를 폐 지해 야한다는주장이 힘 을 얻 었다.식 모 의 인 권 과는무관한주장이었다. 군 수물 품을생 산 하는 공장이제대로 돌아가 기 위 해한 명 의인력도아 쉬운 마당에 식 모 나식 모 를 둔 여성들이 너 무 한가 하다는비난이 핵심 이었다. 광 복이 후 한국전 쟁 시기더 욱 증 가 한 식 모 들은 1 96 0년대까지일상적인 존 재 였다. 주인 집 에 함께살 면서출 퇴 근 시간이 랄 것도없이 24 시간대기상 태에 놓여있던이들은 정해진임금을 받기보다 ‘시 집갈 때 돈 해주 겠 다’는 말을 믿 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 다. 구 타 와성 폭 력 뿐 아니라임신과 낙 태도 빈 번했다. 지친그 녀 들이 유괴 나 도 둑 질을하는경우도발생했다. 1 96 0, 7 0년대본 격 적인 산 업화와이 에 따른핵 가 족 화는식 모 들을가 족 을 위협 하는존 재 로이 미 지화하는것으로 이어졌다.1 96 0년개 봉 한 영 화 ‘하 녀 ’는 당시식 모 에대한 사 람 들의불안을구 체적으로그려내화제를 모 았다. 1 93 0 년대와 유 사하게식 모 를 둔 가정주부 들의한가 함 을 비난하고아내와어머 니로서의 역 할을 강조 하는 담 론 들이 득 세하면서식 모 시대는 막 을내렸다. 역 사가변형되어반복되는사태를자 주 목격 하는지라식 모 의 역 사도 흘 러간 옛 일로만여겨지지않는다.인 종 과국적 이‘ 낮 다’고여겨지는여성들은 한국어 구사 능 력에 따 라다 른 대우를받을것 이다. 최 저임금제는적 용 한다니 최 저임 금이상한일것이다. 외 국인가사노동 자가 피 해자인 많 은사 건 들을 단 신기사 로접할것이고그 녀 들이 범죄 를저지 른 사 건 은 몇날 며 칠 1면기사로 맞닥뜨 리 게될것이다. 마지 막 으로한국여성들 을도와 출생 률 을 높 일것이라기대한 다니그 렇 지않은경우 ( 2 0 2 0년기준으 로 외 국인가사노동자제도를 운영 하는 홍콩 은 합 계출생 율 0. 87명 , 싱 가 포르 는 1.1 명 으로한국의0. 84명 과수 위 를다 툰 다 ) 그화 살 은 외 국인가사노동자를 두 고도아이를 낳 지않는한국여성들에 게로향할것이다. 피 해의식이라고? 우 리는이 미 ‘ 맘 충’의시대를 산 지오 래 이 지않은가. <123>외국인가사도우미‘식모’의부활 출생률올리려외국인가사도우미싸게도입? ‘식모잔혹사’반복될것 김신현경 서울여대교양대학교수 1 2 1. 한국노총전국연대노조가사·돌봄유니온조합원들이3월국회앞에서가사근로자법개정안규탄및철회촉구기자회견을하고있다. ●뉴스1 2. 광복이후한국전쟁시기더욱증가한식모들은1960년대까지일상적존재였다. ●한국일보자료사진 2. 1960년개봉한김기영감독의영화 ‘하녀’ 속중산층가정의부인(주증녀)와하녀(이은심)의모습.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 사회적노동인정못받던‘파출부’ 가사근로자법통과돼도한계여전 일제때농촌이탈소녀대거식모로 정해진임금없이구타·성폭행빈번 핵가족화,식모‘가족위협’이미지화 영화‘하녀’식모에대한불안그려 식모둔주부비난득세, 식모종언 외국인가사노동자확대추진속 최저임금제적용배제법안도발의 ‘식모의역사’변형돼반복될것 출생률안오르면또누굴탓할까 3
Made with FlippingBook
RkJQdWJsaXNoZXIy NjIxM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