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전자신문

2023년 7월 22일 (토요일) 오피니언 김정자 (시인·수필가) 행복한 아침 뉴스칼럼 얼마 전 일이다. 함께 식사를 하던 친구가불쑥말을꺼낸다.“너는절친 이누군데”뜬금없이자다가봉창두 드리는소리에순간당황스러웠다. 갑자기 급습당한 기분이 되어“무 슨소리야, 너지” “다행이다, 괜히쫄 았잖아”난데없는노년의우정확인 에 슬픔같은 싸한 울림이 스치고 지 나간다. 친구가 많이 외롭구나 직감 하게 된다. 마주보며 쑥스러운 안도 의 눈빛이 오가면서 겸연쩍은 웃음 을 나눈다. 친구라는 말은 듣기만해 도마음이다사로워지고유년의마을 로 시간여행을 떠나온 것 같은 훈훈 한마음이된다. 맛있는음식을먹는 것보다재미있는책을읽는것보다친 구가 더 좋았던 유년시절이 있었다. 6.25 전란 폐허 속에서도 친구들과 노느라해그름이되어엄마가부르는 소리를듣고서야친구들과헤어지곤 했었다. 중학교로진학하게되면서 6 년 동안을 한결같이 같은 학급에서 지냈던친구들과도헤어져야했었고 중학교에서여고로,여고에서대학으 로 바뀌면서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헤어짐을 거듭해 왔다. 가정을 꾸리 게 되면서 친구들도 물갈이 하듯 서 서히 다른 빛깔로 바뀌기 시작했다. 아이들 학부모들과의 모임에서, 남 편친구따라강남도마다않으며친 구 규합이 이어져 왔던 친구의 연은 아슴푸레안개속으로묻혀가고있었 다. 세월이 흘러 이민자로 서른 여덟 해를 보내는 동안 이 땅에서 맺어진 친구연으로이어지기시작했다. 영국에서 있었던 오래전 이야기다. 영국 한 신문사에서 현상 공모를 했 는데 주제는‘영국 끝에서 런던까지 가장 빨리 가는 방법은 어떤 것일까 ’였다. 대부분 비행기, 기차, 도보 등 수단과방법을제시했지만일등정답 으로채택된것은‘좋은친구와함께 가는것’이었다.친구없는삶이란고 독하고 쓸쓸할 수 밖에 없음을 시사 한 것으로 친구란 영향력 있는 소중 한존재임을확인시켜주는신문사행 사였다. 모직장인사이트에서‘친구 ’에관한설문조사를했는데‘진정한 친구’찾는일은힘들다고응답한사 람이99.6%나되었다.어쩐지삭막하 고 적적한 심정이 되긴 하지만 맞는 말이다. 나이 깊어갈수록 진정한 친 구를만난다는것이하늘에별따기 나 가뭄에 콩 나듯 기적처럼 여겨진 다. 한글사전에는친구를‘가깝게오 래사귄사람’또는‘나이가비슷하거 나아래인사람을낮추거나친근하게 이르는말’로뜻풀이가되고있다.교 우나 동료라는 뜻으로 두루 쓰이면 서 죽마교우, 소꿉친구 등으로 쓰임 받기도한다. 하지만 사전적 의미와는 동떨어진 친구라는관계가무작위로자행되고 있다. 만난 기간이나 서로를 신의하 는 마음과는 관계없이 친구는 그냥 친구로생각하는것이실수와실망을 줄일수있는방편에이른지경이다. 친구란서로의마음과마음이믿음 과의리로맺어지는관계인것인데친 구로지칭하면서조건이나신분을따 지는경우를종종접하게된다. 차라 리 지인이라는 칭함이 적합할 것 같 은데 자신이 원하는 정황 안에서 친 구관계로연결해유익을챙기려는이 기적인욕심의속성때문인것같다. 아는사람이많을수록바람직한삶 을살고있다는통념탓에폭넓은관 계를위해여러모임에참석하고페이 스북, SNS등을통해의미없는문자 를 주고 받느라 시간을 할애하기도 한다. 이렇듯만나지는관계는속빈강정 처럼진솔하고진정한친구로이어지 는경우는드물다. 인도속담에‘친구는나의걱정, 나 의 공포와 싸우는 호위병이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네 인생 노정에는 기 쁨도 행복도 찾아 들지만 힘겹고 어 려운 시련으로 좌절을 동반해야하 는날들도함께안고살아간다. 고난 의 생을 살아가면서 마음을 열고 서 로를의지할수있는친구가곁에있 다면정처없는인생길이라할지라도 서로를 버팀목 삼으며 의지할 수 있 다면 고난도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 는 힘으로 작용하게 되는 소중한 세 움이 비롯된다. 해서 친구란 넉넉할 때어우러지며즐겨주는데그치는것 보다, 외롭고힘들때기꺼이손을내 밀어 도움을 주고 받으며 위로해주 는 것이 진정한 친구의 자리가 아닐 까한다. 마음의공허를서로쓰다듬 어줄수있는,영원히마르지않는샘 처럼, 때로는 소소한 수다 가운데서 도 맑은정감을주고받을수있는벗 을 두었다면 복되고 축복받은 일이 다. 어떤사람을친구로골라사귀어야 할까를 궁리하기 전에 내가 과연 사 귀고 싶어지는 사람일까, 먼저 생각 해야할일이다.오리를함께해주기를 청하면십리를동행해줄수있는가. 고난과역경까지도함께해줄수있 는가자문해볼일이다. 어떤말을해 도거북해하지않고언제나정이가 는사람으로, 어려울때격려를아끼 지 않으며 어설픈 농담도 웃음으로 받아주며, 악의 없는 허풍도 상쾌하 게 받아주는, 밤새도록 이야기를 이 어가는 사람이 되어줄 수 있는가를 되짚어보는것이우선일것이다. 마주앉아마음을터놓을수있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 닐터. 사귐이란늘한계가있고보이 지않는규범이있어군중속의외로 움을맛보게되곤한다. 먼저좋은벗 이되어보자. 좋은우정은인생을아 름답고다채롭게만들어주고마치어 둠을 밝히려 타오르는 촛불처럼 가 야할 길을 밝혀주는 길잡이 같은 존 재다. 친구를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할 수있는것은무엇과도바꿀수없는 귀중하고가치있는자산이다. 친구, 벗, 우정. 생각만해도가슴설 레는언어가아닌가. 눈을감으면잊 혀지지않는영상으로다가와그리움 으로, 동경으로 사모로 질펀하게 노 구의 세포 세포에 저미듯 스며든다. 진정한우정이실종되어가는시대라 서잔잔한사무침으로밀려든다. 친구, 벗, 우정 고독, ‘법정 전염병’ 수준의 질환 존다코우작 케이글 USA 본사특약 시사만평 죽을 때까지 갚아야 파워볼 당첨되면 그 돈으로 뭐 할거야? 내 학자금 부채 절반 정도 갚을 수 있으면 좋겠어! 양로원 일부러 외롭고자 할 사람 은없겠으나외로울일이아 닌 것 같다. 무엇보다 건강 에미치는해악이크다.미국 의공공보건을관장하는연 방 보건당국(Office of the Surgeon General)이지난5 월에발표한데따르면고독 (loneliness)과 사회적 고립 감(social isolation)은 하루 에 담배 15개피를 피는 것처럼 몸에 해롭다고 한다. 기 대수명으로 환산 하면 15년정도생 명을 단축시킬 수 있다고했다. 2년 전 건강보험 사인 시그나의 조 사에 의하면 조사 대상 미국인 6명중 한 명이 고독감을호소했다고한다. 팬데믹초기여서사람과의 만남이 제한되던 시기이긴 했으나이숫자면우리가평 소가까이지내는이들중에 한 사람은 외롭다는 감정에 시달리고있다는의미다. 특히 막연한 추측과는 달 리 65세이상장노년보다는 청소년과 청년층에서 고독 하다는응답이배이상많았 다. 가족관계에서는 홀어머 니나홀아버지가정, 경제적 으로는 저소득층의 사회적 고립호소비율이더높았다. 소속감은안전과웰빙에긴 요한요소로꼽힌다.진화적 인발전단계를보면사람은 집단에 의해 받아들여지고, 그구성원으로머무는것이 생존의필수요건이었다. 그 반대는거의죽음을뜻하던 때가있었다. 지금도건강하 게살기위해서는고독탈출 이 중요하다고 이야기되는 것은고독이직접건강에미 치는 영향이 여러 연구에서 확인되고있기때문이다. 외롭다는감정은스트레스 처럼호르몬분비에영향을 미치게된다. 이는바로심장 과혈압등심혈관계와간등 인체의다른장기, 신진대사 장애등으로이어진다. 여러 만성질환과 비만, 정신건강 문제를일으킬뿐아니라고 립이 주는 무기력함을 벗어 나려다보면약물중독으로 도발전할수있다. 고독을 개인 문제로만 방 치할수없는이유가여기있 다.사회적고립은일본에주 목할 만한 사례가 많고 이 분야의 연구도 많이 진척 돼있다. 일본어히키코모리 (hikikomori)는해일을말하 는쓰나미나, 집단괴롭힘을 뜻하는 이지메처럼 타 언어 권에도널리알려진단어다. 일본어 발음 그대로 영어 로도 쓰인다.‘은둔형 외톨 이’를 뜻하는 히키코모리 는 일본의 심각한 사회문제 가운데 하나로, 50만명 이상으 로 추산된다. 청 소년과 청년층에 집중돼있다. 이들은 학교나 직장에 가지 않 고 외부와 담을 쌓은 채 방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주로하는일은인터 넷서핑, 비디오게임, TV시 청이나독서등이다. 이들이의미있는연결망없 이 주위로부터 철저하게 고 립된원인은다양하다. 개인 적인경험이나성향,가족관 계,사회생활을하며겪었던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들의사회부적응은 개인뿐 아니라 사회 경제적 으로도깊은우려를사고있 다. 최근에는전업주부의역 할이끝난중장년여성들에 게서도 히키코모리 현상이 발견돼 관심과 대책이 필요 하다는이야기가나온다. 고독은 특정 국가에 한정 된이슈가아니다. 이문제에 대한대처는영국이한발앞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고독 문제를 전담하는 부서가 내 각에있다.한국어번역을뭐 라고하면좋을지모르겠으 나 영국에는‘고독부 장관 (Minister forLoneliness)’이 있다. 실제장관급은아니고 이직함또한언론에서붙여 준것이긴하나,영국은지난 2018년부터 고독 담당관을 정부에두고있다. 전담위원 회의오랜조사활동결과고 독이 영국사회의 심각한 병 리현상중하나로파악됐기 때문이다. 일본도같은성격 의부서가중앙정부에있다. 고독은 더 이상 낭만의 이 슈가아니다.미국의공공보 건당국이 괜히 고독 문제를 들고나오는것이아닌것이 다.사회적고립은10대청소 년에서 은퇴자에 이르기까 지이제법정전염병수준에 이른질환이라는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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